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守岩칼럼.>금융 디지털 전환시대와 노년층의 키오스크 공포

현금 없는디지털금융시대, 노년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한국핀테크산업협회가 2030세대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96.2%가 간편결제(송금) 핀테크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핀테크 플랫폼 사용에 대한 만족도에서도 만족도 10점 만점에 8.71점으로 조사되어 젊은 층의 핀테크 이용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이처럼 핀테크 서비스의 이용자가 많은 이유는 경제성과 혁신성, 그리고 편의성 때문이다. 테크핀(Techfin)은 기술(Technology)과 금융(Finance)의 합성어다. 테크핀과 핀테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주도하는 주체 및 근간이 정보기술이냐 금융이냐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테크핀이란 용어는 중국 알리바바그룹 창업자인 마윈(馬雲) 회장이 2016년 한 세미나에서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알리바바는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핀테크 기업 중에 하나로, 알리바바 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송금과 공과금 납부, 알리페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앤트파이낸셜이 설립한 마이뱅크는 시중은행과 함께 소상공인을 위한 대출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스웨덴, 영국, 뉴질랜드 등 3개국은 2000년 이후 비현금 지급수단의 활성화로 현금 사용이 감소하면서 현금 없는 사회(비현금 지급수단 90% 이상인 경우)로 진입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2018년 가계지출 중 상품을 구입할 때 현금 결제 비중은 19.8%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금 없는 사회가 되면 경제 거래가 투명해지고 화폐 거래가 전자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부정한 거래를 막고 탈세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동전과 지폐 등 화폐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현금 의존도가 높은 고령층에게 현금 접근성이 떨어져 금융 소외와 소비 활동을 제약할 수 있다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시중은행 지점과 ATM 감소에 따라 결제수단 선택권이 소비자에게 주어지지 않는 단점도 존재한다. 이를 위해 한국은행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에서는 ‘현금 사용 선택권 보장’(소비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지급 결제수단 선택 시 현금을 배제하지 않는 것)을 제도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키오스크만 설치된 무인매장서 노년층이 공포를 느끼는 일 비일비재

“안녕하세요”라며 주문을 받는 직원 대신 ‘Self Order(자가주문)’라고 쓰인 키오스크(Kiosk)가 서 있는 식당이나 마트들이 생겨나고 있다. 노인들은 들어서는 순간부터 위축된다. 글씨도 작은 화면을 더듬더듬 누르다 보면 실수하기 일쑤다. 뒤로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하면 머릿속이 하얘진다. 소셜미디어에는 “엄마가 키오스크 사용할 줄 몰라서 한 시간 만에 주문했다는 얘기를 듣고 울었다” “아빠가 햄버거 좋아하시는데 키오스크로 바뀐 뒤 한 번도 못 드셨다”는 등의 글들이 올라온다.

식당이나 마트, 영화관, 병원, 관공서까지 키오스크가 줄줄이 들어서고 있다. 특히 요식업계에 도입된 키오스크 숫자는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에 비해 2021년 4배가량 늘었다. 업주의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디지털재단의 설문조사 결과, 서울에 거주하는 55세 이상 시민 가운데 키오스크를 이용해 봤다는 응답자는 절반이 되지 않았다. 사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사용 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라는 답이 약 3분의 1로 가장 많았고, ‘뒷사람 눈치가 보여서’(18%)라는 응답도 상당했다. 노인이 직원이나 다른 손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그것도 모르느냐’는 식으로 퉁명스럽게 대해서 포기했다는 얘기도 종종 들린다. 이러니 키오스크에 대한 노인들의 공포는 커질 수밖에 없다.

무인정보단말기로 해석되는 키오스크(Kiosk)는 원래 옥외에 설치된 대형 천막이나 정자(亭子)를 뜻하는 페르시아어 쿠슈크(Kushk)에서 유래된 말이다.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 도심 길거리나 역 등에서 신문·음료 등을 파는 박스형의 간이판매대나 소형 매점을 이르는 말로 쓰였다.

정보통신에서 키오스크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무인단말기를 뜻하는 ‘일렉트로닉(Electronic) 키오스크’나 ‘디지털(Digital) 키오스크’를 줄여서 키오스크라 부른다. 정보기술혁명 시대에 접어든 요즘은 의미가 확장돼 사람이 없어도 터치스크린(touch screen)을 눌러 상품을 주문하고 결제하도록 하는 단말기를 일컫는다.

국내의 경우 2014년부터 도입되기 시작해 최근에는 패스트푸드 매장, 영화관을 넘어 분식점·맥주 전문점 등 전(全) 업종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민간에서 사용되는 키오스크는 2019년 8587대에서 2021년 2만6574대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키오스크 급증의 중요한 계기가 됐다. 기업이나 업주의 입장에서 키오스크는 인건비를 줄이고 이윤을 늘려 줄 절호의 수단이다. “키오스크를 여러 대 설치하면 매장 회전이 빨라져 효율이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사람 사이에 서로 물어보고 확인하는 절차가 키오스크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키오스크만 설치된 무인(無人) 매장에서 노년층이 ‘공포’를 느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키오스크에서 음식 주문을 못해서 10분 넘게 쩔쩔매다 결국 포기했다는 노인의 안타까운 사연을 언론에서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서울디지털재단의 설문조사 결과, 서울 거주 55세 이상 시민 가운데 키오스크를 이용해 봤다는 응답자는 절반이 되지 않았다. 65∼74세 노인의 경우는 키오스크 이용자가 29.3%에 그쳤다. 키오스크를 쓰지 않는 이유로는 ‘사용 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가 33.8%로 가장 많았다. ‘뒷사람 눈치가 보여서’도 17.8%에 달했다. 기기 사용에 적응을 못해 우울감을 겪기도 한다.

연령에 따른 디지털디바이드 현상적극적인 교육과 함께 세대 간 공존위한 젊은층의 노력도 필요

고령층에게는 프로그램이나 앱을 설치하는 것부터 인터넷을 연결하고 쇼핑을 하는 것까지, 디지털문화 전반이 낯설고 어렵다. 고령층의 디지털 사용능력은 전체 평균의 3분의 2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연령에 따른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현상이다. 젊은이들이 인터넷으로 손쉽게 출력하는 주민등록등·초본을 떼기 위해 고령층은 주민센터를 방문해야 하고, 아파트 청약도 대부분 인터넷으로 이뤄져 난감하다. 고령층이 많은 지역에서 한 은행이 유인(有人) 지점을 폐쇄한다는 소식에 주민들이 반대 시위를 여는 일까지 벌어졌다.

키오스크 도입은 시류(時流)여서 막기는 어렵지만, 키오스크 교육 등 노년층에 대한 배려는 반드시 필요하다. 지자체는 물론 기업도 소비자 디지털 교육에 적극 나서야 한다. 디지털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관련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접근은 이제 기본권의 일종이 됐기 때문이다.

요즘 중시되는 웰에이징(well-aging)의 주요 요소로 건강, 직업 등과 함께 디지털 능력이 꼽힌다. 디지털과 현실이 융합돼 가는 세상에서 노인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정부와 지자체, 시민단체 등의 적극적인 교육과 함께 세대 간의 공존을 위한 젊은층의 노력이 필요하다. 키오스크 앞에서 진땀을 흘리는 노인들에게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작은 호의가 그 첫걸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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