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뉴딜’ 버금가는 3兆달러 재정지출…‘일자리 확충’ 산업 인프라 핵심

취임 100바이든 정부코로나 여파 최악의 경제 상황1조달러 규모 가족계획제안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월29일(현지시간) 취임 100일을 맞은 가운데 미국에선 이른바 ‘큰 정부’ 논의가 활발하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3월 2조2500억달러(약 2515조원) 규모의 ‘산업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최근 보육과 교육, 가족 보호 등 ‘인적 인프라’ 투자에 또 1조달러 규모의 예산 지출을 예고했다.

이를 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수십년간 미국이 선호해 온 ‘작은 정부’와 시장지상주의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에 종언을 고하고 큰 정부를 지향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십년 만에 나온 국가 인프라 계획

24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마련한 산업 인프라 확충 계획은 코로나19 여파로 미국 경제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과감한 재정지출이 핵심이다. 다리·도로·대중교통·항만·공항·전기차 개발 등 교통 인프라에 6210억달러를 투입하고 또 제조업과 연구개발 및 직업훈련에 5800억달러, 노인·장애인 지원에 4000억달러, 식수 개선과 학교·주택 개선에 각각 3000억달러 등을 투입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보육, 보편적 유치원 및 커뮤니티 칼리지 학비 등이 포함된 1조달러 규모의 ‘미국 가족 계획’ 제안도 가시권이다. 이 계획은 보육 자금과 유급 가족 휴가 프로그램에 각 2250억달러, 보편적 유치원 교육에 2000억달러 등을 배정했다. 이같은 투자 계획을 설명하며 바이든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최대 일자리 투자이자 미국에서 한 세대에 한번 있을 법한 투자”라면서 “세계에서 가장 회복력 있고 혁신적 경제를 창출하겠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두 계획을 실현하는 데 드는 재원 마련의 핵심은 증세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마존 등 포천(Fortune: 미국의 격주간 유력 경제잡지)지 선정 500대 기업 상당수가 단 한 푼의 소득세도 내지 않았다”고 밝혀 대기업과 부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함을 강조했다.

FDR와 존슨 대통령 떠올리는

미국 역사가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재정지출 및 복지 인프라 확대를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뉴딜’ 정책, 그리고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의 ‘위대한 사회’ 정책과 비교한다. 먼저 루스벨트는 대공황의 그늘이 드리워진 1933년 취임해 뉴딜 정책의 기치 아래 정부의 과감한 지출 확대와 복지 확충 정책을 폈다. 큰 정부를 추구해 온 케인스주의 경제이론을 받아들인 것이다. 루스벨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의 국제문제 개입을 꺼리는 고립주의자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미국이 유엔 창설을 주도하도록 했다. 이후 미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사실상 ‘경찰국가’를 자임했다.

1963년 암살당한 존 F 케네디로부터 대통령직을 승계한 존슨은 ‘위대한 사회’의 이름 아래 저소득층의 교육과 생활, 복지 개선에 몰두했다. 인종·피부색·종교·성별 등 어떤 차별도 금지한 민권법을 제정함으로써 연방정부의 역할과 의무를 대폭 확대한 것 역시 존슨 시대의 일이다.

루스벨트와 존슨이 앞장서 주창한 큰 정부 이론은 1970년대 정부에 의한 시장 개입의 폐해를 ‘정부 실패’로 규정하며 득세한 신자유주의에 밀려났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는 그로부터 수십년 만에 다시 큰 정부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것이 미국 조야 일각의 판단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역사학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루스벨트와 존슨의 정책에 큰 관심을 보이며 상세한 질문을 던졌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바이든의 실험은 성공할까

영국의 유력 경제매거진 ‘이코노미스트’는 루스벨트의 뉴딜, 그리고 존슨의 위대한 사회 정책의 공통점으로 “각각 대공황과 2차대전, 베트남전쟁이라는 어려움을 겪으면서 민주·공화 양당의 대립이 비교적 덜한 상황이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의 그늘을 백신 접종 속도전과 재정지출 확대로 돌파하는 바이든 행정부도 비슷한 처지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바이든 정부가 대대적 인프라 투자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코로나19로 무너진 경제 재건에 연방정부의 역할이 부각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실패와 대(對)중국 무역전쟁이 역설적으로 바이든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다만 루스벨트와 존슨이 여대야소 정국에서 의회를 완전히 장악한 가운데 정책을 밀어붙인 것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의 기반은 다소 불확실하다는 점이 변수다. 그는 대선에서 51.3%의 득표율로 가까스로 과반을 기록했다. 상원은 여당인 민주당과 야당인 공화당이 각 50석씩 동률이고 하원도 민주 219석 대 공화 211석으로 불안한 우위를 지키고 있다. WP는 “바이든은 의회와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며 “공화당은 물론 일부 민주당 의원도 적자 폭증 등에 부정적 시각이 있다”고 전했다.

세계경제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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