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인플레 감축법’ 서명한 날, 中 “淸나라가 연상된다”

한국산 전기차, 서 보조금 1000만원 못 받아원자재 의존율 80~90% 달하는 국내 배터리업체 심각한 타격

“보호주의 정책과 고립주의적 사고방식을 고수하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청(淸)나라를 연상시킨다.”

중국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날을 세웠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 계열 영자지 글로벌타임스(환구시보)는 8월16일 “중국을 겨냥한 워싱턴의 움직임은 미국이 당당하게 국제경쟁에 참여하기보다 보호무역주의를 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해당 기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한 직후 보도됐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 의료보장 확충, 대기업 증세 등을 골자로 한다. 4400억 달러 규모의 정책 집행과 3000억 달러의 재정적자 감축으로 구성된 총 7400억 달러(910조 원) 규모의 지출 내용을 담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8월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한 뒤 조 맨친 상원의원에게 펜을 건네고 있다. 맨친 의원은 막판에 법안에 찬성으로 돌아섰다.

이 법안에 중국뿐 아니라 세계 주요국이 주목하는 것은 미국 내 전기차 보급확대를 위한 보조금 내용 때문이다. 일정 요건을 갖춘 중고차·신차에 각각 최대 4000달러, 7500달러의 세액 공제를 해주지만, 보조금 지급 조건을 까다롭게 명시했다.

리튬·니켈·코발트 등 중국산 핵심광물과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를 혜택 대상에서 빼고, 북미에서 조립·생산한 전기차로 한정하는 등의 조건을 달고 있다. 중국 자동차산업 애널리스트 펑스밍은 글로벌타임스에 “보조금 관련 규정에 배터리 원료 조달과 조립 장소를 포함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며 “중국의 첨단 산업 공급망 전체를 억압하려는 미국의 악의적인 의도를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글로벌타임스 분석에 따르면 현재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팔리는 전기차 모델 72개 중 70%는 법안 서명 시점에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도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주요 초점 중 하나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법안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찮다. 중국산(産) 배터리를 혜택에서 제외한 만큼 국내 배터리업계는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미국에서 판매 중인 현대 아이오닉5, 기아 EV6가 전량 한국에서 생산되는 만큼 한국산 전기차도 보조금 혜택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법안 서명 후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현대차는 전 거래일보다 3.80% 내린 19만원에, 기아는 4.02% 떨어진 7만8700원에 마감했다.

한국산 전기차, 서 보조금 1000만원 못받아, 자국서 만든 전기차만 지급

미국이 8월16일(현지시간)부터 북미에서 조립하지 않은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했고, 미 정부는 대통령 서명 직후 보조금 지원 대상 전기차 리스트를 공개했다. 당장 이날부터 북미 조립 차량 21개 모델에만 연말까지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 중인 전기차의 70%가 북미 밖에서 제조된다는 이유로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탈락했는데, 현대차가 미국에서 판매 중인 전기차 5개 모델도 모두 탈락했다. 미국 소비자 입장에선 현대 전기차를 사려면 다른 차에 비해 최대 1000만원가량 비싸게 주고 사야 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북미에서 조립되고, 배터리 자재 혹은 부품을 미국·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일정 비율 이상 조달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번 발표는 단순 ‘북미에서 최종 조립’ 조건만으로 보조금 지급 전기차를 선별했지만, 미국은 2023년 1월 새 명단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내년엔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의 부품·광물의 북미 제조 비율까지 요구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당장 미국 시장 가격 경쟁에서 밀리게 됐고, 국내 배터리 기업도 원자재의 중국 의존율을 줄이지 못하면 판매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처지에 놓였다. 한국 핵심 산업인 자동차와 배터리 모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미국 에너지부가 발표한 보조금 지급 대상 차량은 총21개 모델이다. 미국에서 제조하는 자국 기업 포드와 스타트업 리비안·루시드의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내연기관과 배터리가 모두 탑재된 차량)가 모두 포함됐다. 해외 기업으로는 벤츠·아우디·BMW·지프·볼보의 북미 생산 일부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아시아 기업 중에선 유일하게 닛산의 전기차 1개 모델(리프)만이 보조금 지급 대상이다. 테슬라와 GM은 북미(北美)제조 기준을 충족했지만, ‘한 브랜드당 보조금 지급 최대 20만대’ 한도에 걸려 2023년부터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이로써 기존 미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이었던 72개 모델 중 51개 모델이 제외됐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에서 판매 중인 아이오닉5, 코나EV, 제네시스 GV60, EV6, 니로EV 등 5개 모델도 제외 대상이라, 해당 모델을 구매하는 미국 소비자는 16일부로 최대 7500달러에 달하는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판매 중인 5개 모델 모두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현재 미국 내 전기차 조립 라인이 없고, 조지아주에 짓기로 한 전기차 공장은 2025년 완공 예정이다. 현대차는 GV70 전기차와 EV9 등 일부 차종은 기존 미국 생산 라인을 전환해 현지 생산할 계획이지만, 아이오닉5 등 주력 차종은 장기간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 미국 전기차 시장 2위 현대차, 추격에 제동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 전기차 점유율은 테슬라(70%)에 이어 2위(약 9%)였다. 테슬라가 압도적이긴 하지만, 아이오닉5와 EV6 등 주요 모델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전기차로 호평 받으면서 미국 포드와 독일 폴크스바겐 등 쟁쟁한 기업들을 제쳤다. 현대차는 지난달까지 약 4만대 전기차를 미국에 수출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제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전기차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게 됐고, 시장 선점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현대차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 /현대차그룹

