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에 미국발 ‘인플레 공포’

美소비자물가 4.2% 급등, 13년만에 최고…글로벌 증시 요동

세계경제에 급격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대한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유럽 등 거대 경제권뿐 아니라 한국 등 아시아, 남미 등에서도 물가가 크게 꿈틀대고 있다. 그간 전세계 각국의 코로나19 경기부양책과 통화완화 정책으로 시중에 대규모 자금이 풀린 반면, 반도체·철광석 등 각종 원자재·부품 공급망의 복구 지연과 병목현상에 따른 가격상승 때문이다. 주식 등 자산 버블(거품)이 꺼지고 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우려에 세계 증시가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지수가 5월11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로 최근 3개월 사이 최대의 하락 폭을 기록했다. 사진은 뉴욕 월가에 있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습.

미국의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미 노동부는 5월12일(현지시간)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같은 달 대비 4.2% 올랐다고 발표했다. 2008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당초 전문가 전망치 3.6%를 크게 상회했다. 실제 미국에선 기저귀부터 자동차 등 완성품과 인건비 등 서비스 요금은 물론, 목재와 구리, 휘발유, 옥수수·대두 등 원자재와 식자재, 부품의 가격도 역대 최고치로 치솟고 있다.


美백악관 첫 경고 “심각하게 보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처음으로 인플레 우려를 공식화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5월11일 브리핑에서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는 그간 인플레 가능성을 일축해왔다. 현재 6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안을 추진 중인데, 이미 2조달러 규모의 코로나 경기부양 자금을 푼 데 이어, 또 다시 천문학적인 돈이 풀릴 경우 인플레가 심해져 인프라 투자안에 대한 지지가 줄어들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중국에도 인플레 공포가 덮치고 있다. 11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4월 생산자 물가지수(PPI)는 전년 동기 대비 6.8% 급등, 2017년 10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증시는 충격을 받기 시작했다. 미 연준 등이 긴축 정책에 나설 경우 증시 등 자산 시장에 팽배한 거품이 빠르게 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뉴욕 증시는 11일 크게 하락한 데 이어 12일 개장 직후 나스닥이 1% 넘게 내려가는 등 전반적인 하락세로 거래를 시작했다. 앞서 열린 대만증시는 4.1%, 일본은 1.6% 내려갔다. 한국 코스피도 5월12일 1.5% 하락했다.

안 오르는 게 없다… 원유 285%, 구리 100%, 항공운임 50% 폭등
원자재값·물류비 급등에 기업들 아우성…원가부담 커진 조선·車업체들 “호황인데 적자 걱정”

올해 1~4월 조선 3사의 수주액은 전년 대비 7배나 늘었지만 조선 업계의 표정은 밝지 못하다. 최근 철광석 가격 상승으로 배를 만들 때 쓰는 후판 가격이 급등하면서 생산비용도 가파르게 뛰었기 때문이다. 최근 후판 유통 가격은 t당 110만원으로 1년 전보다 무려 70% 가까이 올랐다. 한 조선 업체 임원은 “생산 비용은 계속 오르는데 이미 수주한 선박 가격은 올릴 수도 없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모처럼 찾아온 호황 속에 오히려 적자가 날 판”이라고 말했다. 제조업계가 철강재를 비롯한 원자재값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코로나 쇼크를 벗어난 세계경제가 회복되면서 지난 1분기 실적은 좋았지만,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생산비용이 급등해 수익이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수출품을 실어나를 선박과 화물기 부족으로 해운과 항공 운임마저 급등하고 있어 제조 업체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원자재값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함께 미국·영국·유럽연합(EU)·중국 등 세계 경제강국들의 경기가 동시에 회복되면서 원자재 수요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5월10일 중국 다롄 상품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철광석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0% 급등한 t당 1326위안(약 23만1000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철광석·구리 가격 천정부지로 치솟아
철광석 가격 인상은 후판·열연·냉연 등 철강재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현대제철 등 철강사는 최근 조선 3사와 후판 가격을 t당 8만~13만원 인상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 업체 관계자는 “철광석 가격이 올랐는데 철강재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철강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니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렸다”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하필 중국이 환경 정책을 강화하며 철강 생산량을 줄이는 상황에서 코로나 경기 회복기가 겹쳐 철강 가격이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는 각종 원자재값이 고공행진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 대응 방안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원자재값 상승 랠리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세계 각국이 경기 회복을 위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5월12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10일 전기동(銅) 현금 거래 기준 가격은 t당 1만724.5달러로 역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4개월여 만에 35% 오른 것이다. 인프라 투자 급증으로 건설·전력 시설용 구리 수요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여기에 전기차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구리 가격을 끌어올리는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약 4배 많은 구리를 사용한다.


