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守岩칼럼>70년대말 살인적 현상 되풀이…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현실로

전문가, 일제히 침체 경고경기충격 연말 본격화선제 대응을정부, 비상계획 가동해야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경제 전문가들이 5월13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미 한국에서 슬로플레이션(저성장·고물가)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 상황이 더 심해지면 금융위기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경고음을 울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 국제금융센터에서 거시금융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전세계 경제·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하며 선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추경호 국무총리 직무대행(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해 재정·통화정책 수장과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대학원 교수,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 안동현 서울대 교수 등 경제 전문가 7명이 참석했다.

최재영 국제금융센터 원장은 ‘세계 경제 현황 및 글로벌 리스크’ 현안을 윤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전 세계 경제는 매우 불안정하며 위기 국면으로 진입할지 기로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작년 말부터 물가가 폭등해 통화정책도 강대강(强對强)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물가가 오르면서 경기는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증가하며 금융시장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경제 전문가는 “미국의 통화긴축 충격이 심해지며 경기가 상당히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국내에도 연말 이후 본격적으로 경기 위축 충격이 다가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정부는 이럴 때일수록 경제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걸 바탕으로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경제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현실로 다가와글로벌 금융위기 데자뷔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의 경제가 2022년 올해부터 급격한 물가 상승과 경제성장 둔화를 동시에 겪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에 놓일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이 되고 있다.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딛고 경제를 본격적인 회복세로 돌리는 일이 더욱 늦춰질 수밖에 없어 주식시장에도 충격이 퍼질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CNBC는 지난 3월17일 증권사 골드만삭스 분석을 인용해 “현재 경제상황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며 “각국 중앙은행에서 손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심화하고 경제성장 속도는 느려지면서 실업률은 높아지는 총체적 경기 악화 상태를 뜻한다. 일반 소비자들의 경제활동이 위축돼 기업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물가 상승에 따른 국민들의 타격을 방어할 수 있도록 정부 지출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300년 동안 인플레이션을 이끌었던 주요 원인은 전염병 또는 전쟁”이라며 “지금은 2년 사이에 두 사건이 모두 발생하는 전례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로 세계 공급망 차질과 물류난에 영향을 받아 급등하던 소비자물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에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유가가 브렌트유 기준 1배럴당 135달러, 내년에는 115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고유가 상태가 내년까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1970년대 이후 최악의 오일쇼크 상태가 발생하며 전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골드만삭스는 “높은 유가는 경제성장 둔화로, 결국 주식시장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갈수록 많은 종목이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에 증시에 당분간 악재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3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세계 펀드매니저의 약 62%는 올해 미국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2월 진행한 조사와 비교해 2배 늘어난 수치다. 신용평가사 피치도 3월16일(현지시간)에 낸 보고서에서 유럽 국가들의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고려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내놓았다.

미국과 유럽 이외의 다른 국가들도 대부분 심각한 인플레이션 위기에 놓인 만큼 스태그플레이션에 따른 경제성장 저하와 증시 하락이 전세계로 확산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결국 2008년 발생한 리먼브라더스 사태와 같은 글로벌 경제위기가 재현되며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을 극복하려 힘쓰고 있는 각국 정부에 부담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미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고 주식시장도 당시와 비슷한 수준의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에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들의 비중도 2008년 금융위기 이래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블룸버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코로나19 확산 등 여러 변수가 주식시장에 공포감을 불러오고 있다”며 “세계 경제성장에도 큰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반면 JP모건은 아직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현실화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반론을 내놓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JP모건 보고서를 인용해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며 리스크도 확산되고 있지만 미국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도했다.

최근 미국 소비자활동 지표를 볼 때 경제 성장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JP모건은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 가치도 올해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미국의 강력한 경제 성장세는 계속 이어질 힘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가 소비재에 미치는 영향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 중국 코로나19 봉쇄조치 장기화는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로 꼽혔다. JP모건은 “미국 증시는 이미 최악의 상황을 반영해 거래되는 수준으로 볼 수 있다”며 “다만 유럽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미국과 비교해 훨씬 크다”고 분석했다.