예컨대 현대차가 올해(1~7월) 미국에서 1만5000대 넘게 판매한 아이오닉5의 미국 판매가격은 보조금을 제외하면 약 4만 달러(약5250만원)다. 비슷한 성능과 차급의 경쟁 모델 포드의 머스탱 마하E 가격은 4만4000달러(5800만원)로 기존엔 현대차가 500만원 이상 쌌다. 하지만 이제 머스탱 마하E는 보조금 지급 대상이고, 아이오닉5는 아니다. 보조금을 최대로 받은 포드 머스탱 마하E의 실제 구매가는 3만6500달러(4800만원)로 아이오닉5보다 450만원가량 저렴해진다.

기아의 전기차 ‘EV6’

게다가 미국은 이번에 누적 20만대로 제한한 브랜드당 전기차 보조금 지급 한도 조항도 폐지했다. 현재 테슬라·GM 전기차는 이미 20만대 이상 판매돼 올해 하반기 구매자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내년부터 테슬라와 GM 전기차는 ‘20만대 상한’에 걸리지 않고 모든 판매 차량에 보조금이 지급된다. 전기차 선두 주자인 테슬라와 GM 등 미국 자동차의 입지가 더 굳어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 2023년부턴 배터리 요건도 추가

2023년부터는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배터리 제조 지역과 원자재 조달에 대한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인플레 감축법에 따르면 내년부터 전기차 보조금 7500달러의 절반(3750달러)을 받으려면 배터리의 핵심 자재(리튬·니켈 등)를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공급받아야 한다. 또 나머지 절반 보조금은 북미에서 제조되는 배터리의 주요 부품(양극재·음극재 등) 비율이 50% 이상이어야 받을 수 있다. 2024년부터는 중국의 배터리 부품, 2025년부터는 중국 배터리 광물의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만약 국내 3사의 배터리가 미국 정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해당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는 2023년부터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탈락하거나 보조금이 줄어든다. 따라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미국 공장 완공을 서두르고, 광물·소재 공급망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최소화해야만 한다. 국내 배터리 3사는 GM·포드 등 주요 완성차 기업들과 배터리 공장 건립을 10곳 이상 추진 중인데 주요 공장의 완공 시점은 2023년에서 2025년 사이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현대자동차는 북미 제조 문제가 해결되는 2025년까지 경쟁에서 불리한 환경에 놓이게 될 것”이라며 “게다가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중국 공급망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국내 배터리 3사 제품을 파나소식 등 일본 제품으로 교체할 가능성도 있어 산업·외교 역량을 총동원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자재 의존율 8090%에 달하는 국내 배터리업체 심각한 타격피해 막을 협상 시급

자동차·배터리 등 한국 주력산업의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8월16일 북미지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이른바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했다. 이 법안은 이날부터 발효됐다. 미국 정부가 연말까지 신차 1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전기차 21개 모델을 공개했는데 현대·기아차는 탈락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 미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완공할 예정인데 그때까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공산이 크다. 현대차는 미국 전기차시장에서 판매 호조로 점유율을 9%까지 높였는데 이런 성장세도 제동이 걸린 셈이다.

미국 정부는 2023년 1월 새 명단을 발표하면서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의 부품과 광물도 북미제조비율을 따진다고 한다. 원자재의 중국 의존율이 80∼90%에 이르는 국내 배터리업체는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인플레감축법은 기후변화를 막자는 취지이지만 미국이 미래 에너지패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미국이 전기차 배터리 광물의 60∼80%를 장악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며 새 전기차 공급망을 구축하면서 한국기업에 불똥이 튄 것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코트라(한국무역협회) 워싱턴 무역관은 17일에 낸 보고서에서 미국이 동맹국 간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프렌드 쇼어링’ 정책을 가속하면서 한국과 중국의 공급망이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미 수출에서 컴퓨터와 전자, 광학기기 부문의 중국산 비중이 7%에 달한다. 미국의 대중 규제가 반도체, 휴대폰, LCD(액정화면표시장치) 등으로 확산하면 국내기업 및 중국 진출 기업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이 거대한 전환기에 들어서 한국경제에 미칠 파장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민관이 지혜를 모아 총력 대응에 나서야 할 때다. 정부는 기업과 함께 공급망 재편 동향과 그 파장을 기민하게 파악하고 상황별 대응방안을 짜야 한다. 인플레감축법은 수입품 대신 자국산 제품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보조금을 지급해선 안 된다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우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산 수입 전기차에 한국차와 같은 보조금을 주고 있지 않은가. 정부는 외교통상 채널을 가동해 미국 정부에 한국 입장과 논리를 전달하고 국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경제협력을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인도, 호주, 유럽 등으로 다변화해 과도한 대중(對中) 의존도를 낮추는 것도 시급하다.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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