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공공기관 500조 빚더미 터는 ‘빅배스’ 성공할까

공공기관 개혁 나선 추경호36개 공기업 임원 179명 평균 4675만원 성과급 잔치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최근 공공 기관의 규모, 인력, 부채가 확대되면서 비효율성에 대한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공공 기관의 효율성 제고 및 재무건전성 확보를 추진하고, 혁신을 위한 자율 경영과 책임 경영을 강화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인사청문회를 거쳐 정식 임명된 추경호 기재부 장관은 2021년 583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부채를 기록한 공공 기관 350곳에 대한 ‘빅배스(Big Bath)’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묵은 때를 모두 씻어내는 ‘큰 목욕’을 하는 것처럼 새로 취임한 CEO가 전임자 시절 쌓인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낸다는 뜻이다. 이런 과정에서 감춰졌던 부실이 회계에 반영되면 일시적으로 실적 하락 등이 발생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기초 체력을 키우려는 것이다. 추 장관은 2021년 국회에서 “부채가 과다한 기관의 성과급 지급 등 도덕적 해이를 시정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지적한 바 있다.

부실 공공 기관에 대한 성과급 지급 제한 등도 경영 개선의 무기로 사용될 전망이다. 2021년 12월 추 장관은 부실 공공 기관 성과급 체계를 기재부 장관이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거쳐 조정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발의한 적이 있다.

  • 경제수장 추경호, ‘580빚더미공공기관 개혁 나서공공기관 580조원 부채에도 억대 성과급 잔치

2021년 공공기관 350곳의 부채 규모는 전년보다 41조8000억원 증가한 583조원으로 관련 통계를 공시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최대였다. 2017~2021년 문재인 정부 5년간 늘어난 공공 기관 부채 규모는 90조원에 달했다.

2021년 공공 기관 부채를 유형별로 보면 한국전력공사·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 부채가 434조1000억원, 근로복지공단 등 준정부기관은 128조300억원, 그 외 기타 공공 기관은 20조6000억원이었다.

공공 기관들은 부채 증가에도 불구하고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추 후보자 의원실에 따르면, 작년 전체 36개 공기업 상근 임원(179명)들은 평균 4675만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이 공기업들의 당기순익은 전년보다 2조920억원 감소한 2067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절반인 18곳은 적자였다.

임원 1명에게 가장 높은 성과급을 준 공기업은 한국부동산원으로 1억2060만원을 지급했다. 작년 역대 최대 영업손실(5조8601억원)을 기록한 한전은 김종갑 전 사장이 9315만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1억1752만원) 등 발전 자회사 사장들도 1억원 안팎을 받았다. 코로나로 관광업계가 초토화됐는데 한국관광공사 안영배 사장은 작년·재작년 연봉의 40% 수준으로 총 1억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 문재인정부 공공기관 지원 30조원 급증

문재인 정부에서 소득주도 성장 등 공공 주도 정책과 일자리가 크게 늘면서, 공공 기관에 대한 출연·출자·보조금 등의 합계인 정부 순 지원액은 크게 늘었다. 공공 기관이 자체 사업이 아닌 세금에 의지해 연명했다는 뜻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2016년 말 정부 순 지원액은 67조8000억원에서 작년 말 99조4000억원으로 5년간 31조6000억원(47%) 급증했다.

공공 기관이 일자리를 늘리면서 인건비 부담도 불어났다. 2017년 34만5000명이었던 공공 기관 임직원 수는 작년 44만3000명으로 9만8000명(28%) 늘었다. 같은 기간 직원 복리후생비는 7667억원에서 8594억원으로 927억원 증가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공공 기관 신규 채용은 줄었다. 지난해의 경우 2만7053명으로 전년보다 12%(3683명) 감소했다. 2010~2019년까지 10년간은 신규채용이 계속 증가했는데 2020년부터 2년 연속 감소했다.

  • 공공기관 방만 경영 감사원 감사 추진

추 장관은 지난 4월 부총리 후보에 지명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공공 기관이 공공요금 안정을 위한 노력을 제대로 했느냐. 방만경영을 하고 다른 가격인상 요인을 누적시키면서 때가 되니까 ‘요금을 올려야 되겠다’ 이렇게 무책임하게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지난달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공공 기관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감사가 필요하다”고 보고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감사원에 공공 기관 경영 실태 점검을 요청한 상태다.

