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대만 치킨게임’…무력충돌 일촉즉발

펠로시 대만 방문에 강대강대치, 핵항모·상륙함 등 인근 배치어떤 조치 할지 지켜봐달라

미국과 중국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둘러싸고 대만해협의 군사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미·중(美中) 간에 실제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한반도를 포함한 인도태평양지역 정세는 1995∼1996년 제3차 대만해협 위기 이래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대만 자유시보(自由時報)는 8월2일 펠로시 의장이 이날 오후 10시20분(한국시간 오후 11시20분) 타이베이(臺北) 쑹산(松山)공항에 도착해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1박 후 3일 오전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만남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한국으로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일 언론브리핑에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과 관련한 긴장 고조에 대해 “하원의장은 대만을 방문할 권리가 있다”면서 “우리는 (중국군을) 매우 면밀하게 주시할 것이고 하원의장이 안전한 방문을 할 수 있도록 확실히 할 것”이라며 중국 측 움직임에 경고를 보냈다.

커비 조정관은 중국 정부의 대응과 관련해 “중국은 단기 및 장기적으로 추가적인 조치를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잠재적인 조치로는 대만해협 내에 대만 밖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과 같은 군사적 도발이나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대규모로 항공기가 진입하는 작전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여기에는 대만해협은 국제수로가 아니라고 하는 것과 같은 허위적 주장을 하는 등 외교·경제적 공간에서의 조치도 포함될 수 있다”며 “이는 계속된 추세이지만 범위와 규모가 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군은 펠로시 의장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미국 ABC방송은 익명의 미국 관리를 인용해 로널드 레이건함 항공모함 전단(戰團)이 대만과 가까운 필리핀해에 배치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널드 레이건함 외에 강습상륙함인 트리폴리함과 아메리카함 등도 대만해협 인근으로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무력 도발 가능성을 감추지 않았다. 관영 환구시보(還球時報,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인민해방군(PLA)은 주권과 안보를 수호하기 위해 싸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펠로시 의장의 도발은 중국이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군대를 건설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다”며 “공격받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지만 공격을 받으면 반드시 반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趙立堅) 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우리가 어떤 조치를 할지 지켜봐 달라”며 “중국 인민해방군은 손 놓고 있지 않을 것이고, 반드시 주권과 영토의 완전함을 지킬 것”이라고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실제 중국군 동향도 심상치 않다. 중국군은 앞서 1일부터 대만해협의 양안(兩岸: 중국과 대만) 중간선에 군용기를 근접 비행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군용기 여러 대가 1일부터 대만해협 중간선 가까이 머물고 있다면서 이날 오전 대만해협 중간선을 근접 비행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소식통은 “중국 군용기와 군함이 이날 오전 중간선을 압박했다”며 “이는 매우 도발적”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대만이 분할할 수 없는 중국 영토여서 대만해협에 중간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중국은 1995~1996년 제3차 대만해협 위기 때도 직접적인 군사 충돌이 우려됐다. 중국은 1995년 6월7일 당시 리덩후이(李登輝) 대만 총통이 미국을 방문하자 7월21∼26일 중국 북서부 신장(新疆)미사일기지에서 대만 북부 동중국해의 공해상으로 중장거리 미사일 7발을 발사했다. 미국은 이에 대응해 항공모함 2대를 보낸 바 있다. 대만군은 중국의 군사 행동에 대비해 대비태세를 격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문제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대만군이 이날 오전 8시부터 4일 밤 12시까지 중국군에 대응한 군사적 대비태세 단계를 높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대만군의 군사적 대비태세 격상이 전시체제 돌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미·중(美中) 간 긴장 고조 상황과 관련해 “대만해협의 안정과 평화가 중요하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과 관련한 긴장 고조에 대해 “대만해협의 안정과 평화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양안 관계의 평화적인 발전을 계속 지지하고 있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은 8월3일 한국에 도착해 4일 김진표 국회의장을 만나는 등 고위 관계자들과 회동했다.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도 전화통화를 했다.

