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기반한 나라 재건”

정부 용산시대, 자유’·‘시장방점 국정철학 제시공정·연대 가치 국민이 주인강조

윤석열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소통’, ‘통합’보다는 ‘자유’, ‘시장’에 방점을 찍으며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5월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고,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나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갖고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이 끝난 뒤 차량으로 이동하며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이날 취임식에는 국내외 귀빈과 초청장을 받은 각계각층의 인사 4만1000여명이 참석했다.
  • 다수의 힘으로 상대방 의견 억압정치권 진영논리·패권 행태 비판핵개발 중단 땐 경제 지원 천명

윤 대통령은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위기, 공급망 재편, 기후변화, 식량·에너지 위기, 초저성장과 대규모 실업,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 등 각종 현안을 거론하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정치는 이른바 민주주의의 위기로 인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반지성주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나친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 팽배한 진영논리와 국회 다수 의석의 패권을 행사한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에서 시종일관 ‘자유의 의미’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바로 자유”라며 “자유의 가치를 제대로, 정확하게 인식하고 재발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자유는 결코 승자독식이 아니다. 어떤 사람의 자유가 유린되거나 자유시민이 되는 데 필요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모든 자유시민은 연대해서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지나친 양극화와 사회 갈등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할 뿐 아니라 사회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저는 이 문제를 도약과 빠른 성장을 이룩하지 않고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경제성장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이어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나라와 협력·연대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안보 문제에 대해선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서도 평화적 해결을 위해 대화의 문을 열어 놓겠다”며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 경제와 주민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0시를 기해 용산 대통령실 지하의 국가위기관리센터(지하벙커) 상황실에서 국군 통수권을 이양받는 것으로 집무를 시작했다. 서울 동작동 현충원을 찾은 뒤 취임식에 참석했고, 이후 용산 집무실로 이동했다.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서명한 뒤 국회에 송부했다. 취임식 직후의 ‘1호 결재’다. 민주당이 5월2∼3일 인사청문 절차를 마친 한 후보자에 대한 인준을 거부하면서 윤석열정부는 총리 없이 출범했다. 윤 대통령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종섭 국방부 장관, 한화진 환경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등 7명도 공식 임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한국을 방문한 미국, 일본, 중국의 경축 사절단을 잇달아 접견했다.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경축행사에 참석한 뒤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외빈 초청 만찬을 끝으로 첫날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취임사로 본 국정기조, 민주주의 위협 지성퇴출빠른 성장 바탕 양극화 해소

[정치] ‘상식·합리기초한 협치 강조 [경제] 개인·기업의 자율·창의보장 [외교안보] 비핵화 억지·관여병행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고,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나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갖고 오늘 이 자리에 섰습니다.”윤석열 대통령이 5월10일 취임사에서 시대적 소명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강조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윤석열정부를 세운 두 개의 기둥이다.

윤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반지성주의는 합리주의·지성주의로, 시장경제를 위협하는 양극화는 과학기술 혁신에 기초한 빠른 성장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에 대해서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핵무장에 단호히 반대하면서도, ‘선(先)비핵화·후(後)경제적 보상’이라는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화의 문은 열어놓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 다수 힘으로 의견 억압, 민주주의 위기 빠뜨려야당과 소통 가능할까

 윤 대통령은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며 합리주의와 지성주의에 기초한 의견 조정과 타협을 강조했다. 상식과 합리, 사실에 기초한 토론이 아닌 진영논리와 각자의 확증편향에 기댄 공방과 적대적 공생이 ‘조국 사태’를 계기로 터져 나온 진영 갈등을 심화했다는 인식이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일자리·탈원전 정책, 소득주도성장 등 현실이 아닌 이념에 기초한 정책도 ‘반지성주의’의 산물로 간주된다. 윤 대통령은 국정과제에서도 정치 부문에서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를 국정 목표로 내세우며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치는 이념과 진영 중심의 대립으로 제 역할을 못 했고, 국민은 분열된 정치권이 청구하는 시대적 비용을 감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 대통령의 합리주의·지성주의에 기초한 소통은 ‘이념이 아닌 국민 상식에 기반을 둔 국정운영, 국민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되는 법치의 원칙’이라는 국정운영의 원칙과 맞닿는다. 더불어민주당이 ‘여소야대’ 국면에서 의석수를 내세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등 지지층과 이념에 경도된 정책을 굽히지 않을 경우 윤 대통령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윤 대통령은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 “국민 통합”을 강조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달리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야권의 소장파와의 소통과 연대는 언제든지 열려있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선거기간 줄곧 “민주당의 양식 있는 정치인과 멋진 협치를 통해 대한민국을 발전시키겠다”라며 이재명 전 경기지사 측과 민주당 강성 모임인 ‘처럼회’가 아닌 민주당 내 소장파를 향해 일관된 협치의 메시지를 보냈다. 윤 대통령의 정무장관직 신설 추진은 합리적인 야당 정치인과의 소통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빠른 성장이 양극화 해소규제 완화·글로벌 협력 강화

 양극화와 사회 갈등을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위협이라고 진단한 윤 대통령은 빠른 성장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빠른 성장 과정에서 많은 국민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고, 사회 이동성을 제고함으로써 양극화와 갈등의 근원을 제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의 혁신이 양극화 해소는 물론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개인의 자유도 확대하는 선순환 구조를 낳는다는 윤 대통령의 구상은 ‘민간이 이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자율과 창의로 만드는 담대한 미래’의 국정 목표로 연결된다.

