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4차산업의 꽃? 아니면 탐욕의 신기루?

가상화폐, 4차산업의 꽃? 아니면 탐욕의 신기루?
투기광풍 속 비관론 고개…자금 대거 몰려 국내시장 투전판 방불…하루 거래량 30兆·투자자 600만 달해

가상화폐를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수차례의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앞다퉈 돈 풀기에 나섰고 부동산과 증시 등 자산시장의 버블(거품)이 부풀고 있다. 가상화폐시장에도 자금이 대거 몰려 투기 광풍(狂風)이 불고 있다.

경제학계에서는 “비트코인은 가치가 제로(크리스토퍼 심스, 201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이고 “피라미드 사기(폴 크루그먼,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이자 “돈세탁이나 투기에만 유용할 뿐(조지프 스티글리치,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중국 당국은 비트코인 채굴 금지 등 고강도 조치를 취했고 미국 등 주요 국가도 규제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가상화폐는 가격이 곤두박질치고 결국 휴지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고개를 든다. 그런데 21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라 불리는 블록체인기술에 기반한 비트코인은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 가상화폐가 중앙·시중은행 등 3자의 중개 없이 개인 간 금융거래(P2P)의 새 장을 연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다. 가상화폐의 명(明)과 암(暗)은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국내외 자본 유출·반입 비밀통로로…범죄 악용과 함께 조세 기반 훼손도

●중국 비트코인의 습격

중국은 세계 비트코인 채굴량의 65%를 차지한다. 이 코인은 어디에서 환전될까. 중국 당국이 2017년부터 비트코인 거래를 금지했는데 이후 비트코인이 대거 유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관세청은 중국에서 한국으로 비트코인을 전송해 불법으로 반입한 자금이 최소 1조4000억원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중국 부자들은 현지에서 비트코인을 산 뒤 환치기 조직의 국내 전자지갑에 송금한 뒤 거래소에서 비싼 값에 팔아 부동산시장에 뛰어들었다.

외국인들이 최근 5년 사이 서울 아파트 7903채를 사들였는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4044채는 중국인이 매입했다. 빙산의 일각이 아닐까. 법적 통제가 전혀 없는 국내 가상화폐시장이 중국 코인의 현금출납기로 전락한 셈이다.

반대로 가상화폐는 국내자본이 해외로 유출되는 새로운 비밀통로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부자와 일부 기업주들은 비트코인을 해외로 송금한 뒤 ‘테더’처럼 달러화에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바꾸고 있다고 한다. 대형 정보기술(IT)업체의 사주들은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을 이런 방식으로 미국으로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유출이 가속화하면 조세기반이 훼손될 소지가 다분하다. 가상화폐가 마약·돈세탁 등 범죄에 악용된 지는 오래됐다. 지난 1년간 검거된 마약사범 5명 중 1명은 가상화폐를 마약, 탈세에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중앙銀 반감·불신 탓 열풍 키워…블록체인기술 기반 비트코인 지속 가능

●폭탄 돌리기 코인거래

국내 가상화폐시장은 투전판을 방불케 한다. 대형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에서는 178개, 176개 코인이 거래된다. 세계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와 일본 비트플라이어의 상장코인은 각각 64개, 8개에 불과하다. 국내 가상화폐 하루 거래량이 30조원에 달하고 투자자도 600만명 안팎이다.

사기꾼들이 무법천지인 국내거래소를 가만둘 리 없다. 이들은 부실코인을 상장시켜 시세조종이나 허위 및 부실공시 등 온갖 수법을 동원해 일반 투자자의 주머니를 털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가상화폐 거래소 관련 피해액은 무려 5조5000억원에 달한다. 코인 열풍에 올라탄 20∼30대의 피해가 컸다. 수년간 코인시장을 방치하던 정부는 지난 5월 말에야 금융위원회에 거래소 관리·감독을 맡기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뒷북처방이다. 오는 9월 거래소 신고제가 시행되면 거품붕괴로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할 게 뻔하다.

개인 간 금융거래 새 장 열어 큰 의미…옥석가리기로 대안화폐 가치 보여줄 듯

●가상·디지털화폐의 공존

가상화폐 열풍에는 금융위기 때마다 돈을 무차별 찍어내는 정부와 중앙은행을 향한 반감과 불신이 저변에 깔려 있다. 비트코인은 누가 발행했는지 아무도 모르고 발행량도 2100만개로 정해져 있다. 법정통화와는 정반대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탄생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비트코인은 2012년 이후 일곱 차례 넘게 50% 이상 폭락세를 거듭하면서도 다시 부활해 대안화폐의 가능성과 자산가치를 보여줬다.