주요 제품의 핵심 소재인 철강재와 구리 가격이 동시에 오르자 “자동차·가전제품의 판매 가격까지 동반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1.7∼2t짜리 중·대형 차량에는 평균 1t의 철강재가 들어간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원가 상승을 판매 가격에 기계적으로 반영하면 자동차 판매량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면서도 “수익성과 판매 가격의 적정선을 찾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항공 운임도 사상 최고치
국내 수출기업들엔 운임 상승도 큰 부담이다.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5월 둘째주 기준 3095.16을 기록했다. 사상 최초로 3000선을 넘은 5월 첫째 주(3100.74) 이후 2주 연속이다. 상하이(上海)컨테이너운임지수는 중국에서 유럽·미주로 가는 운임을 지수로 나타낸 것으로 1998년 1월 1000을 기준으로 한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배를 구하기 어려워 지난해부터 중국에서 생산해 폴란드 배터리 공장으로 보내야 하는 원자재 상당량을 시베리아 철도를 통해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배를 구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비행기로 몰리면서 항공 운임도 치솟고 있다. 홍콩에서 발표하는 화물 운송지수인 TAC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4월 홍콩~북미 노선 운임은 ㎏당 8.48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9% 오른 수치다. 자동차 부품 회사 관계자는 “요즘은 웃돈을 줘도 실어나를 선박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며 “비싼 원자재를 어렵게 구해 만든 제품을 창고에 쌓아두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집값도 과열…미국·독일·러시아 1년새 10% 이상 뛰어


코로나19로 위축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각국 정부가 공급한 유동성이 부동산 가격도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미국·캐나다·호주·독일 등 주요 국가에서 부동산 과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000년대 말 글로벌 금융 위기 때처럼 집값 거품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전미부동산협회(NAR)를 인용해 “1분기 전국 대다수 지역의 집값이 올랐고, 대도시권 주택의 약 89%는 중위 가격이 2020년보다 10% 이상 올랐다”고 전했다. 미 연방주택금융청(FHFA)이 집계한 올해 2월 주택가격지수는 전년 대비 12.2% 올라 1991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집값 불안의 원인으로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주택 수급불균형을 꼽는다. 최근 미국의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2.9%대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코로나 대유행 직전인 2019년 말에는 3.7%대였다. 저금리를 활용해 밀레니얼 세대가 적극적으로 집을 사려고 하지만, 주택 재고가 부족해 가격이 급등하는 추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런 시장 과열을 과거 서브프라임(subprime mortgage loan: 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사태 직전에 빗대어 ‘주택시장이 2006년보다 더 미쳤다(The housing market is crazier than it’s been since 2006)’는 제목의 기사를 싣기도 했다.


주요 선진국 상황도 비슷하다. 코로나 경기부양책과 금리 인하, 재택근무 확산에 따른 주택 수요 증가로 집값이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조사 업체 ‘글로벌프로퍼티가이드’에 따르면 독일 베를린 집값은 2020년에 11% 넘게 올랐고, 모스크바, 스톡홀름, 룩셈부르크 등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호주는 2021년 들어 3월에만 전국 집값이 2.8% 올라 1988년 10월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주택 시장에 대해 “코로나가 진정되고 주택 공급이 늘면서 가격 상승 폭은 둔화하겠지만, 올해 말까지는 계속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거물 워렌 버핏·레이 달리오의 잇단 경고 “이미 인플레, 증시도 버블“

인플레이션이 닥친다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등장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빠르게 진행 중인 미국을 시작으로 경기가 강하게 반등할 조짐이 보이면서 인플레이션이 덮치고 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는 경고음이 울리는 중이다.


