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 52년만에 최고실적에도 佛 대선서 신승(辛勝)한 마크롱

20년 만의 연임에 성공한 마크롱 어느 한 진영 후보 아닌 모두의 대통령 되겠다

“여러분들이 나의 사상을 지지해서가 아니라 극우의 사상을 막기 위해 나에게 투표했다는 것을 안다. 이제는 한 진영의 후보가 아니라 만인의 대통령으로서 모두를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

4월24일(현지시간) 실시된 프랑스 대선 결선에서 연임(連任)에 성공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44)은 이렇게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날 AP통신 등에 따르면 마크롱은 대선 결과가 나온 뒤 파리 에펠탑 앞 샹드마르 광장에 모인 대중들 앞에서 “더 독립적인 프랑스와 더 강한 유럽을 위한 승리”라며 “여러분들이 나의 사상을 지지해서가 아니라 극우 사상을 막기 위해 나에게 투표했다는 것을 안다”고 했다. 그는 또 “르펜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의 분노에 대응책을 찾아내겠다”며 “새로운 방법으로 새 시대를 열어 가겠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밤 9시30분 아내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와 함께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고 BFM, APTN 방송 등이 전했다.

중도 성향의 마크롱 대통령은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와 5년 만에 겨룬 ‘리턴 매치’에서 다시 한번 승리를 거머쥐었다.

4월24일(현지시간) 프랑스 대선 결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파리 샹드마르 광장에서 당선 소감을 밝힌 뒤 손을 들어 답하고 있다. 오른쪽 옆에는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각국 지도자들도 마크롱의 재선에 축하 인사를 보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의 승리가 “유럽에 대한 신뢰 투표”라고 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마크롱에 대해 축하 인사를 하며 “가장 가깝고 중요한 동맹국 중 하나”라고 말했다.

  • 마크롱, 르펜과 15~16% 표차로 신승(辛勝)5년전 32% 표차의 절반 수준

최종 개표 결과 마크롱 대통령이 58.55%, 르펜 후보가 41.4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프랑스 주요 여론조사기관들 중에 엘라브는 마크롱 대통령이 57.6%, 르펜 후보가 42.4%를 득표한다고 예측했고, 입소스와 소프라 스테리아는 마크롱 대통령이 58.2%, 르펜 후보가 41.8%의 득표율을 기록한다고 거의 정확하게 예상했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p)와 피뒤시알도 마크롱 대통령이 58.0%, 르펜 후보가 42.0% 득표율을 확보할 것이라는 비슷한 결과를 내놨다. 프랑스 역대 최연소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세웠던 마크롱은 프랑스에서 20년 만에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이 됐다. 프랑스에서는 2002년 이후로 그 누구도 대통령 재선에 성공하지 못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마크롱의 성과로 코로나에 대한 효과적 관리, 경제 재활성화, 그리고 정치적 민첩성 등을 꼽았다.

여론조사기관들이 추정한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후보의 득표율 격차는 15∼16%포인트로 5년 전 32%포인트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는 2017년 르펜과 맞붙었을 당시 득표율인 66.1%보다는 훨씬 떨어진 수치다. 이번 결선 투표율은 72% 안팎으로 추정돼 1969년 68.9% 이후 53년 만에 가장 낮은 것으로 예측된다.

마크롱 대통령을 상대로 연거푸 고배를 마신 르펜 후보는 득표율 추정치가 나온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43%가 넘는다는 득표율 (추정치) 자체로 눈부신 승리”라고 자평했다. 르펜은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프랑스인들은 에마뉘엘 마크롱에 대한 강력한 반대와 열망을 보여줬다”며 6월 총선에서 다수의 하원 의원석을 확보하기 위해 계속 싸울 것을 다짐했다.

2012년, 2017년에 이어 세 번째 대선에 도전하면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르펜 후보는 이날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희망이 보인다”고 지지자들에게 말했다. 르펜 후보는 “소수가 권력을 장악하지 않도록 에너지와 인내, 애정을 갖고 프랑스와 프랑스 국민에게 했던 약속을 계속 지켜나가겠다”고 다짐했다.

1차 투표에서 득표율 1.2%포인트 차이로 낙선한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는 르펜 후보의 패배를 “매우 좋은 소식”이라 부르며 마크롱 대통령과 계속 싸워나가겠다는 전의(戰意)를 다졌다.

  • 최악 대신 차악 선택그나마 덜 나쁜후보 택한 것

프랑스에서 연임에 성공한 대통령이 나온 건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이로써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최연소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또 한번 새 역사를 썼다.
하지만 이번 결선투표 결과는 ‘최악 대신 차악을 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이 치러지기 전부터 각종 여론조사나 대학가에서는 두 후보 모두 마음에 안 든다며 ‘덜 나쁜 후보’를 택하겠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이는 이번 결선 투표율이 72%로 2017년 결선 투표율(74.6%)보다 대폭 하락했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1969년 68.9% 이후 53년 만에 가장 낮은 투표율이다. BBC는 300만표 이상의 무효표와 백지표를 합산하면 유권자 3분의 1 이상이 두 후보 모두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대선 1차 투표 후 첫 주말인 4월16~17일 수도 파리와 마르세유 등지에서는 대선과 관련해 다양한 시위가 열렸는데, 시위 구호가 ‘마크롱을 뽑자’, ‘르펜을 뽑자’가 아닌 ‘르펜은 안 된다’, ‘마크롱은 안 된다’였다.