지구촌 인플레이션 충격생필품·유가 등 전방위 물가 앙등내년 초반까지 상승세 이어질 듯

국내 물가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식사 한 끼 마음 편하게 하기가 무섭다. 그나마 저렴한 가격으로 학생들이 끼니를 해결하던 대학가 식당이나 카페마저도 가격 인상으로 우울한 분위기다. 장바구니 물가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달 25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발표에 따르면 전년 동기와 비교해 밀가루와 식용유 가격이 10% 이상 상승했고, 달걀 한 판의 가격이 7000원대까지 올라섰다. 유류세 인하에도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리터 당 2000원에 육박한다. 마침내 4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4.8%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62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 개도국은 초토화 상태경제失政 겹친 나라들 디폴트 위험 처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가히 살인적이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무려 8.5%다. 악몽과 같던 19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의 스태그플레이션 이후 최고 수치다. 미국만이 문제가 아니다. 지구촌 곳곳이 인플레이션에 몸살을 앓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유로존은 7.5%다. 아시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요즘 잘 나가는 대만의 경우 3.27% 정도로 선방하고 있고 30년간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져 있는 일본의 1.2%는 예외적일 뿐이다.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이 4~13%선에서 허덕인다.

개발도상국은 이미 초토화되고 있다. 특히 경제 실정(失政)이 겹친 나라들은 디폴트 위험에 처해 있다. 스리랑카가 첫 번째 희생양이다. 지난 3월 18.7%를 기록하는 등 석 달 연속 10% 중·후반대의 물가난을 겪더니 마침내 510억 달러에 달하는 대외부채 상환을 유예하면서 단기 디폴트를 선언했다.

이외 잠비아·에콰도르·레바논 등이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요청을 신청한 상태이고, 파키스탄·튀니지·이라크·이집트·가나·페루·에티오피아 등 초(超)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상당수 개도국이 달러 가치 폭등에 따른 디폴트 위험에 처해 있다. IMF는 저소득 국가 73개 중 과반이 넘는 41개국이 심각한 외화 부채 위험에 노출돼 있고, 이중 적어도 12개국은 연내 디폴트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통의 예고편에 불과할 수도

1991년 저축부대조합의 연쇄 부도로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지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는 기준금리를 8.5%에서 3%까지 낮춰 대응했다. 경기가 회복해 연준이 94년 5.5%로 금리를 인상하자 95년 멕시코가 무너지는 ‘페소 위기’가 발발했다. 이 여파로 남미의 대부분 국가가 위기에 처했고 이러한 외환위기의 불씨는 결국 97년 아시아 외환위기로 번져 우리나라 역시 IMF에서 구제금융을 받는 치욕을 겪었다.

그 악몽의 추억이 다시 도래하고 있다. 이번 달부터 본격화되는 미 연준과 인플레이션 간 치열하고 지난한 전투 속에 많은 신흥국이 유탄에 쓰러질 것으로 우려된다.