, 탄도미사일 발사일부는 대만 타이베이 상공 가로질렀다

군함·전투기는 해역경계선 침범일각 무력통일 예행 연습대만 상공 지나는 국제항공 영향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응해 ‘군사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힌 중국군이 8월4일 정오(현지시간) 대만 주변 동서남북 해역에 탄도미사일과 다연장 로켓을 발사했다. 일부 미사일은 수도 타이베이(臺北) 상공을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젠(J)-20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해 100대가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중국군 전투기, 폭격기가 대만 주변 상공을 뒤덮었다. 대만 주요 항구, 군사기지 앞은 물론 유사시 미군 항모 전단이 진입할 길목을 사실상 봉쇄하는 이번 훈련에 대해 “중국의 대만 통일 작전 예행연습”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만큼 대규모로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대만 정부는 “비이성적 행위를 중단하라”고 했다.

중국 관영 CCTV방송이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대만 국방부는 이날 발표에서 “중국군이 오후 1시56분부터 4시까지 대만 북부, 남부, 동부 주변 해역에 둥펑(DF) 계열 탄도미사일을 총 11발 발사했다”며 “발사 즉시 상황을 파악해 방어 시스템을 가동했다”고 밝혔다.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중국 저장, 푸젠성 등 최소 3곳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350~700㎞ 비행했으며 일부는 수도 타이베이 위를 통과했다. 중국 탄도미사일이 대만 상공을 통과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일본 정부는 중국군 미사일 5발이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졌다며 중국에 항의했다.

중국군 동부전구는 이보다 먼저 발표한 성명에서 “동부전구 로켓 부대가 대만 동부의 해역 여러 곳에 미사일 여러 종류를 발사했고, 모든 미사일이 목표물에 명중했다”며 “정밀 타격 능력을 점검했다”고 했다. 뒤이어 중국 관영 CCTV방송이 사거리 700㎞인 DF-15B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중국군은 이날 탄도미사일 외에도 사거리 500㎞인 PCL-191 다연장 로켓을 대만 서부 대만해협을 향해 발사했다. 대만과 120㎞ 떨어진 푸젠성 핑탄섬 등에서는 시민들이 로켓이 날아오르는 장면을 목격했다.

앞서 3일 오후 9시와 10시 중국 본토에서 3㎞ 떨어진 대만 진먼섬에 중국군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기가 두 차례 진입해 대만군이 신호탄을 발사해 경고했다고 대만 언론이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대만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해군 함정 10척과 군용기가 이날 오전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대만 쪽 해역에 머물렀다고 보도했다. 대만해협 중간선은 중국과 대만의 실질적인 경계선 역할을 해왔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중간선 무력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8월4일(현지시간) 중국군 헬기가 중국 푸젠성 핑탄섬을 지나는 모습을 관광객들이 바라보고 있다. 중국군은 이날부터 대만해협에서 탄도미사일 등을 이용해 장거리 화력 실탄 사격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7일 정오까지 대만 주변 해역 6곳에서 군사훈련을 예고한 중국군은 해당 지역에 대한 선박과 항공기 통행을 금지했다.

앞서 중국은 4일 정오부터 7일 정오까지 대만 주변 해역 6곳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예고하고 이 지역에 대한 선박과 항공기 통행을 금지했다. 중국이 설정한 군사훈련 구역 6곳 가운데 3곳은 대만 영해(해안선에서 약 22㎞)가 포함됐고, 가장 가까운 곳은 대만 육지에서 10㎞가 채 되지 않는다. 대만해협 쪽 군사훈련 구역은 중국과 대만의 실질적 해상 경계선인 대만해협 중간선 동쪽의 대만 구역도 포함돼 있다.