남미 엘살바도로는 세계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최대 가상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가 지난 4월 나스닥에 상장됐고 월가 투자은행들도 가상화폐 투자에 나서고 있다. 가상화폐는 옥석가리기를 통해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우량자산을 중심으로 살아남을 것이다.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와 공존을 모색하며 4차 산업혁명시대를 추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최공필 “자본 유·출입 통제에 구멍…스마트규제 정착돼야”

“가상화폐로 얼마든지 국경 간 자본유출이 가능하다. 자본유출입 통제에 큰 구멍이 뚫렸다.”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자문위원은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이 불법적인 자본유출입의 거점으로 활용되기에 좋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의 대응이 여의치 않다.

외환거래법(기획재정부), 전자금융법(금융위), 특정금융거래정보법(금융정보분석원) 가상화폐 사업자 불공정약관 직권조사(공정거래위원회) 등 모든 법체계가 부처별로 쪼개져 있다 보니 통제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이어 “제대로 된 보고의무와 통제장치가 보완되지 않으면 과세기반이 날아가고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국내에 껍데기만 남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2022년 1월부터 가상화폐거래 소득에 세금을 물린다지만 선언에 불과하고 전 세계적 공조체계가 작동하지 않으면 실질 과세가 힘들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세금 물겠다고 신고할 리 만무하고 세무당국이 전자지갑 거래내역을 다 뒤지는 것도 불가능하다”며 “거래소에 세금과 규제가 가해지면 다 떠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의심거래(STR) 보고를 위한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더불어 포괄적 스마트 규제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규제는 가상화폐로 영역이 넓어진 분야에 적용되는 일종의 법규준수 의무용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며 거래정보와 인공지능이 쓰인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

최 위원은 “(가상화폐가) 절대 죽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일반인들이 법정화폐만 쓸 이유가 없다”며 “공동체 기반에서 페이스북의 리브라나 플랫폼 머니를 쓰면 훨씬 편리하고 선택의 폭은 갈수록 넓어질 것”이라고 했다. “가상화폐가 국가 간 경쟁도 있지만 민간과 국가 간 경쟁도 진행되고 있다”며 “거대 플랫폼 시장에서 만인의 투쟁이 벌어지는 형국”이라고 덧붙였다.

스테이블 코인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가상화폐는 각국의 중앙은행이 추진하는 디지털법정통화와도 용도와 기능이 다르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그는 “중국이 국가적 차원에서 디지털화폐(CBDC)를 추진하고 있는데 중앙은행의 직접채무로 현금 등 법정통화와 일대일 교환이 보장된다”며 “이 같은 중앙집권적 폐쇄체계는 은행시스템의 역할을 위축시키고 개인의 사생활까지 침해하는 통제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했다.

가상화폐는 탈중앙완전개방체제로 정부와 중앙은행의 화폐권력이 충족할 수 없는 개인 간(P2P) 금융거래를 가능하게 한다. 그는 “수차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무제한 발권력을 동원했다”며 “그 결과 화폐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고 중앙은행 불신도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은 “비트코인이 초연결환경에 적합한 개방네트워크화폐로 디지털시대의 금본위제에 비견되는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지난 10여년간 그 가치(구매력)는 높아졌고 영역도 확장해왔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관투자가들이 가상화폐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면서 그동안 약점으로 거론돼 온 변동폭도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최 위원은 거시경제·금융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 중 드물게 지난 7년간 가상화폐와 그 바탕기술인 블록체인을 연구해왔다. 금융감독원 블록체인 자문위원 단장을 맡고 있으며 3년 전 『비트코인 레볼루션』이라는 책도 냈다.

미국, 가상화폐 사기 10배 폭증… “머스크, 시세조작 멈춰라”
지구촌 곳곳 투자 광풍 속 피해도 ‘눈덩이’…고수익 미끼로 투자자들 속여

호주의 펀드 매니저 스테판 친(24)은 2017년 ‘버질 시그마’란 가상화폐 헤지펀드(사모펀드 일종)를 만들었다. 친은 “가상화폐 거래소들 간 가격 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로 한 달에 20% 넘는 수익률을 올리기도 했다”며 지난해까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투자자 수십명에게 9000만달러(약 1003억3200만원)를 끌어모았다. 투자자들은 1인당 적게는 10만3000달러, 많게는 570만달러를 투자했다.2020년 1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친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그는 범행을 부인하다 지난 2월 뉴욕 맨해튼연방법원에서 “투자자들한테 거짓말했다”고 시인, 최고 징역 20년형에 처해질 위기다.이처럼 세계적인 가상화폐 투자 광풍 속에서 관련 사기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국에서만 피해액이 최소 10배 넘게 급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에선 가상화폐 가격 불안정의 원인을 제공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향해 항의하는 집회까지 등장했다.


