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조 증발…코인 ‘작전’ 땐 형사처벌·손배책임 물린다

루나 쇼크가상자산 규제 윤곽자본시장법보다 처벌 수위 높아

앞으로 코인 가격 띄우기와 내부자 덤핑, 허위 주문 등으로 가상화폐 거래에서 부당이득을 취하면 벌금형 징역형 등 형사처벌과 함께 손해배상 책임, 징벌적 과징금 등 민형사·행정제재를 모두 받게 될 전망이다.

기존 증권시장을 규율하는 자본시장법보다 처벌 수위가 높다. 가상화폐 발행인이 주요 투자 정보를 국문으로 제공하고 독립된 공시 시스템에 이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는 규제도 도입된다.

5월17일 한국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국회 발의 가상자산업법의 비교 분석 및 관련 쟁점의 발굴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국회와 정부는 가상자산업법 제정 과정에서 이같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보고서는 2021년 11월 금융위원회가 국회 정무위원회의 요청으로 수행한 연구용역 결과다. 국회에 발의된 13개 관련 법안과 입법 논의에서 포함해야 할 주요 쟁점을 총망라해 가상자산기본법의 뼈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가상화폐시장을 뒤흔든 ‘테라USD’와 ‘루나’ 사태로 기본법 제정 목소리가 커진 상황에서 입법 방향의 윤곽이 나온 셈이다. 보고서는 가상화폐 시장에도 미공개 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 불공정거래 금지 규정을 도입하고 이를 어기면 벌금 및 징역형, 자격 정지, 몰수·추징 등으로 제재하도록 했다.

일부 법안에선 빠진 손해배상 책임 규정을 반드시 포함하고, 신속한 피해 구제를 위해 중대 불공정거래에는 과징금 부과 같은 행정제재 수단도 병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형사 제재만 규정한 자본시장법보다 더 나갔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최근 문제가 된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도 발행인에 대한 인가 규제, 준비자산 운용제한 등 글로벌 논의 방향을 참고해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루나처럼 예고 없이 암호화폐 대량 매각하면 시장서 퇴출
암호화폐 발행인 공시 의무화증권신고서인 백서사전 제출

50조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증발하면서 20만여 명의 투자자가 손실을 본 루나와 같은 코인은 앞으로 암호화폐 시장에서 퇴출될 전망이다. 예고 없이 코인을 덤핑(대량 매도를 통한 가격 내리기)하는 등의 불공정거래 행위 시 형사처벌뿐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과 과징금까지 부과하는 ‘초강력 규제’가 예고되면서다.

암호화폐의 증권신고서인 ‘백서’를 사전에 제출하고 수정 사유가 발생하면 코인판 DART(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할 의무도 도입된다. 루나를 발행한 테라폼랩스처럼 해외에 법인을 두는 업체도 국내 업체와 마찬가지로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 암호화폐거래소 인가제로 강화디지털자산관리원신설 검토

금융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가상자산업법의 비교 분석 및 관련 쟁점의 발굴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특정금융정보법보다 대폭 강화된 가상자산사업자 규제가 도입된다. 보고서는 현행법의 신고 요건보다 진입 장벽을 높여 인가·등록제를 두고, 가상자산의 위험성과 영업행위 유형에 따라 인가 요건을 차등화할 것을 제안했다.

암호화폐 매매·중개를 하는 거래소나 고위험 상품을 취급하는 사업자는 더 까다롭게 인가를 내줘야 한다는 뜻이다. 또 국내 암호화폐 거래 규모가 코스닥시장 수준에 이른 만큼 거래소에 대해선 더욱 규제를 강화해 대주주 자격요건을 법으로 정하고 거래소 발행주식 소유를 제한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했다.

변동성이 큰 코인 거래의 특성을 감안해 사업자가 투자자에게 위험 요소를 충분히 설명하고 개인의 재산 상황, 성향에 맞는 투자를 권유하도록 규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존 금융사의 투자권유 준칙 같은 체계를 암호화폐업계에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루나 사태의 파장이 지금처럼 커진 것도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인 루나의 위험성을 투자자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해왔다.

