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몽’과 ‘중국위협론‘의 美·中 충돌, 최후의 승자는?

바이든 , 대만 현상태 변경 말라”, 시진핑 불장난하면 불에 타 죽는다4개월 만에 2시간20분 통화 충돌펠로시 대만 방문 강행 

조 바이든(사진 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7월28일 2시간17분간(미 동부시간 오전 8시33분∼10시50분) 진행된 5번째 통화회담에서도 대만 문제를 놓고 다시 격렬하게 충돌했다.바이든 대통령은 전화통화에서 “미국은 현 상태를 일방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나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려는 것에 강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고 백악관이 사후(事後) 보도자료를 통해 전했다.

시 주석은 이에 대해 “우리는 대만 독립과 분열, 외부세력의 간섭을 결연히 반대하며 어떤 형태의 대만 독립세력에게든 어떤 형태의 공간도 남기지 않을 것”이라며 “불장난하면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7월29일 전했다.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10개월 만에 열린 2021년 11월 첫 번째 화상 정상회담에서도 대만 문제를 거론하며 “불장난을 하는 사람은 스스로 불에 타 죽는다”고 경고한 바 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고, 중국 외교부는 여기에 더해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 3월18일에 이어 4개월만인 이번 통화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계획에 중국은 군사적 대응까지 시사하며 강력히 반발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시 주석은 미국 상·하원에서 통과된 중국견제 내용의 반도체지원법에 대해서도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시 주석은 “중·미(中美)는 거시경제 정책을 조율하고 글로벌 산업·공급망 안정을 수호하고, 글로벌 에너지·식량안보를 보장하는 등의 중대한 문제에서 소통을 유지해야 한다”며 “규율을 위배해가며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과 망(網)단절을 하는 것은 미국경제 진작에도 도움 되지 않고, 세계경제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발표 내용에 북한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는지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펠로시 대만 입국무력시위, 대만은 실탄훈련 맞불
긴장감 커지는 대만해협6일까지 남중국해 군사훈련 예고, 군용기 증파 등 대응 나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8월2일 밤 10시 30분(한국시간 11시30분) 대만 쑹산공항을 통해 입국해 3일 오전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면담하고 의회를 방문할 예정이다.이에 중국이 극초음 미사일을 공개하고 대만이 실탄사격 훈련에 나서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 CNN 방송은 8월1일 미국 관리와 대만 정부 고위관계를 인용해 펠로시 의장이 이번 아시아 순방 기간 대만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건군(1일) 95주년을 맞아 극초음속 미사일과 강습상륙함 등 첨단 무기 훈련 모습을 대거 공개했다. 동아시아 순방에 나선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가능성에 경고 메시지를 날린 셈이다.

중국중앙(CC)TV가 건군(8월1일) 95주년을 하루 앞두고 지난 7월31일 공개한 영상에서 DF(둥펑·東風)-17로 추정되는 극초음속 미사일이 이동식 발사차량에서 발사돼 불을 뿜으며 솟아오르고 있다. /CCTV 화면 캡처

중국중앙(CC)TV는 7월31일 육해공군이 다양한 무기를 사용해 목표물을 명중시키는 장면을 담은 84초 분량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DF(둥펑·東風)-17로 추정되는 극초음속 미사일이 사막에 세워진 이동식 발사 차량에서 발사되는 모습이 주목받았다. 사거리 2500㎞로 남중국해·대만해협·동북아시아를 사정권으로 하는 DF-17은 음속(마하, 시속 1224㎞)의 10배 속도를 낼 수 있고, 비행 중 궤도 수정이 가능해 항공모함 킬러로 불린다. 이는 미국의 항공모함을 겨냥한 위협으로 보인다.