또한 이번 결선투표에선 지난 5년 마크롱 대통령의 재임 기간 그에게 실망한 상당수 유권자들이 르펜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파악된다. 르펜의 득표율이 5년 전 33.9%에서 7.5%포인트 늘었기 때문이다.

CNN은 “프랑스 유권자들은 경제적·사회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프랑스를 러시아에 더 가깝게 만들겠다고 약속한 맹렬한 극우 후보보다 안전한 중간 지점을 선택했을 뿐”이라며 “마크롱 대통령을 진심으로 껴안은 것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유럽, 마크롱 당선에 안도외신 푸틴에겐 반갑지 않은 소식

마크롱 대통령의 재선 승리에 다른 유럽 지도자들은 안도했다. 극우 세력이 유럽 대륙 전역으로 확대하는 것을 저지했기 때문이다. 외국 정상 중 처음으로 마크롱 대통령에게 축하 전화를 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프랑스 유권자들은 오늘 유럽에 대한 강한 헌신을 보여줬다”며 “유럽이 가장 큰 승자”라며 환영했다. 독일은 프랑스와 더불어 유럽연합(EU)을 이끄는 양대 국가이자 버팀목이어서 이번 프랑스 대선 결과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웠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도 축하 성명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대선 승리는 전 유럽에 좋은 뉴스”라고 밝혔다.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는 “프랑스는 극우 대신 자유 민주주의를 선택했다”고 축하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트위터에 “브라보 에마뉘엘”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 격동의 시기에 우리는 강력한 유럽과 더욱더 주권적이고 더욱 전략적인 EU를 위해 전적으로 헌신하는 프랑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신은 한목소리로 마크롱 대통령의 연임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겐 반갑지 않은 소식이라고 보도했다. 르펜 후보가 당선되면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푸틴 대통령에게 유리한 지형이 형성될 것으로 우려됐기 때문이다. 외신은 마크롱 대통령의 승리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통합을 주도해온 프랑스가 EU에서 탈퇴할 걱정이 없어졌다고 평했다.

  • 전국 곳곳 반대 시위경제회복도 과제

마크롱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재확인된 프랑스 사회의 분열을 봉합하고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악화된 프랑스 경제를 일으켜 세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프랑스 유력일간지 ‘르몽드’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당선 후 파리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반(反) 마크롱 시위’부터 맞이해야 했다. 주로 젊은 ‘반 자본주의자’ ‘반 파시스트주의자’로 구성된 수백 명의 시위대가  도시별로 나타났다. 이들은 “투표함에서 얻지 못한 것은 거리에서 얻을 것이다”라는 현수막을 펼친 후 “마크롱은 전쟁을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낭트 시내 중심가에서는 450명의 시위대가 횃불과 “혁명의 필요성”이라는 현수막을 들고 나타났다. 파리 중심부에서도 250~300명의 시위대가 “마크롱 퇴출”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고,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마크롱의 최대 호재는 프랑스 경제상황지난 가을 GDP성장 코로나 이전 회복

2017년 5월 39세의 정치신예 에마뉘엘 마크롱의 프랑스 대통령 당선에 세계의 관심이 쏠렸다. 선출직 경험이 전무(全無)한 30대가 신당을 만들어 1년 남짓 만에 단숨에 대통령까지 거머쥐었다. 5년이 지나 그는 재선에 성공했다.

3월10일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율을 얻은 후보가 없어 1·2위 후보가 4월24일 2차 결선 투표를 치렀다. 마크롱은 선거 등록 마감일 하루 전인 지난 3월3일 재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수개월 전부터 여타 후보들은 선거 운동에 돌입했으나 마크롱의 지지율은 떨어질 줄 몰랐다. 마크롱이 당선되면서 제5공화국 역사상 샤를 드골(1959∼1969 재임), 프랑수아 미테랑(1981∼1995 재임), 자크 시라크(1995∼2007 재임)에 이어 4번째 연임 대통령이 됐다.

2018년 ‘노란조끼’ 시위로 퇴진 위기까지 몰렸던 마크롱은 어떻게 지지율을 회복하는 것을 넘어 대권 1위 후보가 됐을까.

  • 경제성장률 52년 만에 최고정부 부채는 과제

마크롱의 가장 큰 호재는 프랑스의 경제 상황이다. 프랑스는 코로나19 이후 경제회복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 이미 2021년 가을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도달했다. 2020년 코로나19 충격으로 8% 마이너스 성장을 했지만 이를 완전히 회복한 모습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토대로 한 분석에 따르면 2019년 4분기 GDP 성장률을 100으로 놓았을 때 2021년 말 프랑스의 GDP 성장률은 100.7을 기록해 독일(99.6), 이탈리아(99.5), 영국(99), 스페인(94.9)을 앞질렀다.

