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집값 우려에 기준금리 0.5→0.75%로…초저금리시대 마감

15개월 만에 금리인상 단행…‘11월 추가 인상 나설 것’ 관측…이주열 “금융불균형 해소 첫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5개월간 지속한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연 0.75%로 결정하고, 연내 추가인상 가능성도 강하게 시사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가계신용 잔액이 1800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심각한 상태이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서 한은(韓銀)이 결국 긴축 카드를 빼든 것이다. 경기 부양보다는 금융 불균형 해소로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겼다고 볼 수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8월26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현재 연 0.5%인 기준금리를 0.75%로 인상 의결했다. 금통위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를 우려해 2020년 3월17일 1.25%였던 금리를 0.75%로 0.5%포인트 낮추는 ‘빅컷(big cut)’을 단행했고, 같은 해 5월 추가로 0.25%포인트 금리를 낮춘 뒤 지금까지 15개월간 동결했다. 금리 인상만 놓고 보면 1000일 만이다. 한국은행은 2018년 11월 당시 1.5%였던 금리를 1.75%로 올린 후 지금까지 한 번도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금리 인상의 배경으로는 미국을 중심한 글로벌경제의 회복세 지속과 미국의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돌입 가능성, 물가 상승 압력 가중 등이 꼽힌다.


한은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제한적이라고 판단하고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5월과 동일한 4%로 유지했다. 반면 물가는 심상치 않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지난 5월보다 0.3%포인트 오른 2.1%로 전망했다. 한은 관리 기준인 2%를 넘는다.무엇보다도 이번 금리 인상은 가계 부채 증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금융 불균형 문제 해소에 초점을 맞췄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금융) 불균형 해소에 역점을 두고 금리를 인상, 정상화하는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각종 규제에도 대출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권에 주택담보·신용 대출 등을 ‘창고관리’ 수준으로 강하게 압박, 일부 은행이 대출을 중단했다. 이처럼 가계 부채와 자산가격 급등 등 금융 불균형 문제가 심각해지자 한은도 금리 인상을 더 늦추긴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다만 0.25%포인트 인상으로 불균형 문제가 해소되기는 어려운 만큼 한은이 연내 추가로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도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지만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10월 금통위 회의에서 경제 상황을 평가하고, 11월 추가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가계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에서 대출을 받은 서민들의 이자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지난 6월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705조원으로, 이 중 예금은행의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72.7% 수준이다. 산술적으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이자 부담은 3조1000억원 늘어난다.

초저금리 기조 속 넘치는 유동성이 부동산 등 자산시장 과열 부추겨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코로나19)발(發) ‘초저금리 시대’도 막을 내렸다.
코로나19 확산 속 2020년 5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린 뒤 1년 3개월간 이어진 ‘동결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기준금리 인상만으로 따지면 2018년 11월(1.5%→1.75%) 이후 2년 9개월 만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지만 최근 코로나19의 거센 확산세로 인해 인상 시점에 대한 전망은 엇갈렸다. 실제 이날 금리인상 결정에도 금리동결 소수의견(주상영 위원)도 등장했다.

그럼에도 한은이 통화정책의 방향타를 튼 것은 누적된 금융불균형 때문이다. 초저금리 기조 속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이 부동산 등 자산시장 과열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의 집값 급등도 금리 인상 압력을 키웠다.

가계 빚 증가세는 걱정스러운 수준이다. 한은에 따르면 2021년 2분기 가계 빚은 사상 처음 1805조원을 돌파했다. 증가 규모나 속도도 거침없다. 최근 1년간 늘어난 가계 빚만 168조6000억원이다. 증가 폭으로도 사상 최대치다. 초저금리 기조를 등에 업은 가계가 2020년부터 대출을 늘리며 주식·부동산·암호화폐 등에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을 끌어모아 투자)’을 이어온 영향이다.

백신 접종의 확대 속 세계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국내 경제가 올해 4% 성장률을 기대할 만큼 상황이 개선된 점도 한은이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었던 요인으로 꼽힌다. 물가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 한은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 5월과 동일한 4.0%로 전망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로 전망해 기존 예상치보다 0.3%포인트 올려잡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르면 2021년 말부터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면서, 향후 통화정책 결정을 둘러싼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필요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국내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당분간 2%를 상회하는 오름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라며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코로나19의 전개 상황 및 성장·물가 흐름의 변화,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최근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시그널(신호)’을 시장에 끊임없이 보내왔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6월 기자회견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연내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 있게 정상화해 나가겠다”며 사실상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못박았다. 지난 7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고승범 위원)도 등장했다.
가파른 집값 상승세에 부담을 느껴온 정부도 금리 인상에 무게를 실어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7월28일 부동산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금리가 오르면 주택 가격이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팽팽하게 엇갈렸다. 델타 변이로 인해 7월부터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50일 넘게 1000명대에 머물면서 실물 경기 위축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 자산 거품빼기 첫발 뗐다

한국은행이 8월2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사상 최저인 연 0.5%로 유지하던 기준금리를 0.75%로 인상했다. 코로나 충격 완화를 위해 2020년 5월 이후 1년 3개월째 유지했던 초(超)저금리 기조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아주 이례적인 완화(저금리 상황)가 1년 반 정도 지속되다 보니 차입(대출)에 의한 과도한 수익 추구 행위(투자)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제는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하며 이는 이번 조치 한 번으로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초저금리 시대를 벗어나 금리 인상기로 접어든다는 신호라는 측면에서 부동산과 주식 등 투자, 기업 활동 등 실물경제뿐만 아니라 경제 심리 측면에서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2018년 11월(1.5%→1.75%) 이후 2년 9개월 만이다.