Z(즈·直)-20 헬기가 ‘헬리콥터 항공모함’으로 불리는 075형 강습상륙함과 훈련하는 모습도 공개했다. 상륙작전에 투입되는 강습상륙함은 수십 대의 헬기와 함께 수륙양용전차, 장갑차 등도 탑재할 수 있어 남중국해와 대만을 노린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다.중국은 특히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시 항공루트가 될 수 있는 남중국해 4개 해역과 그 접속수역에서 8월2일 0시부터 6일 밤 12시까지 군사훈련을 할 것이라며 선박들이 해당 해역에 진입하지 말 것을 공지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이동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趙立堅) 대변인은 8월1일 브리핑에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우리가 어떤 조치를 할지 지켜봐 달라”며 “중국 인민해방군은 손 놓고 있지 않을 것이고, 반드시 주권과 영토의 완전함을 지킬 것”이라고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행보에 무력시위를 벌이자 미군 등도 군용기 10여대를 일본에 증파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일본 오키나와(沖繩) 지역 신문 류큐신보는 7월30일 오키나와현 소재 미군 가데나(嘉手納) 기지에 미국 내 공군기지 소속 KC-135 공중급유기 9대가 차례로 날아왔다고 1일 보도했다. 또 항공모함 함재 수송기 C2A 그레이하운드 2대와 미국 해군 강습상륙함 트리폴리 탑재기인 MH-60 헬기 1대도 목격됐다. 신문은 미군 증강 배치에 대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계획에 따라 미·중 긴장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왼쪽)이 8월1일 아시아 순방 첫 방문지 싱가포르의 이스타나 대통령궁에서 리셴룽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싱가포르 통신공보부(MCI) 제공

대만 역시 실효지배 중인 남중국해의 프라타스군도(둥사군도)와 중국을 마주 보고 대만해협의 도서(島嶼)에서 실탄사격 훈련을 예고하는 등 맞불을 놨다. 대만 자유시보(自由時報) 등에 따르면 대만군은 8월 프라타스군도와 대륙에 근접해 있는 펑후(彭湖)제도, 진먼다오(金門島), 마쭈(馬祖)열도의 둥인다오(東引島) 등에서 모의 도서 방어작전을 하면서 기존에 배치된 무기를 이용한 실탄사격 훈련을 실시한다. 대만 해군도 9일, 10일, 18일, 24일 남부 가오슝(高雄)시 서남쪽 해역과 공역(空域)에서 각종 상황에 대응하는 훈련을 한다.

한편 8월1일 싱가포르서 아시아 순방일정에 돌입한 펠로시 의장은 3일 한국에 도착해 4일 김진표 국회의장을 만나는 등 고위 관계자들과 회동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만날 가능성이 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과 관련해서는 여러 설이 나오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CNN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1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말레이시아 방문 후인 2일 저녁이나 3일 오전 대만을 방문할 수 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대만 정계 관계자도 페이스북에 펠로시 의장이 빠르면 2일이나 3일 대만에 올 것으로 보이나 막판에 변경될 가능성은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고 대만 SET뉴스가 전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번 순방에 앞서 트위터를 통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한국, 일본을 방문한다고 밝히면서 대만 방문에 대해선 함구했다.

상원 외교위원장 시진핑의 불장난발언은 허풍
메넨데스 위원장 양국 관계 누구도 관여 불가능펠로시 대만 방문, 공격적 행동 아냐

밥 메넨데스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은 7월28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 정상 전화통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대만 문제와 관련해 ‘불장난을 하면 불에 타 죽는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허풍(bluster)”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행사에 참석한 메넨데스 위원장은 기자와 만나 “시진핑의 호전적인 발언은 결국 허풍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생산적이지도 않다”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대만 방문 계획과 관련한 중국의 반발에 대해서는 “우리는 대만과 오랫동안 관계를 맺고 있다”며 “대만과의 관계에서 중국을 포함한 어느 나라도 우리가 누구와 관여하는지, 누구를 방문할 수 있는지, 누구를 방문할 수 없는지를 우리에게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중국이 그렇게 하도록 허락하면 게임은 끝날 것(game over)”이라며 “대만은 고립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4월 자신이 대만을 방문해 차이잉원 총통과 만난 사실을 언급하면서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하려고 하고), 내가 대만을 방문한 것은 공격적인 행동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밥 메넨데스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이 7월2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행사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양안 위기 고조와 동아시아의 화약고대만