펑샹칭 중국 인민해방군 국방대학 교수(소장)는 중국 CCTV방송에 출연해 이번 훈련이 대만의 주요 군사기지, 항구를 사실상 봉쇄한 형태라며 “문을 닫아 놓고 개(대만)를 패는 모양새”라고 했다. 또 서태평양에서 대만으로 접근하는 바시해협(대만과 필리핀 사이의 해협), 일본 오키나와에서 대만으로 가는 길목에 훈련 구역이 설정된 데 대해 “외세 간섭을 저지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미군 항모 전단의 대만 접근을 저지하겠다는 의미다. 또 중국 연안에서 실시되던 기존 실탄 사격 훈련과 달리 대만을 포위하는 이번 군사훈련이 “향후 대만 통일에 유리한 전략 조건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의 훈련 지정 구역이 대만 영해까지 미치거나 그것에 매우 가깝다”며 “대만 주권 침해이자 국제법 위반”이라고 했다. 또 “대만군은 대만 영토를 수호할 것이며, 침략적 작전을 멈추기 위해 반격을 취할 것”이라고 했다. 대만 국방부는 4일 진먼, 마쭈 등 중국 본토와 인접한 섬 지역에 대해 경계를 강화했으며 대만 공군기지에서는 F-16, F-5 전투기가 이륙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앞서 대만 행정원은 3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대만을 에워싸는 6개 해·공역에서 실시하는 중국군의 군사훈련으로 운송과 치안상의 안전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4일 시작된 중국군의 ‘대만 포위’ 군사훈련과 관련해 5대 분야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5대 분야는 ▲육·해·공 원활한 수송 유지 ▲기업 자산 안전 확보 ▲사회 치안 강화 ▲허위 정보 통제 ▲산업 경제와 금융시장 정상 운영이다. 대만 교통부는 기존 18개 국제선 항로가 중국 군사훈련의 영향을 받는다며 훈련 공역을 우회하는 대체 항로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비행정보구역 조정에 따라 사흘간 900대가량 항공편이 운항 시간 연장 등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왕궈차이 교통부장은 “훈련으로 인해 타이베이 비행정보구역(FIR)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북미·동북아 노선 항공편은 일본 후쿠오카 비행정보구역, 동남아·뉴질랜드·호주 항공편은 마닐라 비행정보구역으로 조정했다”고 덧붙였다. 해상 운송에 대해 왕 부장은 “항로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우회하면 된다”며 모든 선박에 대해 훈련 구역에 접근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대만 행정원은 고속철도와 고속도로 등 핵심 교통 인프라와 공항, 항만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도록 했으며 위험물 관리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당부했다. 중국의 대만산 농산물·생선·식품 수입 금지, 해외 사이버 공격에 따른 생산 자원 안전 문제 등에 대해선 관계 부서가 대책을 마련해 곧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대만해협 주변에서 벌어지는 중국의 대규모 군사작전으로 대만 상공을 지나가는 항공편들은 노선을 조정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대만 TVBS방송은 하루 600여 편이 대만 상공을 지나는데, 중국군의 훈련 기간(만 3일)에 2000편 가까운 국제 항공편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펠로시 인권 최악차이잉원 민주주의 수호

펠로시 , 대만 포기 안해차이잉원 총통과 1시간 회담, 악랄한 짓대사 초치

대만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82) 미국 하원의장이 8월3일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을 만나 “이번 방문은 미국이 대만과 함께한다(America stands with Taiwan)는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이날 오전 대만 총통부에서 차이 총통과 1시간 회담한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만) 방문은 우정과 평화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중국은 대만이 각종 (국제) 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차단하고 있지만 그들은 사람들이 대만을 방문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차이 총통은 이날 펠로시 의장에게 외국인에게 주는 최고 등급 훈장을 수여했다. 차이 총통은 “대만은 지속적이고 의도적으로 고조되는 군사적 위협에 물러서지 않고, 민주주의를 위한 방어선을 지키며 전 세계 민주 국가들과 단합해 민주적 가치를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대만 중앙통신사가 전했다.

낸시 펠로시(왼쪽) 미국 하원의장이 8월3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방문은 우정과 평화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 총통은 펠로시 의장에게 외국인에게 주는 최고 등급 훈장인 특종대수경운훈장(特種大綬卿雲勳章)을 수여했다. /대만 총통부 제공

펠로시 의장은 총통부를 방문하기에 앞서 대만 입법원(의회)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만은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사회 중 하나”라며 “미국은 대만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이날 오후에는 1989년 중국 텐안먼(天安門) 사태 학생운동 지도자 등 대만에 체류 중인 중국 반체제 인사들도 만났다.

그는 워싱턴포스트(WP) 기고를 통해 “미국과 동맹국들은 결코 독재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권력을 장악하면서 중국 최악의 인권 기록과 법치주의 무시는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셰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이날 밤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펠로시 의장은 총 19시간의 대만 일정을 마치고 3일 저녁 대만 쑹산공항을 떠나 한국에 도착했다. 펠로시 의장은 대만을 떠나기 직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대만인들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앞으로 수십년 동안에도”라는 글을 남겼다.