윤 대통령이 강조한 개인과 기업의 자율과 창의 보장은 규제 혁신 정책으로 이어진다. 윤 대통령은 국정과제에서 ‘규제시스템 혁신을 통한 경제활력 제고’를지적하면서 대통령이 주재하는 ‘규제혁신전략회의’와 민간이 주도하는 ‘규제혁신추진단’을 통해 신산업 육성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 완화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진보를 위한 해외 국가와 연대는 글로벌 공급망 동맹 강화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 추진 등의 구체적인 외교·통상 정책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21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비롯한 외교·안보 의제뿐만 아니라 반도체·베터리·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 협력 강화와 한·미 원전동맹 등의 경제·기술 분야 협력도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 지속 가능한 평화 속 비핵화 원칙대화의 문 열릴까

 윤 대통령은 굴종적 대북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겨냥한 듯 “일시적으로 전쟁을 회피하는 취약한 평화가 아니라 자유와 번영을 꽃피우는 지속 가능한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거 기간 강조한 국방력 강화에 기초한 대북 확장억제 능력 강화보다는 ‘지속가능한 평화’라고 순화된 표현을 썼지만 ‘북한 비핵화’를 명시하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CVID) 핵 폐기라는 일관된 입장을 유지했다.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 “한반도뿐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를 위협한다”고 적시하면서도 “평화적 해결을 위해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다”며 ‘억지와 관여’를 병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남북관계 정상화’ 국정과제에서도 기술된 ‘남북 경제협력 로드맵’을 골자로 비핵화와 유기적으로 연계된 경제협력 비전을 제시한다는 구상과 맞닿는다. 과거 이명박정부의 대북정책 ‘비핵·개방 3000’을 연상케 하는 구상으로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한 경제발전 지원방안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북한의 핵실험이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방점을 둔 ‘당근’ 보다는 ‘한국형 3축체계 강화’와 한국형 아이언 돔의 조기 전력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연기, 한미 군사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등의 ‘채찍’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또 글로벌 경제 10위권 국가로서의 책임 있는 자세도 강조했다. 그는 “자유와 인권의 가치에 기반한 보편적 국제규범을 적극 지지하고 수호하는 데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라며 “세계 시민 모두의 자유와 인권을 지키고 확대하는 데 더욱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윤 정부가 대북전단살포금지법 개정이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참여 등 국내외 외교·안보 이슈에서 자유와 인권이라는 원칙을 최우선으로 하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일정 부분 보폭을 맞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자유’ 35번 외친 윤석열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윤석열 대통령이 5월10일 취임 일성(一聲)으로 ‘자유의 확대’와 ‘도약과 빠른 성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윤 대통령은 이날부터 20대 대통령으로 5년 임기를 시작했다.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이 나라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고,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나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갖고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이러한 나라를) 국민과 함께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핵심 키워드로 ‘자유’를 강조했다. 총 16분 분량의 원고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35차례 언급했다. 그는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은 바로 자유의 확대”라고 말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정치, 경제적 자유가 널리 보장된 곳에 번영과 풍요가 꽃 피었다는 것이다. 국정 운영의 핵심 철학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회복’을 내세운 배경도 이러한 상황 인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자유는 결코 승자독식이 아니다”라며 “자유 시민이 되려면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기초,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그간 강조해 온 화두인 공정한 기회 보장, 약자에 대한 배려 등도 ‘자유의 확대’라는 차원으로 풀어나가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이날 취임사에는 통상 희망을 강조하는 역대 대통령의 취임사와는 달리 민주주의의 위기, 양극화의 심화, 북한의 핵 개발 등 한국 사회가 처한 위기에 대한 진단이 많이 담겼다.

윤 대통령은 우선 초(超)저성장, 대규모 실업, 양극화 등을 거론하며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정치는 이른바 민주주의의 위기로 인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원인으로는 ‘반(反)지성주의’를 겨냥했다. 극단적 진영 논리에 빠져 신념이 사실을 압도하는 ‘포스트 트루스(탈진실)’ 시대와 ‘민주 독재’라는 말이 나올 만큼 다수의 힘으로 독주하는 한국 정치의 현실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지나친 양극화와 사회 갈등이 사회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해법으로 ‘도약과 빠른 성장’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도약과 빠른 성장은 오로지 과학과 기술, 혁신에 의해서만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북한의 핵 실험 재개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대북 메시지도 전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북한 경제와 주민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4만1000여 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식 직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로 이동해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1호 결재’로 국회로 보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에 서명했다. 이어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장관 7명을 임명했다.

