우주로 날은 누리호 ‘미완의 성공’ 

독자개발 K-로켓 ‘누리호’ 발사…위성 궤도 안착은 실패…설계·운용 전 과정서 국산화

겨우 46초의 차이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한국이 독자 기술로 만든 최초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10월21일 처음 발사됐으나 ‘미완(未完)의 성공’에 그쳤다. 누리호는 이날 계획된 고도 700㎞까지 무사히 올라갔으나 초속 7.5㎞에 못 미쳐 위성모사체를 궤도에 올리는 데에는 실패했다. 3단 엔진 연소시간이 46초 부족했다. 그럼에도 국내 독자 개발한 발사체가 목표에 근접했다는 점에서 1989년 불모지에서 시작된 한국의 우주 도전이 30년 만에 중요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

누리호는 10월21일 오후 5시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엄청난 굉음과 함께 솟아올랐다. 빨간 화염과 구름이 일었고, 발사대 주변 땅도 흔들렸다. 누리호는 무사히 700㎞ 고도에 도달했으나 3단에 장착된 7t 액체엔진이 계획된 521초가 아닌 475초 만에 연소가 조기 종료됐다. 이로 인해 1.5t의 위성모사체를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속도인 초속 7.5㎞에 미치지 못해 궤도 안착에 실패했다.

10월21일 오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연구동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2)’가 발사되고 있다.

기술적 난제였던 나머지 과정은 모두 순조로웠기에 아쉬움이 컸다. 1단 엔진 추력이 300t에 도달하자 힘찬 불꽃을 내뿜으며 우주로 향한 누리호는 127초 만에 고도 59㎞에서 1단 엔진을 분리했다. 233초 후 고도 191㎞에서 페어링(탑재물인 위성모사체 보호 덮개) 분리, 274초 후 고도 258㎞에서 2단 엔진 분리도 성공했다.

  ●도전 30년 만에 중대 이정표…우주 기술독립 문턱까지 도달
누리호가 미완의 성공에 그쳤지만 700㎞에 올라가기까지 과제를 모두 완수했다는 점에서 한국은 30년간의 도전 끝에 ‘우주 기술 독립’의 문턱을 눈앞에 두게 됐다. 국내 연구진은 발사체 기술의 국가 간 이전이 엄격히 금지된 상황에서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누리호를 자력으로 탄생시켰다. 

75t급 액체엔진부터 발사대, 엔진 시험설비까지 우주 발사체에 필요한 기술 전반을 자체 개발했다. 러시아 기술진이 진행한 나로호와 달리 발사체 운용 전 과정도 한국 기술진만으로 수행했다. 누리호는 1.5t 위성을 싣고 지구 궤도 600~800㎞까지 올라갈 수 있는 우주 발사체다. 사업 기간은 2010년 3월부터 2022년 10월까지로, 투입 예산은 1조9572억원이다.

누리호는 300t급 액체엔진(75t 4기 묶음) 1단, 75t 액체엔진인 2단, 7t 액체엔진의 3단으로 구성됐다. 길이 47.2m, 중량 200t의 육중한 몸체로, 들어가는 연료·산화제만 180t이 넘는다. 누리호는 2022년 5월19일 0.2t 성능 검증 위성과 1.3t 더미 위성을 싣고 2차 발사에 나설 예정이다. 이어서 2022년과 2024년, 2026년, 2027년 4차례에 걸쳐 반복 발사를 한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10월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누리호는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저궤도(600~800㎞)에 투입하기 위해 만들어진 3단 발사체이며, 엔진 설계에서부터 제작, 시험, 발사 운용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완성한 최초의 국산 발사체다.