빅배스(big bath)

묵은 때를 모두 씻어내는 ‘큰 목욕’이라는 뜻으로, 새로 취임한 CEO가 전임자 시절 쌓인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것이다. 감춰졌던 부실이 회계에 반영되면 실적 하락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시장주의자추경호의 기재부, 세금·일자리·52시간 근로제 손본다

무분별한 재정확대 위험국가재정법 개정안대표 발의전국민 재난지원금도 반대

윤석열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기재부는 문재인 정부 때와는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은 20대와 21대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서 부동산 규제에서부터 국가 부채, 주(週) 52시간 근로제 등 다양한 경제 현안에 대해 밝혔던 입장들을 살펴보면 이런 방향성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기재부 안팎에서는 “추 장관은 ‘시장주의자’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주류세력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에서 중용됐던 ‘예산 라인’들이 물러나고 정책기획과 부처 간 조정역할에 능한 ‘정책 라인’이 부상할 전망이다. 성장도, 일자리도 세금 퍼주기로 해결할 수 있다고 했던 문재인정부와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월12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2022년 2차 추가경정예산안 관계장관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 다주택자 규제, 분양가 상한제 등에 부정적

추 후보자는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강조하는 발언들을 주로 했다. 2020년 8월 국회 기재위 정책 질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게 “다주택자가 전부 범죄자냐, 투기꾼이냐”고 물었다. 홍 부총리가 “다주택자들이 (전세를 끼고 적은 돈으로 주택에 투자하는) 갭 투자를 한다”고 답하자 추 후보자는 “갭 투자가 범죄냐”고 되물었다. 다주택자들이 임대주택 상당 부분을 공급하는 만큼, 규제 대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 다만, “시장에 굉장히 큰 교란을 일으키는 행태나 탈세자는 엄벌해야 한다”며 불법적 투자 행태에 대한 엄정한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 과도하게 분양가를 억누른 탓에 청약이 당첨되면 큰 시세 차익이 가능한 ‘로또 분양’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2020년 11월 예결위에서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누군가 ‘뽑기’를 잘했다고 시세(차익) 수억을 버는 이 체계는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공정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 재정건전성 강조하고, 재정준칙 도입 추진

문재인정부의 돈풀기 정책에는 비판의 날을 세웠다. 2020년 11월 예결위에서는 “국가채무비율은 필요할 때 마음껏 써도 된다, 높여도 된다는 경향이 있어서 굉장히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21대 국회 개원 직후인 2020년 6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45% 이하로,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하로 유지하는 재정준칙을 담고 있다. 그는 4월10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재정준칙의 법제화를 언급했다.

세금으로 만드는 일자리 역시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2020년 8월 국회에서 “노인 일자리로 대한민국에 대단한 일자리가 많이 늘어난 것처럼 되고, 착시현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주 52시간 근로제를 탄력적으로 완화하자는 주장도 했다. 그는 “월 단위, 연 단위로 추가 연장근로를 하게 해 달라는 중소기업 건의는 상당히 일리 있는 호소다”고 말했다. 한 주에 근로 시간 기준을 넘기더라도 월간이나 연간으로 맞추는 식으로 유연하게 적용하자는 뜻이었다.

  • 힘 실리는 기재부, ‘패싱 논란은 없을 듯

추 장관은 금융정책국장·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금융위 부위원장·기재부 1차관 등을 거쳤다. 이번 인수위에는 기재부 출신이 8명이나 파견됐다. 특히 김병환 경제정책국장(행시 37회)이 포함된 점이 이례적이다. 그만큼 차기 정부가 경제정책 부문이 주도하는 기재부에 힘을 싣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제까지는 성장 가능성이 큰 직원들이 인수위로 파견을 가고 핵심 보직인 경제정책국장은 남았다. 홍두선 공공정책국장(36회), 김명규 전 종합정책과장(43회) 등도 금융정책국 등을 거친 정책기획 라인이다.

