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패권전쟁…바이든 “반도체 공격투자하라” 美주도 천명

  반도체 패권전쟁…바이든 “반도체 공격투자하라” 美주도 천명
 4월12일 백악관에서 반도체 화상 대책회의…삼성 등 글로벌 기업에 투자 촉구

세계 반도체 패권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 속에서 그동안 침묵하고 있던 유럽연합(EU)도 참전을 선언했다. 글로벌 강국이 반도체 자체 확보에 나서면서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인 K반도체의 지위가 위협받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4월12일(현지시간) 열린 하노버산업박람회에서 “27개 유럽 기업과 함께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36억유로(약 4조8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2019년 같은 행사에서 EU 반도체 자립을 선언한 뒤 2년 만에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EU의 맹주 독일이 반도체 자립을 위한 액션플랜을 제시했다고 분석했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날 중국 공산당이 반도체 공급망을 재정비하고 지배하려는 계획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면서, 미국도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화상회의’에 참석해 “국내 반도체 산업을 어떻게 강화할지, 미국의 공급망을 어떻게 확보할지 논의하기 위해 오늘 세계의 기술 제조 리더들과 화상으로 모였다”며 “이날 상원의원 23명과 하원의원 42명으로부터 반도체 투자를 지지하는 서한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서한에는 “중국 공산당은 반도체 공급망을 재정비하고 지배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계획하고 있다. 이는 중국 공산당이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붓는가에 달려 있다”는 내용이 있다고 소개한 뒤 “중국은 물론 세계 다른 나라들도 기다리지 않을 것이고 미국도 기다려야 할 이유가 없다”며 대규모 투자를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 직후 에릭 쉬 중국 화웨이 순회회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반도체업계의 공급 사슬이 붕괴된 것은 미국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월1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열린 ‘반도체 화상회의’ 도중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모든 것은 인프라”라며 반도체 분야의 대규모 투자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근 중국이 미국 반도체 기술을 활용해 극초음속 미사일 등 첨단무기를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졌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바로 이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은 (미국이 따라오길)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을 경계한 바 있다.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인 뒤 “내가 여기 가진 칩, 이 웨이퍼, 배터리, 광대역, 이 모든 것이 인프라다. 우리는 어제의 인프라를 수리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는 20세기 중반 세계를 주도하고 20세기 말을 향해서도 세계를 주도했다. 우리는 다시 세계를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화상회의는 전세계적인 자동차용 반도체칩 부족 사태로 미국 주요 자동차 생산공장의 조업이 잇달아 중단되는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모색하고 반도체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주재한 이 회의에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포드·GM 등 자동차 업체 등 글로벌 기업 19개사가 참여했다.한국 정부도 뒤늦게 반도체 챙기기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4월15일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소집, 반도체·전기자동차 등 주요 전략산업 현황을 점검했다. 이 회의에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도 초청됐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국가 차원의 반도체산업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000원짜리 칩 모자라… 글로벌 車업체 줄줄이 공장 ‘스톱

작게는 좁쌀만 하고 보통은 손톱만큼인 데다 1개 가격이 싼 것은 1000원도 안 되는 반도체 부족 사태가 세계 경제를 마비시키기 직전이다. 오죽하면 글로벌 경제 패권국 미국의 대통령이 사태 해결에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을까 싶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일로다.4월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반도체 화상회의’를 직접 주관한 것은 세계적인 자동차용 반도체 칩 부족 사태 탓이다. 각국 자동차 업계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탓에 자동차 수요가 줄 것으로 판단하고 칩 주문량을 줄였다. 또 반도체를 수탁생산 하는 파운드리 업체들은 생산 라인을 게임이나 PC, 가전제품용 반도체 생산으로 돌렸다.


