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 ‘새우깡’ 신화 직접 써 내려간 故신춘호 농심 회장

56년 이끈 ‘라면왕’ 신춘호 회장 92세로 영면…故신격호 롯데 창업주 둘째 동생

신(辛)라면을 만든 농심 창업주 신춘호 회장이 3월27일 별세했다. 향년 92세. 신라면을 비롯한 짜파게티, 새우깡 등 국내 식품업계를 대표하는 상품들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1930년 울산에서 태어난 신 회장은 롯데그룹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둘째 동생이다. 1958년 대학 졸업 후 일본에서 성공한 신격호 회장을 도와 국내 롯데를 이끌었다. 하지만 1965년말 라면 사업 추진을 놓고 형과 갈등을 겪은 끝에 라면 업체 롯데공업을 설립하며 독립했다. 이후 1978년 롯데공업 사명(社名)을 ‘농심(農心)’으로 변경하면서 롯데와는 완전 결별했다.

3월27일 별세한 신춘호 농심 회장이 생전 취미였던 등산 도중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농심 제공

신 회장은 농심 창업 후 56년간 농심을 이끌며 신라면(1986년), 짜파게티(1984년) 등 다수의 인기 라면 제품을 만들어냈다. 신라면과 짜파게티는 현재 국내 라면 시장에서 각각 점유율 1, 2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신 회장의 역작인 신라면은 현재 전 세계 10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신 회장은 라면 이외에도 1971년 우리나라 최초의 스낵인 새우깡을 개발했다. 새우깡은 4.5t 트럭 80여대 물량의 밀가루를 쏟아부어 개발됐다. 신 회장은 새우깡 개발 당시 “맨땅에서 시작하자니 우리 기술진이 힘들겠지만 우리 손으로 개발한 기술은 고스란히 우리의 지식재산으로 남을 것”이라고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브랜드 감각도 남달랐다. 그는 신라면이나 새우깡 등 대표 히트 상품의 이름을 직접 고안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농심은 “신라면은 지금이야 익숙하지만 출시 당시에는 파격적인 이름이었다”며 “당시 브랜드는 회사명을 많이 썼고, 한자를 상품명으로 쓴 전례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고인은 당시 발음이 편하고 소비자가 쉽게 주목할 수 있으면서 제품 속성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신라면을 밀어붙였다.


농심에 따르면 신 회장의 마지막 작품은 2020년 10월 출시된 ‘옥수수깡’이다. 그는 “원재료를 강조한 새우깡, 감자깡, 고구마깡이 있고 이 제품도 다르지 않으니 옥수수깡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옥수수깡은 출시 직후 없어서 못 팔 정도의 품귀 대란으로 더욱 유명세를 치렀다.

신 회장은 별세 이틀 전인 지난 3월25일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되지 않으면서 경영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난 상태였다. 차기 회장에는 고인의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신 부회장은 지난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롯데 창업주인 신격호 회장과 농심 창업주인 신춘호 회장 모두 별세하면서 반세기 넘게 이어지던 두 재벌가의 앙금이 풀릴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신춘호 회장이 사명을 농심으로 바꾸고 롯데와 결별한 뒤 형제 간 왕래가 끊겼고, 가족 모임에도 서로 참여하지 않는 등 거리가 멀어졌다. 2020년 1월 신격호 회장 별세 당시 신춘호 회장의 조문 여부가 관심을 모았지만 그는 형의 빈소에 나타나지 않았고, 대신 장남인 신동원 농심 부회장이 조문했다.


신춘호 회장의 조카이자 신격호 회장의 아들인 신동빈 롯데 회장은 현재 일본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져 현실적으로 조문이 어려운 상황이다.

전세계에 한국 라면을 알린 ‘라면왕’으로 불린 신 회장(가운데)이 1982년 사발면 출시 당시 시식회의를 하는 모습. /농심 제공

하지만 ‘롯데가(家) 장녀’ 신영자 전 롯데복지재단 이사장과 송용덕 롯데지주 부회장이 빈소를 찾는 등 빈소에 범롯데가 일원이 집결하며 재계에서는 두 가문이 화해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를 모았다.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나란히 조화를 보냈으며 ‘롯데 임직원 일동’ 명의의 조화도 빈소 외부 한편에 놓였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도 이날 조문했다. 구속 상태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이 조화를 보내 조문을 대신했다.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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