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守岩칼럼> 기업을 향한 중국의 ‘관심법’

법치와 민주주의 배제된 ‘정치자본주의’ 中에서 민간의 역할은 ‘새장 속의 새’

『홀로 선 자본주의』의 저자 미국 경제학자 브랑코 밀라노비치에 따르면 중국은 ‘정치 자본주의’ 체제이다. 생산과 고용을 민간이 책임진다는 점에서 자본주의이기는 하다. 그러나 정치권력이 민간을 ‘자의적으로’ 통제한다는 점에서 정치 자본주의다. 법치와 민주주의는 배제된다.

중국의 첫 5개년 계획을 입안한 천윈(陳雲)은 민간의 역할을 ‘새장 속의 새’에 비유했다. 그 새장을 설계·관리하는 것은 정치권력이다. ‘기업가’라는 새는 그 새장을 벗어날 수 없다. 정치권력은 언제든 새의 먹이를 빼앗을 수 있다. 법도 기업가를 보호하지 못한다. 중국에도 법은 있지만, 정치권력은 언제든 그 법을 무시할 수 있다. 당연히 새장에 갇힌 새는 정치권력에 고개를 숙여야 한다. 그 권력이 다른 새보다 자신에게 더 많은 모이를 주도록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부패는 정치자본주의의 본질이다. 실제로 정치 자본주의의 희생물들이 생겨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스마트폰 앱 마켓들을 상대로 ‘중국판 우버 서비스’ 디디추싱(디디 글로벌)의 앱을 제거할 것을 명령했다. 개인정보 수집과 사용에 대한 심각한 위반을 이유로 들었다. 중국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이 7월2일 전격적으로 차량 호출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에 대한 안보 조사 개시를 선언한 뒤 이틀 만인 4일 제재 조치가 나온 것이다.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은 “국가안보법과 인터넷(사이버)안보법을 바탕으로 국가 데이터 안보 위험 방지, 국가 안보 수호, 공공이익 보장”을 조사 이유로 내세웠다.

중국 당국이 ’IT 공룡‘ 기업에 대해 이례적으로 국가안보 문제로 조사했다는 점에서 시장 일각에서는 디디추싱이 알리바바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디디추싱은 6월30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디디추싱은 공모가를 14달러로 책정하며 기업공개(IPO)를 통해 약 44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7월2일 종가를 기준으로 디디추싱의 시가총액은 무려 2,978억달러 (약 338조원)을 기록했다.

불과 한 달 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중국의 인기 쇼핑앱 샤오훙수(小紅書)의 소셜미디어 계정이 1989년 톈안먼(天安門)사태 기념일인 6월4일 마이크로블로그 플랫폼 웨이보(微博)에 “크게 말해봐: 오늘이 며칠이지”라는 게시물을 올린 뒤 차단됐다. 1400만명의 팔로워를 가진 샤오훙수의 웨이보 게시물은 신속하게 삭제되고 법과 규정 위반으로 조사받고 있다는 메시지로 대체됐다. 샤오훙수 측은 이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샤오훙수의 이같은 게시물이 톈안먼사태(6·4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언급하려 한 것인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이 문제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게시물은 톈안먼사태 기념일과 아무런 관련도 없다고 말했다. 샤오훙수는 정기적으로 SNS에 똑같은 질문을 던져왔고 단지 이번 게시가 톈안먼사태 기념일을 맞아 게시됐을 뿐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거대 인터넷기업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지원을 받는 샤오훙수는 전자상거래 부문에서 ’중국의 인스타그램‘으로 불려왔으며 젊은 중국 도시 여성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다.

6월4일은 금요일인 동시에 톈안먼 사태가 발생한 지 32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중국 당국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톈안먼 사태를 ‘1980년대 말 발생한 정치 풍파’로 부르는 등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해 한다.
업체의 의도는 애초부터 고려 대상이 아니다. 하필 6월4일에 “오늘이 무슨 날이냐”고 물어 톈안먼 사태를 떠올리게 할 우려가 있자 바로 제재에 들어간 것이다. 샤오훙수 웨이보 계정을 삭제한 데 이어 CAC가 내사까지 착수했다.

공산당 체제보호 위해 기업 압박마윈 등 빅테크 기업의 수장들 퇴출

중국 남송(南宋)의 재상 진회(秦檜) 부부는 명장 악비(岳飛) 장군을 제거할 음모를 꾸민다. 금나라를 물리친 악비가 백성의 영웅으로 떠오르자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금나라와 굴욕적인 강화를 추진하던 그에게 악비의 존재는 눈엣가시였다. 진회는 악비를 모함해서 죽인 뒤 그의 목을 적국인 금나라로 보냈다. 진회는 주위에서 “악비가 무슨 죄를 지었느냐”고 묻자 “막수유(莫須有)”라고 말했다. ‘아마도 그런 일이 있었을 것’이란 뜻이다.

1100년 전 후고구려 왕 궁예는 ‘미륵불의 현신’을 자처했다.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나라를 세웠으나 권력을 잡은 뒤 폭군으로 변하고 말았다. 그때 학정(虐政)의 도구로 삼은 비책이 관심법(觀心法)이다. ‘네가 마음속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알고 있다’는 것이다.

남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관심법은 말 그대로 타인의 속마음을 읽어내는 기술이다. 그는 처단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자기 멋대로 상대의 생각을 재단해 죽였다. 황후까지도 궁예의 관심법에 걸려 두 아들과 함께 처참하게 죽임을 당했다.