●文 대통령 “목표 완벽 못했지만 700㎞ 고도 올려보낸 것 대단”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누리호 발사에 대해 “아쉽게도 목표에 완벽히 이르지 못했다”면서도 “첫 번째 발사로 매우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 과정을 참관한 뒤 발표한 대국민성명을 통해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초정밀·고난도의 우주발사체 기술을 우리 힘으로 개발해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항공·우주개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강조하며 “2030년까지 우리 발사체를 이용해 달 착륙의 꿈을 이룰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발사체를 우주 700㎞ 고도까지 올려 보낸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우주에 가까이 다가갔다”며 “항공우주연구원과 학계, 300개가 넘는 국내 업체의 연구자, 노동자, 기업인들께 진심으로 존경의 인사를 드린다”고 감사를 전했다.

임혜숙 과기부장관 브리핑 “3단 엔진 조기종료로 위성 임무 실패”
“모든 비행과정 정상적 수행했지만 마지막 연소시간 짧아 속력 못 얻어”

10월21일 발사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목표 고도인 700km에는 도달했으나, 탑재체인 ‘더미 위성(모사체위성)’을 궤도에 올려놓는 데는 실패했다. 실패 원인은 짧은 연소시간 때문으로 파악됐다.이날 오후 7시쯤 누리호의 비행이 모두 끝난 후 열린 브리핑에서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오후 5시에 발사된 누리호의 전 비행과정이 정상적으로 수행됐다”며 “다만 모사체위성이 목표 고도인 700㎞에 도달했으나 목표 속도인 7.5m/s에 미치지 못해 안착하지 못했다”고 공식 발표했다.탑재체가 궤도에 안착하지 못한 것은 3단에 달린 7t급 액체엔진의 작동이 목표대로 521초 동안 연소되지 못하고 475초 만에 조기 종료돼 마지막 순간에 충분한 속력을 얻지 못한 탓이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0월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프레스룸에서 ‘누리호 발사 결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년 5월엔 문제 없도록 보완할 것”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본부장은 “처음에는 1단 점화 이후 엄빌리컬 이륙 엔진이 꺼지고 페어링(발사체 내 탑재물을 보호하는 덮개) 분리, 공중에서 점화되고 위성분리까지 모두 정확한 시간에 됐다”며 “다만 연소시간이 짧아서 궤도에 들어가지 못한 아쉬숨이 있다”고 말했다.이상률 항우연원장은 “1단 연소 종료, 분리, 2단 점화 페어링 분리 등 분리 점화에 대해서는 예정된 대로 사실 다 됐다고 생각했는데, 3단 엔진 연소시간이 부족해서 원하는 속도가 주어지지 않은 것”이라며 “부족한 부분은 조사위원회 및 내부 검토를 통해서 2022년 5월에는 문제가 없도록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도전 의미와 과제-발사체 핵심 ‘단 분리’ 기술력 입증…“마지막 한걸음 남았다”
1·2단, 페어링 성공적 분리·점화 수행…3단 엔진 조기종료로 위성 임무 실패

“중요한 부분을 이루었기에 성공에 무게를 싣고 싶다.”(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성공까지) 한걸음 남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10월21일 오후 7시 전남 나로우주센터. 언론 브리핑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의 미완의 성공을 전하는 관계자들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300t급 클러스터링 엔진 연소·자세 제어 등 까다로운 과제들을 정확히 이행했기에 안타까움이 더했으나 2022년 5월 재도전을 다짐했다.

이날 누리호 3단 엔진은 고도 700㎞에 도달했으나 계획된 521초가 아닌 475초 만에 연소가 조기 종료됐다. 이로 인해 초속 7.5㎞가 나오지 않아 1.5t의 위성모사체를 궤도에 올려놓지 못했다.

●위성모사체 등 남해상 떨어진 듯…가압 시스템 문제·밸브 오작동 추정

발사체 3단과 위성모사체는 호주 남쪽 해상에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관계자들은 엔진 자체 결함이 아닌 탱크 내부 압력 부족, 밸브 오작동 등 다른 원인에 무게를 싣고 있다. 원인 분석에는 수일이 걸릴 전망이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21일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임 장관은 이날 발사 2시간 후 브리핑에서 “금일 발사는 아쉬움을 남겼으나, 국내 독자 개발 발사체의 첫 비행 시험으로서 주요 단계를 모두 이행하고 핵심기술을 확보한 의의가 있다”며 “1단부 비행이 정상적으로 진행됐고 1·2단과 페어링의 성공적 분리와 점화를 통해 단 분리 기술을 확보한 점도 소기의 성과”라고 말했다.

