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 든 카카오…골목상권서 손뗀다

·간식·샐러드 배달 사업 철수하고 택시 유료 호출도 폐지

카카오가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고 있는 사업에서 철수하고, 30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상생(相生)기금을 조성한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대한 비판 여론과 정부·정치권의 플랫폼 기업 규제 강화 움직임에 사실상 백기를 든 것이다.

카카오는 9월14일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사업에서 철수하고 카카오택시 이용자에게 콜비를 받는 스마트 호출 서비스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택시 기사 유료 멤버십 가격은 9만90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인하하고, 대리운전 기사 수수료도 낮추기로 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골목 상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사업은 순차적으로 모두 접는다”고 말했다.

미용실 예약, 교육 콘텐츠 사업 등도 대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재 158개에 이르는 카카오 계열사도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카카오가 실제로 상생 의지가 있는지, 아니면 당장의 비판을 피하려고 내놓은 대책인지는 앞으로 나올 구체적인 방안을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국 택시 기사 10명 중 9명 이상이 카카오 택시 호출 서비스에 가입하며 시장이 사실상 독점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범수 의장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김 의장 가족이 경영하는 케이큐브홀딩스는 투자회사에서 교육과 인재 양성을 위한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한다. 카카오는 또 국내 사업을 확장하기보다는 해외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전면 전환할 계획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K웹툰·엔터테인먼트 같은 콘텐츠 사업과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카카오의 양대 주력 사업으로 키워 해외에서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것이 김범수 의장의 구상”이라고 했다.

김 의장은 “최근의 지적은 사회가 울리는 강력한 경종”이라며 “카카오와 모든 계열 회사는 지난 10년간 추구해왔던 성장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장을 위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범수 해외서 제3의 창업158개 계열사 정리, 세부계획은 안밝혀

카카오가 14일 내놓은 상생안은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기존 사업 전략을 전면 개편해 카카오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카카오 창업 전부터 ‘CEO 100인 양성론’을 내세웠다. 수직적인 본사와 계열사 관계가 아닌 다양한 창업자들이 카카오그룹 안에서 자율적으로 사업을 펴나가는 전략이었다. 카카오게임즈·카카오뱅크 같은 자회사도 이런 기조 하에 상장하며 몸집을 불려왔다. 그 결과 매년 자회사가 십여 개씩 늘며 올해는 계열사가 158개까지 늘어났다.

내부에서조차 “우리가 이런 사업도 하고 있었냐” “계열사 컨트롤이 안 된다”는 지적이 적잖았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진 뒤 카카오가 한동안 대책을 내지 못한 것도 계열사에 지나친 자율을 부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범수 의장이 “지난 10년간 추구했던 성장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자”고 한 것도 이런 방식을 개편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 김범수의 100CEO 양성책이 초래한 부작용

카카오는 “IT 혁신과 이용자의 후생을 더할 수 있는 영역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겠다”며 “골목상권 침해 논란 사업 등 이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들에 대해서는 계열사 정리 및 철수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했다.

가장 큰 논란을 빚었던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택시가 갖고 있는 사회적 영향력을 통감했다”는 별도 입장과 함께 개편 방안을 내놓았다. 택시 승객에게 돈을 받던 유료 서비스 가운데 ‘스마트호출’을 폐지하고, 택시 기사용 유료 멤버십은 9만90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인하했다.

우선배차 혜택을 주는 기사용 멤버십은 “가입택시에만 콜을 몰아주는 것 아니냐”는 기사들의 불만을 사왔다. 일각에서는 아예 멤버십 자체가 폐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가치 7조~8조원대로, 내년 상장을 추진하던 카카오모빌리티의 계획도 바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상생안이 “예상보다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IT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를 제외한 다른 계열사는 아직 세부적인 상생 계획을 내지 않았고, 승객에게 돈을 받는 스마트호출은 폐지하면서 승객과 택시 양쪽에서 수수료를 받는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 사업은 유지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150개가 넘는 계열사를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정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세부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카카오는 이번 상생안을 내는 과정에서 과감한 사업 철수와 정리를 요구하는 본사와 이에 반발하는 계열사 간의 의견조율에 상당한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들은 “현장의 소상공인들은 우리 서비스가 유지되기를 원한다”며 반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여론이 악화되고 내달 국정감사를 앞둔 정치권과 정부가 잇따라 핀테크·플랫폼 규제 방침을 밝히자 사업 축소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의 사업뿐 아니라 지주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의 금산분리 위반을 이유로 김범수 의장까지 정조준하자 급박하게 상생안을 마련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우선 모빌리티가 상생안을 내놓고 계열사들도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 문어발 확장전략 버리고 해외 신사업 올인

카카오는 앞으로 웹툰 등 콘텐츠와 블록체인을 양 축으로 한 글로벌 비즈니스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플랫폼 독점력을 활용해 내수 시장에서만 돈을 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김범수 의장은 최근 한국에서 사업 확장을 자제하고 해외 사업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주변인들에게 자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카카오는 지난 8월 블록체인과 해외 신사업 진출을 위해 싱가포르에 크러스트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김 회장은 크러스트 설립 당시 자회사 대표들을 불러모아 “제3의 창업을 해서 해외에서 제대로 돈을 벌어보자”고 말했다고 한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현재 카카오 전체 매출에서 해외 사업 비율은 10%도 안 된다”면서 “내수용인 카카오가 해외 시장에서 과연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 제재 움직임에케이큐브, 사회적기업으로 전환

카카오 2대 주주(10.59%)로 사실상 지주회사 격인 케이큐브홀딩스가 사회적기업으로 전환된다. 이 회사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100% 지분을 갖고 있다. 회사에 근무 중인 김 의장의 두 자녀도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김 의장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케이큐브홀딩스가 ‘지정 자료’ 신고를 누락하거나 허위로 신고했다고 보고 있다. 지정 자료는 공정위가 매년 기업집단 총수로부터 받는 계열회사·주주·임원 등에 대한 현황 자료다.

공정위는 카카오가 금산분리 원칙을 위반했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이다. 금산분리 원칙은 금융회사를 제조업 등 비금융회사(산업자본)가 지배하는 것을 막고, 거꾸로 금융회사가 비금융회사를 지배하는 것도 제한한다. 예컨대, 그룹 내에서 일부 계열사가 부실해질 경우 계열 금융사가 계속 자금 지원을 하는 경우 등을 막기 위한 것이다.

경영컨설팅 업체였던 케이큐브홀딩스는 2020년 사업 목적에 금융업을 추가하며 금융회사로 성격이 바뀌었다. 금융사인 케이큐브홀딩스가 비금융사인 카카오를 지배하는 셈이다. 공정거래법은 금산분리 위반에 대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케이큐브홀딩스 측은 사업목적에 금융업을 추가하는 것이 금산분리 원칙 위반이 될지 몰랐다는 입장이다. 이자·배당 수익 등이 매출에 잡히지 않는 문제 해결을 위해 금융업을 추가한 것이고, 실제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여신·수신 행위를 한 것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즉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실제 금산분리 위배 등에서 김 의장 측의 고의가 있었는지가 제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2020년 2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에 대해 “계열사 지정 자료를 누락했다”며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은 “고의성이 없다”고 보고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공정위 관계자는 “여·수신 행위를 했느냐가 아니라 그룹 지배력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금융을 이용했는지가 조사의 핵심”이라며 “오늘 상생안과 별개로 실제 케이큐브홀딩스가 어떤 모습으로 변모하는지 지켜보며 조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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