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세대교체 쇄신 바람 몰고 온 첫 MZ세대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

36세 당 대표 탄생…보수 유권자 정권교체 열망 크게 작용…李 “지상 과제는 대선서 승리”

제1야당 국민의힘이 6월11일 36세 이준석 후보를 신임 당 대표로 선택하며 한국 정치사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 주요 정당에서 30대 당수가 탄생한 것은 헌정(憲政) 사상 처음이다. 특히 서열·계파 문화가 뿌리 깊은 보수 정당에서 젊은 지도자가 탄생함에 따라 국민의힘은 물론 정치권 전반에 세대교체 바람과 함께 혁신 논쟁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체제 등장은 9개월 앞으로 다가온 20대 대통령선거의 판도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서 당원 투표(70%)와 일반국민 여론조사(30%) 득표를 합해 9만3392표(43.8%)를 얻어 1위에 올랐다. 2위인 나경원 후보(37.1%)와의 격차는 6.7%포인트였다. 이어 주호영(14.0%), 조경태(2.8%), 홍문표(2.2%) 순이었다.

이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우리의 지상과제는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이라며 “다양한 대선주자 및 지지자들과 공존할 수 있는 당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젊은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관대해져야 하고, (문재인정부) 심판을 위해서는 변화하고 자강해서 우리가 더욱 더 매력적인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야권 통합을 중시한 중진 후보들과 달리 당의 자강론에 힘을 실었다. 당직 ‘경쟁 선발’ 방침을 내세우며 당의 변화를 예고했다.

▲ 국민의 힘 이준석 신임 대표(36)가 6월11일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선 확정 뒤 당기를 흔들고 있다. ‘0선’의 이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역대급 흥행을 주도한 끝에 헌정 사상 최초로 30대 당수 자리에 올랐다.  

전통적으로 안정을 중시하는 당원과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이 대표를 선택한 데는 정권교체에 대한 절박감과 위기의식이 작용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몰락 수순을 밟으며 ‘궤멸’ 위기에 몰린 국민의힘은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를 통해 겨우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냈다. 지난 재보선 승리를 통해 변화와 중도층 흡수 없이 대선 승리가 어렵다고 판단한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판 갈이’를 위해 30대 당수 시대를 연 셈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대로는 정권을 탈환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토대로 수권정당의 면모를 갖춰가는 것”이라며 “다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상징적 이미지에 그칠지, 구체적인 혁신을 이룰지는 이 대표의 향후 행보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당장 내년 3월 대선을 진두지휘해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국민의당과의 합당 문제와 야권 유력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당 문제 등이 당면한 과제다. 이 과정에서 보수 대연합과 중도층, 젊은 세대 등 당의 외연을 확장할 정치력을 발휘하느냐가 관건이다.

▲ 국민의힘 이준석 새 대표(왼쪽)가 6월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원내대표와 함께 손을 잡고 기뻐하고 있다.

●文대통령 “아주 큰일… 나라 변화 조짐” 축하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이준석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아주 큰 일을 하셨다. 우리 정치사에 길이 남을 일”이라며 “정치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변화하는 조짐이라 생각한다”고 축하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도 “우리나라 정당 사상 최연소 제1야당 당 대표 선출을 계기로 합리적인 보수로 발전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86세대’와 이들이 중심인 친문(친문재인) 세력이 당의 주류를 장악한 민주당 내에선 위기감도 감지된다. 당내 주자들 사이에 미묘한 차이도 드러난다. 가장 유력한 민주당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페이스북에 “긴장된다. 기성 정치에 대한 심판이다. 민주당은 기성 정치의 구태를 얼마큼 끊어냈는지 돌아본다”며 친문 주도의 당 분위기를 꼬집었다.