5월12일 발표된 미국 4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시장 전망치를 크게 뛰어넘으며 전년 같은 달 대비 4.2% 상승을 기록했다. 13년 만에 최고치다. 3.6%였던 시장의 예상도 크게 뛰어넘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번지면서 미국 증시가 5월12일(현지시간) 하락한 데 이어 12일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급락했다.


이날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81.50포인트(1.99%) 떨어진 3만3587.66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1월29일 이후 최대 폭의 하락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89.06포인트(2.14%) 하락한 4063.04에, 나스닥 지수는 357.74포인트(2.67%) 하락한 1만3031.68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미국의 높은 물가상승률이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 미 노동부는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2020년 같은 달보다 4.2%, 올해 3월보다는 0.8% 각각 급등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2008년 이후 13년 만에, 전월 대비 상승률은 2009년 이후 12년 만에 각각 최대 상승 폭이다. 이 같은 물가 급등은 석유 등 원자재 값 상승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1배럴당 30달러대를 오간 국제 유가는 현재 2배인 60달러(약 6만8000원)에 이른다.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 여파에서 회복한 국가가 늘며 항공업 등이 되살아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막고자 조기에 긴축으로 돌아설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로 이어졌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세계 1위 기업인 TSMC가 주도하며 연일 상승하던 대만 증시는 이날 장중에 8% 이상 대폭락하기도 했다. 일본 닛케이평균도 이날 1.6% 하락했다. 코스피는 이날 1.5% 내려가 3200선이 깨졌다. 미 증시는 12일 오전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이 2% 하락하며 거래를 시작했다. 다우평균과 S&P500도 약 1% 하락했다


●아시아 증시 일제히 하락
미국의 경기 회복은 소비자물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을 유발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조짐이다. 미 소비자물가 발표를 전후해 이런 전망이 부각되자 기술주 위주로 상승해온 한국과 대만 증시는 이날 크게 출렁였다.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에 올해 들어 처음 7만원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TSMC는 4월 매출이 전월보다 13.8% 감소했다는 실적 악재까지 겹치며 이날 장중에 하한가(전일 대비 -10%) 가까이 추락했다가 오후에 반등해 1.9% 하락 마감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증시 타격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코로나 이후 ‘제로’로 유지돼 온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빨리 올릴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초저금리의 도움으로 고공 행진을 하던 증시는 금리가 올라가면 빠르게 식을 수 있다. 특히 현재의 실적보단 미래 전망을 기대하고 대출을 많이 받아 사업을 해온 기술주들의 타격이 크다.

세계적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하자 중국도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 원자재를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중국은 물가 인상에 예민하다. 중국 국무원은 12일 리커창 총리 주재로 상무회의를 열었다. 리 총리는 “원자재 가격의 급속한 인상이 다른 곳에 영향을 끼치는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소비자물가 13년 만에 최고로 상승
4%를 넘어선 미국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요 도시에서 코로나로 막혔던 경제활동이 재개되고 정상화되면서 일자리와 소득이 늘면서 소비에도 가속도가 붙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같은 달 코로나 충격으로 소비자 물가가 1%대 초반으로 떨어졌던 기저 효과의 영향도 있지만, ‘코로나 탈출’에 대한 기대감으로 임금·원자재·반도체 가격 등이 모두 일제히 오르며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전월 대비 물가상승률도 예상보다 훨씬 높은 0.8%(전문가 전망 0.2%)를 기록해 2009년 이후 최고치였다.


지난 2월 급등했다가 한동안 하락했던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다시 상승하며 증시를 압박하고 있다. 미 국채 금리는 5월 초 1.6% 선을 넘은 후 계속 올라 12일 오전 1.65%를 돌파했다. 시장은 국채 금리 상승을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린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 확산 직후 미 국채 금리는 연 0.5%까지 내려갔었다.