  •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 핵심 키워드는 자유

윤 대통령은 “우리는 자유의 가치를 제대로, 그리고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며 “자유의 가치를 재발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숨 쉬고 있던 곳은 언제나 번영과 풍요가 꽃 피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의 반대 개념으로는 반지성주의 등을 지목하면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한 원인”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이러한 인식은 미국의 신자유주의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에게 서울대 법대 입학 기념으로 프리드먼 책을 선물 받았고 이를 근간으로 자신의 세계관이 형성됐다고 밝혔었다. 윤 대통령 측은 “국내외 모든 문제들이 자유라는 기반에서 해결돼야 한다는 윤 대통령 구상이 취임사에 반영됐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어떤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이 방치된다면 우리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자유마저 위협받게 된다”며 “자유 시민이 되는데 필요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모든 자유 시민은 연대해서 도와야 한다”고 했다.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기초, 그리고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도약과 빠른 성장을 위해 제시한 ‘과학과 기술, 혁신’ 역시 궁극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자유를 확대”한다고 봤다. 윤 대통령은 자유의 개념을 국제사회로도 확장했다. 그는 “개별 국가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기아와 빈곤, 공권력과 군사력에 의한 불법 행위로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고 자유 시민으로서의 존엄한 삶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모든 세계 시민이 자유 시민으로서 연대하여 도와야 한다”고 했다.

지성주의 비판 지성주의로 민주주의 위기과학·진실 전제로 갈등 풀어야

5월10일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은 10여 분에 걸쳐 발표한 취임사에서 ‘자유’를 35차례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이날 취임사를 두고 국정 전반에서 자유의 가치를 바탕에 두겠다는 “윤석열식 자유선언문”이란 평이 나왔다. 윤 대통령 측근은 “한국 민주주의가 다수의 힘으로 자유를 억누르는 위기 상황이라 보고, 국정운영의 방향을 자유 가치를 복원하는 데 맞추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 민주주의 위기의 원인으로 ‘반(反)지성주의’를 지목하고 갈등 해결을 위해 “과학과 진실이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고,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나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갖고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물론 세계가 ‘복합 위기’에 놓여 있는데 이를 극복해야 할 민주주의가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반지성주의”라고 했다. 그는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이런 언급을 두고 문재인 정권의 행태를 반지성주의로 규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검찰총장에 올랐지만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하다가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의 거센 공격을 받았다. 윤 대통령 측근은 “자유 가치의 핵심은 진실 존중”이라며 “실체적 진실 발견의 과정인 수사가 진영 논리로 공격받게 되면서 자유주의의 실종을 심각히 고민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개인의 책임보다는 국가 책임을 강조하는 포퓰리즘 행태에 대한 경계의 뜻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무진이 작성했던 취임사 초고에는 반지성주의(anti-intellectualism) 관련 내용이 없었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취임식 일주일 전쯤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먼저 이 개념을 꺼냈다”고 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좌우를 따지지 않고 증거를 무시하고 사실을 왜곡하는 이들을 반지성주의자로 규정했다. 이들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적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반지성주의’라는 단어는 1950년대 매카시즘 광풍이 불던 미국에서 쓰이기 시작했다. 미 역사학자 리처드 호프스태터(1916~1970)는 매카시즘 등을 탐구한 저작 ‘미국의 반지성주의’에서 “반지성주의자는 자료나 증거보다 육감이나 감정을 기준으로 사안을 판단한다”고 했다. 반지성주의는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에서 재조명받으며 우파 성향 트럼프 지지자를 비판할 때 쓰였다. 그러나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포퓰리즘에 좌우가 따로 없듯 반지성주의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는 보편적 가치”라며 “자유의 가치를 재발견해야 한다”고 했다. 진영 논리로 대립과 갈등이 일상화한 한국 정치를 정상화하려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자유’ 가치 회복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입장을 조정하고 타협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진실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합리주의와 지성주의”라고 했다. 소통이나 국민통합도 진영에 관계 없이 과학과 진실 같은 전제에 동의할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이런 인식에는 일부 우파 진영 내 극단주의에 대한 경계도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작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당내 경쟁자들을 겨냥해 “국민이 당신들에게 실망했기 때문에 나를 불러낸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과거 박근혜 정권 때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하다가 정권과 불화를 빚고 좌천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측근은 “국정원 댓글 사건도 핵심은 선거법 위반이냐 아니냐는 사실과 법리의 문제였는데 권력은 이를 ‘우리 편이냐 아니냐’의 문제로 접근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날 윤 대통령 취임사 전체 분량은 3303자로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사(8969자),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사(5558자)보다 짧았다.

대통령 자유·인권으로 존경받는 글로벌 리더 국가 만들 것” [취임사]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은 바로 자유의 확대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사의 핵심 키워드는 ‘자유’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 앞마당에서 진행된 취임식 취임사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총35번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고,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나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갖고 이 자리에 섰다”고 말문을 열었다.이어 코로나 팬데믹 등 국내외적 난제들을 언급한 뒤 “저는 이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 우리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 해답을 ‘자유’에서 찾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에서 “자유·인권·공정·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과학과 기술의 혁신을 통한 빠른 성장으로 양극화와 갈등의 근원을 제거하겠다”고 했고, 북한을 향해서는 “실질적 비핵화로 전환할 경우 북한 경제와 주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자유’라는 단어를 30차례 이상 쓰며 취임사의 상당 부분을 자유 가치를 강조하는데 할애했다.