대만 문제를 둘러싼 미·중(美中) 간의 치열하고도 위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의회 대표단을 이끌고 대만을 방문할 계획을 밝힌 것이 발단이 되었다. 중국 외교부는 방문 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펠로시 의장이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대만 국방부는 “반드시 강력한 조처를 취해 외부세력 간섭 및 대만 분열 시도를 좌절시키겠다”며 군사적 대응을 시사했다. 미 국방부도 맞대응을 경고하고 있다. 함정과 군항기 등을 대만 인근에 투입해 펠로시 일행의 안전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7월28일 있었던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전화통화도 양측의 이견과 갈등을 해소하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

  • 대만의 미래가 미·(美中) 성패 좌우할 수도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둘러싼 논란은 대만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간의 다차원적인 갈등 구조를 보여주는 프리즘이라 할 수 있다. 먼저 양국의 국내 정치와의 관계다.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펠로시 의장이 방문 계획을 철회하면 상·하원 석권을 노리는 공화당에는 크나큰 정치적 선물이 된다. 거꾸로 이번 가을 세번째 임기 결정을 앞둔 시진핑 중국 주석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막지 못하면 자신의 리더십에 큰 손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여기게 될 것이다.

더 근본적 문제도 있다. 대만 차이잉원 정권은 사실상의 독립을 추구하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움직임을 좌시하면 대만 통일이 물 건너갈 것으로 보고 대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미국의 선택이 매우 중요해진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의 독립도 불허하고 ‘대만 관계법’에 따라 중국의 무력 통일 시도도 막겠다는 ‘이중 억제’ 전략을 추구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를 거치면서 대만을 사실상의 주권국가로 대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이 와중에 나온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계획이 갈수록 불안해지고 있는 미국-중국-대만의 삼각관계에 기름을 붓고 있는 셈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대만의 미래는 미·중 전략 경쟁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라고 할 수 있다. 대만은 ‘불침항모’로 불릴 정도로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세계 최대 물동량 지역인 인도·태평양 해상 수송로의 중간에 위치한 지경학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세계 20위 정도의 경제력, 특히 미·중 기술 경쟁의 대표적 품목인 반도체 선진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경제적 저력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이 오늘날의 세계 질서를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의 대결’로 내세우면서 중국은 대표적인 권위주의 국가로, 대만은 민주주의의 모범 사례로 거론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처럼 대만 문제는 지정학, 지경학, 첨단기술, 이념과 가치 등 다방면에 걸친 미·중 전략 경쟁의 정중앙에 포진해 있다. 어떠한 형태로든 중국이 대만을 통일하면 미국을 더욱 빠르게 추격하거나 추월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중국도 이러한 야심을 숨기지 않는다. 2049년에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국으로 우뚝 서려는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기 위해선 대만 통일이 필수라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위협론(中國威脅論)’을 세계화하면서 대만 문제를 활용해 중국을 견제·봉쇄하려는 전략에 몰두하는 것도 이와 맞닿아 있다. 대만의 미래가 미·중 전략 경쟁의 가장 중요한 ‘게임 체인저’가 되고 있는 만큼, 중국몽을 꺾기 위해서는 양안(兩岸: 중국 본토와 대만)의 현상유지가 필수라는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대만이 공식적으로 독립을 선언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이러할 경우 중국이 대만을 무력 공격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수의 대만인이 바라는 것은 사실상의 주권국가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지 전쟁을 불러올 독립 선언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상 유지를 핵심적인 목표로 삼고 있는 미국이 대만의 독립 선언을 부추기거나 이를 인정할 가능성도 매우 낮다. 거꾸로 대만이 독립을 선언하지도 않았는데, 중국이 무력 통일을 시도할 가능성도 당분간은 없어 보인다. 전쟁이 ‘정해진 미래’는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회색지대’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회색지대는 대만의 독특한 지위에서 비롯된다. 대만은 유엔 회원국도 아니고 대만과 수교를 맺고 있는 나라들도 14개국에 불과하다. 미국과 미국의 모든 동맹국도 대만이 아닌 중국과 수교를 맺고 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이 그만큼 보편화돼 있다는 뜻이다. 동시에 대만은 사실상의 주권국가의 지위를 추구하고 있고 미국과 일부 동맹국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강해질수록 평화통일 가능성도 위축되게 된다. 이는 중국이 2005년 제정한 ‘반분열국가법’과 충돌한다. 중국이 “비평화적 방식과 다른 필요한 조처”를 동원할 수 있는 조건 가운데 하나로 “평화통일의 가능성을 완전히 상실할 경우”를 삼고 있기 때문이다.

