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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청와대로 번지는 신도시 투 의혹…법제화가 무슨 소용?   

 신도시 투기 사태, 전방위 확산…”부동산 정책 전환 없는 한 투기 계속될 것”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사전 투기로 촉발된 ‘땅 투기 의혹’이 정치권으로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모친의 광명 신도시 임야 보유에 대해 당 윤리감찰단이 조사에 돌입하는 등 논란은 확산일로다. 청와대는 비서관급 이상 직원과 가족의 3기 신도시 투기 여부 조사 결과를 금명 간 발표할 예정이다. 국민적 공분(公憤)을 사고 있는 만큼 국회는 앞다퉈 관련 방지법안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국민들은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긴 꼴”이라며 국회의원들의 토지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들을 비롯해 국회의원들의 비리도 철저히 조사하고 막아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LH 직원들의 투기로 국토부, 청와대 직원들까지 전수조사를 받는 마당에 국토위 위원들은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며 “국토 관련 정보를 누구보다도 많이, 빠르게 알고 의사결정 권한까지 지닌 국토위 위원들이야말로 제대로 조사를 해 봐야 하는 대상임이 당연한데 어찌된 영문일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번 공직자 투기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정보 접근이 쉽고 권력을 지닐수록 부정을 저지르기 쉬운데 아무런 견제 장치나 규제를 두지 않는다는 것은 비리를 방치하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며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여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이번 투기 관련 조사 대상에 국토위 위원들을 비롯한 국회의원들도 포함시킴으로써 조금의 의혹도 남기지 않기를, 모든 사실을 철저히 규명해 주시기를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법제화 나선 與…소급 시점·국회의원 포함 여부 등 실효성 의문
여권은 관련 대책 마련 및 법제화를 추진하고 나섰지만 법안소급 여부와 위헌(違憲) 요소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과거 땅 투기를 한 직원들에 대한 몰수 여부, 조사 범위에 국회의원을 포함하느냐 등을 두고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3월10일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와 가진 간담회에서 “LH문제는 대단히 감수성 있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국토교통부나 LH는 국민 눈높이에 맞게 다가가야 한다. 국민의 공감을 받을 수 있도록 발 빠르게 근본 대책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관련 입법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그 중 하나가 이해충돌방지를 제도화하는 것일 수 있다”며 “공직자들의 이해충돌방지 입법까지 이번에 나아갈 수 있다면 투기 자체를 봉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해충돌방지법이 통과되면) 사익을 추구하는 일을 막을 수 있고 또 다른 제도로 투기할 경우 손해가 되게 하면 투명·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도 이날 LH 직원 땅 투기 의혹과 관련, 원내에 공직자 투기·부패 근절을 전담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부패근절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 직무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공직 부패를 완전히 뿌리 뽑는 계기로 삼겠다”며 “당이 책임지고 공직자들이 투기는 엄두도 못낼 만큼 엄정하고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공직자 투기·부패 근절을 전담하는 TF를 구성, 현재 거론되는 다양한 방안을 조율해 실효성 있는 종합대책을 추진하겠다”며 “의원 입법과 정부의 대책, 학계 의견을 종합한 정밀한 입법안을 내겠다”고 덧붙였다.현재 민주당이 추진 중인 ‘LH 3+1’법은 ▲투기이익 몰수와 부당이득 3~5배 범칙금 부과▲공기업 직원·공공기관 임직원 재산공개 의무화 ▲공직자의 실수요 외 토지거래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공공주택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안 등이 있다.

