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뒤흔든 카카오뱅크

확실한 주인 있는 최대 금융사 탄생…기존 금융사 역차별 논란

“IT 공룡이 만든 은행이 금융 대장주가 되다니… 정체된 금융 산업에 메기 역할을 한다더니 대형 식인 상어가 탄생한 것 아닌가.”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카뱅)가 상장한 8월6일 한 금융회사 임원은 “IT 재벌이 1등 금융사가 되어버렸다. 큰 위기감을 느낀다”며 이같이 말했다. 카뱅은 상장 첫날 30% 올라 상한가인 6만9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33조1620억원으로 1등 금융사였던 KB금융(21조7052억원)을 단숨에 넘어섰다.

카뱅은 김범수 의장이 대주주인 IT(정보기술) 대기업 카카오가 지분 27%를 보유하고 있다. 특례법인 ‘인터넷 전문은행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비(非)금융기업이 은행 지분을 10% 넘게(의결권은 4%)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금산(금융-산업자본)분리 규제를 받지 않는다. 경영권을 위협받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지분을 보유한 ‘확실한 주인이 있는 대형 은행’이 탄생한 것이다. 금산분리 규제에 묶여 확실한 주인없이 금융 당국의 눈치를 보는 다른 은행들이 ‘역차별 논란’을 제기하는 이유다.

  • 김범수는 되고 이재용은 못하는 은행업

카뱅 출범 당시 인터넷 전문은행법 마련에 참여했던 금융 당국 관계자는 “당시 인터넷 은행에만 특혜를 주는 데 대한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역사가 긴 거대 은행과 맞서봤자 지점 없는 은행은 틈새 공략 정도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해 비교적 신속히 법이 통과됐다”라고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4년 동안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잘나가는 IT 스타트업 정도로 여겨졌던 카카오는 2019년 자산 규모 10조원을 넘어서며 대기업에 지정됐고, 카뱅은 상장과 동시에 시총 기준 최대 금융사가 됐다. 김범수 의장은 지난달 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제치고 한국 부자 1위에 올랐다.

이른바 카카오그룹은 시총이 100조원을 넘고 계열사가 102개에 달하는 거대한 기업집단이다. 이 중엔 분기 거래액이 24조원에 달하는 간편 결제 1위 기업 카카오페이, 한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를 소유한 두나무 등 몸집 큰 금융 계열·관계사가 적지 않다.

  • 금산분리 규제에 묶인 금융사들의 역차별논란

그럼에도 금융규제에서만큼은 카카오가 ‘상어’가 아니라 ‘메기’ 대접을 받고 있다. 기존 금융사들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는 흐름과는 정반대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이른바 ‘삼성생명법’(개정 보험업법)은 삼성생명 등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을 취득 당시 가격이 아닌 시가로 평가, 이를 기준으로 자산의 3%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8.51%) 중 6% 이상을 매각해야 한다.

카뱅처럼 ‘주인’이 확실한 금융사는 중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더 과감한 혁신에 나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대차그룹이 대주주인 현대카드가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보다 PLCC(특정 브랜드를 내세운 신용카드) 등 신사업 전략을 과감하게 밀어붙인 것이 대표적 사례다. 반면 지분이 분산돼 전문경영인이 단기 실적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은행 계열 금융사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혁신을 도모하기가 쉽지 않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인터넷 은행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 때도 증권·보험업보다 느슨한 심사를 받는다”며 “IT 계열 금융사와 기존 금융사의 불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카뱅 초대 공동 행장을 지낸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역차별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더 깊은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IT 기반 1등 은행 탄생을 계기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한국의 금산분리 제도를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카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하향 평준화시키지 말고, 기존 금융권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금산 분리를 융통성 있게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뱅, ‘주수입원고신용자 대출 경쟁력···수익성·건전성 선순환이어갈까
마이너스통장 금리 시중은행 대비 최대 0.76%p 높아···중금리대출 증대 전략

카카오뱅크가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마이너스 통장’(마통) 금리를 크게 올렸다. 금융당국 지도에 맞춰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카뱅이 그간 수익성과 건전성 ‘두마리 토끼’를 잡는데 핵심요인이었던 고신용자 신용대출을 확대하기 어려워지자 금융권에서 진짜 실력 발휘는 지금부터란 관측이 나온다. 중·저신용자 대출에 대한 위험(리스크) 관리의 성공 여부에 따라 경영 실적도 판가름 날 것이란 전망이다.    

8월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뱅이 6월 중 신규로 취급한 개인 신용 1∼2등급 대상 마이너스 통장 금리는 연 3.62%를 기록했다. KB국민은행(3.30%), 우리은행(3.27%), 하나은행(3.14%), 신한은행(2.94%), NH농협은행(2.86%) 등 5대 시중은행보다 높은 수준이다. 금리가 가장 낮은 NH농협은행과는 0.76%포인트 차이다. 

카뱅의 1~2등급 마통 금리는 그간 시중은행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2020년 11월까지만 해도 2.8%로 국민·하나은행보다 낮았다. 하지만 2021년 1월 시중은행 대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오르더니 그 격차가 더욱 커졌다. 마통은 은행이 신용도에 따라 대출 한도와 이자율을 결정하는 신용대출의 일종이다. 요구불계좌에 신용대출 한도를 설정해 필요할 때마다 자유롭게 상환 또는 재대출이 가능한 상품이다.