그런데 자동차 수요는 당초 예측보다 크게 줄지 않았고, 완성차 업체들이 뒤늦게 반도체를 추가 주문했지만 파운드리 업계가 다시 라인을 재배치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미 텍사스주의 한파로 삼성전자와 인피니언 등의 반도체 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되고, 세계 3위 차량용 반도체 제조업체인 일본 르네사스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는 등의 사고까지 겹쳐 수급난이 심화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 울산 1공장 휴업에 이어 아산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현대차는 파워트레인 컨트롤 유닛(PCU)에 들어가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하고 있는 아산공장 가동을 12~13일 이틀 동안 중단됐다가 14일 가동했다. 사진은 현대차 아산공장 모습.

도요타와 폴크스바겐, 포드, GM, 혼다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는 이미 연초부터 줄줄이 일부 공장을 닫거나 생산을 줄이고 있다.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올해 최대 130만대의 차량 생산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한국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반도체가 주력 수출품인 한국조차 차량용 반도체 부족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지만, 차량용 반도체는 거의 생산하지 않는다. 차량용 반도체는 초미세화 공정을 통해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내 완성차업체 중 가장 먼저 타격을 본 한국GM은 지난 2월부터 부평2공장 가동률을 50%로 줄였다. 현대차는 4월7일부터 울산1공장을 일주일간 가동중단 조치했다. 아산공장도 12∼13일 휴업했다가 14일 가동했다.


컴퓨터, 휴대전화 등 반도체 칩을 많이 이용하는 다른 산업 분야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블룸버그통신은 “컴퓨터, 휴대전화 등 칩 부족 시 영향을 받는 다른 전자제품 제조사들도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한다”고 보도했다. AP도 “반도체 칩 부족 사태는 학교가 학생들의 재택 수업을 위한 컴퓨터 구매를 어렵게 하고, 최신 비디오게임기를 구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시대에 학생들은 집에서 하는 온라인 수업이, 직장인들은 재택근무가 각각 새로운 표준이 되었는데 반도체 칩 부족사태가 악화하면 온라인 수업이나 재택근무도 힘들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게 또 문제다. 개발까지 10년가량이 소요되는 데다 안전성이 중요해 공정이 까다롭고, 핵심 부품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대체품 적용이 어려워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최소 3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일각에서 전망하는 삼성전자 등의 차량용 반도체 생산 가능성도 그리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설비가 집중되면 장기적으로는 PC나 모바일용 반도체도 수급 부족을 겪을 가능성이 또 발생한다”며 “굳이 생산 라인을 조정하려면 국내보다는 반도체 투자를 늘릴 경우 각종 인센티브 제공을 하겠다는 미국 현지 생산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투자 요구는 없었지만… 삼성, 공장 증설 가속화

삼성전자가 한숨을 돌렸다. 미국 백악관이 4월12일 주최한 반도체 수급 회의에서 삼성전자가 미국으로부터 부담스러운 ‘청구서’를 받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미국의 직접적인 투자 요구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부족 사태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삼성전자를 비롯한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이 주최한 ‘반도체 CEO(최고경영자) 서밋’에 우리나라 기업 중 유일하게 초대받은 삼성전자는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회의에 참석했다. 삼성전자는 회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다만 일각에서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시작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열린 서밋은 미국이 GM, 포드 등 자국 자동차 기업의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서 시작된 회의다. 회의에 참석한 차량용 반도체 기업뿐만 아니라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지 않는 인텔이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 미국 글로벌파운드리 등에도 차량용 반도체 부족 해소를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동시에 삼성전자의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 텍사스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을 추가로 짓기로 하고 후보지를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유력 후보지인 텍사스주와 세제 혜택 규모를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앞서 인텔은 지난달 200억달러(약 22조6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에 반도체 공장 2곳을 짓고 반도체 수탁생산 사업 부문인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를’ 신설하기로 했다. TSMC도 미국 애리조나에 120억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인텔 CEO “최소 6개월내 車 반도체 생산”

