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원칙 투명해야 제2 론스타 막는다”

일각 핵심 쟁점 패소부정 평가일방적인 주장에 모든 쟁점이 중요

95.4% 승소, 4.6% 패소.

수치만 놓고 보면 크게 이긴 것 같지만, 일부 패소로 외국 사모펀드에 물어줘야 할 돈이 자그마치 3000여억원이다. 전례가 없는 큰 액수다. 2012년부터 약 10년을 끌어온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의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S) 사건 판정 결과 얘기다. 이같은 판정은 지난 8월31일 주무부처였던 법무부를 통해 공개됐다.

한국 정부가 진 부분은 단 하나의 쟁점이다. 하나금융이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금융위원회의 승인 지연으로 매각가격이 떨어진 데 대해 론스타와 각각 절반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중재판정부는 “금융위가 매각가격이 인하될 때까지 승인을 지연한 행위는 금융당국의 권한 내 행위가 아니므로 공정·공평 대우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면서도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관련 형사 유죄 판결 책임으로 50%의 과실상계를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이 때문에 야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핵심 쟁점에서 패소했으니 다 진 것’이라는 부정 평가가 나온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 국제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6조원 소송 가액은 터무니 없이 부풀려져 있다. 실제 쟁점은 하나금융 매각 대금이 깎인 부분으로 사실상 다툼의 여지가 있는 청구액은 7700억원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한동훈 “2800억 배상 판정 취소, 충분히 승산 있다

법무부, ‘론스타 판정문분석 등 후속조치 돌입공개 범위 등 입장 정리 나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사진)은 9월1일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 사건’ 판정에 대해 취소 신청을 검토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내부적인 판단으로는 충분히 저희에게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한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비록 (론스타 청구액의) 4.6%만 인정됐다고 봐야 하지만, 액수 자체가 2800억원에 이르는 국민의 혈세”라며 이같이 말했다.

중재판정부는 한국 금융당국이 론스타와 하나은행 간 외환은행 매각 가격이 인하될 때까지 승인을 미뤘다며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법무부는 금융당국의 승인이 늦어진 것은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때문인 만큼 한국 정부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소수의견이 긴 분량으로 나온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취소 신청에 유리한 정황이라는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하지만 법조계에선 취소 신청이 받아들여질 확률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취소 절차는 다수의견과 소수의견 중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지 않고, 취소 신청을 할 수 있는 사유는 판정부 구성 잘못, 판정부 권한 이탈, 부패 행위, 판정 이유 누락, 재판 절차 규정의 심각한 위반 등 다섯 가지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취소 절차에서 소수의견만 활용하겠다는 게 아니다”며 “판정문 분석을 통해 취소 사유가 있는지 면밀하게 검토해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매각 당시 정부 책임자에 대한 배상금 구상권 발동과 관련해선 “중재판정부의 판정 취소 및 집행정지 절차가 완료된 이후 검토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론스타에 약 3000억원을 배상하라는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 절차’(ISDS·) 판정문을 받아든 정부가 판정문 분석 등 후속 조치에 돌입했다. 9월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부는 한국 정부와 론스타 사이의 국제투자분쟁을 맡은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판정 이후 판정 취소, 집행정지 등 후속 조치는 물론, 판정문 공개 관련 협의를 위한 입장을 정리 중이다. 정부가 번역 및 분석해야 할 판정문은 400쪽에 달한다.

ICSID는 판정 당시 절차명령 5호를 발령해 판정문 비공개 결정을 했다. 다만 론스타와 한국 정부가 공개에 동의하면 이를 뒤집을 수 있다. 정부는 판결문을 어느 수준까지 공개할지 등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법무부는 “정부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신속히 판정문을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검토 중인 판정 취소에 대해선 부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전 국제통상위원장인 송기호 변호사는 “취소 절차는 다수의견과 소수의견 중 누가 옳은지 실체 쟁점을 판단할 권한이 없다”며 “한국 정부에 배상 책임이 없다는 법적 결론이 판정으로 나올 가능성은 제로이며, 법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론스타는 2012년 11월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46억7950만달러(약 6조1000억원)의 손해를 봤다며 ICSID에 국제중재를 제기했다. 이후 10년에 걸친 중재 끝에 중재판정부는 지난달 31일 우리 정부에 2억1650만달러(2814억원·환율 1300원 기준)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한국 정부를 상대로 진행 중인 ISDS는 론스타 사건을 제외하고도 6건이 남아 있다. 삼성물산의 주주였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2018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승인 과정에서 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등이 투표 찬성 압력을 행사해 손해를 봤다며 정부를 상대로 7억7000만달러(1조원) 규모의 ISDS를 제기했다.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 캐피털 매니지먼트도 유사한 이유로 2억달러(2600억원) 규모의 ISDS를 제기했다. 2018년 10월에는 스위스 승강기업체 쉰들러 홀딩 아게가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의 책임이 정부에 있다며 1억9000만달러(2470억원) 규모의 ISDS를 제기했다

