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쿠팡의 과제와 미래

시가총액 100조원을 기록하며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화려하게 데뷔한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이 한 중소업체가 제작·판매하는 제품의 모방품을 판매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중소 화장품 업체의 ‘와우맘’이라는 브랜드 상표권을 침해한 사건이 발생하는 등 최근 쿠팡을 둘러싸고 지식재산권 관련 분쟁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쿠팡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한 중소업체는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한 타사의 제품을 쿠팡이 자사 제품인 것처럼 판매했다며 쿠팡에 소송을 제기했다.

3월23일 쿠팡은 무선이어폰 케이스를 제조하는 A업체 대표 L씨로부터 상표법 위반 및 사기 혐의 등으로 피소됐다고 밝혔다. 쿠팡에 따르면 L 대표는 A사의 제품을 그대로 모방한 B사 제품을 쿠팡이 마치 A사 제품처럼 판매했다며 쿠팡에 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2019년 6월 자사가 제작·판매하는 무선 이어폰 케이스 관련 상표권을 등록했다. A사가 제작하는 케이스는 여행용 가방 등 독특한 형태로 제작된다. 지난해 6월부터 쿠팡 ‘로켓배송’에 판매를 시작하다가 ‘로켓제휴’로 납품 방식을 변경했다.문제는 지난해 12월부터 ‘로켓제휴’로만 판매돼야 할 A사 제품이 ‘로켓배송’에서도 검색됐다는 점이다.

이는 B사가 A사 상표명을 그대로 사용한 채 ‘로켓배송’에 제품을 납품했기 때문이다. 쿠팡 측은 문제가 제기되자 해당 제품을 내리고 곧바로 판매 중지했지만 L 대표는 이를 판매한 쿠팡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쿠팡 관계자는 “B사가 A사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제품을 쿠팡에 판매한 것을 확인했고 쿠팡은 해당 제품에 대해 즉시 판매 중단 조치를 취했다”며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고 경찰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지만 쿠팡이 A사의 상표권을 침해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3월11일 쿠팡 상장에 맞춰 뉴욕증권거래소에 쿠팡 로고와 태극기가 게양됐다.


온라인쇼핑 또는 배송의 동의어처럼 각인시킨 ‘쿠팡’

쿠팡은 2010년 8월 설립됐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미국에서 사업해서 마련한 30억원이 밑천이었다. 그로부터 10년 6개월 만에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글로벌 유통기업으로 전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JP모건과 같은 ‘큰 손’들이 쿠팡 공모에 주저 없이 뛰어들었다.


놀라운 일이다. 한편으로 쿠팡의 글로벌 자본시장행(行)이 던진 과제와 미래는 어떻게 될까.한국 택배산업은 성장일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 물동량만 33억7373만 박스였다. 2019년보다 20.9%나 늘었다. 2012년(14억598만 박스)에 비하면 2.4배 증가했다. 2020년 매출액은 7조4925억원으로 2012년(3조5232억원) 보다 112.7% 늘었다. 가위 로켓급 성장이다.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낸 상장(上場) 신고서에는 이렇게 기록돼 있다. ‘한국의 유통·식료품·음식배달·여행 시장 규모는 4700억 달러(약 520조원)이다.’ 아직도 70배 더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이다.쿠팡의 이런 자신감은 혁신의 DNA 덕이다. 어느 누구도 시도한 적 없던 직배송과 로켓배송은 시장을 뒤흔들었다. 온라인 쇼핑몰이 배송까지 하는 회사는 없을 때였다. 쿠팡을 온라인 쇼핑 또는 배송의 동의어처럼 각인시켰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은 여기에 매료돼 3조원이 넘는 돈을 흔쾌히 투자했다.

쿠팡의 NYSE행(行)도 충격이었다. 아마존이라는 시장지배자가 있는 곳이다. 그런데도 NYSE에 진출한 이유는 단 하나다. 혁신의 DNA를 받아줄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주당 29주의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차등의결권은 창조적 파괴를 뒷받침하는 든든한 토대다. 경영권을 두고 지분 다툼을 벌일 필요가 없다. 글로벌 자본시장과 한국 시스템의 차이다.