임 장관은 “이는 국내 상당한 발사체 기술이 축적되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정부는 발사조사위원회를 즉시 구성해 3단 엔진 조기 종료의 원인을 규명하고 2차 발사 추진하려 한다”고 밝혔다.

●항공우주硏 “엔진 자체 결함은 아닐 듯”…원인 규명해 2022년 5월19일 재도전

3단 엔진 연소시간이 부족했던 원인을 파악하려면 계측 데이터를 수일간 분석해야 한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본부장은 “(엔진 조기 종료 원인은) 탱크 내부 압력이 부족했거나 종료 명령이 잘못 나갔다든지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다”며 “원격 계측 데이터를 충분히 분석하고 탑재된 모든 밸브와 전자 장비들의 입출력 데이터를 같이 분석해야 결론 내릴 수 있다”고 전했다.

3단의 7t급 액체엔진은 누리호 심장인 75t급보다 10분의 1 정도라 개발이 쉬울 듯 하지만 실제로는 더 까다로웠다. 고 본부장은 “노즐의 확대비 같은 게 75t보다 더 가혹한 조건이라 개발이 어려웠다”고 전했다. 그러나 항우연은 엔진 자체의 결함은 아닐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누리호는 그 자체로 국내 우주기술 발전을 이끈 집합체다. 국내 연구진은 자력으로 75t급 액체엔진을 개발한 데다 이번 발사에서 75t, 4개를 묶은 300t급 클러스터링 엔진을 오차 없이 쏘는 데 성공했다. 또 누리호 발사 초기 엔진시험을 해외에 기대야 했던 상황이었으나 이제는 미국, 러시아와 대등한 수준의 액체엔진 시험설비를 구축했다. 제2발사대 역시 설계부터 조립까지 전 과정을 국산화했다.

오승협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장은 “3단 추진제 시스템에 밸브 40∼50개가 들어가고 7t 엔진에도 자체 밸브나 컴포넌트가 43개 이상이라 하나가 기능을 못해도 원했던 추력을 낼 수 없다”며 “충분히 충전했기에 연료가 부족하진 않았을 것 같고 가압 시스템 문제나 밸브 오작동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고 본부장은 “(발사체) 자세 제어, 처음 적용해본 목표 궤도에 들어가기 위한 유도 알고리즘까지 정확하게 원했던 대로 한 것이 확인됐기에 정말 아쉬운 결과”라고 말했다.

●한국의 우주 도전은 누리호 이후에도 계속돼…2022년말 달 궤도 진입 목표

한국의 우주 도전은 누리호 이후에도 계속된다. 2022년 8월 한국형 달 궤도선(KPLO)이 달을 향해 떠난다. 달 궤도선은 미국 기업 스페이스X를 통해 쏘아 올려져 2022년말 달 궤도 진입을 목표로 한다. 이후 2023년 1월부터 달 상공 100㎞에서 1년간 머문다. 2024년에는 민간 주도로 개발된 첫 고체연료 발사체를 쏜다. 나로우주센터에는 고체연료 발사장을 지어 민간기업에 개방한다. 3.5t급 정지궤도위성인 천리안3호도 2027년 발사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정부는 또 개발 기간이 짧고 저렴한 초소형위성을 2031년까지 총 110여기 개발할 계획이다.

신규 발사체 ‘한번에 성공’ 27% 불과
美 1957년 ‘뱅가드’ 2초 만에 폭발 망신…中 ‘창정-3B’ 경로이탈해 추락·인명피해

온전히 우리 힘으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10월21일 첫 발사에서 탑재체 안착에 실패했지만, 이는 우주 선진국의 선례와 비교하면 고무적인 결과다.우주발사체는 수십만개의 부품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하나라도 제구실을 못하면 발사 실패로 이어지는 사고가 흔하다. 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자체 발사체를 개발해 발사를 시도한 11개국 중 첫 발사에서 성공한 나라는 러시아, 프랑스, 이스라엘, 북한뿐이다.