관료에 론스타 구상권 청구할 수 있나2 변양호 신드롬우려

·시민단체 책임론제기정부, 외환매각에 개입론스타에 2800억 배상 판결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개입해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미국 사모펀드(PEF) 운용사 론스타에 약 2800억원(이자 185억원 포함 총 2985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판정이 나오면서 당시 매각에 관여한 정부 주요 관계자들에 대한 책임론에도 불이 붙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등 전·현직 고위 공무원들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구상권은 채무를 대신 갚은 사람이 빚 갚아야 할 당사자에게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김종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통상위원회 변호사(왼쪽 첫 번째),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두 번째) 등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9월1일 국회 소통관에서 론스타 분쟁과 관련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판정 후 거세지는 책임론

중재판정부가 이번 판정 과정에서 받아들인 론스타 측 주장은 한국정부의 외환은행 매각가격 인하 압력 행사뿐이다. 론스타가 하나금융그룹을 상대로 외환은행을 매각할 때 한국정부가 거래가격을 낮추라는 압력을 넣으면서 매각 승인을 지연시키는 바람에 당초 계획보다 외환은행 매매가격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중재판정부는 한국 정부가 “공정·공평대우 의무를 위반했다”면서도 당시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 매각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도 함께 인정했다 이 같은 판단을 바탕으로 당시 외환은행 지분 가격 하락 폭의 절반인 2억1650만달러(약 2800억원·달러당 1300원 기준)를 손해배상금으로 산정했다.

이 때문에 ‘론스타 사태 책임자’ 지목 구간도 2010~2012년으로 압축되는 양상이다. 이 시기 차례로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았던 윤증현 윤경제연구소장과 박재완 성균관대 교수, 금융위원장을 지낸 진동수 전 수출입은행장과 김석동 지평인문사회연구소 대표, 금융위 부위원장이었던 추경호 장관 등이 집중 조명받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이날 논평을 내고 “진상 규명은 당연한 것이며 당시 잘못된 판단을 한 공무원 개인의 책임이 있다면 구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도 “국회 청문회와 검찰 수사를 통해 ‘모피아’들이 론스타의 ‘먹튀’를 위해 복무했다는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고 엄정한 법의 심판을 구해야 한다”고 했다.

  • 공무원 개인 책임 묻기 어려워

론스타와의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S) 대응을 맡고 있는 법무부는 당장 구상권 청구를 검토할 계획은 없는 상태다. 일단은 판정 취소 신청과 배상금 집행정지에 집중하고 이에 따른 결과를 받아본 뒤 구상권 청구 여부를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불복 절차를 밟아 손해배상 판정이 취소된다면 구상권을 청구할 필요가 없어진다. 책임론도 함께 소멸될 공산이 크다. 일단 배상금 지급이 이뤄져야 구상금 청구를 위한 법적 요건이 갖춰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구상금 청구 여부는 불복에 대한 최종 판정이 나온 뒤에야 결정될 전망이다. 법무부는 “(불복신청에 대한 판정이)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그러나 정부 조직의 일원으로 각자 맡은 책임을 이행하는 성격이 강한 공무원의 직무 특성상 몇몇 개인이 대규모 구상금을 부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시 외환은행 매각 승인 작업은 현재 책임론에 휘말린 관료 몇몇이 아니라 금융위와 국무총리실, 법무부 등으로 구성된 범정부 태스크포스(TF) 차원에서 진행됐다. 일종의 ‘전원합의체적 결정’이란 얘기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무원은 독단적인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직업이기 때문에 웬만한 불법행위가 아니라면 개개인에게 정책 이행을 두고 강하게 책임을 묻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 국부 유출 막았다주장도 팽팽