스타트업 성장 막는 실핏줄 규제…글로벌 스타트업 10곳 중 3곳 한국서 사업 어려워

스타트업(신생 창업기업)으로서 쿠팡은 한 해 수조(兆)원의 적자를 내면서도 꿋꿋하게 버텼다. 하지만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실핏줄 규제가 포진하고 있어서다. 오죽하면 글로벌 상위 스타트업 10곳 중 3곳은 한국에서 사업을 하기 어렵다는 보고서도 있다. 빅데이터 기반 위캐시, 에어비앤비, 그랩, 블록원 등이다.그럼에도 쿠팡의 노동분야 혁신은 괄목할만하다. 기존 택배회사의 배송기사는 자영업자다. 택배회사는 이들과 계약을 맺고 배달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한다. 두 개의 회사처럼 굴러가는 셈이다. 그러나 쿠팡의 배송기사는 정규직 사원이다. 수수료 대신 월급을 받는다. 자영업자가 아니기에 공정거래법 대신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법의 적용을 받는다. 기존 회사는 쿠팡의 노무 시스템을 흉내조차 내기 어렵다. 엄청난 비용이 들어서다. 막대한 손실을 내면서도 괜찮은 서비스 일자리를 확 늘린 이런 노무 방식은 고용혁신이라 할 만하다.

쿠팡의 최대 난제는 노동문제…근로자 보호에 소홀한 노무 관리

하지만 쿠팡이 풀어야 할 최대 난제 또한 노동문제다. 특히 산업재해는 심각하다. 김 의장이 경쟁상대로 삼은 아마존과 같은 처지에 놓였다. 아마존은 미국 전역에 150여 포장배송 센터를 두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직원의 부상 비율은 2016~2019년 33% 증가했다. 오죽하면 미국 워싱턴주는 여러 물류창고 가운데 아마존의 물류창고만 떼어내 고위험 업종으로 분류하려고 한다. 고위험 업종이 되면 업주가 부담하는 산재보험료가 15%, 시간당 2.17달러 인상된다. 워싱턴주에서만 창고직원이 1만1199명이다. 산재보험료의 사업주 부담분이 시간당 2만4000달러 증가한다는 계산이 나온다.고용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쿠팡발(發) 산재승인 건수는 2016년 223건에서 2020년 758건으로 3.3배 증가했다. 타사의 산재승인 건수가 한 자릿수인 점을 고려하면 엄청나다. 물론 다른 물류회사 배송기사는 자영업자여서 산재로 인정받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있다. 쿠팡으로선 억울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일하다 다치는 근로자가 지나치게 많다.


근로시간 개념의 재확립과 근로자의 자기 결정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혁신 필요


쿠팡은 “주당 50시간으로 근로시간을 조절한다”며 과로에 따른 산업재해를 부인한다. 하지만 이런 일률적인 근로시간 개념이 산재를 키울 수 있다. 실제로 20201년초 과로사 판정을 받은 직원의 평균 근로시간은 주당 52시간 이내였다. 과로사 판정기준인 60시간에 못 미친다. 그래서 쿠팡은 “과로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산재 판정을 할 때에는 야간근로의 경우 실근로시간에 1.3배를 곱해서 근로시간을 산출한다. 숨진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60시간을 훌쩍 넘겼다. 근로환경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지와 오류가 빚은 산재였던 셈이다. 로켓배송이나 새벽 배송 등에 대한 근로시간 가산제 도입과 같은 업무 강도를 고려한 근로시간 개념의 재확립과 근로자의 자기 결정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또다른 혁신이 필요한 까닭이다. 휴가제도를 포함한 보상체계의 혁신, 외부의 입김에 흔들리는 노사관계 등을 다잡을 내부 혁신도 필요하다.지속가능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도 숙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향후 10년 동안 세계 100대 도시에서 배달수요는 78%, 배달차량은 3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배출가스는 32%나 많아진다. 대부분 경유차량을 사용하는 국내 택배회사가 안고 있는 숙제다.

‘글로벌 기업’ 쿠팡의 미래는?