펠로시 대만 방문, 글로벌 반도체·배터리산업 지형 흔드나

TSMC 반도체, 경제·안보와 직결류더인 회장 만나 공장 증설 등 논의CATL은 북미투자계획 발표 보류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촉발한 미·중(美中) 갈등이 반도체·배터리 부문에도 영향을 주는 양상이다. 펠로시 의장은 8월3일 대만 타이베이(臺北)에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류더인(劉德音·마크 리우) 회장을 만나 미·대만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과 류 회장은 최근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반도체산업 육성 법안과 미국 내 반도체 공장 확대 등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은 미국 내 반도체 시설 건립, 연구·노동력 개발, 국방 관련 반도체 제조 등 반도체 산업에 520억달러(약 68조원)를 지원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특히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25의 세액 공제를 적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TSMC는 미국과 서방에 반도체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핵심 기업으로 꼽힌다. 미국이 생산하는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와 재블린 미사일에 TSMC 반도체가 사용되며, 애플도 이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신문은 두 사람의 만남이 미국 경제와 안보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큰 비중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여기는 중국이 수년간 대만을 향해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자 유사시에 대비해 TSMC의 미국 공장 설립을 모색해 왔다. 이에 TSMC는 2020년 5월 120억달러(약 15조7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첨단산업의 토대가 되는 5나노미터(㎚·10억 분의 1) 공정 반도체 제품을 양산하는 이 공장은 내년 연말 준공될 예정이다.  TSMC는 애리조나주 공장의 설비 확대를 검토해 왔는데, 미국 반도체법이 시행되면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과 맞물려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이 북미 투자 계획 발표를 보류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CATL이 자동차 제조업체 테슬라와 포드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공장 설립과 관련해 발표를 앞두고 있었지만 이를 9월이나 10월로 연기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CATL은 멕시코와 미국 내 부지를 물색해왔고 부지 선정과 인센티브 협상은 막바지에 접어들어 수주 안으로 최종 부지가 발표될 계획이었다. 지난달 블룸버그는 CATL이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멕시코에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50억달러(약 6조5800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통신은 CATL 측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중 관계가 민감해진 시기에 발표 때문에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을 우려했다고 다수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협상을 잘 아는 이들 소식통은 미국과 멕시코 내 부지는 여전히 적극적으로 고려되고 있고 CATL이 해당 투자 계획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고 전했다. CATL은 테슬라, BMW, 폭스바겐 등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한편 TSMC는 대만 남부 가오슝(高雄)시에 새로운 반도체 생산 기지(공장)를 건설하기로 하고, 올해 말에 공장 건설에 착수한다. 타이완뉴스 등에 따르면 가오슝시 정부는 7일 가오슝시 난즈 산업단지에서 TSMC 새 공장 기공 기념행사를 개최하기로 하고, TSMC 관계자들을 초청했다. TSMC는 애초 가오슝시를 생산 기지 부지에서 제외했지만,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 권유와 가오슝시의 적극적인 유치 공세로 방침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2021년 11월 가오슝에 반도체 웨이퍼 생산 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새 공장에서 7나노미터와 28나노미터 웨이퍼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 대만 반도체의 신’ TSMC창업자 만난 펠로시회사존립 위험해진다경고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를 놓고 미국과 중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대만 방문 이틀째였던 8월3일 TSMC 창업자 모리스 창(장중머우·91) 전 회장과 류더인 회장을 만났다. 지난달 미 연방 상·하원을 모두 통과한 ‘반도체·과학법(The CHIPS and Science Act)’과 TSMC의 미국 추가 투자 가능성에 관해 얘기를 나눴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중국 시장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 TSMC의 미국 밀착 움직임을 견제했다.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놓고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외국 기업을 향한 양국의 편 가르기 압박도 커지고 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022년 8월 3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TSMC 창업자인 모리스 창 전 회장(가운데 백발 남성)과 오찬을 함께 했다며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차이잉원 페이스북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3일 페이스북에 “펠로시 의장과의 오찬에 나의 오랜 친구 모리스를 초청했으며, 우리의 걸출한 기업가인 류더인 TSMC 회장, 페가트론 정젠중 부회장도 현장에 있었다”는 글과 함께 사진 여러 장을 올렸다.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은 펠로시 의장이 오찬 전 TSMC 류 회장과 별도 화상회의를 했으며, 입법원(국회)을 방문해서도 ‘반도체·과학법’이 반도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과 중요성을 말했다고 전했다.