인플레 우려는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도 초조해하는 모습이다. 13일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전날 리커창 총리 주재로 상무회의를 개최하고 “국내외 정세와 시장의 변화를 주시하는 가운데 시장 조절 정책을 잘 시행함으로써 원자재 가격의 급속한 인상이 다른 곳에 영향을 끼치는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며 “통화정책과 여타 정책을 잘 조합해 중국 경제가 계속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발표된 중국의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작년 같은 달보다 6.8% 올라 상승폭이 2017년 10월 이후 3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수출국이라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중국의 생산자물가 상승이 중국의 수출을 통해 다른 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美연준 “경기 회복까지 갈길 멀어…인플레 지속적이지 않다”

●미국 연준 금리 인상 가능성
연준은 완전고용(실업률 3.5%)이 이뤄지고 물가상승률이 상당 기간 연준의 목표치(연 2%)를 실제로 넘어설 경우에만 기준금리를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연준은 이 시점을 ‘2024년 이후’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앞으로도 한동안 3~4%대를 기록하면 연준이 인상 시점을 앞당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일단 연준 인사들은 “인플레이션은 지속적이지 않을 것”(11일 레이얼 브레이너드 이사), “경기 회복은 아직 갈 길이 멀다”(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라면서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의견이 다르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레이 달리오 회장은 11일 미 언론과 인터뷰에서 “돈을 찍어 경기를 부양하는 미국 정부는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 시장에 풀린 돈이 너무 많아 (증시에도) 거품이 형성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5월초 연례 주주총회 때 “이미 상당한 인플레이션이 와 있다”고 했었다.

미국 야당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화당 존 툰 미 상원의원은 “경제에 너무 많은 돈이 풀려 있는 가운데 수요는 상승하고 공급은 이를 못 따라가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부양) 정책을 신중하게 펴야 한다”라고 11일 말했다. 연준이 시장의 신뢰를 잃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위즈덤트리 아니카 굽타 리서치센터장은 “금리 인상 공포에 더해 이제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까지 투자자를 불안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美, 경기부양 무게 속 금리인상 ‘고심’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 공포에 떠는 가운데 미국에선 금리 인상 여부가 화두로 떠올랐다. 아직은 코로나19 사태로 침체한 경제 회복을 위해 돈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에 더 무게가 쏠리나 ‘경기의 지나친 과열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중국 정부도 자국 경제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주요 인사들은 “지금은 통화 긴축에 나설 때가 아니다”라는 입장이 확고하다.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연준이 조기에 긴축으로 돌아설 것이란 시장의 우려를 진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미국경제기자협회(SABEW)가 주최한 행사에서 “고용은 우리 목표로부터 아직 멀다”고 말했다. 지금은 코로나19 여파 극복을 위한 경기부양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최근의 물가 상승을 “일시적인 것”으로 규정한 바 있다.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당장 수정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시중이 돈이 풀리면 큰 폭의 물가 상승을 피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인플레이션 시기엔 金·원자재·가치株에 투자하라

미국 경제가 코로나 터널에서 벗어나기 시작하고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지면서 인플레이션 시대에 대응하는 투자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월11일 ‘인플레이션이 오면 이렇게 (투자)하라’는 노골적인 제목을 단 기사를 냈다. WSJ는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데 동의한다면 채권 투자는 피하라”고 조언했다. 인플레이션은 채권 투자자들에겐 최대 악재로 통한다. 인플레이션이 오면 금리가 상승하게 되는데 이는 곧 채권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금(金) 투자가 인플레이션에 대응할 수 있는 최적의 투자처로 이름을 올렸다. 원자재를 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미국 인프라 투자 확대와 맞물리면서 구리와 원유 가격은 올해 들어 30% 넘게 상승했고 원목 가격 역시 두 배 이상 폭등한 상황이다.