  • 당장 쓰지 않는 화약고도 안전치 않아

대만이 ‘동아시아의 화약고’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게임의 법칙’을 바꾸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최근 우세한 흐름은 핵심적인 행위자들이 ‘군사력에 의한 억제’를 추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서로가 총구를 겨누고 무기고에 화약을 쌓는 방식만으로는 평화를 확보할 수 없다. 오히려 대만의 독립 시도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키우고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한 대만과 그 우방국들의 우려도 키우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실종된 대화와 협상을 복원하는 것이다. 한때 논의되었던 양안 평화협정을 다시 공론화할 필요도 있다.

삼키려는 중국몽100년전 이미 시작됐다

세계질서의 중심 미국 밀어내기 위해 1989년부터 조용히 군비 강화 나섰다

오랜 시간 일을 도모하는 데 중국을 따라갈 나라나 민족은 드물다. 오랜 시간이 걸려도 꾸준히 노력해 나간다면 뜻을 이룰 수 있다는 ‘우공이산’(愚公移山·우공이 산을 옮긴다)이 나온 나라다. 그토록 자랑하는 만리장성은 기원전 221년 진시황 때 시작해서 명나라 시대인 15세기 후반까지 축조됐다. 합종연횡과 손자병법의 나라 중국은 이제 ‘중국몽(中國夢)’을 꾸고 있다. 옛소련 붕괴 후 유아독존(唯我獨尊)했던 미국에 숨겨 길렀던 송곳니를 드러내며 패권 다툼을 걸고 있다.

신간 『롱게임』-미국을 대체하려는 중국의 대전략(러쉬 도시/박민희, 황준범 옮김/생각의힘)의 저자 러시 도시(Rush Doshi)는 난적을 만난 미국에선 이를 당대 시진핑의 야심이 아닌 백여 년 전 시작된 대계(大計), ‘롱 게임(long game)’으로 분석한다.

저자는 현재 바이든 행정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중국 담당 국장으로 재직 중인 브루킹스연구소 중국전략연구실 창립 이사 출신으로. 오랫동안 아시아 안보 지형을 연구한 저자는 중국공산당과 중앙 정부 문서, 고위 관리 연설과 회고록 등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서 중국이 실행 중인 대전략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냈다.

중국이 벌이고 있는 ‘롱 게임’의 목표는 세계 질서 정점에 서 있는 미국 밀어내기다. 첫 번째로 채택된 전략은 ‘약화시키기’. 그 시기는 1989~2008년인데 미국 힘과 영향력을 조용히 약화시켰다. 당시 중국은 톈안먼(天安門) 광장 민주화 투쟁 사건을 겪으며 체제에 대한 불안감을 느꼈다. 그리고 압도적인 미국 군사력의 실체를 목격한 걸프전쟁과 소련 붕괴를 경험하면서 미국을 직접적인 위협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서 극적으로 승리했을 때 망연자실한 중국 지도부는 이라크의 패배가 미국과의 갈등에서 중국이 맞이할 가능성이 있는 운명과 놀랄 만큼 비슷할 것이라고 보았다.”