펠로시 의장과 TSMC 수장과의 만남에 이목이 집중되자, TSMC 대변인은 “류 회장은 오찬에만 참석했을 뿐, 펠로시 의장을 따로 만나진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펠로시 의장이 TSMC 최고위층 두 명을 만난 것은 대만 반도체 생산이 미국 국가 안보에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보여준다”고 했다.

미 의회는 최근 ‘국가 안보 법안’이란 평까지 나오는 반도체법을 통과시켰다. 중국 위협에 맞서 미국 반도체 제조 역량을 키우고 미국이 중심이 되는 세계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법안이다. 전체 2800억 달러(약 367조 원) 규모의 ‘반도체·과학법’은 반도체 산업에 520억 달러(약 68조 원)를 지원하며, 그중 390억 달러(약 51조 원)가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시설 건설 보조금으로 배정됐다. 조 바이든 정부와 미 정치권은 미국에 공장을 짓는 외국 기업에도 보조금을 주겠다며 TSMC·삼성전자 등에 미국 투자를 압박했다.

그 결과로 TSMC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120억 달러(약 15조7000억 원)를 투입해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반도체 제조 공장을 짓고 있다. 2014년부터 애리조나 공장에서 5나노미터 반도체를 생산한다. 미 텍사스주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한 삼성전자도 이 법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유력 경제매거진 ‘포춘’은 “펠로시 의장과 TSMC 경영진의 만남은 TSMC가 중국의 분노를 견딜 의지가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TSMC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편에 설지 선택을 한 것 같다”고 했다. TSMC가 미국 편에 서기로 결정했다는 해석이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022년 8월3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TSMC 창업자인 모리스 창 전 회장과 오찬을 함께 했다며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차이잉원 페이스북

중국 저장성에서 태어난 모리스 창은 미국 유학 후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에서 경력을 쌓았다. 반도체 산업을 연구하는 대만 국책연구소장을 거쳐 56세이던 1987년 TSMC를 창업했다. 대만 정부가 초기 자본금 절반을 댔다. 현재 TSMC 최대주주는 대만 정부 산하 국가개발펀드(약 6%)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미국이 TSMC에 곤란한 선택을 강요한다고 비판하면서도, TSMC를 향해 잘못된 선택을 하지 말라는 압박 메시지를 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신원이 확실치 않은 업계 전문가의 말을 인용, “펠로시와 TSMC 회장의 만남은 TSMC로부터 추가 투자를 이끌어내거나, 애리조나 공장 건설을 가속화는데 도움이 되기는 커녕, TSMC를 더 어려운 입장에 처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반도체 제조사가 잘못된 선택을 하면 존립 자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도 했다. 중요한 시장인 중국 시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경고다.

중국은 2021년 4325억 달러어치(약 567조 원) 반도체를 수입했는데, 그중 36%를 대만에서 수입했다. 대만산 수입의 상당 부분이 TSMC 제품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지난해 TSMC 전체 매출에서 중국 판매 비중은 10%에 그쳤다. TSMC의 최대 고객은 미국이다. 미국 판매가 지난해 TSMC 전체 매출의 64%를 차지했다. 특히 아이폰 제조사인 미국 애플 혼자 TSMC 매출의 약 25%를 차지했다.

중국이 TSMC를 갖기 위해서라도 대만 무력 통일에 나설 것이란 추측은 이미 널리 퍼져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산하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연구원의 천원링 총경제사는 올해 5월 30일 한 포럼에서 ‘대만 수복’을 주장하며 “본래 중국에 속한 기업인 TSMC를 반드시 중국 수중에 빼앗아 와야 한다”고 했다. TSMC가 미국에 공장을 짓는 것을 방치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류더인 TSMC 회장은 7월31일 방송된 CNN ‘파리드 자카리아 GPS’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도 TSMC를 무력으로 장악(콘트롤)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TSMC는 가장 가치가 큰 자산인데, 이게 중국 국경 밖에 있어 중국이 TSMC를 완전히 통제해야 한다고 말한다’는 진행자 말에 “군사력을 쓰거나 침략하면 TSMC 공장은 가동 불가(non-operable) 상태가 된다”고 했다.