취임사는 총 2624자 분량으로 약식으로 취임식을 가졌던 문재인 전 대통령 때(2486자)와 비슷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4042자)보다는 적었다. 16분 분량의 취임사에서 ‘자유’에 이어 ‘시민’ ‘국민’(15회), ‘세계’(13회), ‘평화’(12회)가 빈번하게 언급됐다. 반면 통합 등의 단어는 나오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 앞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헌법 제69조에 따라 선서를 하고 있다. 이날 0시 임기를 시작한 윤 대통령은 2027년 5월9일 자정까지 5년간 대통령 직무를 수행한다.
  • , ‘자유가치 강조글로벌 리더 국가 자세 갖자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팬데믹 위기와 공급망 재편, 기후 변화 등으로 인한 세계적 난제에 직면해있고 반(反)지성주의로 인해 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 우리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자유의 가치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재발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숨쉬고 있던 곳은 언제나 번영과 풍요가 꽃 피었다”며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은 바로 자유의 확대”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는 보편적 가치이고,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이 자유 시민이 되어야 한다”며 “모두가 자유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공정한 규칙을 지키고 연대와 박애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또 “어떤 사람의 자유가 유린되거나 자유 시민이 되는데 필요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모든 세계 시민이 자유 시민으로서 연대하여 도와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 그룹에 들어 있는 대한민국이 자유·인권의 가치에 기반한 보편적 국제 규범을 지지·수호하는데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는 국내와 국제 문제를 분리할 수 없다”며 “국제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는 역할을 주도적으로 수행할 때 국내 문제도 올바른 해결 방향을 찾을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국제사회에서의 대한민국 역할 확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 실질적 비핵화하면 담대한 계획 준비할 것

윤 대통령은 국내 상황과 관련해선 정치·경제적으로 위기라고 규정하면서도 “역사를 돌이켜 보면 우리 국민은 그럴 때마다 힘을 합쳐 지혜롭게, 또 용기있게 극복해왔다”고 했다. 그는 “지나친 양극화와 사회 갈등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할 뿐 아니라 사회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빠른 성장 과정에서 국민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게 양극화와 갈등의 근원을 제거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많은 나라들과 협력·연대해 과학과 기술의 혁신을 이뤄내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 “아시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한다”면서도 “평화적 해결을 위해 대화의 문을 열어 놓겠다. 실질적 비핵화로 전환할 경우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가 한반도에 지속 가능한 평화를 가져올 뿐 아니라 아시아와 전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 대통령 취임사에 통합빠진 이유, 너무 당연해서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 ‘통합’이 빠졌다는 지적을 받은 것과 관련해 “너무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5월11일 오전 8시35분께 서울 용산 대통령실 본관 집무실 1층에서 취재진들과 만나 ‘첫 출근 소감’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웃으면서 “어제 첫 출근하기는 했다”고 답한 뒤 “제 취임사에 통합 이야기가 빠졌다고 지적하시는 분이 있는데 그건 너무 당연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합이라고 하는 건 우리 정치 과정 자체가 국민통합의 과정”이라며 “나는 통합을, 어떤 가치를 지향하면서 할 것인가 이야기한 것이다. 그렇게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출퇴근하는 대통령이다’라는 질문에는 “특별한 소감이 없다. 일해야죠”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사저인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에서 용산 대통령 집무실로 출근했다. 국민소통관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21분 사저를 출발해 8시34분께 집무실 1층 로비에 도착, 출근에 13분가량 소요됐다.

윤 대통령은 5월12일 첫 국무회의를 진행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 부처 장관의 임명이 이뤄져야 한다. 윤 대통령은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장관을 임명할 계획이냐’라는 질문에는 “(우선) 출근해서 챙겨봐야 한다”고만 했다. 그러면서 취재진을 향해 “1층(기자실)에 다들 입주했어요? 책상들 다 마련하고? 잘 좀 부탁합니다”라고 했다.

  •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 전문(全文)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750만 재외동포 여러분, 그리고 자유를 사랑하는 세계 시민 여러분, 저는 이 나라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고,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나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갖고 오늘 이 자리에 섰습니다. 역사적인 자리에 함께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문재인, 박근혜 전 대통령, 그리고 할리마 야콥 싱가포르 대통령, 포스탱 아르샹쥬 투아데라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인도네시아 전 대통령, 더글러스 엠호프 해리스 미국 부통령 부군, 조지 퓨리 캐나다 상원의장,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경축 사절과 내외 귀빈 여러분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 지난 2년간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큰 고통을 감내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헌신해주신 의료진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세계 시민 여러분, 지금 전 세계는 팬데믹 위기, 교역 질서의 변화와 공급망의 재편, 기후 변화, 식량과 에너지 위기, 분쟁의 평화적 해결의 후퇴 등 어느 한 나라가 독자적으로, 또는 몇몇 나라만 참여해서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들에 직면해 있습니다. 다양한 위기가 복합적으로 인류 사회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국내적으로 초저성장과 대규모 실업, 양극화의 심화와 다양한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공동체의 결속력이 흔들리고 와해되고 있습니다.

한편,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정치는 이른바 민주주의의 위기로 인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반지성주의입니다.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입장을 조정하고 타협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진실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합리주의와 지성주의입니다.

국가 간, 국가 내부의 지나친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우리가 처해있는 문제의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우리 국민은 많은 위기에 처했지만 그럴 때마다 국민 모두 힘을 합쳐 지혜롭게, 또 용기있게 극복해 왔습니다. 저는 이 순간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는 책임을 부여받게 된 것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우리 위대한 국민과 함께 당당하게 헤쳐 나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또 세계 시민과 힘을 합쳐 국내외적인 위기와 난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세계 시민 여러분, 저는 이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 우리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자유’입니다. 우리는 자유의 가치를 제대로, 그리고 정확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자유의 가치를 재발견해야 합니다.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숨 쉬고 있던 곳은 언제나 번영과 풍요가 꽃 피었습니다.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은 바로 자유의 확대입니다. 자유는 보편적 가치입니다.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이 자유 시민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어떤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이 방치된다면 우리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자유마저 위협받게 됩니다.