여당은 이에 더해 공직자가 직무 관련 직접 이익 및 불이익을 받는 주체가 자신이나 가족인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기관장에게 신고하고 직무 회피를 신청하게 하는 공직자 이해(利害)충돌방지법(2013년, 권익위발의)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 정무위원회가 추진 중인 이해충돌방지법은 정작 입법 주체인 국회의원을 대상에서 제외했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이해충돌방지법은 운영위원회가 주관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통해 별개로 논의하고 있지만 계류 중이다. 국회가 정작 자신들의 이해충돌 여부는 뒷전으로 미루면서 당장의 국민적 공분을 막기에만 급급하단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직접 전수조사 나선 野…”부동산 정책 전환 없는 한 투기 계속될 것”
야당은 LH투기 사태를 문재인 정권의 부정·비리로 규정하며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비판, 공세를 펴고 있다. 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4·7보궐선거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면서 선거까지 관련 이슈를 끌고 가겠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LH 사태 이후 여론은 정부여당에 악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의뢰로 3월2일부터 5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006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은 전주 대비 1.3%p 오른 32.0%, 민주당은 1.9% 내린 31.0%로 집계됐다. 이어 국민의당이 8.1%, 열린민주당 6.8%, 정의당 5.2% 순이었다. 무당층은 14.2%로 전주대비 0.3%p 내렸다.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지역에서도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뒤졌다. 서울 국민의힘 지지도는 전주(前週)대비 4.7%p 오른 34.2%로 나타난 반면 민주당은 1.7%p 내린 29.6였다. 부산은 국민의힘이 0.9%p 상승한 39.9%, 민주당은 1.9%p 하락한 25.7%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됐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10일 현 정부의 감사 기능을 불신하면서 직접 전수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부동산투기조사특별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이 광명·시흥 1만5000필지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선다”며 “현 정부에 감사 기능이 없어 그 기능을 야당이 충실히 해보려고 작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위는 그러면서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에 대해 검찰의 직접적인 수사를 요구하며 대통령의 직접 지시를 촉구했다. 국회 국토위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국가 주도 개발로 개인의 사유 재산권을 침해하는 공공개발을 더 유지해야 하는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하는 시점에 이른 것”이라며 “25번을 해도 실패한 국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LH라는 기관을 이렇게 놔둬야 할 것인지, 60·70년대 (토지를) 강제 수용했던 공룡을 이대로 키워 놓고 흔들림 없이 계속 간다는 건 맞지 않다”며 “LH를 대폭 재수술하고 부동산 정책을 전환하지 않으면 아무리 사람을 자르고 법안을 낸들 이 투기는 계속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LH 조사·수사 함께하라는 文 이해 불가” 합조단 내부서도 비판

“조사와 수사를 함께 하라는 대통령 지시를 이해할 수 없어요. 조사가 수사를 방해할 수 있어 걱정입니다.”LH 직원들의 내부 비밀을 활용한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정부합동조사단 관계자가 이같이 청와대의 조사·수사 병행 방침을 비판했다. 8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사와 수사를 함께하고, 조사단은 조사 결과를 그때그때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넘겨라”라고 지시한 데 따른 반응이다. 

●“수사만으로 빨리 증거 확보해야”
LH 합동조사단 관계자는 “조사 없이 수사만으로 강력하고 빠르게 최대한 많은 증거를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사와 수사를 병행하면 특정 의혹의 경우 조사가 진행되고 수사가 뒤따르는데, 이 과정에서 증거가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3월8일 문재인 대통령이 LH사태와 관련해 “조사와 수사를 함께하고, 조사단은 조사 결과를 그때그때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넘겨라”고 지시했다.

 이 관계자는“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한 번 조사를 받으면 자신이 수사 대상이라는 인지를 하게 되고, 수사가 들어오기 전에 증거를 오염시키거나 없앨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증거 훼손의 조짐이 포착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LH와 국토부 직원 중 41명은 이날까지 조사단에개인정보 이용동의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제출을 거부했다.조사단 관계자는 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근 제시한 대안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했다. 윤 전 총장도 최근 한 언론에 “조사 없이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수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은 2005년 2기 신도시 비리와 관련 검찰 주도로 검·경합동수사본부가 구성됐을 당시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검사로서 유사 사건(파주 운정지구 투기 의혹)을 수사한 경험이 있다.


●朴 정부로 조사 확대엔 “정치적 의도 의심”

최창원 정부합동조사단장이 “조사 범위를 박근혜 정부 기간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서도 비판이 나왔다. 조사단 관계자는“조사 초기부터 범위를 지나치게 넓히면 안 된다”며“증거인멸 가능성이 작은 현 정부 기간 의혹부터 철저히 수사한 후 범위를 확대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면서다.