‘공정·변화·실력’ 내세워 사상 첫 30대 당 대표···기성 정치판 대변화 예고
이준석號, 당직 인사 첫 시험대…계파성 짙은 인물 땐 ‘파열음’…李 ” 공존” 강조

36세에 국회의원 당선 경험도 없는 ‘무관(無冠)’의 이준석 후보가 국민의힘 당 대표에 선출됐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여야를 통틀어 30대 당수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정치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작용한 데 따른 것으로 평가된다. 거대 여당의 ‘내로남불’과 불공정에 맞서 ‘공정’과 ‘변화’를 외친 이 후보가 승리하면서 2022년 대선에서도 메가톤급 지각 변동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 후보의 당선은 한국 정치의 대변화를 예고하면서 정치사를 새롭게 할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 신임 대표는 당원 선거인단 투표에서 37.4%를 얻어 나 후보(40.9%)에게 뒤졌지만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58.8%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당권을 거머쥐었다.

이 대표는 이날 수락 연설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공존”이라며 ‘비빔밥론’을 꺼냈다. 그는 “비빔밥이 가장 먹음직스러운 상태는 10가지가 넘는 고명이 각각 먹는 느낌과 맛·색채를 유지하면서 밥 위에 얹혀 있을 때”라며 “우리는 비빔밥의 고명을 갈아버리지 않기 위해 스테레오타이핑, 즉 ‘다움’의 강박관념을 벗어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다움’ ‘청년다움’ ‘중진다움’ 등이 사라져야 내부 혁신을 이룰 수 있고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이준석 열풍이 대선(大選) 판도에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평가했다. 진보 대 보수로 갈렸던 정치권의 이념 대결이 내년 대선에서는 청년 대 중장년의 세대 대결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보수야당이 20·30대 청년층을 흡수해 ‘노쇠한 정당’의 이미지를 벗고 중도층에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청년·여성할당제 폐지와 공정성 강화 등을 주장했는데 정책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에 따라 청년층의 민심도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외국에서는 보수정당이 젊은 정치인을 선호하고 육성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31세에 오스트리아 총리에 오른 제바스티안 쿠르츠, 43세에 영국 보수당 당수와 총리에 오른 데이비드 캐머런처럼 국민의힘이 젊은 정치인을 발탁하고 육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이어 “국민의힘이 이제 (새로운 정치 변화의) 첫 걸음을 뗐다”며 “이 대표가 26세에 정치권에 입문한 지 딱 10년 만에 당 대표가 된 것은 우리도 정치인 육성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일”이라고 덧붙였다.

●여의도식 정치와 다른 길 걸은 이 대표…돈, 조직, 캠프 없는 3無 전략으로 승부

이준석 대표는 선거운동 초반부터 캠프 사무실, 대량 문자 발송, 지원 차량을 없앤 ‘3무(無) 전략’으로 기존 정치권에 바람을 일으켰다. 또 공정·실력·변화를 앞세워 헌정 사상 첫 30대 제1 야당 대표가 됐다. 이 대표는 대규모 보좌진과 선거 인력을 동원하던 기존 여의도 당권 선거를 거부했다. 당원은 물론 국민들은 이런 그에게 뜨거운 지지를 보냈다. 정치권 세대교체의 중심에 선 이 대표는 “젊은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관대해져야 하고 내가 지지하지 않는 대선 후보라고 해서 맹목적으로 욕부터 하고 시작하는 야만은 사라져야 한다”며 ‘공존의 정치’를 내세웠다. 이 대표는 공존을 앞세워 야권 대통합을 이뤄 대선 승리를 쟁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선거 시작부터 바람을 일으킨 이 대표의 대세는 굳건했다. 전국적인 조직을 가진 국민의힘의 선거는 당원 투표(70%)가 큰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당권에 도전한 인사들은 국회 앞은 물론 전국에 사무실과 실무자를 두는 대형 캠프를 꾸린다. 수천만 원을 들여 전국의 수십만 당원에게 선거 문자를 보내고 선거 기간 수많은 보좌진에게 둘러싸여 전국을 누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선거 출마 선언 후에도 가방을 메고 지하철과 ITX 등 열차를 타고 선거운동을 다니며 기존 정치권에서 행해지던 ‘매머드 선거 캠프’라는 여의도 선거 공식부터 거부했다. 이는 지난 16대 총선에서 이른바 “‘실탄(돈)’이 없으면 선거를 할 수 없다”는 관행을 깨고 약 1억 원의 선거 비용으로 당선된 오세훈식 ‘저비용 선거’보다 파격적인 전략이었다.