이에 숨어서 때를 기다리는 ‘도광양회(韜光養晦)’ 기조를 고수하며 미국과의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는 비대칭적 전략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비용이 많이 들고 경계감만 일으킬 항공모함보다는 잠수함과 기뢰부설, 대함 미사일 개발처럼 비용이 덜 들면서도 중국 근해에서 미국 군사력을 견제할 수 있는 무기체계에 집중투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 2008년 금융위기 숨겨진 발톱 드러내아시아서 독보적 군사·경제 패권 차지

중국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다. 미국이 경제적으로 휘청거린 이때부터 2016년까지 중국은 ‘약화시키기’ 전략에서 벗어나 ‘구축’ 전략을 구사한다. 단어 그대로 아시아 지역 패권 기반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항공모함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남중국해 섬들을 군사화하기 시작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출범시켰고 일대일로(一帶一路: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일대)와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일로)) 정책으로 이웃 국가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한다.

  • 2017년 이후 印太 넘어 아프리카 공략중국 중심 세계질서 재편 노골적 야욕

이어지는 세 번째 전략은 ‘확장’이다. 2017년 이후 중국은 영국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그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에 갈팡질팡하는 서구 사회를 지켜봤다. 그러면서 인도·태평양지역을 넘어 전세계에서 중국 군사력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동아프리카 지부티에 중국 최초 해외 군사기지를 건설했다. 서구가 명백한 쇠퇴의 길로 들어섰다는 판단에서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하고 패권국가로서 입지를 다져오고 있다.

글로벌 리더로서 미국을 대체하고자 하는 중국의 야망은 ‘신시대’를 선언하고 일대일로와 인류 운명공동체를 주창한 시진핑 연설을 통해 과감하게 드러났다. 저자는 중국식 질서는 현재 세계 질서보다 강압적이고 자유주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모습일 것이며, 한국과 일본에서의 미군 철수, 대만과의 통일,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의 영유권 분쟁 해결과 함께 권위적인 질서가 배치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2021년 7월1일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가 성대하게 거행됐다. 중국 국기, 공산당 당기 게양과 국가 제창 등을 시작으로 예포 발사와 더불어 4만여 명이 동원된 이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겸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목표로 한 신중국 100년의 비전을 담은 ‘중국몽’을 천명했다.

일부에선 이같은 중국의 대전략 실체를 부정한다. 중국이 아직 진정한 대전략을 갖추지 못했으며 그 목표 또한 불완전하고 제대로 정의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저자는 방대한 자료를 제시하며 여러 중국의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를 대전략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시진핑의 공세적인 외교정책은 전임자들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을뿐더러 그들 모두는 중국이 채택한 대전략의 궤도를 한 번도 이탈한 적 없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중국이 서구사회 근력이 약해졌다는 판단에서 더욱 과감한 행보에 나설 것이라고 예언한다. 세계 곳곳에서 정치적·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그나마 미국 지배력을 지탱하는 미국의 금융 우위를 약화시키려 노력하면서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생명공학 분야에서 미국을 앞서려고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백악관에서 정책 수립에 관여하고 있는 저자는 중국의 부상을 막을 현실적 방안이 없는 만큼 중국이 구사했던 비대칭 전략을 활용해 중국과 경쟁하며 힘을 빼는 게 최선이라는 주장이다. 중국이 채택했던 ‘약화시키기’와 ‘구축’ 전략을 되돌려주자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에 시전할 ‘약화시키기’에서 중국과 국경을 맞댄 국가들은 철저한 수단이자 도구로 취급된다. 구체적 방안으로 나열된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국 태세 구축, 공급망 감시 기구 설립 등은 상당수 이미 국제 사회 현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처럼 숨어서 때를 기다리는 ‘도광양회’에서 거칠 것 없이 패권을 휘두르겠다는 ‘대국굴기(大國?起)’로 나아가고 있는 중국의 최근 10년 행보는 이웃 국가 입장에선 아찔하다. 세계를 이끄는 국가로서 거듭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는 이 ’대전략’에 중국과 등을 맞대다시피 한 한국은 어떻게 맞설 것인지는 어려운 질문이다.

수암(守岩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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