법조계에서도 정부의 LH 의혹 조사·수사 병행 방침에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영향으로 검찰보다 중대범죄 수사경험이 적은 경찰(국가수사본부)이 이번 수사를 주도하는 점과 관련해 부실 수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대표적이다. 이를 의식한 문 대통령이“검찰은 수사 노하우와 기법을 공유하고 수사 방향을 잡기 위한 논의 등에서 경찰과 긴밀히 협의해달라”고 주문했지만 검찰 반응은 회의적이다.한 검찰 간부는“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이 경찰 수사를 지휘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도움을 주라는 것인지 막연하다”며 “현실적으로 경찰이 신청하는 영장을 검토하는 정도로만 수사에 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수사 부실 우려…“검사 파견도 한계”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문성을 갖춘 검사들을 국수본에 파견하는 방법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미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파견된 검사는 수사에 일부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기소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정작 기소 여부는 파견 검사가 아닌 검찰청의 다른 검사가 결정해야 할 텐데, 그럴 경우 엄청난 분량의 수사 자료를 문서로만 파악해야 하는 탓에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리고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게 이 교수의 지적이다. 기소 이후에도 공소 유지에 실패해 유죄가 나와야 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할 위험이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남구준 국수본부장을 불러 직접 지휘하는 모양새를 보인 것을 두고는 불법 논란도 제기된다. 판사 출신인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국무총리가 무슨 자격으로 중립적 수사기관에 대해 수사 지휘를 하는가”라며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4조와 제16조에 따르면 국수본은 국수본부장의 지휘·감독을 받아야 한다. 중립적 수사를 위해 경찰청장도 간섭할 수 없다. 물론 국민의 재산 등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긴급하고 중요한 수사의 경우 경찰청장이 지휘할 수 있다.

LH 의혹 수사가 이 조건에 해당한다면 정 총리는 경찰청장을 통해 수사 지휘를 해야 하지만, 국수본부장을 직접 지휘해 입법 취지를 위배했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더욱이 정 총리는 민주당 소속 정치인이라 국수본에 대한 중립성 침해 정도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그밖에 정부합동조사단에 잠재적 수사 대상인 국토교통부가 포함된 점을 두고 ‘셀프 조사’ 비판도 제기된다.


●검찰 수사관“이번 수사는 망했다”
자신을 검찰 수사관이라고 주장하는 한 인물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인 블라인드에“이번 수사는 망했다”며“검찰에는 이런 수사 하고 싶어하는 검사랑 수사관들 너무 많은데 (검찰이 수사에서 배제돼) 안타깝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개발호재 지역에 ‘지분 쪼개기’ ‘맹지구매’ 석연찮은 거래…투기 의심받는 輿의원 3인
LH직원 신도시 투기 의혹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가족 등 여권의 투기 의혹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민심 악화를 막기 위해 조기 진화에 나섰던 민주당은 4·7 재보궐 선거를 한 달도 채 남겨 놓지 않은 상황에서 잇달아 터져 나오는 악재에 당혹스런 모습이다.

2020년 8월 공개된 국회의원 정기 재산신고와 등기부등본 등에 따르면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 2015년 10월 남편 최모씨와 공동명의로 경기 화성시 비봉면 삼화리에 3492㎡(1056평) 규모의 토지를 4억7520만원에 매입했다.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지역으로 도로와 연결되지 않은 맹지(盲地)다. 2014년 9월 화성비봉 공공주택지구 지구계획을 승인받은 곳과 350m 떨어져 있다. 토지를 구매할 당시 화성시에 디즈니랜드, 유니버셜스튜디오 등이 조성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양 최고위원이 산 땅은 3기 신도시 지역은 아니지만 개발 호재를 노리고 토지를 매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이 일자 양 최고위원은 입장문을 내고 “(해당 토지는) 삼성 임원으로 승진할 때 구매한 땅으로, 은퇴 후 전원주택을 짓고 노후를 대비하려는 차원에서 지인 추천으로 샀다”고 해명했다. 토지 매입 자금은 삼성 임원 선임시 수령한 사원 퇴직금과 배우자 자금 일부를 합쳐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양 최고위원은 “공직에 들어오기로 하면서부터 여러 차례 매매를 시도했지만, 거래 자체가 워낙 없다 보니 매매에 실패했다”며 “어떠한 시세차익도 목표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양 최고위원에 따르면 당시 공시지가는 5342만8000원이며 현재 공시지가는 5657만400원이다.

