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시대’ 열렸다…부회장 10년만에 회장 취임

삼성전자 입사 31년만에이사회 위기 속 강력한 리더십 필요취임식, 취임사 없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월27일 회장직에 올랐다.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후 10년 만이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글로벌 대외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책임경영 강화와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이같이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월27일 회장으로 승진했다. 사진은 지난 5월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환영하는 인사말을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는 이 부회장의 모습.

이 회장 승진 안건은 사외이사인 김한조 이사회 의장이 발의했으며, 이사회 논의를 거쳐 의결했다.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은 이사회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지만 평소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중시해 온 만큼 이사회 동의 절차를 거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 신임 회장은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삼성그룹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된 데 이어 4년여 만에 공식 회장 직함을 달게 됐다. 부친인 고 이건희 회장이 2020년 10월 별세한 지 2년 만이자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지 31년 만이다.

취임식도 취임사도 없었다이재용, 이건희와 다른 점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별도의 행사 없이 회장에 취임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 이 회장은 별도의 행사나 취임사 없이 곧바로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리더가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직함이 바뀌었는데도 관련한 행사나 메시지가 없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앞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987년 12월1일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취임식을 갖고 ‘제2의 창업’을 선언했었다. 최근 글로벌 IT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대부분 별도의 행사 없이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통해 취임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일반적이긴 하지만 이 회장은 별도의 취임 메시지도 내지 않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신 이후 실질적으로 삼성을 이끌어 왔다”며 “사전적인 의미에서는 이미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 활동을 하고 있는데 별도의 취임 관련 메시지나 행사를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어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월10일(현지시간) 삼성엔지니어링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 현장을 찾아 직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실제 이 회장은 2014년 고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후 ▲미래 성장사업 선정 및 육성 ▲조직문화 혁신 ▲노사관계 선진화 ▲청년 일자리 창출 ▲CSR 및 상생 프로그램 강화 등을 주도하며 삼성을 이끌어 왔다. 2018년에는 ‘180조 투자·4만명 채용’을 발표했고 2019년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올해는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한 삼성의 미래 준비’를 내놓으며 10~20년 후 삼성 미래 먹거리를 위한 준비를 해왔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계열사를 두루 다니며 임직원과 소통하고 회사별 미래 사업을 점검하는 등 오랜 기간 삼성의 총수로서 활동해왔다”며 “전에 없던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도 아닌데 ‘취임 메시지’ 등을 내는 것은 현재 삼성의 상황에서는 부자연스럽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2018년 5월 삼성그룹의 동일인(실질적 총수)으로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을 지정했다. 또 각종 정부 행사에서도 이 회장은 부회장 직함이긴 했지만 삼성을 대표해 참석하고 메시지를 내왔다. 그밖에도 대내외적으로 인플레이션 등 경제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과 형식에 매달리는 것을 싫어하는 이 회장 개인의 성품도 조용한 취임의 배경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편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2020년 10월 회장에 취임하면서 사내 방송을 통해 영상 메시지를 냈고, 구광모 LG 회장은 2018년 6월 임시주총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된 후 이사회에서 회장 직함을 받은 뒤 이사회 인사말로 취임사를 갈음했다. 롯데그룹은 2011년 2월 정기 임원인사 발표 때 신동빈 회장의 회장 취임을 알렸고, 최태원 SK 회장은 SK 수펙스추구협의회가 회장에 추대한 이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회장은 별도의 행사 또는 취임사 발표 없이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

이건희 초일류계승한 이재용 회장뉴삼성본격 가동

“미래지향적이고 도전적인 경영을 통해 1990년대까지는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입니다.”(1987년 12월 故이건희 전 회장 취임사 중)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꼭 같이 만듭시다. 제가 그 앞에 서겠습니다.”(2022년 10월 이재용 회장 사내 메시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취임 일성(一聲)으로 다시 ‘초일류’를 강조했다. 35년전 고(故) 이건희 전 회장이 던진 화두를 이어 받아 진정한 ‘뉴삼성’을 세우겠다는 집념과 도전으로 풀이된다.이 회장은 10월27일 취임사를 갈음해 사내게시판에 올린 메시지를 통해 “(이건희)회장님의 치열했던 삶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며 “선대의 업적과 유산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게 제 소명”이라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을 방문한 이재용 회장 /삼성전자 제공

이 회장은 “안타깝게도 지난 몇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당장 처한 현실을 이 같이 직시하며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이 회장은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다”며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 낸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 여러 사업장을 둘러본 이 회장은 “젊은 임직원들은 일터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인재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도전과 열정이 넘치는 창의적인 조직을 만들어야 하고 ,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나아가면서도 상황 변화에 유연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개방적인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향후 바뀔 삼성의 문화를 예고했다. 나아가 “고객과 주주, 협력회사,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해야 한다”며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같은 이 회장의 취임사는 이건희 전 회장의 취임사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1987년 당시 취임사에서도 “우리는 지금 국내외적으로 수많은 시련과 도전이 몰려드는 격동의 시대를 살고 있다”며 “시련과 도전이 클수록 오히려 이를 발전과 도약으로 승화시켜 온 삼성의 전통을 굳게 신뢰하고 있다”고 언급됐다. 또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첨단기술산업분야를 더욱 넓히고, 새로운 기술개발과 신경제 기법의 도입 또한 적극 추진하겠다는 각오가 담겼다.

나아가 개성과 창의를 존중하고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교육시키며, 그들에게 최선의 인간관계와 최고의 능률이 보장되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됐다. 사회가 삼성에 기대하고 있는 이상으로 봉사와 헌신을 적극 전개하겠다는 의지도 담았다.

이처럼 삼성의 혁신 의지를 계승해 뉴삼성으로 승화시키겠다는 것이 이 회장 취임 메시지의 주요 포인트로 읽힌다.

1987년 회장 취임식에서 ‘삼성’ 깃발을 흔드는 이건희 전 회장. /삼성 제공

한편 1987년 서울 중구 호암아트홀에서 개최된 ‘이건희 회장 취임식’과 달리 이번 이재용 회장이 승진 후 곧바로 ‘조용한 취임’에 들어간 것을 두고 재계에서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이 회장이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후 실질적으로 삼성을 이끌어 왔고 이미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 활동을 하고 있는데 별도의 취임 관련 메시지나 행사를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어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암(守岩) 문윤홍 大記者/칼럼니스트 ,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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