금융당국은 올 초 카뱅에 4등급 이하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대출을 늘리라고 주문했다. 카카오뱅크는 당국의 권고를 따르기 위해 고신용자 대출금리를 올리고 한도는 축소했다. 반면 중저신용자 금리는 내리고 한도는 확대했다. ‘중신용플러스대출’과 ‘중신용비상금 대출’ 등 새 상품도 출시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중금리대출 비중을 작년 말 대비 두 배인 20.8%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카뱅이 그간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배경은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이다. 고신용자 마통 금리를 시중은행보다 낮춰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카카오뱅크 플랫폼 편의성이 더해지면서 ‘MZ세대’들을 중심으로 신용대출 규모가 증가했다. 

특히 2020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 ‘빚투(빚내서 투자)’ 현상 심화는 신용대출 급증으로 이어졌다. 이에 카뱅 신용대출 잔액은 2020년 말 대비 약 28%(3조1733억원) 크게 늘었다.

자료=은행연합회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은 약 14% 늘어나는데 그쳤다. 카뱅 성장 속도가 두 배 더 빨랐던 셈이다. 그 결과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당기순익이 1년 전 대비 7배 넘게 오른 1136억원을 기록했다. 

고신용자대출은 카뱅이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작년 카뱅의 전체 여신 중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0.22~0.26%를 유지했다. 5대 시중은행이 0.28~0.44%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연체율도 0.2~0.23%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카뱅 고신용자 대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자 비판에 직면했다. 금융당국은 당초 중·저신용자(4~6등급)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대출’ 확대를 목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허가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의 2020년말 기준 4등급 이하 중·저신용자의 대출 비중은 10.2%에 그쳤다. 이에 금융당국은 카뱅에 설립 취지를 지키라며 중금리대출 확대를 요구했다. 

  • 리스크 관리 실패시 이익도 감소 가능성···”CSS로 성장 이어간다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 경쟁력이 떨어진 카뱅은 중금리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로 향후 경영실적이 좌우될 전망이다.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늘리면 그만큼 원리금을 받지 못할 부담도 커진다. 부실이 늘어나면 대손충당금이 늘어나 당기순익 감소로 이어진다. 더구나 기준금리 상승으로 고신용등급의 MZ세대에 내준 대출도 부실이 발생하면 은행 전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카뱅은 수익성·건전성 선순환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신용평가모델(CSS)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중·신용자들은 금융거래 내역이 고신용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 금융 데이터만으로 구체적이고 변별력 있는 대출 심사를 하기에 한계가 있다. 이에 카카오뱅크는 CSS에 이 통신 3사가 보유한 통신료 납부 정보, 통신 과금 서비스 이용 정보 등 통신 정보도 추가했다. 한국신용데이터와 손잡고 개인사업자 전문 신용평가회사 설립도 결정했다. 

올해 출발은 좋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새 CSS 적용한 후 중·저신용자 대출이 빠르게 늘었다. 최근 저축은행 연계대출, 증권사 계좌 개설 서비스로 수수료 이익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되면 그만큼 수익성을 방어하는데 있어 유리하다. 기업공개(IPO) 흥행도 중금리대출 확대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카뱅은 신주 발행을 통해 총 2조5526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에 성공했다. 충분한 자본여력은 적극적인 영업에 발판이 될 전망이다.

카카오뱅크가 코스피에 상장된 8월6일 서울 여의도 KRX한국거래소 전광판에는 카카오뱅크 상장 관련 문구가 나타나고 있다. /카카오뱅크

카뱅 관계자는 “중금리대출 비중을 높여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1~2등급 고신용자들에 대한 마통 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라면서 “지난 3년 동안 카카오뱅크는 충분히 성장 가능성을 봤기 때문에 중금리대출 확대로도 수익성·건전성 모두를 챙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주먹구구식 가산금리… 은행별로 최대 4%p 차이 난다

대출 조절 명목으로 고무줄 책정…소비자 이자 부담만 늘어날 우려

신용대출 금리에 반영되는 가산금리가 은행별로 최대 4%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가계 대출 증가세를 조절하라는 금융 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이 주먹구구식으로 가산 금리를 책정해 올리다보니,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월9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7월 기준 가산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지방은행인 전북은행(6.66%)이었고 가장 낮은 곳은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2.23%)이었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와 가산금리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가산금리에는 각종 비용과 함께 각 은행의 정책적인 판단이 반영된다. 전북은행은 중·저신용자 고객에게, KDB산업은행은 고신용자 고객에게 주로 신용 대출을 해줬고, 자금 조달 여건도 달랐기 때문에 가산 금리 격차가 4.43%포인트까지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자금 조달 여건이나 고객군이 비슷한 4대 시중은행 간에도 가산 금리 차이가 벌어진 것은 비정상적이란 지적이다. 하나은행의 가산 금리는 4.06%인 반면 우리은행은 2.5%였다. 1.56%포인트 차이가 난 것이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가산 금리는 각각 3.34%, 3.07%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산 금리 결정은 은행의 자율적 판단이지만, 금융 당국이 대출 억제를 위해 가산 금리 인상을 암묵적으로 용인하자 은행들이 ‘이때다 싶어’ 금리를 올린 경향이 있었다”고 했다.

금융 당국은 2019년 가산 금리를 주먹 구구식으로 운영한 은행들에 무더기로 경고를 주기도 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은 물론 NH농협은행과 IBK기업은행, 씨티은행, SC제일은행 등도 ‘경영 유의’ 통보를 받았다. 올해 4월에는 수협은행이 가산 금리 책정이 불합리하다는 이유로 금감원의 경고를 받았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금리 자체는 금융사가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금리가 높은지 낮은지를 두고 문제삼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기 때문에 가산 금리 동향도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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