여의도식 정치와 다른 길을 걸은 이 대표는 곧바로 정치권 변화의 중심이 됐다. 선거 내내 나온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지지율 1위를 보이며 ‘이준석=변화’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박성민 민컨설팅 대표는 “(전통 보수 지지층인) 영남의 60대도 당 대표로 이준석을 택했다”며 “2030으로의 세대교체 선언”이라고 ‘이준석 현상’에 대해 설명했다. 사회 갈등의 조정 기능이 상실되고 부동산 등 민생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기성 정치에 대한 반감이 청년 정치인 이 대표에 대한 지지로 연결됐다는 것이다.

특히 취업난과 자산 격차에 분노하고 있는 2030세대는 이 대표가 내세운 ‘실력주의’에 호응했다. 2011년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인재로 영입해 정치권에 들어선 후 국회의원 선거에서 세 번 낙선한 ‘0선’으로 보수정당의 주류인 ‘영남권·중진’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이 대표는 선거 기간 진행된 TV 토론에서 중진 후보들이 지적한 계파 논란과 관록 부족 등을 거침없는 언변으로 이겨냈다. 무엇보다 이 대표는 실력에 시대적 가치인 ‘공정’을 더하면서 청년층의 굳건한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는 “이번 선거는 공정과 경쟁의 가치를 젊은 세대에게 보여주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조직을 꾸린 뒤 당 대표 선거에서 승리하고 주요 당직을 나누는 관행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 대표는 당 대표 비전 발표회에서 “당직이든 공천이든 못 나눠서 공천 학살을 자행하고 미래 세대에 아무것도 주지 않은 채 헛공약만 남발했다”며 “당직을 약속한 후보는 사퇴하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지금 젊은 세대는 치열한 경쟁 때문에 9급 공무원이 되기 위해 2년·3년을 수험 생활한다”면서 주요 당직을 공개경쟁으로 선발하겠다고 약속하며 ‘낙하산 당직’과 ‘공천 나눠 먹기’ 등 불공정한 관행을 혁파하겠다고 했다. 실력과 공정을 앞세워 일으킨 변화의 바람은 정치권에 태풍이 됐고, 결국 이 대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30대 교섭단체 정당의 대표가 되면서 역사를 다시 썼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30대 당수는 오스트리아와 핀란드 정도밖에 없다”며 “전 세계적으로도 30대 지도자가 나오는 일은 드물다”고 강조했다.

당수에 오른 이 대표는 ‘공존의 정치’를 내세웠다. 이 대표는 혈혈단신으로 당 대표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중진들과 격한 신경전을 벌였다. 또 선거 기간 내내 이른바 ‘탄핵 정국’ 이후 정치적 행보를 함께한 유승민 전 의원에게 묶여 ‘계파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 대표는 ‘공존’을 앞세워 선거 기간 분열됐던 당심을 수습하고 나아가 대선의 선봉장으로 정권 교체를 위한 야권 대통합에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취임하며 “우리의 지상 과제는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쟁자였던 나경원 후보와 주호영 후보에 대해 “중차대한 역할을 부탁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양한 대선 주자 및 그 지지자들과 공존할 수 있는 당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號 과제는 ‘사무총장 인선’ 주목…’李 ‘공존’ 강조, ‘중진 충돌 등 조율 여부에 달려