그러나 앞서 지난 8일 라디오에 출연해 LH 직원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강하게 질타한 그로서는 다소 난처한 상황이 됐다. 양 최고위원은 당시 “정부·여당은 이번 사태 해결에 정권의 명운을 걸겠다”며 “확인된 투기 이익은 필요하다면 특별법이라도 제정해서 국고로 환수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역시 더불어민주당 김경만 의원은 배우자가 2016~2018년 3기 신도시 예정지와 가까운 경기 시흥 일대의 땅을 쪼개기 매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국회의원 정기 재산신고와 등기부등본 등에 따르면 김 의원은 배우자 배모씨 명의로 토지 4건을 신고했는데 이 중 2건은 경기도 시흥시 장현동에 위치한 산이다. 배씨는 2016년 10월과 2018년 11월 두 차례에 걸쳐 장현동 일대 임야 총 50평(99㎡, 66㎡)가량을 지분 이전 방식으로 매입했다.

김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투기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해당 임야는 배우자가 교회 지인의 권유로 매수한 것으로 신도시 예정지와 전혀 무관하고, 당시 본인은 국회의원 신분도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토지에 대해 어떠한 조건도 없이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처분에 나설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양이원영 의원의 모친이 경기 광명의 신도시 예정지 인근 땅을 매입한 사실이 전날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민주당 지도부는 엄정 대응 원칙을 재차 강조하며 사태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당 윤리감찰단이 (관련 의혹을)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당 소속 국회의원·지자체장·지방의원 등의 자진신고 접수를 마감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향후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추가 투기 의심사례가 불거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외지인 들락거리더니 벌집 수십 채… 세종시, 몇 달 뒤 産團 지정타지역으로 확산되는 투기의혹…

조립식주택 11채가 다닥다닥…고양 창릉지구도 사전투기 의혹 “

외지인들이 엄청 들락날락했지. 산에 있는 땅을 팔았더니 거기다가도 집을 짓더라고. 그래서 난 ‘미쳤다, 돈도 많다’ 했지.”10일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 평범한 농촌으로 보이는 이 마을 한쪽엔 찍어낸 듯 똑같은 모습을 한 하얀색 조립식 주택 11채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언뜻 보면 한 펜션으로도 보이는 집들에 관해 묻자 한 주민은 ‘외지인’이란 말을 꺼냈다. 친인척이 주로 모여 사는 집성촌인 이 마을에 외지인이 몰려온 것은 3년 전쯤이다. 주민 A씨는 “이 동네는 원래 우리 성씨들이 모여 오래 살던 곳”이라며 “여기 사는 사람들은 본 적 없다. 주말에 가끔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은데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LH 직원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투기 목적으로 신도시 개발 예정지 토지를 사들인 의혹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2018년 8월 지정된 세종 스마트국가산업단지(세종 산단) 후보지도 비슷한 의혹이 불거져 어수선하다.

국토부는 와촌리·신대리·국촌리·부동리 일대 366만336㎡에 2027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입, 국책사업과 연계한 소재·부품 산업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발표 이후 이 일대는 거래와 개발이 제한됐다. 그러나 이날 만난 주민들은 계획 발표 전부터 이미 외지인들이 동네에 들어와 땅을 사고 조립식 주택을 지었다고 이야기했다. 경기 광명과 시흥 등 신도시 투기꾼들이 미리 사들인 토지에는 나무들이 심어져 있다면, 세종 산단(産團) 지역에는 조립식 주택이 자리했다.실제 11채 중 2채는 주거 흔적이 있었지만, 9채는 아예 빈집처럼 보였다. 굳게 닫힌 문 앞에 떨어져 있는 우편물은 언제 온 건지 모를 만큼 먼지가 가득 앉아 있었다.