주식 중에서는 지난해 성장주 랠리 와중에 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가치주 투자가 유망하다. 실제로 금리 상승 조짐이 나타나자, 실적 대비 터무니없이 주가가 올랐던 종목들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과거 인플레이션 시기에도 가치주 상승률이 성장주 등 다른 자산 수익률을 뛰어넘은 적이 많았다고 WSJ는 소개했다.
물가연동채라고 불리는 물가연동국채(TIPS), 단기 회사채 등도 인플레이션 시기의 유망 투자처로 꼽혔다. 다만 물가연동채의 경우, 한국에서도 판매되고 있지만 기대 수익률이 연 1% 안팎으로 낮은 것이 단점이다.

미국발 ‘인플레 공포’… 금리 인상 압박에 고민 깊어진 한국은행
소비자물가지수 큰폭 상승…인플레 경계 목소리 커질 땐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 무게

미국발(發) 인플레이션 공포가 세계 경제를 강타했다. 원자재 값 등 물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조기에 금리 인상 등 긴축으로 돌아설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뉴욕 증시 3대 지수를 비롯한 세계 증시가 털썩 주저앉았다.

코스피 역시 1% 이상 하락하며 마감했다. 5월13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39.55포인트(1.25%) 하락한 3122.11에 마쳤다. 지난 10일 사상 최고치(3249.30)를 경신한 이후 사흘 연속 1%대 하락 마감이다. 지난 이틀 동안 4조7000억원을 순매도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13일에도 1조4337억원을 순매도한 가운데 개인이 1조4383억원을 순매수하며 이를 받아냈다. 기관은 68억원 순매수했다.
코스닥지수는 15.33포인트(1.59%) 내린 951.77에 종료했다. 기관과 외국인이 1125억원과 29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고, 개인이 1361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6원 오른 달러당 1129.3원에 거래를 끝냈다.

●유가 급등·풍부한 유동성 물가 자극… 금리인상 압박 커져

미국발 인플레 공포가 덮치면서 한국은행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물가상승이 석유·원자재 등의 일시적 공급 부족과 ‘기저효과(비교 대상 수준이 낮은 데 따른 착시현상)’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경기 회복과 함께 수요 측면에서 억눌렸던 ‘펜트업(지연·보복) 소비’까지 더해지면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어서다.최근 물가상승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어지는 완화적 통화정책의 결과인 만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받는 금리 인상 압박도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날(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미국 CPI는 지난해 동월보다 4.2%, 전월보다 0.8% 각각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2008년 이후 13년 만에 최대폭이다. 전월 대비로도 2009년 이후 12년 만에 최대다.

이 때문에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다.국내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통계청이 5월4일 발표한 한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107.39)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3% 올랐다. 앞서 한은이 4월21일 내놓은 3월 생산자물가지수(106.85)도 2월보다 0.9% 올라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째 상승세를 유지했다.최근 들썩이는 물가의 가장 큰 원인은 국제 유가다. 지난해 1분기 배럴당 30달러대였던 유가는 현재 2배인 60달러대에 이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유가의 기여도가 0.5%포인트에 이른다”고 설명했다.이러한 국내외 심상치 않은 물가 움직임에 가장 큰 압박을 받는 것은 한은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지난해 3월16일 ‘빅컷’(1.25%→0.75%)과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를 통해 2개월 만에 0.75%포인트나 금리를 빠르게 내린 이후 7차례의 금통위 회의에서 계속 금리를 동결했다.이처럼 1년 가까이 ‘완화적 통화정책’이 이어지면서 시중에 많은 돈이 풀렸고, 풍부한 유동성이 결국 물가상승의 연료가 되고 있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3월 통화 및 유동성’ 자료를 보면 올 3월 현금·예적금·증권·금융채 등을 포함한 광의통화 유동성은 3313조1000억원으로 전월보다 1.2%, 전년 동월보다 11.0% 증가했다.한은의 고민을 반영하듯 4월15일 열린 금통위 회의에서도 물가에 대한 걱정을 내비친 위원들이 부쩍 늘었다. 의사록에 따르면 대부분의 위원이 물가 동향을 우려하며 한은 담당 부서에 물가 전망을 구체적으로 물었고, 기대 인플레이션을 줄이기 위한 ‘소통’을 강조하는 위원도 있었다.