유럽·일본·미국 등 외부 세계와 실시간 연결돼 있고, 원료부터 화학물질, 예비 부품,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진단까지 모두 연결된 아주 정교한 제조 시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모든 사람의 노력으로 이 공장이 돌아가기 때문에, 무력으로 뺏는다 해도 가동시킬 수 없다”고 했다. 미국은 대만·한국·일본을 참여시켜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에서 고립시키는 이른바 칩4(chip 4) 반도체 동맹도 추진 중이다. 대만·일본이 참여를 확정한 상황에서, 중국은 한국의 참여 가능성을 견제하며 윤석열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JSA 간 펠로시강력한 대북 억지력 징표

대통령과 40분 전화통화트럼프 이후 첫 최고위직 판문점 방문펠로시 印太질서 함께 가꾸자제안韓美의장 실질적 비핵화촉구

윤석열 대통령은 8월4일 방한(訪韓)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에게 “펠로시 의장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방문은 한·미(韓美)의 강력한 대북 억지력의 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에 “한·미동맹은 특히 도덕성에서 반드시 지켜야 한다. 수많은 희생으로 지켜온 평화와 번영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고 가꿔나갈 의무가 있다”고 화답했다.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윤 대통령이 서초동 사저에서 펠로시 의장, 미 연방하원 의원 5명,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와 ‘1+6’ 형식의 전화 회담을 했다고 전했다. 이날 통화는 윤 대통령의 여름 휴가와 지방 방문 일정으로 불발된 면담을 하면서 이뤄졌다. 윤 대통령이 이날 오전 미국 측에 전화 회담을 제안하면서 갑작스럽게 성사된 것이다.

윤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이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증진을 위해 오랫동안 헌신해 온 것을 높이 평가했으며, 한·미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변함없는 성원을 보내줄 것을 당부했다. 펠로시 의장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대해 양국 행정부와 의회가 긴밀히 협력하자고 언급하면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의 질서를 함께 가꾸자”고 강조했다. 펠로시 의장이 방한에 앞서 대만을 방문해 미·중 갈등이 격화한 만큼 방한기간 해당 사안이 이슈화할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윤 대통령과 회담에서 대만 관련 현안은 언급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전화통화에 배석한 미 연방하원 의원단에 “각 지역구에 코리안 아메리칸 한인들에게 특별히 배려해달라”고도 당부했다. 이날 통화에서는 외교·국방, 기술 협력, 청년, 여성, 기후변화 등 여러 현안에 대한 토의가 상당 시간 진행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 배경에 대해 “만남이 가능한지 (연락이) 전달됐지만 윤 대통령의 지방 휴가계획을 확정한 상황에서 서울에 오면 (면담이) 힘들지 않겠냐, 2주 전 양해가 구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펠로시 하원의장 대만 방문은 약 1주일 뒤에 결정됐고 따라서 우리가 만나지 않은 것은 중국을 의식해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이 전화라도 따뜻한 인사를 하고 싶다는 의향을 오늘 아침 일찍 타진했다”며 “그 말을 듣자마자 펠로시 하원의장이 흔쾌히 감사하다며 같이 온 사람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싶다해 꽤 긴 통화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김진표·펠로시, 동맹 70년 결의안 채택강력한 억지력으로 비핵화

김진표 국회의장과 방한(訪韓)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8월4일 국회에서 만난 뒤 공동 언론발표문을 통해 한미 동맹 70주년 기념 결의안 채택을 검토하고, 북핵 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 의장은 이날 공동 발표문에서 “한미 동맹 발전에 대한 양국 국민 기대를 담아, 동맹 70주년 기념결의안 채택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진표 국회의장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동언론 발표를 통해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또한 “북한·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협의했다”며 “북한의 위협 수위가 높아가는 엄중한 상황에 우려를 표하고, 우리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확장된 대북 억지력을 바탕으로 국제 협력 및 외교적 대화를 통해 실질적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이루기 위한 양국 정부의 노력을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미 의회에 지한파 의원이 대거 입성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면서 “이번 협의를 계기로 양국 의회간 협력도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도 했다.