창문 안을 들여다보니 냉장고나 소파 등도 보이지 않았다. 사실상 집 모양의 뼈대만 있을 뿐이다.주민들은 조립식 주택 소유주들은 투기세력 같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 B씨는 “동네 사람이 1000평 넘는 땅을 300평 정도로 쪼개 팔았는데 산 사람은 다 외지인이다. 인천에서 온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며 “땅값이 5년 전부터 조금씩 뛰더니 세종 산단 발표 직전에 두배 넘게 뛰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주민은 “여긴 주변에 논밭이랑 축사밖에 없어서 밤이 되면 인적도 끊긴다. 굳이 저기에 집을 지어 살 이유가 없다”며 “저 집들 때문에 동네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전했다.연서면 일대에는 이러한 조립식 주택이 수십 채 들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인근에는 묘목을 가득 심은 밭도 보였다. 한 주민은 “보상을 받으려고 나무를 심은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이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도 같은 의견이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조립식 주택은 살려고 지은 것이 아니다. 송전탑 아래나 축사 옆에도 있다. 누가 봐도 투기 목적”이라며 “공무원이 투기한 거라면 나랏돈 횡령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도 “세종 산단 발표 전 갑자기 이런 집이 많이 생겨 이상하게 생각했다”며 “발표 후엔 땅을 내놓지 않아 공급량이 없다”고 설명했다.사전 투기 의혹은 또다른 3기 신도시인 고양 창릉지구에서도 제기됐다. 창릉지구는 2018년 신도시 도면이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곳으로, 2019년 신도시로 지정됐다.

해당 지역에서 공인중개사로 일했던 C씨는 “2018년 초 서울 사람들이 창릉역∼덕양역 부근의 화전동·용두동 땅을 사들였다. 농지가 평당 10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올랐다”며 “당시 신도시 얘기가 없던 때라 의아했다”고 회상했다.한편 세종시는 합동조사단을 꾸려 진상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연서면 일대에 지어진 조립식 주택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공직사회에 땅 투기…국민 공분 일으켜 
글씨 크기 선택자고 나면 연이어 땅 투기 의혹이 쏟아진다. LH의 투기 관련 직원은 30명가량으로 늘었고 경기도 광명·시흥시 공무원 14명이 신도시 예정지 땅을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교산·계양·왕숙·창릉 등 다른 3기 신도시에서 공직자 등의 투기 정황이 포착된 데 이어 세종·충북 등으로 번지고 있다. LH 직원 집에서 토지개발 지도가 발견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문 대통령은 10일 “공직자와 공공기관 직원의 부동산 투기는 공정과 신뢰를 바닥으로 무너뜨리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공직자가 오이밭에서 신발을 만지지 않도록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제도까지로 공감대를 넓혀 달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의 대처는 어설프기 짝이 없다.  

메일정부는 이날 경찰과 검찰이 3기 신도시 투기 관련 수사협의체를 구성하고 정부 합동조사단에 부동산 수사 전문 검사 1명을 파견하기로 했다. 정세균 총리는 “검·경 간 협력의 모범사례가 만들어지도록 해 달라”고 했지만 투기세력을 뿌리뽑기엔 역부족이다. 협의체에서 검찰은 영장청구·공소유지 등 법률지원에 국한되는 데다 검사는 합동조사단에 파견된다. 수십년간 쌓아온 검찰의 전문수사 역량이 발휘될 여지가 적다. 가뜩이나 뒤늦은 경찰 수사가 부실로 흐를 공산이 크다. 경찰이 압수수색에 들어가기 하루 전 LH 본사 15개 층의 사무실에 불이 훤히 켜져 있었다니 어이가 없다.

정부 합동조사가 수사를 방해할 소지가 다분하다. 먼저 조사를 받은 사람은 수사에 대비해 증거를 없애거나 훼손할 게 뻔하다. 문 대통령은 “투기는 투기대로 조사하되 2·4 부동산대책의 추진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신도시 개발 실상을 알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지 주민과 정치권에서 신도시 지정과 2·4 부동산대책을 철회하라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LH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추락했는데 토지수용 등 사업 추진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4·7 보궐선거를 앞둔 여당은 당황하는 빛이 역력하다. ‘쥐 잡는 데 흰 고양이, 검은 고양이가 무슨 상관이냐’는 ‘흑묘백묘론(黑描白描論)’을 언급하며 LH 수사에 검찰을 투입하고 변창흠 국토부 장관을 경질해 국민 공분부터 잠재우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런 미봉책으로는 들끓는 민심을 달랠 수 없다. 정부·여당은 검찰에 수사를 맡겨 투기거래·자금원을 정밀 추적하는 핀셋수사 체제로 전환하고, 고강도 투기 근절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차제에 주택공급 대책도 공공 일변도에서 민간·시장 중심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세계경제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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