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환율 치솟고 무역적자 역대 최악…이복현“미증유 퍼펙트스톰, 이미 시작”

한국경제 곳곳 적신호 확산치솟는 물가, 6%대 상승 기정사실화·상반기 무역적자 103역대 최악

“미증유의 퍼펙트스톰, 이미 시작됐을지도 모른다.”

총체적 경제위기를 뜻하는 ‘퍼펙트스톰’에 대한 경고음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7월1일 우리 경제가 이미 ‘폭풍’ 안으로 들어왔을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경제부처 수장이 이같은 위기감을 표출한 것은 그만큼 최근 경제지표가 암울하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치솟는 가운데 소비자물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몇 달 전만 해도 ‘5%대 물가’를 걱정하던 정부는 이제 ‘6%대 상승률’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무역수지도 적자폭을 확대하며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여기에 환율, 우크라이나 전쟁, 국내외 증시 등 적신호가 켜지지 않은 곳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 금감원장은 이날 리서치센터장·이코노미스트·애널리스트 등 시장전문가들과 만나 “미증유의 퍼펙트스톰이 점점 다가오는 모습이고, 어쩌면 이미 시작됐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위기에 최선을 다해 대비하고 있지만 시장상황이 급변해 새로운 트리거(trigger·방아쇠)가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지 알 수 없다”고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금융당국은 시장전문가들에게 현재 경제·금융 상황에 대해서도 인식을 털어놨다. 금융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앙등 등이 겹치면서 국내 물가가 치솟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다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과 그에 따른 전세계적 성장 둔화 혹은 경기침체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시장 불안정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전망이다.

인플레이션 요인 측면에서는 공급 부족과 수요 급증이 동시 발생한 제2차 세계대전 직후와 유사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 원장도 “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화하는 양상이며 계속되는 물가 상승 압력과 빨라진 미국 연준(Fed: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속도까지 감안하면 시장의 불안정한 상황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가경기 위기에도금리 인상 외에 쓸 카드가 없다

글로벌 경기침체·금리 압박 겹악재당국 시장불안 상당기간 지속전망

금감원장의 이같은 위기감은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특히 치솟는 물가가 가장 큰 문제다. 정부는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월(5.4%)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날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비상경제차관회의를 열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한 방송에 출연해 “6∼8월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를 넘어서는 것을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물가 상승률이 6%를 넘긴다면 IMF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최고치다. 6월 물가는 오는 5일 발표 예정이다.

무역수지 적자폭도 확대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 발표한 상반기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상반기 수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15.6% 증가한 3503억달러, 수입은 26.2% 늘어난 3606억달러였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103억달러(약 13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상반기 수출액은 2022년 들어 모든 달이 해당 달의 역대 1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수출액은 2021년 하반기(3412억달러) 기록을 뛰어넘으며 반기 기준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그러나 에너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입액은 수출액보다 많은 3606억달러로 집계됐다. 특히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 수입액은 2021냔 상반기 대비 400억달러 이상 늘어난 879억달러로, 무역적자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는 2021냔 동기(同期)보다 87.5% 급증한 것이다.

6월로만 봐도 무역수지는 24억7000만달러 적자를 보여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석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6월에는 수출 증가율이 16개월 만에 처음으로 한 자릿수를 나타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여름철 에너지 수요 확대와 고유가 추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무역수지 적자 지속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우리 산업과 무역을 둘러싼 리스크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런 험악한 경제상황에 7월1일 코스피는 한때 23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코스피가 2200대를 기록한 것은 2020년 10월30일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정부는 ‘물가발(發) 경기 위기’에도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제부처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사실상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말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 정부가 산업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해서 최근과 같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급등) 현상이 나타나도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며 “고유가에 물가를 잡기 위해서 결국 금리 인상 외에는 가용할 수단이 없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글로벌 상황도 심상치 않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닥터 둠’(Dr.Doom·경제비관론자)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가 복합 경제위기를 예고하고, 글로벌 증시의 추가 급락을 경고했다.

루비니 교수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국제기고전문매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게시한 글에서 스태그플레이션적 채무 위기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공급 문제로 유발된 인플레이션은 스태그플레이션에 가깝고, 따라서 통화정책을 조일 때 경착륙 위험이 커진다”고 밝혔다.

루비니 교수는 중앙은행이 경착륙을 피하기 위해 통화긴축을 중단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면서 경기가 과열되고,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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