바이든 미 행정부가 4월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개최한 ‘반도체 화상회의’에는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세계 1∼2위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 정보기술(IT) 강자인 HP와 인텔, 미국 자동차업체인 포드와 GM 등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참석하는 등 커다란 관심을 보였다. 미국 내 반도체 부족 문제가 이번 회의 개최 배경인 만큼 미국의 반도체 제조업체와 자동차 업체 등은 반도체 등에 대한 투자 확대를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최근 미국 내 200억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한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국가 인프라 유지를 위해 반도체 산업이 필수적이라는 데에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미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금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선 향후 6∼9개월 안에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개시할 의향도 밝혔다. 겔싱어 CEO는 “제품을 인증받는 데 6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며 “이미 주요 부품 업체들과 함께 관련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미국 땅에서 미국 기업이 제조하는 것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을 하고 기술 소유권을 가지기를 원한다”며 지식재산권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구글과 모회사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CEO도 “훌륭한 회의였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공급망에 갖는 관심에 감사한다. 기술혁신과 미래 성장동력 유지를 위한 대통령의 의지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도 별도 성명에서 “오늘 회의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연방 차원의 지원을 위한 업계와 바이든 행정부 간의 강한 파트너십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맷 블런트 미국자동차정책협의회(AAPC) 회장 역시 행정부가 반도체 업계를 압박한 데 감사를 표하고 “자동차 산업이 미국 경제와 일자리에 없어선 안 된다는 점을 확실히 하기 위해 모든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민주·공화당을 아우르는 70명 이상의 상·하원 의원들도 이날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 내 반도체 공급난 해소를 위해 반도체 연구와 생산을 지원하는 펀드를 조성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500억달러(약 56조원) 규모의 반도체 지원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반도체로 밀착하는 美·대만… 中 “합의 위반” 발끈
세계최대 반도체 생산업체 TSMC, 美제재 대상 中기업 주문 안 받아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미국이 블랙리스트에 올린 중국 반도체 관련 기업의 신규 주문을 받지 않기로 했다. 미국과 대만이 외교뿐 아니라 반도체 등 과학기술로도 접촉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TSMC가 컴퓨터 CPU(중앙처리장치) 설계업체인 중국 파이티움(페이텅)의 반도체 생산 주문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국가안보 위협과 반도체 주도권 강화 등 이유로 최근 반도체와 슈퍼컴퓨터 관련 중국 기업 등 7곳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이후 대만 기업이 즉각 조치를 취한 셈이다.


파이티움은 반도체 설계업체로 자체 생산시설을 갖추지 않아 파운드리 업체들이 주문을 받아주지 않으면 제품을 생산할 수 없다. 중국도 파운드리 업체 SMIC가 있지만 미국의 추가 제재 등 부담으로 미국 블랙리스트에 오른 화웨이 등 자국 기업과 거래하지 않는 상태다.특히, 파이티움은 일반 컴퓨터 외에 중국 군(軍) 관련 기관들이 운영하는 주요 슈퍼컴퓨터에도 CPU를 납품하고 있어 이번 조치는 중국 슈퍼컴퓨터 개발 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보낸 크리스 도드 전 상원의원과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리처드 아미티지, 제임스 스타인버그 등 비공식 대표단 3명이 4월14일부터 사흘간 대만을 방문한다. 이들은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대만의 국가안보·외교·국방 분야 고위 관계자들을 만난다. 대표단 파견은 미 국무부가 최근 대만과 교류를 장려하는 새로운 지침 발표 후 나온 조치다.