이준석호(號)의 첫 시험대는 당직 인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1 야당이자 최대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의 간판이 30대의 이준석 대표로 바뀐 만큼 당헌에 따라 당수를 보좌하는 수많은 보직을 임명해야 한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당직 인사를 하는 과정에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계파와 지역 갈등, 더 나아가 원내 중진들과의 충돌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6월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가 선출되자 주요 당직자들이 줄줄이 사의를 밝혔다. 당 대변인을 맡아온 배준영 의원이 “이제 국민의힘 대변인으로서 임무를 마친다”며 사퇴 인사를 했다. 이종배 정책위의장도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사실상 제가 정책위의장으로 참석하는 마지막 회의”라며 “끝까지 소임에 충실하려 노력했고, 적극적 협조로 유종의 미를 거두게 돼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공식 취임한 후 업무에 돌입하면 당의 주요 당직자들이 줄줄이 사퇴하거나 교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 지도부가 이준석 체제로 변경되기 때문에 이에 맞는 인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변화와 쇄신 바람을 안고 당수에 오른 만큼 인사 역시 파격적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 대표가 막강한 권한을 가진 지명직 최고위원과 당 사무총장 등에 대해 공개경쟁 방식을 택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가 지명할 수 있는 최고위원직 한 석에 대해 “이미 안이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당직에 대한 잠정적인 인사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내놓은 인사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대표는 당 대표 경선 기간 와중에 ‘유승민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만약 이 대표가 계파성이 짙은 인사를 최고위원직에 지명할 경우 바로 당내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당 대표가 특정 인사를 지명해도 당헌상 다른 최고위원(원내대표, 선출직 4인, 선출직 청년 1인)과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국민의힘은 당헌에 당내 모든 주요 결정을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치게 명시해놓았는데 논란이 되는 인물을 지정할 경우 다른 최고위원들이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당내 갈등의 도화선이 당 사무총장 인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무총장은 당의 전략과 조직·홍보·인사·재정에 대한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특히 전국 지역 정당에 대한 관리와 인사는 물론 지원할 재정까지 틀어쥐고 있다. 이 대표가 당 사무총장에 계파성이 강한 인물이나 청년 정치인을 임명할 경우 당내 주요 중진 의원들과의 갈등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이 대표가 당무 감사를 통해 전국 지역구 기초의원 공천 등에 힘을 행사하는 당협위원장을 대거 물갈이하면 당내 반발이 거세질 수 있다. 국민의힘의 한 당직자는 “현재 사무총장이 이 대표와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은 당내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며 “당 사무총장 인사에 따라 당의 전국 조직이 들썩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당심을 겨냥해 당을 운영하면 ‘변화·개혁·혁신’이라는 자신의 역할을 못하고, 자신의 역할을 하자니 당 운영이 안 된다는 딜레마에 상당히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헌정사 새로 쓴 이준석, ‘더 큰 정치인’ 될까… 리더십이 관건
30대, 0선이 제1야당 대표로 선출…당 재건 등 정상궤도 진입 급선무

30대이자 ‘0선’으로서 제1 야당을 이끌게 된 이준석 대표는 앞으로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까. 이제 이 대표에게 거는 보수 지지층의 기대가 크지만, 일각의 우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한 세대 가까이 차이 나는 당 중진 및 대선 후보들과 협의하고 갈등을 조정해야 할 책임을 안게 됐다. 그에겐 전당대회 기간 노출된 갈등을 봉합하고, 지난 1년여 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된 당을 재건하는 것부터 시작해 여러 과제가 산적해 있다. 2022년 3월 치러질 대선에서 보수 야권 통합과 대선 경선 관리가 주 임무다. 이 대표가 이런 과제들을 잘 해결해 더 큰 정치인으로 부상할지, 기성 정치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구습을 밟을지 관심이 모인다.

▲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당대표가 6월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1차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 대표가 새 사령탑으로 선출되고 최고위원·청년 최고위원 당선자들까지 가려지면서 2020년 4·15 총선 참패 이후 처음으로 정식 지도부를 갖추게 됐다. 이 대표의 첫 과제는 그간 비대위 체제를 이어온 당을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것이다. 특히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계파 논쟁’, ‘영남당 논란’ 등 당내 분열과 갈등을 수습하는 게 급선무다. 이 대표는 이날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공존’을 키워드로 제시하는가 하면, 당권 경쟁자였던 중진 나경원·주호영 후보 등에게 손을 내밀면서 의욕을 보였다. ‘구태, 꼰대, 적폐’ 등 부정적 프레임에 갇혀 허우적대던 당 이미지를 쇄신해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것도 새 당 대표의 임무다.