한은은 국내외 경제가 코로나 백신 접종 확대로 회복세를 보인다고 판단하고 경기 부양보다는 18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와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의 ‘거품’에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경기 회복세, 물가상승, 금융 불균형 심화 등 3가지를 금리 인상의 근거로 들었다. 금융 불균형은 부채 급증,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의 과도한 상승 등 위험 요인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가계부채는 지난 6월 말 1800조원을 돌파했다. 사상 최대 규모인 데다, 빚더미가 불어나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2020년 초 1600조원 수준이었는데 급격하게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피해가 큰 자영업자 대출이 800조원을 넘어섰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장 금리가 따라 오르면서 이자 부담이 커지게 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 올라가면 은행 가계대출 연체액은 최대 5조4000억원 늘어날 수 있다.


한은 금통위는 8월26일 기준금리 인상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1800조원을 넘어선 가계 대출과 부동산 가격 상승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준금리 인상)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주열 총재는 이번 금리 인상에 대해 “누적된 금융 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첫발을 뗀 것”이라고 했다. 연내 10월, 11월 두 차례 남은 통화정책 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시장 전문가들도 연내 추가 인상이 단행되리라고 전망하고 있다. 외국계 투자은행인 JP모건은 이날 보고서에 “한은은 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됐음을 시사했다. 한은의 점진적 통화정책 정상화(기준금리 인상)가 계속되고 오늘 11월과 내년 하반기에 0.25%포인트씩 추가 금리 인상을 해 내년 말 금리가 1.25%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한은은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인한 경기 회복 지연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총재는 “지난해 유행에 이은 학습효과로 소비 감소 폭이 적어 충격이 덜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급증한 가계 대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빠른 편이다. 소득 수준이 높은 경제 강국을 의미하는 ‘30-50클럽(국민소득 3만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 7국 중에 첫 테이프를 끊었다.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높고 경기 과열 우려까지 나오는 미국 등 주요국도 저금리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돈 풀기 축소보다는 경제 회복 지원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주요국과 다르게 부동산 가격 급등과 가계 부채 급증이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해 저금리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은은 보고 있다.
코로나 지원금 등으로 정부와 중앙은행이 푼 돈이 가계의 잉여저축으로 많이 쌓인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가계부채가 크게 불어나 있다. ‘임대차 3법’ 등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오르자 있는 대로 빚을 끌어다 ‘패닉 바잉’(부동산이 더 오를까 두려워 급하게 집을 사는 것)을 하는 이들도 늘었고 이른바 동학개미 운동으로 ‘빚투(빚 내서 투자)’가 유행처럼 번지며 신용대출도 급증한 상황이다. 지난 2분기 기준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 부채가 약 93%로 선진국 평균(약 75%)보다 훨씬 높다.

●금리 인상기 접어들었다는 신호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여러 차례에 걸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기준금리 제도가 1999년 도입되고 나서 카드 사태 이후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등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기가 있었는데, 한은은 당시 1~2년에 걸쳐 기준금리를 1.25~2%포인트 올렸다. 한 차례 인상으론 효과가 없고 1%포인트 이상은 올려야 통화정책의 효과가 나타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26일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발표 후에도 코스피는 0.6% 정도 하락하는 데 그치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오히려 상승(원화 가치 하락)하는 등 시장의 반응은 미미했다. 시장이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해 이를 가격에 미리 반영해두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계 부채가 사상 최대로 불어난 가운데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올라가면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이 늘며 경제에 오히려 충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거듭되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큰 피해를 본 자영업자는 ‘빚의 무게’에 짓눌려 코로나가 진정되고 나서도 재기가 어려워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1분기 기준 자영업자 대출은 831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늘어나 있다. 증가율이 전체 가계 대출 증가율의 약 2배 수준이다.

●자영업자 이자 부담 증가 우려

한은은 금리 인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하지만, 코로나 피해가 커지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에게는 이자 부담 증가 등이 우려된다. 한은은 이에 대해 “취약 계층 지원은 기본적으로는 재정의 역할”이라고 했다. 자영업자의 지원은 재난지원금 지급 등 재정 수단으로 보완하고 한은은 ‘거품 꺼뜨리기’에 더 집중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푸는 등 4차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지원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한은이 가계 부채와 자산 가격 거품을 겨냥해 성급하게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가 확산되고 정부가 재난지원금 지급을 앞둔 가운데 기준금리를 올리면 지원의 효과가 상쇄된다”며 “금융 당국도 은행을 통해 가계 대출 억제에 나선 상황이라 대출의 실수요자가 불필요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보완책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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