쿠팡은 처음에는 소셜커머스(SNS를 통한 전자상거래)로 시작했다. 2010년 초반에는 티켓몬스터 위메프 같은 소셜커머스가 한창 인기를 끌었었다. 하지만 한정된 시장 규모와 치열한 경쟁에 한계를 느낀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오픈마켓 또는 온라인종합쇼핑몰로 변화했다. 쿠팡은 온라인종합쇼핑몰+오픈마켓 형태로 변화하며, 톱광고모델 기용, 엄청난 할인쿠폰을 통한 가격경쟁력을 내세우고, 업계 최초 익일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최초로 시작해 시장점유율과 매출을 급격히 증가시키며, 금방이라도 한국 온라인쇼핑시장을 장악할 것처럼 보였다.이러한 쿠팡의 혁신적 서비스와 실적 성장세는 다양한 투자기관들의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특히 손정의 회장은 2015년 일본 소프트뱅크를 통해 1.1조, 2018년 비전펀드를 통해 2.26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하기에 이른다.

쿠팡 투자유치 현황


e커머스 시장점유율도 2019년 18%에서, 2020년 초에는 25%로 1위, 모바일 쇼핑앱 이용 순위도 29.4%로 1위이다. 지금까지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받아 매출과 시장점유율을 크게 증가시켰음에도 불구하고, 흑자전환을 한번도 못하고 오히려 천문학적인 적자를 지속하며, 쿠팡은 자본잠식 상태의 기로에서 허덕이고 있다.
이쯤되면 기존 투자자들도 쿠팡이 과연 흑자전환이 가능하긴 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 것이고 섣불리 추가 투자를 하지 못할 것이다. 손정희 회장도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전처럼 천문학적 자금을 투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미국 나스닥 상장을 통해 주식시장에서 돈을 끌어오려는 계획이다. 특히 요즘같이 유동성이 풍부한 시기라면 더 쉽게 더 많은 자금을 끌어올 수 있을 뿐아니라, 기업의 지명도가 높아지고, 주식의 환금성이 좋아져 추가 투자를 받기가 훨씬 용이해진다. 실제 이번에 상장됨으로써 이 계획이 실현됐다.
테슬라도 자금 부족과 적자에 허덕이고 있었지만, 미래에 대한 성장성을 인정받아 나스닥에 상장하며 대규모 자금을 끌어모은 것이 지금까지 사업을 계속 유지하고 키워 올 수 있었던 중요한 모멘텀이 되었다.

나스닥의 투자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현재 기업의 재무상태나 매출보다는,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다. 현재 회사가 자본잠식 상태와 큰 적자에 시달리더라도, 추가적인 자금이 공급되면 계속 성장해서, 결국 산업 생태계를 장악하고 큰 이익을 만들어내는 회사가 될 수 있는가이다. 그러하기에 쿠팡이 불안한 재무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배달앱 시장에도 뛰어들고, OTT서비스인 ‘쿠팡플레이’도 시작하려는 것이라고 본다.


쿠팡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 견해도 있다. 초기만 해도 쿠팡이 시장을 완점 잠식하는 것 아닐까라는 기대반 걱정반이었지만, 이제는 쿠팡이 한국에서 망하거나, 다른 기업에 인수·합병 되지 않고, 자체적으로 계속 사업을 해 나갈 수 있을지 판단할 시기로 본다는 점이다.
주요 이유는 ​쿠팡이 최대 강점을 갖고 있던 낮은 가격과 로켓배송 시스템은 더 이상 독보적 경쟁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온라인 쇼핑몰들이 쿠팡과 비슷한 가격대로 물건을 팔고 있고, 익일배송과 당일배송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쿠팡은 현 시스템으로 사업을 계속할수록 적자가 쌓여 기업이 존폐의 기로에서 허덕일 수 있지만, 다른 쇼핑몰들은 흑자 상태이기 때문에 계속 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장기전으로 갈수록 쿠팡이 불리해질 수 있다. 특히 네이버 생태계를 기반으로 시너지를 내고 있는 네이버쇼핑은 거래액이 쿠팡을 넘어섰으며, CJ대한통운과의 풀필먼트 협업을 통한 익일배송 시스템이 본격화되기 시작하면 그 위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또 쿠팡을 테슬라와 아마존과 비교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이유는 아마존과 테슬라는 글로벌시장에서 사업을 키워나가지만, 쿠팡은 한국 내수시장에서 더 이상 확장하기 힘들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취약점들을 극복하고 ‘글로벌 기업’으로서 쿠팡이 세계로 뻗어나가길 기대해 본다.

세계경제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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