자유는 결코 승자독식이 아닙니다. 자유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기초, 그리고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 기회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런 것 없이 자유 시민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어떤 사람의 자유가 유린되거나 자유 시민이 되는데 필요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모든 자유 시민은 연대해서 도와야 합니다. 그리고 개별 국가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기아와 빈곤, 공권력과 군사력에 의한 불법 행위로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고 자유 시민으로서의 존엄한 삶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모든 세계 시민이 자유 시민으로서 연대하여 도와야 하는 것입니다. 모두가 자유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공정한 규칙을 지켜야 하고, 연대와 박애의 정신을 가져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내 문제로 눈을 돌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방향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나친 양극화와 사회 갈등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할 뿐 아니라 사회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도약과 빠른 성장을 이룩하지 않고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빠른 성장 과정에서 많은 국민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고, 사회 이동성을 제고함으로써 양극화와 갈등의 근원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도약과 빠른 성장은 오로지 과학과 기술, 그리고 혁신에 의해서만 이뤄낼 수 있는 것입니다.

과학과 기술, 그리고 혁신은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우리의 자유를 확대하며 우리의 존엄한 삶을 지속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과학과 기술, 그리고 혁신은 우리나라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으로써 과학 기술의 진보와 혁신을 이뤄낸 많은 나라들과 협력하고 연대해야만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세계 시민 여러분, 자유민주주의는 평화를 만들어내고, 평화는 자유를 지켜줍니다. 그리고 평화는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존중하는 국제사회와의 연대에 의해 보장이 됩니다. 일시적으로 전쟁을 회피하는 취약한 평화가 아니라 자유와 번영을 꽃피우는 지속 가능한 평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전 세계 어떤 곳도 자유와 평화에 대한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지금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한반도뿐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서도 그 평화적 해결을 위해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습니다. 그리고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습니다.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에 지속 가능한 평화를 가져올 뿐 아니라 아시아와 전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도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 그룹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유와 인권의 가치에 기반한 보편적 국제 규범을 적극 지지하고 수호하는데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의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시민 모두의 자유와 인권을 지키고 확대하는데 더욱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국제사회도 대한민국에 더욱 큰 역할을 기대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국내 문제와 국제 문제를 분리할 수 없습니다. 국제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는 역할을 주도적으로 수행할 때 국내 문제도 올바른 해결 방향을 찾을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부 용산시대, 현충원 참배로 공식일정총리 후보 임명동의 1호 결재

5월10일 공식 임기를 시작한 윤석열 대통령이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갠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공개된 일정만 13개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0시 용산 집무실 지하에 새로 마련된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합동참모본부(합참) 지휘통제실로부터 군사대비태세, 북한 동향 등을 보고받으며 임기를 시작했다. 이는 군 통수권 이양 절차다.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 날 자택 등에서 합참의 유선 보고를 받으며 임기를 시작한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같은 시각 종로구 보신각에서는 윤 대통령 임기 개시를 알리는 33번의 종소리가 울렸다.

이후 윤 대통령은 서초구 서초동 자택으로 이동해 잠깐 휴식을 취한 뒤 오전 10시쯤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헌화·분향하고 참배했다. 현충원 이동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주민들이 여는 짧은 축하 행사에도 참석했다.

오전 11시 취임식 본행사에 맞춰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국회 정문에서 차에서 내려 본청 앞에 마련된 무대까지 도보로 이동했다. 약 180m를 걸어가며 그는 취임식에 참석한 시민들과 악수를 하거나 사진을 찍으며 격의 없이 소통했다.

1시간 남짓 진행된 취임식 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로 이동했다. 역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늘 진행됐던 카퍼레이드는 이날 없었다. 윤 대통령은 이동하기 위해 국회 입구에 세워진 차량에 탑승 후 창문을 열어 모여 있는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몇 분 뒤에는 선루프를 개방해 상체를 내밀어 인도에 늘어선 시민들에게 인사하며 서강대교 근처까지 이동했다.

용산에서도 시민을 먼저 찾았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로 첫 출근을 하기 직전 인근 경로당과 어린이공원을 찾았다. 경로당에서 윤 대통령은 “아이고 어르신들, 동네에 이제 오게 됐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인사했고, 한 어르신은 “용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화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구에 새롭게 마련된 대통령 집무실에서 취임식 직후 ‘1호 결재’인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서명하며 웃고 있다.