인프라·반도체에 한국기업 투자 협력안보·기술 동맹 강화

韓美의장 공동회견문 내용·의미김진표 핵심산업중심 대미투자 급증
12000억 규모 인프라 개선 사업의회가 기업 참여 길 열어주길펠로시 주한미군 격려안보의지 확인

김진표 국회의장과 낸시 펠로시 미국 의회 하원의장이 8월4일 국회에서 회담을 갖고 입법부 차원의 양국 간 외교·안보 및 경제협력을 약속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 억지력을 확보하는 한편 첨단 기술 협력을 포함한 경제 공조를 협의했다. 두 의장은 회담 직후 내놓은 공동언론발표문에 ▲실질적 북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양국 정부 노력 ▲미국 진출 한국 기업에 대한 미 의회 차원 협조 ▲양국 의회의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결의안 채택 등을 담아 구체화했다.

특히 우리 측은 미국에서 통과된 ‘인프라법’과 ‘반도체 및 과학지원법’을 거론하며 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대한 미 의회 차원 협조를 당부했다. 미국의 국가 단위 인프라 개선 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미국 내 반도체 업체 지원금 혜택을 한국 기업도 누릴 수 있게 길을 터 달라는 요구다.

인프라법은 낙후된 도로나 교량을 보수하거나 광대역 인터넷망을 확대하는 등 총 1조2000억달러 규모 인프라 개선 계획이다. 반도체 및 과학 지원법은 반도체 업체가 미국에 공장을 짓는다면 보조금과 연구비를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총 590억달러 규모다.

미 측이 통과시킨 반도체법은 결국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를 타개하는 한편,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맞서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노림수다. 앞서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반도체 협력을 강조했다. 펠로시 의장도 방한 전, 대만을 방문했을 당시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 수장을 만나 ‘반도체 협력’을 약속한 바 있다.

김 의장은 공동언론발표 직전 진행한 회담 자리에서 펠로시 의장에게 “미국은 한국의 제2 투자 대상자로 등극했고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등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최근 대미 투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며 “한국 기업은 미 전역에 1800개 이상 법인이, 6만명가량 근로자를 고용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펠로시 의장 지역구인 캘리포니아에 가장 많은 1만5000명을 고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국에는 생산기반의 확충과 좋은 일자리를, 한국에는 시장 확대와 성장기회를 제공하고 있어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국 의회의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결의안 공동 채택을 제안하며 협력 의사를 밝혔다.

펠로시 의장은 “이번 주요 순방 목적 중 하나가 안보”라며 “안보에 대한 우리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여러 방법 중 하나는 주한미군에게 감사를 표하고, 우리 동맹국인 한국에 감사를 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경제적 성장, 지역에 있어서 중요한 경제 관계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방안을 논의하고 경제위기와 코로나 문제 등 중요한 현안을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이날 펠로시 의장은 보라색 정장에 보라색 구두를 신고 국회 본청에 들어섰다. 태극기와 성조기가 그려진 마스크와 배지를 각각 착용한 채였다. 전통의장대의 사열을 받고 본청에 들어선 펠로시 의장은 김 의장 안내를 받으며 회담장으로 이동했다. 이날 회담에는 국민의힘 권성동·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와 김상희 국회 부의장, 윤재옥 외교통일위원장과 윤상현·이원욱·이재정 여야 외통위원들이 동석했다. 미 측에서는 펠로시 의장 아들, 폴 펠로시 주니어와 마크 타카노 하원 보훈위원장, 그레고리 믹스 외무위원장과 라자 크리슈나무르티·수잔 델베네·앤디 킴 하원 의원,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참석했다.

다만 펠로시 의장은 이날 지난 대만 방문에서처럼 중국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다.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우리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펠로시 의장은 지난 차이잉원 대만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대만 민주주의를 보장하려는 미국의 결심은 매우 확고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 대만을 출국하던 날 공개된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혹독한 인권 무시는 지속하고 있다. 대만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보다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날 회담과 오찬 자리에서 양안 관계 등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알려졌다. 양측은 공동언론발표 이후 질의·응답도 생략하며 말을 아꼈다. 국회 관계자는 “미 측과 협의 끝에 회담과 공동언론발표만 공개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수암(守岩) 문윤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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