궁예의 ‘관심법(觀心法)’이 현대에 들어 중국 공산당에서 부활한 것일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등을 통해 대내외에 내보이던 공산당 체제의 자신감은 찾아볼 수 없다. 중국이 자처하는 ‘대국(大國)’과 거리가 너무 멀어 보인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하에서 공산당 체제 보호를 위한 기업 압박의 강도가 더 거세지고 있다. 공산당의 표적이 된 대표적 인물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阿里巴巴)의 창업자 마윈(馬雲)이다. 마윈은 중국 금융규제의 후진성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당국의 눈 밖에 났다. 이후 알리바바의 핀테크 자회사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는 취소됐다. 알리바바는 반독점 과징금 182억 위안(약 3조2000억원)도 부과받았다. 심지어 앤트그룹 국유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기업을 경영할 마음이 남아 있으면 이상할 듯싶다.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젊은 대표들이 최근 회사 경영에서 손을 떼는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짧은 동영상을 공유하는 소셜미디어 틱톡(Tik Tok)을 만든 바이트댄스(北京字節跳動科技) 창업자 장이밍(張一鳴)은 오는 연말 CEO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창업 5∼6년 만에 ‘중국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타오바오(淘寶)와 1, 2위를 다툴 정도로 회사를 키운 핀둬둬(拼多多) 창업자 황정(黄峥)도 지난 3월 CEO를 그만두고 경영에서 손을 뗐다. 중국 최대 빅테크 기업 알리바바의 마윈이 공산당으로부터 당한 것을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순 없었을 터이다. 공산당의 ‘관심법’이 언제 자신들을 겨냥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중국 진출 외국기업까지 타깃한국 기업도 희생양 가능성 배제하지 못해

문제는 중국 공산당의 ‘관심법’ 대상이 외국기업까지 확대될 것이란 점이다. 중국은 6월10일 미국 등 서방 제재에 참여한 기업 등에 대해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반(反)외국 제재법’을 제정한 뒤 즉각 시행에 들어갔다.

법률에 따르면 당국은 외국 제재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개인이나 조직뿐 아니라 개인의 가족, 개인이 고위직을 맡은 다른 조직과 그 조직의 고위직 인사 등도 제재가 가능하게 했다. 사실상 ‘연좌제(連坐制)’나 다름없다. 제재조치로는 중국 내 자산 압류·동결, 손해배상 청구소송 제기 등에 더해 ‘기타 필요한 조치’도 취할 수 있다고 했다. 모호하기 그지없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耳懸鈴 鼻懸鈴)’인 셈이다. 공산당의 ‘관심법’에 따라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중국에 진출한 기업은 자산을 빼앗기고 거액의 손배소까지 당하게 된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7월1일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외부 세력이 괴롭히면 강철 만리장성에 머리가 부딪혀 피가 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중화민족이 당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시 주석은 이날 톈안먼 성루에 올라 연설하며 “중국 인민은 어떤 외래 세력도 우리를 괴롭히고 압박하고 노예화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망상을 하는 사람은 14억 중국 인민이 피와 살로 건설한 강철 장성 앞에서 반드시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과 모든 분야에서 경쟁하는 미국을 특히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앞서 시 주석은 6월29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7·1 훈장’ 수여식에서 “장차 개인의 나는 없다. 인민을 위해 살겠다(我將無我 不負人民·아장무아 불부인민)”라고 선언했다. 당장 시 주석이 ‘장기집권’의 뜻을 내비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2019년 3월 이탈리아 방문 당시 주석 당선 소감을 묻는 질문에 같은 대답을 한 뒤 2년 만에 다시 꺼내 들었다. 인민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단순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지만, 당시에도 관영매체들은 시 주석의 ‘무아(無我)’ 표현에 대해 ‘공산당원에게 ‘무아’는 종교가 말하는 희생보다 훨씬 높다’는 의미 부여를 했다.

시 주석이 공산당 창당 100주년에 즈음해 다시 ‘무아’라는 표현을 쓰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쑹융이 교수는 “고대 황제들이 ‘짐은 곧 천하’라고 한 것처럼 ‘무아’란 작은 나(개인)는 없고 큰 나(공산당)만 존재한다는 의미와 같다”며 “시진핑은 마오쩌둥(毛澤東)의 옛길을 걸으며 국가 체제 위에 군림하고 권력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시 주석을 뒷받침하기 위한 중국 공산당의 체제 보호를 위한 탄압은 전방위적으로 펼쳐질 수 있다.

더구나 미·중(美中) 갈등 상황에서 중국이 외국기업에 어떤 이유로 보복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특히 미·중 간 교류가 많은 한국 기업이 희생양이 될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다. 우리는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에서 중국의 어이없는 행태를 확인한 바 있다. 중국은 ‘한한령(限韓令: 한류 제한령)’을 공식적으로 한 적 없다면서도 보복을 지속하고 있다. 이제 형식적으로 외국 정부와 기업에 보복할 수 있는 법까지 마련했으니 더 노골화할 가능성이 크다.

고대 중국의 한비자韓非子)는 인치(人治)를 경계하고 법치(法治)를 강조했다, 법은 절대권력인 제왕조차 재량권을 남용해서는 아니 되는 만인공유(萬人共有)의 율(律)이다. 그런데 그 법도 만인공유의 율이 아닌 마음으로 보는 관심법을 적용한다면 어찌 법치라 할 수 있겠는가.

세계경제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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