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죽었다가 코로나로 살아난 손정의 ‘소프트뱅크’

 코로나로 죽었다가 코로나로 살아난 손정의 ‘소프트뱅크’ 
쿠팡 덕 본 손정의... 소프트뱅크,  1분기 악몽 딛고 2020년 순익52조원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마사요시)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하 소뱅그룹)이 2020년 50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렸다. 이는 2020년 전세계 기업 가운데 미국 애플(65조원), 사우디 정유회사 사우디아람코(55조원)에 이어 셋째로 높은 실적이다. 삼성전자(26조4078억원)의 2배에 육박한다. 소뱅그룹은 2017년 도요타가 기록한 25조원을 뛰어넘는 일본 기업 사상 최대 연간 순이익 기록도 새로 썼다. 잇따른 투자 실패로 2020년 1분기 역대 최악의 적자를 내며 “손정의의 시대는 끝났다”는 평가를 들었던 손 회장이 화려하게 귀환한 것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비대면·디지털화 수요가 폭증하면서 소뱅이 투자했던 전 세계 테크 기업들이 무섭게 성장한 것이 부활의 비결이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돌아온 손정의 제국


소뱅그룹은 5월12일 “2020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 순이익이 4조9879억엔(약52조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소뱅그룹은 2020년 1분기(1~3월) 1조4000억엔(약14조원)이 넘는 분기 적자를 냈다. 일본 기업 사상 최악의 기록이었다. 2019회계연도 연간 적자도 9615억엔(약10조원)이었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손 회장이 설립해 운용하는 비전펀드의 투자 손실 때문이었다. 사무실 공유 업체 위워크 상장 실패와 우버 등 차량 공유 업체들의 실적 악화에 코로나 충격파까지 겹치면서 처참한 성적표를 받은 것이다. 손 회장은 지난해 T모바일(미국)·알리바바(중국) 등 주요 투자 기업 지분을 팔아100조원의 현금을 확보해 부채를 갚았지만 투자 업계에선 “마사요시 손은 끝났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로부터 1년 만에 소뱅그룹을 다시 살려낸 것도 결국 비전펀드였다. 전 세계 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가 비대면·디지털화라는 트렌드와 맞물려 거대한 이익으로 돌아온 것이다. 비전펀드 투자 기업의 가치가 오르면서 소뱅그룹 투자 수익은 전년도 1조4102억엔(약14조원) 적자에서 지난해 7조5290억엔(약78조원) 흑자로 극적 반전했다. 회사 주가도 1년 사이 2배로 뛰었다.특히 거액을 투자한 테크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상장 대박을 치면서 투자 성과도 높아졌다. 소뱅은 2015년과 2018년에 걸쳐 총3조원을 투자해 한국 온라인유통 업체 쿠팡 지분 38%를 확보했다. 지난 3월 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 이후 소뱅그룹의 지분 가치는 약26조원이 됐다. 7600억원을 투자한 미국 최대 음식 배달업체 도어대시는 2020년 12월 상장했다. 소뱅의 지분 가치는 투자액의13배에 달하는10조원에 이르렀다. 일본 닛케이는 “지난 4월 중국 차량 공유 업체 디디추싱, 동남아시아 차량 공유 업체 그랩 등 비상장 기업의 평가액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소뱅그룹의 순익 규모가 단숨에 수천억엔 더 불어났다”고 전했다.

●올해 상장 앞둔 기업만 5개 이상

소뱅그룹의 향후 실적 전망도 밝다. 동영상 공유 앱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와 인공지능(AI) 얼굴 인식 업체 센스타임, 트럭 공유 기업 만방 그룹 등 연내 상장을 앞두고 있는 굵직한 기업만 5개가 넘는다. 이들 기업은 현재 최소100억달러(약11조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소뱅그룹에 따르면 비전펀드 1호는 2020년 말까지 10개 기업으로부터 자금 회수(엑시트)를 마무리했고, 한때 실적 부진 탓에 투자금 모금이 좌절될 뻔했던 비전펀드 2호도 26개 기업에 투자했다.손 회장은 2020년 투자 실패를 경험한 이후 투자 방식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투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망 스타트업과 함께 검증된 상장 대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소뱅그룹은 아마존, 페이스북 등 총20조원어치의 상장 기업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 상장사 투자 비율도10% 전후로 유지할 계획이다. 비상장 기업은 기업 가치가 급락해도 주식 처분 등 대응이 쉽지 않다 보니 우량 상장 기업 투자 비중을 높여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손 회장은 올해 초 통신 자회사인 소프트뱅크 회장직에서 물러나며 향후 투자 업무에만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손 회장은 최근 “비전펀드가 지금까지131개 기업에 투자해 이 중15개 기업이 기업공개(IPO)를 마쳤고 앞으로 해마다20개씩 상장시키고 싶다”며 “비전펀드는 이제 막 수확기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손정의 “대규모 M&A 손뗄 것…70세 전에 후계자 양성“
비전펀드에 자금력 집중…스타트업 500곳에 투자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앞으로 초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해 회사의 규모를 키우는 대신 스타트업 투자를 늘려나가겠다고 밝혔다.손 회장은 5월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新聞)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방안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자금력을 비전펀드에 집중해 투자 대상을 400곳, 500곳으로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과 소뱅그룹은 지금까지 보다폰 일본법인(현 소프트뱅크), 미국 3위 이동통신업체 스프린트넥스텔,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회사 ARM 등 대형 기업과의 M&A를 통해 성장해왔다. 앞으로는 이 같은 대규모 M&A보다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손 회장은 투자 전략을 바꾸는 이유를 “M&A는 효율이 나쁘기 때문”이라고 했다.

손 회장은 인공지능(AI) 등 정보기술(IT) 기업 여러 곳을 사들여 하나의 선단으로 운영하는 ‘무리 전략’을 내세웠다. 그는 “정보혁명 한 방향만 추구하는 무리(기업 집단)를 구성할 것”이라며 “이들 기업의 경영진과 지혜를 모아 수립한 전략은 일반 투자회사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말까지 소뱅그룹은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VC)인 비전펀드 1~2호를 통해 224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이 가운데 14곳은 상장(IPO)이나 지분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했다. 덕분에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일본 기업 사상 최대인 4조9879억엔(약 51조500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손 회장은 “올해는 (투자금을 회수하는 기업이) 수십 곳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AI 등 IT스타트업의 가치가 거품수준으로 고평가됐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손 회장은 “20~30% 정도의 주가변동은 항상 있는 일이고 소뱅그룹 순익이 분기에 1조엔씩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것도 당연하다”며 “상장사로 성장하는 회사를 늘려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올해 63세인 손 회장은 “일흔 살 이전까지는 후계자 후보를 추릴 것”이라면서도 “의욕이 있는 한 70세, 80세까지도 ‘회장’ 같은 직함을 유지하는 형태로 경영에 관여하고 싶다”고 했다. 후계자는 “비전을 공유할 수 있고 기술에 관심이 많으면서 금융도 이해하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경제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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