중국은 미국과 대만의 밀착 행보에 ‘독이 든 술’이나 ‘재앙’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강하게 비난했다.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마샤오광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과 미·중 3대 연합 공보(상호 불간섭과 대만 무기 수출 감축 등을 둘러싼 양국 간 합의)를 준수하는 것은 미국 정부와 중국 측의 엄숙한 약속”이라며 “인민해방군의 군사 훈련은 미국과 대만의 유착을 억제하겠다는 결심의 신호로, 말로만 하는 게 아니다”고 무력 사용 뜻을 밝혔다. 이어 “대만 독립을 도모하려는 환상은 독이 든 술로 갈증을 푸는 것이고, 대만을 재앙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중국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산업 지원을 위해 차세대 모니터 제조에 필요한 LCD(액정디스플레이), 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원자재 관련 반도체 수입 관세를 철폐키로 했다. 중국 정보소비연합 샹리강 국장은 “중국이 자체 반도체 산업 체인을 구축할 수 있게 수입 재료와 장비를 공급하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車 반도체 품귀로 피해 커지는데…韓, 업체도 정부도 발만 동동
해외의존도 98%…생산계획 차질 현실로…MCU 특히 부족…국내 제조사 전무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4월12∼13일 멈췄던 현대차 아산공장이 14일 다시 가동됐다. 이틀 사이 이 공장의 기존 생산계획에서 차질을 빚은 생산 대수는 2050대다.이처럼 공장 가동 중단은 바로 회사 손실로 이어진다. 특히 이번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 국내 자동차업계의 막대한 수익성 저하가 우려된다. 이날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가격이 10% 상승하면 자동차 생산원가는 약 0.18% 상승하고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1% 감소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의 주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회사는 올해 반도체 수요증가 등을 이유로 이미 가격을 전년 대비 10~15% 인상했다.부품사도 마찬가지다. 반도체는 바로 완성차 업계에 공급되는 게 아니라 1차 부품사에서 먼저 각 차량의 고유 설계와 구조에 맞게 제작되어 납품된다. 완성차 업체의 가동률과 부품사의 실적이 직결된다는 이유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나 완성차 업계는 자체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한국 완성차기업의 차량용 반도체 해외의존도는 98%다. 그런데 한국의 파운드리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을 늘릴 방법이 없다. 예를 들어 이번에 특히나 공급이 부족한 반도체가 마이크로컨트롤러(MCU)인데, 한국에는 MCU 생산라인이 아예 없다. 삼성전자는 미미한 규모의 차량용 AP, 이미지센서, 메모리반도체 등을 공급할 뿐이다. SK하이닉스는 아직 차량용 반도체 사업을 시작하지도 않았다.생산라인 재조정 등을 통해 공급 확대를 기대할 수는 있지만 이것이 가능한 유일한 파운드리 삼성엔 총수가 없다. 차량용 반도체 사업은 작은 시장규모, 다품종 소량생산 등으로 다른 반도체에 비해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분야로 꼽힌다. 최근 수요가 급증한 5세대이동통신(5G), 가전 관련 라인을 축소하고 차량용을 확대하려면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이유다.

삼성에 정통한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재구속 수감 전인 올해 1월 새해 첫 경영을 평택 반도체 공장 사업 현장을 점검할 정도로 시스템 반도체 산업에 큰 관심을 기울여 왔다”며 “그가 현재도 경영활동을 자유롭게 하고 있다면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한국에 분명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번 사태의 과실은 삼성의 경쟁사 TSMC가 따먹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인 TSMC는 MCU의 약 70%를 생산한다.반도체 대응전략 등을 논의하기 위해 15일 열린 청와대의 확대경제장관회의에 대한 재계의 기대도 크지 않은 것 같다. 미국과 중국이 수조(兆)원 단위의 반도체 분야 투자계획을 내고,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로 각국의 파운드리를 자국에 유치한다며 발벗고 나서는 동안 한국 정부는 사실상의 무대응으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가 향후 2년간 반도체 관련 인력 4800명을 공급하는 등의 계획을 밝혔지만 이는 장기대책일 뿐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완성차기업이 부품 공급사를 다변화하고, 자체 차량용 반도체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부품사 보쉬는 새 반도체 공장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올 연말부터 가동을 시작한다. 또 2020년 덴소와 토요타는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세계경제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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