어린이공원에서는 근처 어린이집 어린이들이 나무판에 쓴 편지를 전달받았다. 윤 대통령은 그 뒤 대통령실 정문까지 50가량을 부인 김건희 여사와 걸어 이동했다. 윤 대통령은 집무실에 들어선 뒤 오후 12시40분쯤 공식 집무를 시작했다. 윤 대통령의 결재 1호는 국회로 송부할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이었다. ‘총리 공백’ 상태에서 출범한 새 정부의 어려운 상황을 조기에 해소하려는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공개 일정 사이사이 참모들로부터 총리 등 국무위원 인선과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제출 등 현안 보고를 수시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오후 공개행사는 주로 취임식에 참석한 외국 사절단 접견으로 채워졌다. 미국, 일본, 아랍에미리트(UAE), 중국 등의 순서였다. 오후 4시부터는 국회 본관 로비인 로텐더홀에서 윤 대통령 취임 경축행사가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5부 요인과 국가 원로, 주한 외교관, 외교 사절 등과 환담했다. 윤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오늘은 우리가 평화적으로 다시 한번 정권 교체를 이룩한 국민 승리의 날”이라며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승리한 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임기 첫날 마지막 공식 일정은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외빈 초청 만찬 참석이었다. 칵테일 리셉션과 내외빈 접견, 만찬으로 구성된 행사는 오후 7시에 시작돼 예정된 9시를 훌쩍 넘어서까지 이어졌다. 외빈 외에 5부 요인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테이블에는 전국 특산물로 만든 8개 코스의 퓨전 한식 요리가 올랐다. 연대와 협력, 국민통합을 강조하는 윤석열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국세청장 김창기 내정금융위원장 김주현, 법제처장 이완규 유력

김창기 전 부산국세청장이 윤석열정부의 초대 국세청장에 사실상 내정됐다.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은 금융위원장에, 이완규 변호사는 법제처장에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윤석열 대통령 측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김 전 청장이 제25대 국세청장에 내정됐다. 김 전 청장은 2021년 12월 부산국세청장을 끝으로 국세청에서 퇴임했다. 퇴직한 인사가 국세청장이 된 사례는 김 전 청장이 처음이다.

김 전 청장은 1967년 경북 봉화 출신으로 대구 청구고등학교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93년 제37회 행정고시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경북 안동세무서장, 국세청 세정홍보과장, 부산국세청 징세법무국장, 중부국세청 징세송무국장·성실납세지원국장, 서울국세청 조사2국장, 국세청 감사관, 국세청 개인납세국장 등을 지냈다. ‘이명박 청와대’에서는 인사비서관실 파견 근무를 하기도 했다. 김 전 청장은 2021년 1월 중부지방국세청장에 임명됐으나 이례적으로 1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6개월 만에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 하향 전보됐다.

김창기(왼쪽부터), 김주현, 이완규

윤 대통령 측은 김 전 청장과 함께 금융위원장과 법제처장 및 일부 차관 인선 등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위원장에는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김 회장은 재무부를 거쳐 금융위원회에서 금융정책국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사무처장 등을 지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행정고시 동기(25회)인 김 회장은 추 부총리, 최상목 경제수석으로 이어지는 윤 정부의 경제 삼각편대의 한 축으로 세제 정책을 지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제처장 유력 후보로 알려진 이완규 변호사는 전날 윤 대통령의 징계 불복 소송대리인 사임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인 이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직 당시 받은 정직 2개월의 징계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을 맡고 있다. 이 변호사가 법제처장 물망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상태에서 사임서를 제출한 사실까지 전해지자 법조계에서는 “법제처장 임명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쪽 내각정부, 15개 부처 차관급 인사 단행차관 내각체제로 출범

총리·장관 인선에 난항 겪자 실무 책임지는 차관 내세워원활한 초기 국정운영 노려

윤석열 대통령이 새 정부 1기 내각을 채울 15개 부처 20명의 차관급 인선을 5월9일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와 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리며 ‘반쪽 내각’으로 10일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되자 먼저 차관급 인사를 단행해 ‘차관 내각’ 체제를 갖춘 것이다. 차관급 인사가 당분간 새 정부 국정운영 실무를 책임지는 만큼 정통 관료 출신 야전사령관 성격의 인사가 많이 기용됐다.

윤 대통령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도와 거시경제 정책을 총괄할 기재부 1차관에 방기선 아시아개발은행(ADB) 상임이사를 내정했다. 2차관에는 최상대 기재부 예산실장이 낙점됐다. 한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불확실해지며 추 부총리가 당분간 총리 대행을 맡을 가능성이 커지자 경제 위기 극복 경험이 있는 베테랑 관료들을 기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 내정자는 2000년대 기재부 복지예산과장과 국토해양예산과장, 경제예산심의관을 역임하는 등 예산 업무를 주로 맡았으나 2017년에는 1차관실 산하 정책조정국장으로 자리를 옮겨 정책 분야 주요 보직도 두루 거쳤다.

최 내정자는 행정고시 34회로 공직에 입문해 사회예산심의관, 예산총괄심의관, 예산실장 등 예산 분야 요직을 거쳤다.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에는 장영진 한국전자기술연구원장이 내정됐다. 장 내정자는 행정고시 35회로 공직에 입문해 옛 지식경제부 운영지원과장, 미국대사관 상무관 등을 거쳐 2015년부터 산업부 에너지자원정책관, 산업혁신성장실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통상교섭본부장에는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지명됐다.

외교부는 1·2차관을 모두 미국·북핵통으로 채워넣으면서 한미(韓美)동맹 기반의 외교 채널 부활을 예고했다. 조현동 1차관 내정자는 문재인정부 초기에 기조실장까지 지냈으나 보직 없이 밀려났고, 이도훈 2차관 내정자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맡았지만 공관장 발령도 받지 못한 채 퇴임한 바 있다.