새로 개발된 발사체의 첫 발사 성공률은 북한을 제외하면 27.2%에 불과하며 북한을 포함해도 36% 수준이다.우주 선진국 미국은 1957년 12월6일 자국 최초의 위성발사체를 실은 ‘뱅가드’ 발사를 시도했지만, 발사 2초 만에 폭발했다. 뱅가드는 탱크와 연료를 분사해주는 인젝터의 압력이 낮아 연소실의 고온 가스가 연료시스템에 들어가는 바람에 사고가 난 것으로 밝혀졌다.미국의 지원 속에 우주 기술을 개발한 일본은 1966년 첫 우주발사체 ‘람다’ 발사를 시도했으나 발사체 제어 시스템 문제로 실패했다.

중국은 탄도 미사일 ‘DF-4’를 개량해 우주 발사체 ‘창정-1’을 만들었으나 1969년 첫 발사에서 이륙 69초만에 오작동이 일어났다. 발사체 1·2·3단 엔진을 각각 영국, 프랑스, 독일이 제작한 ‘유로파’는 1968년 첫 위성 발사 시험에서 실패했다.

1990년대 이후에도 사고는 계속됐다. 유럽이 공동 개발한 ‘아리안5’는 1996년 6월 4일 첫 비행 발사 36초 만에 궤도를 이탈한 뒤 분해됐다. 중국의 ‘창정-3B’는 첫 발사를 시도한 1996년 2월14일 경로 이탈 후 지상에 추락해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러시아 ‘소유즈’도 2002년 연료 펌프 시스템의 과산화수소 오염에 의한 엔진 폭발로 발사 29초 후 폭발했다.

누리호 3단엔진 왜 46초 빨리 꺼졌나 “엔진 아닌 연료주입 계통 오작동 의심”

한국이 독자 개발한 3단형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9월21일 첫 발사에서 모든 비행 과정을 마쳤지만 마지막 위성 모사체 궤도 진입에서 좌절했다. 3단 로켓이 예정보다 46초 빨리 엔진이 꺼졌기 때문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연구원들은 22일 오전 10시부터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회의를 열고 비정상 비행의 원인 분석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3단 로켓 엔진 자체보다는 연료 주입 계통이나 동작 신호를 보내는 전자 계통의 오작동이 가장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누리호는 21일 지구 상공 700㎞ 궤도에 위성을 대신한 알루미늄 덩어리를 진입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1단과 2단 로켓이 정상 작동하고 3단도 정상 고도에서 위성 모사체를 밀어줬지만 진입 속도가 목표한 초속 7.5㎞보다 낮은 6.7㎞에 그쳤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누리호의 7t급 3단 엔진 개발 과정에서 연소 성능을 실험하는 모습.

위성 진입 속도가 목표보다 높으면 궤도 바깥으로 튀어나가고 낮으면 지구로 끌려들어가 대기와 마찰열로 불타 버린다. 모사체를 궤도에 진입시킨 시간도 발사 후 967초가 아니라 917.8초였다. 엔진이 빨리 꺼지고 궤도 진입도 빨랐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위성 모사체가 지구를 한 바퀴도 돌지 못하고 추락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 본부장은 발사 직후 브리핑에서 “비행 전 계산으로 추정할 때 연료가 부족했거나 엔진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1단과 2단 로켓은 연료가 소진되면 자동으로 연소가 멈춘다. 반면 3단은 정해진 고도와 속도에 이르면 연료가 남아도 엔진 중단 신호를 보낸다.

