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위기에 “경제전쟁 대장정” 비상체제 돌입…당·정·대 총력 대응

정부 정책 규제 개혁역점국가경쟁력 63개국 중 27효율성등 저하로 4단계 하락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당·정·대)이 6월15일 물가 환율 금리 성장 등 복합적인 경제위기 상황에 대응하고자 비상체제 돌입을 선포하고 국가역량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선제 대응 주문에 맞춰 대통령실은 이미 비상경제대응 체제로 전환했고, 내각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매주 열리는 경제장관회의를 비상경제장관회의로 개편할 방침이다.

당·정·대는 단기적으로는 ‘민생 안정’에 역점을 두고 규제 개혁·세제 지원 등 기업 경영 활성화를 위해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하기로 했고, 장기적으로는 공공·노동·교육·금융·서비스 등 5대 부문 구조 개혁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1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한다.

추 부총리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 방향 제3차 당·정·대 협의회에서 “경제전쟁의 대장정이 시작됐다”며 “어려운 여건이지만 정부는 가능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민생 안정과 물가 안정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대응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경제운용의 중심축을 정부에서 민간 기업과 시장으로 전환하고, 5대 부문 구조 개혁을 추진하겠다”고도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오후 브리핑에서 “공급망 위기로 촉발된 지금의 경제위기는 오래가는 게 특징”이라며 “정부는 단기적이고 비상 상황에 대응하는 여러 노력을 하면서 민간과 시장이 위기에 강해지도록 시스템 개혁, 구조 개혁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경제장관회의도 매주 비상경제장관회의로 체제를 전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이처럼 비상대응 체제로 전환하기로 한 건 우리 경제가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고,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경제에 대한 충격이 장기화하고 악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신흥국 등 63개국 중 27위를 기록, 2021년(23위)보다 4계단 하락했다고 이날 기재부가 밝혔다. IMD 평가에서 한국의 순위가 내려간 건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IMD 국가경쟁력 순위는 ▲경제성과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 ▲인프라 4개 분야를 평가해 도출한다. 한국은 인프라 분야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순위가 떨어졌다.

이날 당·정·대 협의회에선 문재인정부의 ‘경제 실정(失政)’에 대한 성토와 함께 과감한 규제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에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준비되지 않은 주 52시간제, 이념 논리에 빠진 각종 경제정책과 규제로 민간 활력이 저하됐고, 원자재 가격 급등 같은 예측 가능한 위기 상황에 대한 대비도 전혀 없었다”며 “윤석열정부는 역대급 ‘폭탄’을 떠안은 채 출범했다”고 지적했다.

권 원내대표는 협의회 이후 브리핑에서 “당·정은 과감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규제 개혁 없이는 경제혁신, 위기 극복이 불가능하다”며 “기업의 투자를 촉진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 경영을 위축시키는 불합리한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경제 운용 중심 민간으로법인세 인하 등 세제 지원 확대
고물가·고환율·고금리·저성장 ‘4중고체감 가능한 유류세 인하 등 필요

한국경제에 ‘복합위기’가 닥치고 있다는 위기의식에 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6월15일 대책회의를 갖고 규제완화와 세제지원을 통한 위기 극복 방안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新3高’에 저성장이 겹치는 위기 상황에서 빠르고 효율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다.

‘퍼펙트스톰’이 성큼 다가온 한국경제의 민낯은 이날 금융시장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앞두고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연저점을 경신했다. 원·달러 환율은 13년 만에 1290원대로 마감했다.

복합위기를 맞닥뜨린 재정·통화·금융당국 수장들은 연준 회의 직후 16일 긴급회동을 갖고 시장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당정 협의회 후 기자들과 만나 “법인세 인하 등 세제지원 확대, 경제 법령상 형벌 합리화 방안 마련을 통해 경제 활력을 제고해나갈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당이 정부에 세제지원을 강력히 요청한 것은 전세계적 경제위기 속에 민간주도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들의 적극적 투자 요인이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권 원내대표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유류세 인하, 세금 인하가 필요하다고 (정부에) 전달했다”며 “정부가 종합적으로 전체 세수 등을 검토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세 번째)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관련 제3차 당·정·대(대통령실) 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당정의 위기의식을 반영하듯 이날도 주식시장은 시퍼렇게 멍들었다. 연준이 15일(현지시간) 열리는 6월 FOMC 회의에서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라는 예상에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연준이 시장의 전망대로 자이언트 스텝에 나선다면 이는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 시절인 1994년 11월 0.75%포인트 인상 이후 처음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연준이 6월과 7월에 모두 0.75%포인트씩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기준금리는 현재 연 0.75∼1.00%에서 연말에 3.25∼3.50%로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5.59포인트(1.83%) 하락한 2447.38에 장을 마쳤다. 3일 연속 하락이자 연저점을 재차 경신했다. 외국인이 4689억원을 팔아치우며 장을 주도했다. 개인이 3463억원, 기관이 736억원을 매수하며 방어했지만 하락폭을 줄이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는 6만700원으로 1200원(1.94%)이 빠진 채 마감됐는데, 한때 6만200원으로 ‘6만원’이 위협받았다. 코스닥지수는 800선이 무너지며 24.17포인트(2.93%) 하락한 799.41로 장을 마쳤다. 종가(終價) 기준 800선을 하회한 것은 2020년 8월 21일(796.21)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4.1원 오르며 1290.5원에 장을 마감했다. 종가기준 환율이 1290원을 넘어선 건 2009년7월 이후 거의 13년 만이다. 채권 금리도 올라 이날 국고채 3년물은 장중 다시 3.6%를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세계금융시장에서 주도형 국가가 아닌 한국경제 특성상 투자심리 위축 국면에서 다른 국가보다 더 타격을 입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통화에서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불안 심리가 가중되고 있는 것 같다”며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이 주도하며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우리가 좀 더 취약성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일단 코스피 저점 전망치를 2400∼2,450까지 낮췄다.

심상치 않은 시장 상황에 재정·통화·금융당국 수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기로 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최재영 국제금융센터 원장 등은 FOMC 회의 직후인 16일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리는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한다. 참석자들은 FOMC 회의 주요 결과와 국제금융시장 동향을 공유하고 주요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는 한편, 외환·금융시장의 변동성 대응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JP모건 한은, 7빅스텝밟을 듯연말 기준금리 3.0% 예상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등 금융 불확실성이 지속함에 따라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행도 뻐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던 빅스텝(한 번에 0.50%포인트 금리인상)의 실현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가속할 것이라며 7월 빅스텝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석길 JP모건 금융시장운용부 본부장은 6월15일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7월 빅스텝에 이어 8·10·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추가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가 3.0%에 도달할 것”이라며 이처럼 밝혔다.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내년 1분기 최종 금리는 3.25%로 전망했다. JP모건은 지난 5월 전망에서는 한국은행이 연내 3차례 0.25%포인트씩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해 연말 2.5%에 도달하고, 내년 1월 최종 인상을 마쳐 2.75%에 이를 것으로 봤다. 박 본부장은 “전날 발표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 위원들은 앞으로 인플레이션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JP모건의 수정된 연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전망은 5.2%로, 5월 금통위 당시보다 인플레이션 상승 경로가 가파르고, 미국의 정책금리 역시 3분기 더 공격적인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금통위도 7월에는 더 높은 기준금리를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P모건은 한국은행이 7월 빅스텝에 나서지 않더라도 2022년 2월까지 0.25%포인트씩 금리를 지속해서 올려 내년 1분기 최종금리가 3.25%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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