한 위원은 “1분기 중 금융권 가계대출이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에도 불구하고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금융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며 “정부의 가계부채 관련 대책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겠지만, 금융안정 이슈에 대해 통화정책적 차원에서 고려할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필요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 발언이다.금통위는 5월27일 금리 결정 회의를 열 예정이다. 한은 안팎의 관측을 종합하면 당장 금리 인상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관심은 금리 인상 여부보다는 금통위 회의 후 있을 이주열 한은 총재의 발언이나 위원들이 회의에서 어떤 의견을 낼지에 쏠려있다.만약 금리 동결이 만장일치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장일치 동결이 이뤄진다 해도 인플레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면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게 된다.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미국 소비자물가 급등과 관련해 “과도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이날 기재부 내 거시경제 금융점검회의를 열어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나 공급 부족, 이연 수요 등 경기회복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시적 요인과 기저효과가 주요 요인”이라며 이같이 분석했다.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에 이어 5월에도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2분기를 정점으로 하향 안정될 공산이 크다”며 “노동시장의 정상화 지연 및 고용 없는 성장 등의 구조적 현상으로 서비스물가가 이전 수준을 크게 상회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신흥국의 생산 차질과 기업의 보수적 생산 활동으로 공급의 ‘병목현상’이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며 “물가상승 압력 역시 단기에 꺼지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 팍팍해지는 서민가계

40대 주부 A씨는 요즘 장 보러 마트에 갈 때마다 ‘결정장애’를 겪고 있다. 아이들 건강을 생각해 고기뿐만 아니라 채소와 과일 등도 골고루 사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너무 오른 가격에 망설이는 경우가 많아졌다. A씨는 “쇠고기는 돼지고기로, 돼지고기는 닭고기로 ‘대체’할 수 있지만 달걀은 가격이 올라도 안 살 수가 없고, 파는 최근 몇 달 동안 장바구니에 담아 본 기억이 없다”며 “먹을거리 가격이 계속 오를까 봐 겁난다”고 말했다.

최근 농축수산물을 중심으로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하면서 서민 가계가 받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경기회복의 온기가 사회 전반으로 퍼지지 않은 상황에서 농축수산물의 가격 오름세가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애그플레이션은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4월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3%에 달해 3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서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장바구니 물가와 직결되는 농축수산물 가격이 지난 4월 13.1%나 오르며 올해 1월부터 4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갔다.

농산물의 경우 지난해 긴 장마와 한파,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올해 초 작황부진 등의 영향으로 4월 가격상승률이 17.9%에 달했다. 파는 270.0%, 사과는 51.5%, 고춧가루는 35.3%, 쌀은 13.2% 올랐다. 축산물도 11.3% 올랐다. 그중 달걀은 산란계 부족의 영향으로 36.9%나 상승했다.


농축수산물 등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자 지난 4월 외식 물가도 1.9% 올라 22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은 죽으로 7.6% 상승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햄버거(6.1%), 김밥(4.4%), 떡볶이(2.8%), 라면(2.5%)도 많이 올랐다. 짜장면(3.2%), 짬뽕(3.2%), 치킨(2.1%), 돼지갈비(1.6%), 삼겹살(1.4%) 등도 상승했다

정부는 최근 물가 상승이 일시적인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관련해 “지난해 4월이 굉장히 낮아 기저효과가 있어서 거시 전체적으로 봐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시적으로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생계비와 직결되는데 가장 중요한 품목이 농축산물로, 생계비 부담 관리도 굉장히 신경 쓰고 있다”며 “농산물의 경우 신작물이 나오면 풀리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발표한 ‘KDI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1.7%로 종전 0.7%(2020년 11월 전망시)보다 1.0%포인트나 상향 조정했다. 올해 농축수산물 가격과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1.7%의 상승률을 기록한 뒤 2022년에는 국제유가가 안정되면서 상승폭이 1.1%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KDI는 “소비자물가가 2020년에 0.5% 상승하는 데 그쳤다는 점에서 2021년에 기저효과 등으로 일부 반등하더라도 2020∼2022년 연평균으로는 1% 내외의 낮은 상승세에 머물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경제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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