항우연 내부에서는 신호 오류와 함께 연료주입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3단 로켓은 터보펌프로 연료 압력을 높여 엔진 연소실로 주입한다. 이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연료가 덜 들어가고 엔진도 그만큼 빨리 꺼질 수 있다. 오승협 발사체추진기관개발단장도 “연료와 산화제 공급 계통이나 탱크 가압 시스템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3단 로켓은 누리호에서 가장 작은 엔진이지만 정상 작동이 결코 쉽지 않다. 7t급 3단 로켓 엔진은 1단의 75t 엔진보다 힘이 10분의 1이지만 로켓의 크기는 3분의 1이다. 3단은 공기가 희박하고 대기압이 낮은 258㎞ 이상의 높이에서 마지막으로 연소하기 때문에 화염이 옆으로 퍼져 나간다. 이 때문에 화염에 뿜어져 나가는 노즐을 크게 만들어야 한다. 고정환 본부장은 “노즐 등을 고려하면 7t 엔진이 훨씬 더 가혹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누리호 개발진과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3단 엔진 조기 종료의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300개 민간기업 참여…‘K-스페이스 시장’ 열렸다
KAI·한화·현대중공업 등과 협력…지상제어시스템은 中企서 개발

10월21일 첫 발사에서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는 국내 민간 방위산업 기업 300여 곳이 참여한 우주기술의 집약체이다. 비록 위성 모사체를 목표 궤도에 올리는 최종 임무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핵심 기술을 국산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누리호 사업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중공업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민간 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2014년부터 누리호 사업에 참여한 KAI는 300여개 기업이 만든 부품의 조립을 총괄했다. 특히 지난 나로호 1단 추진체의 경우 러시아로부터 들어왔지만 이번 누리호는 KAI만의 기술력으로 1단 추진체 연료 탱크와 산화제 탱크를 제작했다. 현재 경남 사천에 우주기술 개발을 위한 민간 우주센터를 짓고 있는 KAI는 지난 2월 ‘뉴 스페이스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우주산업 기술력 강화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10월21일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발사의 기초가 되는 지상발사대와 발사체에 산화제와 추진체를 주입하는 엄빌리컬 타워를 제작했고, 현대로템은 누리호의 엔진을 점화시켜 발사체의 성능을 확인하는 연소 시험을 진행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의 심장인 75t(톤)급 액체로켓 엔진을 제작했다. 이 엔진은 발사체가 중력을 극복하고 우주궤도에 도달하는 동안 고온·고압·극저온 등 극한의 조건을 견뎌 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한화는 누리호의 가속·역추진 모터와 임무제어 시스템을 개발했다.

핵심 기술인 지상제어시스템과 시험장치 설계 등에는 유콘시스템, 카프마이크로, 우레아텍 등 5개 중소기업이 힘을 보탰다. 유콘시스템은 2014년 지상제어시스템 예비 설계를 담당했고, 이듬해 발사체 지상제어시스템 전체를 제작·설계했다.
 
●사업비 11년간 1조5000억 투입…우주산업 투자 활성화 계기 기대

그밖에도 제조·설계·조립·용접 등에 300여개의 중소기업이 참여한 이번 누리호 사업은 개발부터 발사까지 11년 7개월이 걸렸다. 약 2조원에 달하는 누리호 전체 사업비 중 민간기업에 돌아간 금액이 80%인 1조5000억원에 달한다. 민간기업 집행액이 1775억원에 그쳤던 나로호 개발 때와 비교하면 10배에 가까운 액수다.

이번 누리호 개발 과정은 우리 우주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이번 누리호 개발 과정을 통해 우주 기술을 확보한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기대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누리호 개발을 통해 한화 등 대기업들의 우주산업 진출이 가속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관련 사업에 적극적인 투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1단 분리·모사체 분리… 소식 전해질 때마다 환호와 탄성
글씨 크기 선택전국서 ‘뜨거운 응원’…국민들 TV 지켜보며 안도·기대…당초 예정보다 1시간 발사 지연

10월21일 오후 5시가 가까워오는 시각.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지휘센터(MDC)에 모인 관계자들은 숨이 멎는 듯했다. 순수 국산 발사체 개발의 염원이 집약된 ‘누리호’(KSLV-Ⅱ)가 지상을 박차고 오르기 일보 직전이었다.