문제는 이러한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다가올 고통의 예고편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론적으로 생각하면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선행-후행(lead-lag) 관계를 갖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업의 생산 활동에 필요한 원자재 등의 가격이 오르면 생산자 물가가 먼저 오르지만, 가격의 경직성으로 인해 제품 가격에 즉각적으로 이전되지 않는다. 그러나 생산자 물가는 결국 기업이 해당 상품을 생산하는 한계비용과 유사하기 때문에 비용의 증가가 추세적일 경우 결국 소비자 물가에 전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생산자 물가를 보면, 올해 3월 기준 116.46(2015년=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8.8% 상승했으며 2020년 12월 이후 16개월 연속 상승 추세다. 〈그림 1〉은 1960년대부터 우리나라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과 생산자 물가 상승률을 나타낸 것인데, 이를 보면 두 물가 상승률이 거의 유사하게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상관계수로도 전체 샘플 기간에서 0.88로 매우 높은 수치다. 한편 최근의 상황을 보면 생산자 물가가 최근 10년간 가장 가파르게 상승하는 상황에서 소비자 물가의 상승률은 아직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반면에 3월 기준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1.2%로,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8.5%가 이에 근접한 수치였음을 생각하면 한국 경우 소비자 물가 상승이 아직 생산자 물가 상승률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을 개연성이 있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것처럼 에너지 가격 상승이 생산자 물가 상승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미루어 보면 한국의 경우 생산자 물가는 국제적인 수준의 충격(shock)이 이미 반영됐지만, 소비자 물가 측면에서 원가 상승의 여파가 완전히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인플레이션 오면 수년간 지속

또 한 가지 명심할 것은 인플레이션의 주요 특징 중 하나가 ‘지속성’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학계에서 인플레이션의 시계열적 특성인 ‘정상성(stationarity)’에 관한 실증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속성이 매우 높다. 쉽게 말해 지난 달 인플레이션이 5%라면 다음 달 인플레이션도 5% 내외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 따라서 한번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정상화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과거 볼커(Paul Volcker) 연준 의장이 주도했던 통화 긴축은 스태그플레이션을 잡는 데 1979년부터 1983년까지 4년의 세월이 소요됐고, 그 기간 -2% 내외의 경기침체를 두 번 겪는 더블 딥(double dip)을 경험해야 했다.

볼커는 1979년 8월 2차 유가 파동으로 물가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등판해 기준금리를 10%에서 10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15.5%로 무려 5.5% 포인트 올리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해 확실한 선전포고를 했다. 이후 레이건 대통령이 집권한 1981년 3월에는 기준금리를 20%까지 끌어올리며 결국 두 자릿수대의 인플레이션을 1983년에는 3% 초반까지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다.

〈그림 2〉는 볼커 의장 취임 전후로 미국의 기준금리와 인플레이션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산 가격이 폭락하고 실업률이 10% 이상으로 폭증하는 등 미국 국민의 볼커에 대한 원망은 극에 달했다. 연준 빌딩을 둘러싼 시위와 위협에 볼커는 권총을 지니고 다닐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그만큼 한번 발생한 초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연준, 가파른 정책금리 인상 예고

그래서 2021년 5월부터 본격화된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하락해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2%로 설정한 정상적인 수치로 내려가려면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돌발 변수가 사라지는 낙관적인 상황이 오더라도, 최소 1년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시장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지난 5월4일 연준은 22년 만에 정책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다. 앞서 3월 미 연준 위원들은 기준 금리가 올해 말까지 2%, 내년 말까지 3%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선물시장(federal fund futures)은 더 비관적인데 정책금리를 연말까지 2.75%, 내년 상반기까지 3.25%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정점은 내년 초쯤으로 예상된다.

올 하반기 경기반등 vs 내년이 더 심각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시장의 1.1%의 예측치와 달리 -1.4%로 ‘깜짝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에 대한 시장의 해석은 ‘신호 (signal)’란 설과 ‘잡음 (noise)’이란 설,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잡음이라는 설은 마이너스 성장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군비지출이 8.5% 감소한 것과 사상 최대 무역수지 적자가 주요 원인이다.

군비지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지원이 본격화되는 만큼 회복할 것이고 무역수지 적자 원인 역시 기업들의 재고물량 확보 차원에서 이루어진 만큼 오히려 하반기엔 반등을 일으킬 것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반면 신호라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미국의 경제 체질에 분명 이상 신호가 주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골드만 삭스는 내년 상반기에 경기침체가 올 가능성을 35%로 보고 있고, 도이치뱅크의 경우 내년과 내후년 ‘심각한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윤석열 정부 역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비상계획을 가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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