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울리는 물적분할…반대주주에 주식매수청구권 준다

반대주주에 매수청구권 부여물적분할 관련 공시 강화하고 분할 자회사 상장도 까다롭게

 

앞으로 물적분할과 같은, 상장기업이 일반 주주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의사결정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신뢰 회복을 위한 국정과제의 일환으로 정부가 물적분할과 관련한 일반 주주 권리 보호 강화책을 본격 도입하기로 해서다.

물적분할 상장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지만, 최근 논란이 된 물적분할이 대부분 기업공개(IPO)를 통한 신규 사업자금 조달에 집중되면서 일반 주주 권리가 배제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영향을 준다는 분석까지 나오며 제도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돼 왔다.

인적분할은 분할된 신설 회사에 대해 모회사의 종전 주주들도 동일한 권리는 가지는 반면, 물적분할은 모회사가 신설 회사를 지배하는 구조여서 일반주주들은 자회사에 별도의 권한을 행사할 수 없었다. 특히 알짜 사업 부문이 자회사로 떨어져 나가며 모회사 주가 하락 등 피해를 입는 경우도 많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 물적분할 이전 주가로 매각 가능대다수 반대 땐 사실상 분할 못해

이번 대책으로 주식매수청구권이 도입됨에 따라 물적분할 반대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갖게 돼 대다수 일반주주가 반대하고 기업가치 하락을 유발하는 경우에는 물적분할 시도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금융 당국은 “기업 입장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은 고비용의 주주 보호 제도”라며 “기업은 주주 보호 방안을 마련해 일반주주를 설득하거나, 주주 영향이 최소화되는 방식으로 구조 개편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예상했다.

물적분할을 추진하려는 기업은 구조조정·매각·상장 등 물적분할의 구체적인 목적, 기대효과, 주주 보호 방안을 담은 ‘주요사항보고서’를 이사회 의결 후 3일 이내에 공시해야 한다. 분할 자회사의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경우에는 예상 일정 등을 공시해야 하고 만약 상장 계획이 변경될 때는 정정공시를 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국정과제 중 하나였던 ‘물적분할 추진 시 투자자 보호 방안’ 대책을 9월2일 공식 발표했다. 물적분할 관련 공시 강화,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심사 강화 등이 대책의 골자다. 3중 보호장치 도입을 통해 물적분할 추진 과정에서 일반 주주 권익을 충분히 고려하는 기반을 형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대책은 최근 일부 기업이 고성장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단기간 내에 상장하면서 주주권 상실과 주가 하락 등 일반 주주들이 피해를 본다는 문제가 제기되자 마련된 것이다. 금융위는 “관련된 의사결정에 반대하는 일반 주주들의 권리 보호 수단이 미흡하다는 점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된 한국 증시 디스카운트 요인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지분권’으로서 주식의 가치는 의사결정 참여권과 현재·장래 이익에 대한 청구권으로 이뤄져 있는데, 두 가치가 잘 보장되지 않는 자본시장은 투자자들이 높게 평가하지 않는 편이다.

실제로 국내 기업의 잦은 쪼개기 상장으로 인해 증시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한국의 복수 상장 비율은 8.5%로 주요 선진국 대비 높은 수준이다. 이정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재벌주의 경영 방식과 지배구조 문제로 인해 코스피에서 더블카운팅(이익 중첩) 효과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며 이는 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를 야기한다”며 “복수 상장 비율이 낮은 선진국 대비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더블카운팅이란 모회사와 자회사의 본질 가치는 그대로인데 상장만으로 자회사 기업가치가 모회사에 중복 계산돼 합산 시가총액이 커지는 것을 말한다.

금융위는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과 관련한 일반 주주의 권익 제고 방안으로 3가지 보호장치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물적분할을 추진하려는 기업은 앞으로 ‘주요 사항 보고서’를 통해 물적분할의 구체적인 목적, 기대효과·주주보호 방안을 충실히 공시해야 한다. 구체적인 목적은 구조조정, 매각, 상장 등을 기재해야 하고 공시는 이사회 의결 후 3일 내에 이뤄져야 한다. 특히 분할 자회사의 상장을 계획 중이라면 예상 일정 등을 공시해야 한다. 추후 상장 계획이 변경되면 정정공시를 해야 한다.

상장기업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주주에게는 주식매수청구권이 부여된다. 물적분할을 의결하는 주주총회에서 반대한 주주들은 물적분할이 추진되기 이전의 주가로 주식을 매각할 수 있다. 매수가격은 주주와 기업의 협의로 결정하지만, 여의치 않으면 법원에 매수가격 결정 청구가 가능하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의 상장심사도 강화된다. 정확히는 물적분할 이후 5년 내에 자회사를 상장하려는 경우, 거래소가 모회사 일반 주주에 대한 보호 노력을 심사한다. 만약 노력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상장이 제한된다.

상장기준 개정 이전에 이미 물적분할을 완료한 기업도 분할 후 5년이 경과하지 않았다면 강화된 상장심사제도가 적용된다. 이와 함께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거래소의 상장 가이드북에 기업이 채택할 수 있는 주주보호 방안과 주주보호 미흡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기업공시서식과 거래소 상장기준 개정을 올해 10월까지 완료하기로 했다. 주식매수청구권 도입과 관련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은 5일부터 입법예고를 실시해 가급적 연내에 제도 개선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발표로 향후 물적분할을 추진하던 기업들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부터 팹리스사업부 물적분할을 추진 중인 DB하이텍이 대표적이다.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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