“9, 8, 7, 6, 5, 4, 3, 2, 1, 0.”카운트다운이 끝나자 누리호 1단 엔진에 힘찬 불꽃이 튀었다. 누리호가 무서운 기세로 하늘로 치솟았다. ‘운명의 시간’ 16분 7초가 흘렀다. 1단 분리 성공, 페어링 분리 성공 소식이 시시각각 전해질 때마다 맥박이 고동쳤다. 지켜보던 국민들은 감동 속에 박수로 누리호의 비상(飛上)을 응원했다.

이날 누리호는 제2발사대에서 이륙한 지 127초 만에 고도 59㎞에서 1단 엔진 분리에 성공했다. 233초 후 고도 191㎞에서 페어링(탑재된 위성모사체 보호 덮개) 분리도 순조로웠다. 274초가 지나자 고도 258㎞에서 2단 엔진이 모두 연소해 분리됐다. 최종 고도 700㎞에서 3단 추력이 종료되자 위성모사체가 떨어져 나왔다.

위성모사체 분리까지는 문제가 없었으나 아쉽게도 누리호 3단에 장착된 7t 액체엔진이 계획된 521초가 아닌 475초 만에 연소가 조기 종료됐다. 46초가 모자랐다. 이로 인해 초속 7.5㎞에 미치지 못해 1.5t의 위성모사체를 궤도에 올려놓지 못했다.

●‘운명의 16분7초’ 흐르자 큰 박수 “발사 때 울컥…어제 한숨도 못자”이날 누리호 응원 열기는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뜨거웠다. 서울역 대합실에서는 시민들이 발길을 멈추고 화면을 응시했고, 카운트다운 때에는 곳곳에서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쭉쭉 올라가라”고 외치는 이들도 있었다.시민들은 방송 뉴스에 ‘1단 분리 성공’ ‘모사체 분리 성공’ 등 자막이 뜰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웃으며 “떨어질까 봐 조마조마했다”고 말하거나, 발사 순간 울컥하는 이들도 있었다.

누리호 개발을 이끈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서 발사 장면을 지켜본 이들은 특히 감격에 겨웠다. 김대관 항우연 달탐사사업단장은 “부서는 다르지만, 발사 담당 연구원들이 그동안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 아니까… 다들 저처럼 가슴이 뻐근해졌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형 발사체에 탑재된 한국형 인공위성으로 심우주 공간에 진입하는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나로호’(KSLV-I) 개발 때 홍보 업무를 맡은 한 직원은 “저기 현장에 내가 내려가 있어야 할 것 같고, 왠지 기분이 묘해서 어젯밤에 한숨도 자지 못했다”며 “다른 업무를 맡은 직원들도 다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나로우주센터 현장은 누리호가 발사되기까지 긴장의 연속이었다. 점점이 구름이 드리운 쾌청한 하늘 아래서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부터 최종 점검에 온 정성을 집중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의 발사를 참관한 뒤 발사통제관리실에서 연구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발사체 내부 밸브 점검 과정에서 잠시 긴장된 순간도 있었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발사체 내부의 밸브 점검을 위해 지상설비에 여러 시설을 갖춰 놨는데 이 시설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직접 인력을 투입해 확인했다”고 전했다. 다행히 발사체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발사대 주변 인원을 모두 철수한 상황에서 다시 사람을 투입해 점검하다보니 시간이 늦춰졌다.

이로 인해 누리호는 당초 예정됐던 4시보다 한 시간 지연된 5시에 지상을 떠났다.누리호는 2022년 2차 발사 이후 2027년까지 4차례의 추가 발사를 통해 신뢰도를 높이게 된다. 정부는 1차 발사에서의 문제를 보완해 2차 발사를 예정된 궤도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1차 발사는 성공을 확신할 수 없어 수천억원에 달하는 위성 대신 위성모사체를 실었다. 반면 2022년 5월 2차 발사에서는 1.3t 위성모사체와 함께 0.2t의 성능 검증 위성을 탑재하게 된다.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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