김기웅 통일부 차관 내정자는 1990년대 초반 이후 300여 차례 남북회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통일부 내 대표적 ‘회담통’이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 내정자는 일찌감치 윤석열 대선캠프에 합류해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합을 맞췄다.

보건복지부 1차관에 지명된 조규홍 전 기재부 차관보는 예산·재정통이다. 이기일 복지부 2차관 내정자는 문재인정부에서 코로나19 대응 방역·의료 실무를 맡았던 보건의료정책 전문가다. 행안부 차관에는 한창섭 정부혁신조직실장이, 재난안전관리본부장에는 김성호 재난관리실장이 각각 지명됐다.

고용노동부 새 차관에는 권기섭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이 지명됐다. 이원재 국토교통부 1차관 내정자는 국토부 전·현직 간부 중에서도 손꼽히는 주택정책 전문가다.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에는 김인중 식품산업정책실장이 지명됐다. 유제철 환경부 차관 내정자는 2020년 환경부 생활환경정책실장을 지낸 뒤 2020년 3월부터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으로 재직하다 3년 만에 환경부로 돌아오게 됐다. 윤석열정부의 대통령실 부속실장으로는 강의구 전 검찰총장 비서관이 이날 임명됐다.

정부의 과제새 방역기준·고물가 관리·연금개혁민생 정책 산 넘어 산

소상공인 코로나보상 등 난제 수두룩국가부채 2000조 돌파 등 위기에 경제성장 방안에 국가 명운 걸려

5월10일 출범한 윤석열정부는 경제·외교안보 위기와 극단적인 여소야대 국면 등 녹록지 않은 대내외 환경에서 ‘대한민국호’를 이끌며 각종 국가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당장 시급한 코로나19 손실보상안 마련부터 국가 백년대계가 걸린 연금개혁까지 민생과 관련된 분야별 정책 처방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취임사에서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는 책임을 부여받게 된 것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우리 위대한 국민과 함께 당당하게 헤쳐 나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한 만큼 조만간 구체적인 액션 플랜(실행계획)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19 손실보상, 새 방역기준 마련당면 현안

피해가 발생한 소상공인·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손실보상안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새 방역기준 마련은 윤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방식을 거세게 비판하며 출범 초기 구체적 기준을 발표하겠다고 했던 현안이다. 대통령직인수위는 지난달 27일 전국 소상공인과 소기업 511만곳이 지난 2년간 입은 손실액이 약 54조원에 달한다고 추산하고, 손실규모에 따라 피해지원금을 차등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정확한 차등 지원액수는 2차 추경 발표 때 공개하기로 했다.

문 정부의 특정 업종 전체에 대한 집합금지 명령, 시간·인원 제한 방식과 달리 각 사업장별 3밀(밀집·밀접·밀폐) 환경에 따른 차등적 거리두기 개편안 마련도 각계 이견 조율이 필요하다. 인수위는 올가을, 겨울에 신종 감염병이 재유행할 가능성이 있어 취임 100일 이내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대책은 고차방정식이다. 윤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적 완화 등 일부 정책을 내놓고선 정부 출범 이후로 종합 발표 시점을 미뤘다. 조급하게 내놓은 대안이 시장에 미칠 부작용을 우려해서다. 규제 완화를 강조한 공약은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 고물가·국가부채 위기 속 미래 먹거리 창출국가의 명운 걸려

윤 정부의 최대 경제 난제로는 물가 관리가 꼽힌다. 경기 침체 상황에서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위기 징후가 커지고 있어서다. 부동산값 상승이 문 정부의 발목을 잡았다면, 윤 정부는 10여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물가 상승으로 경제 운용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5월12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될 예정인 코로나19 추경안만 해도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어 확대 편성이 어려운 상황이다. 물가를 잡기 위해 시중 금리를 계속 올리는 판국에 시중에 돈을 풀어버리면 시장 혼란을 초래하고 그 어느 쪽에서도 정책 효과를 내기 어렵게 된다.

역대 처음으로 2000조원을 돌파한 국가부채 관리도 윤 정부의 당면 과제다. 윤 대통령은 국정과제에 국가부채 관리를 위한 재정준칙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윤 대통령의 각종 현금 지원성 공약과 각 지역사회간접자본(SOC) 지원 공약과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

최적의 방안은 미래 먹거리를 창출해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새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 ‘고용 없는 성장’, ‘선진국형 저성장’에 갇힌 대한민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건 국가의 명운이 걸린 주요 과제로 꼽힌다.

  • 정치적 리더십 필요한 정부조직 개편·연금개혁

윤 정부는 극단적 국회 여소야대 상황에서 총리 임명을 하지 못하고, 내각도 절반 이상을 채우지 못한 채 출범했다. 국정과제를 효율적으로 추진할 정부조직 개편안 마련도 시급한 과제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초래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대통령실에 경제안보비서관을 신설했다. 하지만 인수위 시절 통상 기능 담당 부처 조정을 놓고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가 옥신각신하는 가운데 인수위가 6·1 지방선거 이후에 정부조직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미루면서 관련 논의는 수면 아래로 내려간 상태다.