6월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자료를 인용해 직전 두 분기인 2020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미국의 가상화폐 사기 피해액이 8190만달러(약 913억212만원)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이는 1년 전(750만달러)의 10.92배에 달한다. 올해 1분기 피해액만 5260만달러로 지난해 1년간의 피해액(4870만달러)을 훌쩍 뛰어넘었다.

WSJ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비트코인 가격은 450% 뛴 약 5만9000달러를 기록했고, 도지코인 등 다른 가상화폐 가격도 급등했다”며 “FTC 수치는 사기 피해자들의 자진 신고에 바탕을 둔 데다 미국에 국한돼 (세계) 전체 피해액의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독일 경찰은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 기반한 ‘LUB 토큰’이란 가상화폐 사기 관련 고소 사건을 수사 중이다. 이 가상화폐는 하루 최고 수익률 10%를 보장한다며 투자자 수백명을 끌어들였다. 대부분 유럽인이다.

가상화폐 사기의 원인으로는 가격 급등 외에 규제 미비, 디지털 통화의 익명성이 꼽힌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을 지낸 크리스토퍼 지안카를로는 “나쁜 놈들은 항상 돈을 따라다닌다”며 “(가상화폐) 산업이 성숙해지고 감시 도구가 좋아지면 경찰이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최근에는 ‘디파이’(DeFi)란 탈중앙화 금융 관련 사기가 늘고 있는 추세다.

디파이는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대출, 보험 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블록체인 분석 업체 사이퍼트레이스(CipherTrace)에 따르면 올 1∼4월 전 세계 디파이 사기 피해액은 8340만달러로, 지난 한 해치의 두 배를 넘어섰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선 머스크 테슬라 CEO의 가상화폐 시장 개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톱일론’(StopElon)이란 단체는 전날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의 테슬라 공장 앞에서 “시세조작을 중단하라”, “트윗을 중단하라” 등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항의 집회를 벌였다. 이 단체는 지난 5월 같은 이름의 가상화폐를 출시하며 “테슬라 주식을 최대한 사들여 머스크의 경영권을 박탈하겠다”고 밝혔다.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중단을 선언하고 도지코인 띄우기에 나서면서 가상화폐 시장 불안감을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美 금리인상 시사에 가상화폐 또 급락
옐런 “정상적인 금리로 돌아가야”…비트코인 3000만원대로 떨어져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금리 인상 시사 발언으로 가상화폐 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금리 인상은 시중의 넘치는 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 이슈인 만큼, 금리 인상이 현실화하면 가상화폐 시장의 조정은 더 가속화할 수 있다. 6월8일 오후 3시10분(한국시간 기준) 글로벌 코인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은 24시간 전에 비해 9.25% 폭락한 3만2883.72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더리움도 10.06% 급락한 2498.40달러를 기록했다.국내거래소에서도 비트코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가상화폐들이 폭락을 피하지 못했다. 전날만 해도 4100만~4200만원대를 오가던 비트코인은 370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3시15분 기준 비트코인은 3797만3000원에 거래됐고, 전날 320만원대에 거래됐던 이더리움도 288만2000원을 기록했다.

6월8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센터 시세 현황판에 비트코인 등의 가격이 표시돼 있다.

옐런 장관은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 참석 중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보다 약간 더 높은 금리 환경을 갖게 된다고 해도 이는 사회적 관점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관점에서 보면 보탬이 될 것”이라면서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정상적인 환경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금리 인상이 비정상적 상황을 정상으로 돌리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이는 나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러한 옐런의 금리 인상 시사 발언은 가상화폐 시장에는 악재로 받아들여졌다.가상화폐 시장은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중앙은행이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초저금리 정책을 펼친 덕분에 넘쳐난 시중의 유동성을 바탕으로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부터 가상화폐 시장이 조정을 받으면서 가상화폐 거래소 애플리케이션 사용량도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기준 전체 성별·연령대의 5월 월간 업비트 앱 총 사용 시간은 7704만6641시간(1인당 평균 43시간21분45초)으로, 한 달 전(7594만5283시간)보다 1.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세계경제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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