시작은 당직 인선이 될 전망이다. 경선 기간 내내 당내 특정 대권 주자(유승민 전 의원)와 가깝다는 이유로 공격을 받아온 이 대표가 얼마나 적재적소에 능력 있는 인사를 배치하고, 공정하게 선발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이 신임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가장 먼저 추진할 변화는 공직 후보자 자격시험의 구체적인 설계와 토론배틀, 연설대전을 통한 대변인단 공개경쟁 선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6월 중 토론배틀로 대변인 2명과 상근부대변인 2명을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당 대표 비서실장과 사무총장 등 지명직 주요 당직자 인선에도 관심이 모인다. 당을 수습한 뒤에는 국민의당과의 합당 추진 등 ‘야권 통합’이란 중대 과제가 이 대표에게 주어진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안철수와의 구원, 윤석열 입당 등 해결과제 산적…리더십 발휘할까

경선 기간 이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간 구원(舊怨)이 야권 통합의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 대표로서도 이런 지적을 가볍게 넘기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대표는 후보 때 언론 인터뷰에서 당 대표로 선출되면 안 대표와 (지역구인) 서울 노원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야권 통합은 대선 ‘경선 버스’의 시간표와도 맞물린 문제다. 오는 9월 당 대선 후보 경선 일정이 시작되기 전에 합당 문제를 매듭짓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당 밖의 대선주자들을 한 데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이 이 대표에게 요구된다. 대선 후보 경선을 얼마나 공정하고 잡음 없게, 그러면서도 흥행까지 성공시킬 수 있냐가 관건이다.

이날 함께 선출된 새 지도부와의 호흡도 중요하다. 헌정사상 첫 30대 당수와 손발을 맞출 최고위원들 면면을 살펴보면 ‘어리다, 여초(女超), 강성’ 등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청년 몫 김용태 최고위원이 1990년생으로 이 대표보다 어리고, 가장 나이가 많은 김재원 최고위원도 57세로 정치권에선 청장년층에 속한다. 여성으로는 조수진·배현진·정미경 최고위원이 지도부에 입성했고, 당 대표의 지명직 최고위원 1명도 여성 인사가 발탁될 예정이라 최고위원 6자리 중 4자리가 여성으로 채워진다. 일각에서는 김재원·정미경 최고위원이 ‘친박’(친 박근혜) 강성 인사로 분류된다는 점을 들어 이 대표와 갈등을 빚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당 대표와 함께 ‘투톱’으로 불리는 김기현 원내대표, 당 소속 의원들과의 관계도 관심사다. 김 원내대표는 62세로 이 대표의 아버지뻘이다. 국민의힘 의원 중에도 이 대표보다 나이가 어린 의원이 없다. 당 사무처 당직자들도 대부분 이 대표보다 나이가 많다. 이 대표가 마찬가지로 아버지뻘인 문재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각각 영수회담, 여야 대표 회동에서 마주 앉는 장면은 또 다른 파격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다만 이 대표는 자신의 나이와 관련한 당권 경쟁자들의 경륜 부족 지적에도 경선 기간 내내 별다른 큰 실수 없이 돌풍을 이어오는 등 ‘내공’을 보여준 바 있다. 압도적인 지지 여론도 그의 리더십의 자양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2030 세대의 지지를 2022년 대선까지 이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당장 국민의힘은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야권 재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이 대표가 공정한 경선을 강조한 만큼 조만간 시기와 방식 등을 확정 지은 뒤 경선 버스를 출발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 재편의 최대 분수령은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당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최근 국민의힘 의원들과 소통에 나선 데 이어 9일 퇴임 이후 처음으로 공식 행사에 모습을 나타내면서 조만간 정치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당과의 합당도 다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7일 “합당은 아무런 문제없이 순조롭게 추진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진정성을 갖고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안 대표는 열린 자세를 취했지만 ‘진정성’과 ‘합리적 원칙’ 등 2가지를 합당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해 합당 논의 과정이 주목된다. 안 대표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과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약속했다.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복당 문제도 조만간 처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표는 경선 당시 홍 의원의 복당에 긍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최재형 감사원장도 2022년 대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정치권에 퍼지고 있다. 이르면 7월 감사원장을 그만두고 대선 행보를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최재형 대안론’이 구체화되고 있다.

세계경제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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