국가의 백년대계가 걸린 연금개혁은 국민적 저항이 커 고도의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윤 대통령은 국정과제 발표 당시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과 공정성, 노후소득을 높이기 위해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한 상생의 연금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외신 , 인기 낮고 경험 부족韓美정상회담 시험대 될 것

5월10일 임기를 시작한 윤석열 정부에 주요 외신들이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9일(현지시간) AP통신은 ‘한국의 새 대통령 윤석열, 힘든 도전들에 직면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윤 대통령이 임기 초부터 최근 다른 대통령이 마주했던 것보다 더 어려운 외교 정책과 과제들에 직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AP는 “대선 승리 이후 기대감이 커지는 일명 허니문 기간에도 윤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할 것이라는 예상은 60%를 밑돌아 전임 대통령(80~90%)들 대비 이례적으로 낮았다”고 지적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윤 대통령이 역사상 가장 낮은 지지율로 대통령의 임기를 시작하는 데 불구하고 천문학적으로 오른 집값과 대학교육을 받고도 취업하지 못한 젊은 세대, 연금과 사법 개혁, 기업 규제 등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같은 난제들은 가장 경험 많고 인기 있는 지도자들에게도 힘든 일이 되겠지만, 윤 당선인은 경험과 인기 모두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 역시 AP통신과 마찬가지로 국회 의석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AFP통신은 윤 대통령과 북한이 주고받은 거친 언사를 언급하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에 “정부를 맡겨준다면 저런 버르장머리도 정신이 확 들게 하겠다”고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선제 핵공격’ 가능성을 시사하며 “각이한(다른) 수단으로 핵전투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AFP는 “북한은 무기 개발을 빠른 속도로 진행할 것이고 한국은 더 많은 재래식 무기와 미군 자산을 한국에 배치하려 할 것”이라며 “오는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할 때 한국 군사력 강화가 의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오는 21일 한미 정상회담이 윤석열 정부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 정부에 미국의 새 공급망 계획(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 참여, 군사협력 강화, 쿼드(Quad·미국 호주 인도 일본 4개국 비공식 안보협의체) 지원 등을 바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이날 “윤석열 정부는 한중관계를 잘 관리할 것”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고 윤 당선인 취임에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환구시보는 중국이 윤 대통령 취임식에 왕치산 국가부주석을 보낸 점을 언급하며 “한중관계에 대한 (중국의)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한국에 대한 존중과 중시는 대통령 교체를 이유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중국은 앞으로도 중대 이익이 걸린 민감한 문제에서 어떠한 변경이나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최근 한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사이버방위센터(CCDCOE) 가입을 염두에 둔 듯 “미국 통제하에 있는 나토는 앞으로도 한반도에 촉수를 뻗을 것”이라며 “미국은 한국을 인도·태평양 전략 구도에서 하나의 ‘바둑돌’로 쓰려는데 이것이 향후 한중관계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한국을 중국 봉쇄 진영에 합류시켜 한중관계가 한미관계의 부속품이 되도록 하려 한다”며 “이는 필연적으로 한국의 이익을 해치고 한국의 경제발전 기세에 손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74년만에 개방된 청와대꼭 들러야 할 10

청와대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5월10일 일반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됐다. 조선시대 500년과 건국 이후 74년을 합해 600여 년만이다. 이날 오전 11시 경복궁 북문인 신무문 건너편 청와대 정문에서 개방 기념행사를 열고 일반 관람객들의 입장이 시작됐다.

문화재청은 이날 오전 11시 경복궁 북문인 신무문 건너편 청와대 정문에서 개방 기념행사를 열고, 정오쯤부터 일반 관람객 입장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개방 행사는 축하 공연, 행진, 국민대표 74인 입장 순으로 진행됐다. 청와대 권역 입장과 퇴장은 정문, 영빈문, 춘추문 등을 통해서 할 수 있다.

이날 하루에는 사전 신청을 거쳐 당첨된 2만6000명이 청와대 권역에 입장해 경내를 자유롭게 둘러봤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한국문화재재단은 청와대 개방에 맞춰 이날 궁중문화축전을 개막했다. 축전 장소에 포함된 청와대 권역에서는 다양한 공연과 체험 행사가 이어졌다. 대정원, 춘추관 앞, 녹지원, 영빈관 앞, 칠궁 등에서 농악, 줄타기, 퓨전 음악 공연 등이 펼쳐졌다.

관람객은 기존의 청와대 관람 동선에 있던 본관, 영빈관, 녹지원 외에도 관저, 침류각 등을 볼 수 있다. ‘청와대 불상’, ‘미남불’ 등으로 불린 보물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과 오운정도 관람할 수 있다. 다만 건물의 내부는 공개되지 않는다. 권역 전체를 관람하는 데는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국민대표 74인을 비롯한 시민들이 5월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 개방은 74년만에 처음이다.

청와대 개방으로 조선시대 한양의 주산인 백악산(북악산), 청와대, 경복궁, 광화문 앞길인 세종대로, 숭례문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중심축을 도보로 갈 수 있게 됐다. 청와대 개방에 앞서 이날 오전 7시에는 청와대 서쪽 칠궁과 동쪽 춘추관 인근에서 백악산으로 향하는 등산로가 열렸다. 문화재청은 종로구, SK텔레콤과 함께 백악산 명소 10곳을 안내하는 증강현실(AR)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서울시는 청와대 개방 행사가 예정된 22일까지 청와대 주변 지하철역인 안국역과 광화문역을 지나는 3·5호선에 전동차를 추가로 투입하고, 서울 도심을 순환하는 버스를 운행한다. 5월23일 이후 청와대 개방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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