기재부 안팎에서는 문재인 정부 시절 정치권이 밀어붙인 소득 주도 성장을 실행하기 위해 정부 예산을 집행하는 부처로 전락했던 기재부의 기능이 정상화될 기회를 맞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잠재성장률 제고나 가계·자영업자 부채 해결 방안, 산업 구조조정 등 거시적으로 정리해야 할 굵직한 사안들이 산적해 경제정책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는 평가다.

예산·재정 부문이 인수위에서 아예 배제된 것은 아니다. 경제1분과 전문위원으로 파견 온 조규홍 재정차관보(32회)와 김동일 대변인(37회)은 각각 예산총괄과장을 거친 예산통이다. 김완섭 예산총관심의관(36회)도 기획조정분과 실무위원으로 참여했다.

한편, 추 장관이 수장에 오른 후 기재부 1차관에 방기선 아시아개발은행(ADB) 상임이사(34회), 2차관에는 최상대 최상대 기재부 예산실장(34회)이 각각 임명됐다.

재정건전성 강화외친 추경호‘50조 추경난제 어떻게 풀까

손실보상 등 공약이행에 266조…대규모 추경편성 불가피 상황…정부 재정건전성 확보 딜레마

문재인정부 5년간 400조원 이상 국가채무가 증가하는 상황을 바라보기만 했던 재정당국이 새 정부 들어 재정운용 기조를 180도 전환할 것으로 예측된다. 새 정부 첫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재정건전성 강화론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다만, 선거 등을 의식해 정부나 정치권이 재정을 썼던 관행이 남아 있는 데다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한 5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도 예정돼 있어 추 후보자가 어떤 방식으로 재정건전성을 지킬지 주목된다.

4월11일 국회 등에 따르면 추 후보자는 지난 2020년 21대 총선을 통해 재선에 성공한 뒤 그해 6월 1호 법안으로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3차 추경안이 제출된 후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제도적으로 국가채무 등을 관리하기 위해 곧바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개정안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45% 이하로,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을 3% 이하로 유지하는 것을 법제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추 후보자는 개정안에서 “한국은 국가채무 외에도 가계부채, 기업 및 공기업부채 등 국가채무에 반영돼 있지 않은 빚이 많다”면서 “무분별한 재정확대로 국가채무비율이 급상승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자금 회수, 국채 매도로 시작해 원화가치 하락과 주가 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라고 강조했다.

추 후보자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가 불거질 때도 수차례 반대의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7월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한정된, 알뜰한 혈세이니 지출하는 것에 있어서는 조금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해서 돈을 써야 세금 내는 사람도 세금 내는 의미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재정건전성 강화 기조가 생각만큼 지키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이었지만 문재인정부는 정권 초반 20조8000억원 규모로 추경을 총 3차례 편성됐다. ‘일자리정부’를 표방한 문재인정부가 정부 재정으로 일자리 창출 등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홍남기 부총리의 경우 전국민 재난지원금 논란이 불거질 될 때마다 곳간 지킴이를 자처했지만, 정치권 외풍에 휩쓸려 용두사미로 끝난 적이 많아 ‘홍두사미’란 말이 나오기도 했다

윤석열 당선인 역시 5년간 병사월급 인상 등 공약 이행에 266조원이 소요된다고 밝힌 바 있다. 공약 구조조정이 선행되지 않을 경우, 재정건전성 확립 기조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 다만, 윤 당선인이 재정준칙을 강조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시 최근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회기반시설(SOC) 공약을 변경할 수도 있다고 밝혀 추 후보자의 재정건전성 강화 기조에 힘이 실릴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윤석열정부 출범과 동시에 편성될 예정인 2차 추경은 추 장관의 재정정책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 기준이 될 전망이다. 물가상승 압력이 전례 없이 높아졌지만 소상공인 손실보상이 윤 당선인의 ‘1호 공약’이라는 점에서 대규모 추경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추 장관은 “추경은 5월 초에 소개해 드릴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최적의 추경 규모와 집행 방식을 만들어 경기를 회복시켜야 하는 숙제를 추 후보자가 안고 있는 셈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한꺼번에 50조원을 편성하는 게 아니고 순차적으로 집행을 해서 손실보상 약속도 지키고 물가도 안정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암(守岩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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