정부가 개입해 매각가격을 떨어뜨린 것이 잘못이라고 인정됐어도 결과적으론 깎인 가격만큼 국부 유출을 막았기 때문에 관료들한테 책임을 묻긴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중재판정부가 정한 손해배상금은 론스타가 정부 개입으로 떨어졌다고 주장하는 가격 폭(4억3300만달러)의 절반 규모다. 중재판정부에서 “한국 금융당국의 승인 심사지연은 론스타가 자초한 것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엔 책임이 없다”는 소수의견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 차원의 판단을 관료 개인 책임으로 돌릴 경우 ‘제2의 변양호 신드롬’이 불어닥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2003년 외환은행 매각을 주도했던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은 헐값 매각 시비에 휘말려 구속된 뒤 4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공무원 사회엔 ‘책임질 사안은 손대지 않는다’는 트렌드가 확산됐다.

한 전직 고위 관료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엔 해외 자본에 대한 자료가 없었고 검토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며 “그 이후 은산분리 규정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에 여러 차례 제도 개선을 시도했지만 ‘재벌 사금고화’ 논리에 막혀 번번이 무산된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정부 대리한 김갑유 변호사 하나은행만 쟁점? 론스타 ‘HSBC 무산 6통째 노렸다

2012년부터 론스타 사건의 한국 정부 측 대리인단을 이끈 김갑유(60·사법연수원 17기) 법무법인 피터앤김 대표변호사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9월1일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에서 “론스타는 1976년 협정을 근거로 2008년 HSBC와 매각 무산(60억1800만달러·당시 환율 약 6조원)을 통째 배상받으려고 노력했다”며 중재판정이 나오기까지 비화를 공개했다. 김갑유 변호사는 일각의 비판을 “일방적인 주장이자 결과론적인 얘기”라고 일축했다.

김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서 다뤄진 쟁점은 무수히 많고 모두 똑같은 비중으로 다뤄졌다”며 “하나은행 매각가 인하도 중요한 쟁점이었지만, 이보다 더 치열하게 대립했던 쟁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중재 과정에서 국내에서 제기된 한국 정부에 대한 비판은 한국 책임을 주장한 론스타에게 유리한 증거가 될 수 있었다”며 “정부가 여러 외풍에 휘둘리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해야 다시는 이러한 사건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쨌든 가장 큰 핵심 쟁점에서 진 것 아닌가.

“하나금융 매각 인하 부분은 금융 쟁점의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였다. 다만 어느 게 더 중요하고 더 핵심적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쟁점이 중요했다. 사실 론스타 측이 가장 세게 주장했던 쟁점 중 하나는 관할 쟁점이었다.”

관할 쟁점이 왜 중요했나.

“론스타가 배상을 청구한 것 중 가장 비중이 큰 게 홍콩상하이은행(HSBC) 매각 무산 부분이었다. 2008년 발생한 HSBC 매각 무산의 한국 정부 책임을 인정받으려면 1976년 체결된 한국-벨기에·룩셈부르크 투자보장협정(BIT)을 위반했다는 판단을 구하거나, 2011년 체결된 BIT 이전에 발생한 일이라도 ‘일련의 투자 행위’로써 인정받는 게 전제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정부 책임이 조금이라도 인정되면 배상해야 할 금액은 어마어마했기 때문에 정부 측도 방어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정부 측 방어전략은 뭐였나.

“금융 분야는 2011년 BIT에만 명시돼 있다. 1976년 BIT에는 산업 분야만 명시돼 있는데, 여기에 금융이 포함되는지를 두고 다툼이 컸다. 정부는 76년 BIT는 금융 분야에 대한 투자를 보호하는 걸 포함하지 않고 있고, 2011년 BIT 관련해서도 협정 이전의 투자에 대해선 보호 의무가 없다는 주장을 폈다. 결국 정부의 주장이 받아들여졌고 HSBC 매각 무산과 관련한 관할이 전부 인정되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