증권사의 평균 10배가 넘는 거래소 수수료도 부과 기준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하고, 하나의 암호화폐가 여러 거래소에 상장되는 것을 고려해 ‘시세정보 통합시스템’을 마련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 코인 발행 때 백서제출 의무화

보고서는 가장 시급한 투자자 보호대책으로 코인 발행사에 대한 규제를 꼽았다. 골자는 암호화폐의 주요 투자정보를 다룬 백서의 제도화다. 코인 발행업자는 코인 발행 최소 20일 전에 암호화폐의 증권신고서로 불리는 백서를 당국에 제출할 의무가 신설된다. 백서에는 발행인 정보와 조달 자금 사용 계획, 프로젝트 이행과 관련한 위험 등 상세한 기술이 담겨야 한다.

루나처럼 공시도 없이 코인을 대량 매각하면 형사처벌뿐 아니라 손해배상,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된다. 백서에 10억 개 한도로 발행하겠다고 약속한 테라재단은 현재 6조 개 이상의 루나를 발행한 상태다. 백서나 주요 공시사항을 수정하는 경우에도 최소 7일 전 당국에 통지하고 공시해야 한다.

백서와 주요 공시사항을 통합 관리하는 ‘디지털자산관리원’ 신설이 검토될 예정이다. 디지털자산관리원은 암호화폐 시장의 DART와 같은 역할을 한다. 코인 백서 작성이나 통지, 공개 등의 의무가 부과되는 코인 적격 발행인 제도도 도입된다.

  • 스테이블코인 규제로 루나사태 차단

루나 사태의 배경으로 꼽히는 앵커프로토콜 등 ‘디파이’에 대해서도 강력한 규제를 예고했다. 디파이는 예금·대출이나 스와프(거래소), 파생상품, 보험 등 기존 금융권의 서비스를 코딩으로 만든 스마트컨트랙트에 기초해 자동화한 탈중앙 금융 서비스다.

앵커프로토콜은 연 20%의 수익률을 테라로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며 루나와 테라의 시가총액을 50조원까지 불린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다. 보고서는 디파이에서 법정화폐처럼 쓰이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유통을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나처럼 법인을 해외에 두면서 자금세탁을 하거나 시세 조작 등 각종 불공정거래 행위를 벌이는 코인 발행사도 잡아낼 계획이다. 국내에 영향을 미치는 불공정거래 행위는 모두 법 적용 대상이라는 원칙이다. 국내 법인뿐 아니라 해외 법인의 한국인, 외국인까지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곳곳서 터지는 횡령 사건알고보니 코인 한탕주의?

35억원 횡령 후 코인 투자아모레퍼시픽 직원들 해고

내부 직원들이 가상화폐 투자금과 도박 자금 마련을 위해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리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주식에 이어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하고 ‘테라·루나 사태’ 등으로 뒤숭숭한 가운데 횡령 사건까지 잇따르면서 기업들이 내부 단속에 비상이 걸렸다.

5월17일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내부 감사에서 영업담당 직원 3명이 회삿돈을 횡령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은 거래처에 상품을 공급하고 대금을 착복하거나 허위 견적서 또는 세금 계산서를 발행하는 식으로 35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횡령한 자금은 주식과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도박 자금으로도 썼다. 아모레퍼시픽은 인사위원회를 열어 연루 직원 3명을 모두 해고했고, 18일 이들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전날에도 신한은행 부산 지역 영업점 직원이 시재금 2억원가량을 가로챈 사실이 드러났다. 신한은행은 자체감사에서 고객들이 예금을 찾을 때를 대비해 지점에 준비한 현금에 직원이 손을 댄 정황을 감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코스닥 화장품 기업 클리오에선 판매대금 18억9000만원을 횡령한 40대 과장급 직원이 지난 13일 경찰에 구속됐다.