론스타 사건 정부측 대리인인 김갑유 변호사가 법무법인 피터앤김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관할 쟁점이 해소되면서 금융 분야 중 HSBC 관련 쟁점 역시 자연스레 해소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관할 쟁점은 론스타가 한국 정부의 부당한 과세를 주장하며 청구한 조세 쟁점에서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판정부는 “일부 과세처분은 2011년 BIT 이전에 있었던 것이므로 관할을 불인정한다”며 한국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김 변호사는 조세 쟁점과 관련해 “2011년 이후 부동산, 지분 판매, 배당 수익 등에 대한 4가지 과세는 물론 관할이 인정되지 않은 그 이전 3가지 과세에 대해서도 판정부가 정부의 자의적 과세가 없다고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또 “하나금융 관련 쟁점만 놓고 봐도 가격 인하 쟁점 하나만 있었던 게 아니다”라며 ▲중간 배당과 연말 배당을 받지 못하도록 정부의 압력이 있었고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지분 10%를 우선 매입하려고 했는데 이 역시 정부가 압력을 행사해 막았다는 론스타 측의 주장이 전부 기각됐다는 점을 짚었다. 다만, 매각가격 인하 과정에서 정부의 압력이 일부 인정됐다는 점에 대해서는 “중재판정부의 법리 적용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2019년 하나금융과 론스타의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 결정문이 일부 패소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도 있다.(이 결정문에는 매각 가격 삭감이 필요하다는 게 금융위의 입장이었다는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증언이 담겼다.)

“그 사건은 한국 정부가 당사자도 아니고, BIT가 쟁점도 아니었다. 매각 거래 당시 하나금융이 사기 행위를 했느냐가 쟁점이었다. 금융법 규제가 주요 이슈도 아니었고, 한국 정부가 증거를 제출하거나 증언을 할 기회도 없었다. 더구나 론스타 ISDS 사건에서 당시 상황과 관련한 리뷰(review)가 충분히 이뤄졌다. 그런데도 그 결정문을 증거로 제출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뿐 아니라 외환은행 헐값 인수 의혹 사건도 유죄였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가정적인 질문이라 답하기 어렵다. 그 사건도 유죄였다면 정부 입장에선 좋은 자료가 될 수는 있었겠지만, 외국자본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조작해서 들어온 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투자자 자격이 100% 사라진다고 볼 수도 없어서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10년간 대리인단을 이끈 소회는.

“아직 취소 신청 등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35년 동안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신경을 많이 썼던 사건이다. 대한민국을 대리하다는 게 영광이기도 하면서도 그만큼 부담도 컸고 여론의 압력도 엄청 많았다. 어떤 사건보다 애착이 강했다. 결과적으로는 참 어려운 상황에서도 정부의 대처가 잘 됐다는 점을 확인받아 반갑다.”

론스타 사건이 준 교훈이 있다면.

론스타 사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외국자본이 들어와서 막대한 차익을 거뒀고, 나갈 때 막지도 않았는데 국제투자분쟁(ISD)을 청구하는 건 굉장히 드문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에서 정부의 책임이 어디까지 인정되는지 한국 정부가 처음으로 테스트를 받은 셈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권·시민사회의 다양한 요구와 압력을 충분히 고려하면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투명하게 의사 결정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준 사건이다. 수많은 압력을 전부 수용하다 보면 자칫 정부의 책임이란 위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새겨야 한다.”

일각에선 론스타를 계기로 외국과 협정에 포함된 ISD조항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하는데.

“거꾸로 한국 투자자가 외국에 나가서 보호받는 걸 생각하면 정말 위험한 생각이다. 우리한테만 유리한 것을 찾기보다 우리도 외국과 똑같이 공정하게 대우받는 것을 원해야 한다.”

국제통상 분쟁 분야에서 한국 정부의 역량을 10년 전과 비교하면.

“론스타 사건은 물론 다른 ISD 사건을 진행하면서 상당한 경험과 전문성을 쌓았다고 본다. 한국 정부와 법원이 국제적인 틀 안에서 움직인다는 명성을 쌓은 계기가 됐다. 다만, 한국 공직사회의 특성상 정부 측 담당자가 계속 바뀌어 왔다는 점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 외국의 경우 한 명의 담당자가 지속적으로 관여한다. 담당 공직자들이 자주 바뀐 게 이번 사건에 대응하는 데 큰 지장을 준 건 아니지만, 앞으로는 국제통상 분쟁 분야에 관여하는 공직자들의 전문성이 충분히 축적되도록 인원의 연속성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조직이 지원되면 좋겠다.”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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