  • 오스템임플란트·우리은행 등 잇단 사고에 기업 내부단속 비상

2021년 오스템임플란트의 2215억원대 횡령 사건과 계양전기(245억원) 우리은행(614억원) 등의 사고 이후에도 크고 작은 횡령이 끊이지 않자 기업들은 부랴부랴 집안 단속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로 넘쳐난 유동성 장세에서 주식·코인 열풍에 휩쓸린 젊은 직원들이 회삿돈에 손을 댔거나, 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부 기업은 인사팀과 감사팀 등을 통해 직원들의 코인·주식투자 현황을 점검하는 등 자체 조사에 나서고 있다. 한 대기업 인사팀원은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나 루나 피해자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들어가 직원들이 연루된 사건이 나오는지 살펴보느라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KPMG, PWC컨설팅 등 회계법인 계열 컨설팅사들은 횡령 방지 솔루션 상품을 개발해 홍보에 나서는 등 반짝 특수를 누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역시 불안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주식시장과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수록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실제 은행권에선 지난해 초 한 시중은행 부산 여신담당 직원이 30억원의 부정 대출을 일으켜 주식에 투자한 뒤 덜미를 잡혔고, 2020년엔 우리은행 직원이 가상화폐에 투자할 목적으로 은행 자금 1억8500만원을 빼돌리는 등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은 전날 ‘가상통화, 주식시장 과열에 따른 임직원 법규준수 관련 유의사항’이란 내부 문서를 내려보내 근무시간 중 주식·코인(사적이익을 추구할 목적의 영리행위) 거래 금지 등의 수칙을 다시 강조했다.

루나·테라 집단소송, 한동훈 금융증권합수단’ 1호 수사?

피해자, 권도형 재산압류 신청 예정남부지검 접수 땐 합수단서 맡을 듯

국산 가상화폐 루나(LUNA)·테라USD(UST) 폭락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나섰다. 이 사건이 서울남부지검에 접수될 경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부활시킨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수사를 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5월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개설된 인터넷 카페 ‘테라 루나 코인 피해자 모임’은 코인 발행업체 테라폼랩스 권도형 대표이사(CEO) 등 창업자에 대한 고소·고발을 준비 중이다. 이 카페 관리자는 게시글에서 “다음 주 중에 권도형에 대한 고발장이 서울남부지검에 제출된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들의 진정서를 5월26일까지 받아 함께 제출하겠다고도 했다.

5월18일 서울남부지검이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 출범을 밝힌 가운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정부과천청사로 들어오고 있다 .가상화폐 관련 커뮤니티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에 모인 투자자들도 동시다발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법무법인 LKB(엘케이비)앤파트너스는 일부 투자자들을 대리해 이번 주 안에 권 대표를 유사수신 및 사기 혐의로 고소할 방침이다. 또 권 대표가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법원에 재산가압류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기성도 권 대표에 대한 형사 고소를 준비하며 투자자들을 모으고 있다.2030 투자자들 “루나 가치 1억분의 된게 개인 탓?– 이건 손실 아닌 피해”

한국은 가상화폐가 법정화폐로 인정되지 않아 ‘루나 사태’의 관련자들을 처벌할 별도 법률이 없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권 대표가 사람을 기망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보고 형법상 사기죄로 의율할 수 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테라폼랩스가 연 20%의 이자 지급을 약속했다는 점에서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 사기)’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LKB와 기성은 사건을 더 검토한 뒤 서울지방경찰청 금융수사대와 서울남부지검 중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곳에 고소장을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사건이 서울남부지검에 접수되면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에서 사건을 들여다볼 가능성도 있다.

이날 서울남부지검은 “기존 ‘금융·증권범죄 수사협력단’ 체제를 개편하고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을 새롭게 출범한다”고 밝혔다. 한 장관이 전날 취임 일성으로 부활을 지시한지 하루만이다. 합수단은 검사와 수사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국세청·한국거래소·예금보험공사 등 유관기관 파견직원까지 총 48명으로 구성된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불공정거래 근절 대책의 일환으로 처음 출범한 합수단은 당초 서울중앙지검에 있다가 2014년 여의도 증권가를 관할구역으로 둔 서울남부지검으로 옮겼다. 주가조작·시세조종·불공정거래 등 각종 금융·증권범죄와 자본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집중적인 수사로 성과를 내면서 ‘여의도 저승사자’란 별칭이 붙었다.

그러나 2020년 1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부패 의혹이 심각하다”는 이유로 돌연 폐지했다. 지난해 9월 박범계 당시 법무부 장관이 협력단 형태로 되살렸다.

합수단은 기존 협력단 검사 5명(단장 포함)과 검찰 직원(서기관·사무관·실무관 등) 29명, 유관기관 파견직원 12명에 검사 2명이 증원됐다. 기존 협력단에선 별도 조직에 편성됐던 검찰수사관 11명과 유관기관 파견직원 12명이 검사실로 재배치돼 검사의 직접수사를 돕도록 하는 게 이번 개편의 핵심이다. 남부지검은 “합동수사단 검사들은 FIU·금감원·한국거래소·금융조사부·수사협력단 근무 경력이 있는 전원 금융·증권 분야에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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