프랑스의 2021년 경제성장률 잠정치는 7%를 기록했다. 196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업률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온 데 더해 10여년 만에 최저 수준인 8%까지 내려왔다.

마크롱은 재선 성공을 위해 제조업 부활에 큰 공을 들여왔다. 해외로 빠져나간 기업들을 국내로 다시 불러들이고자 지난 한 해만 8억3000만유로(약 1조1000억원)를 지원한 것이 대표적이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이 같은 제조업 지원책에 관해 “프랑스 경제를 위해 우리가 한 전략적 선택은 옳았으며, 대통령의 임기 말에 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창업 분야도 활기를 띠고 있다. 2017년 이후 프랑스에서 탄생한 유니콘(기업 가치가 10억달러가 넘는 스타트업)기업은 25곳에 달한다. 마크롱의 대선 캠프에서 선거 유세를 지원하는 한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는 “마크롱 정권 이후 창업의 열기가 밤낮없이 계속되는 모습”이라며 “마크롱은 규제를 단순화해 안정감을 줬다”고 평가했다.

반면 마크롱의 경쟁 후보들은 높은 국가 부채를 지적했다. ‘프랑스 최초 여성 대통령 탄생’을 구호로 내건 발레리 페크레스 일드프랑스 주지사는 올해 프랑스의 국가 부채가 GDP 대비 116%에 육박해 마크롱이 나라를 망쳤다고 주장했다. 또한 낮은 실업률, 높은 GDP 성장률 등 통계 지표와 달리 서민들은 고물가에 허덕이고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프랑스계 은행 나틱시스의 패트릭 아르투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프랑스에서 소매업과 자영업자 부문은 여전히 상황이 안 좋다”며 “정부가 최근 물가 폭등을 완화하기 위해 150억유로 이상을 지출했지만, 에너지 가격 급등 등으로 국민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는 잘 나가던 프랑스 경제에 악영향

가스의 43.6%와 석유의 48.4%가 러시아에서 수입되는 등 경제적 측면에서 EU의 러시아 의존도는 높은 편이다. 계속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프랑스 경제도 리스크를 안게 됐다. 프랑스 중앙은행은 2022년 프랑스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해 발표했고 철강, 항공기, 자동차 등의 제조기업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프랑스 언론은 부동산 시장도 침체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  성장률 하향, 인플레이션 상향조정

 프랑스 중앙은행은 지난 3월13일, 2022년 프랑스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수정, 발표했다. 연초 예상보다 성장률은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은 커질 전망으로, 향후 가능한 몇 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그 폭은 달라질 것으로 발표됐다.

경제성장률의 경우 프랑스 중앙은행은 2021년 12월, 2022년 프랑스 성장률을 3.6%로 발표한 바 있으나 러-우크라이나의 상황에 따라 이 수치가 작게는 3.4%에서 크게는 2.8%까지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2.8% 예상치는 특히 프랑스의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화석에너지 가격 상승이 최대치에 달할 경우에 기반한 수치이다.

소비자 가격지표의 경우, 최소 3.7%에서 최대 4.4%까지도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발표됐다. 에너지가격과 곡물가격의 상승이 그 원인으로 올해 9월까지는 물가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프랑스 중앙은행은 현재 매우 불안하게 전개되고 있는 지정학적 상황이 프랑스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 후, 2024년까지 점차적으로 안정을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  에너지 및 원자재값 폭등으로 제조기업 리스크 상승

러-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에너지와 원자재값 상승으로 알루미늄, 자동차, 항공기 등 프랑스 제조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프랑스 철강기업인 A사의 경우, 현재 주문량이 폭주하는 상태지만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밝혔다. 니켈의 경우, 품귀현상은 아니지만 시장 내 급증하는 투기수요가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의존도가 10% 미만이고 자체적으로 광산을 운영하고 있는 철강기업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의 경우, 생산에 큰 지장이 없다고 밝혔으나 가스가격이 2021년 12월 이후 두 배로 상승하고 석탄가격이 2월 이후 300% 상승하면서 소비자 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3월1일 이후 아르셀로미탈의 열연철판 가격은 1톤당 약 180유로가 상승한 것으로 보도됐다.

에어버스의 경우, 티타늄 조달의 리스크를 안고 있다. 유럽 항공기 제작에 필요한 티타늄이 러시아 납품기업에 의해 조달되어 왔기 때문이다. 에어버스는 현재까지는 충분한 재고와 다른 납품라인을 확보하고 있어 큰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프랑스 타이어 제조기업인 미쉐린(Michelin)의 경우, 타이어 제조에 필요한 카본 보유량이 2주 분을 넘지 않는 것으로 보도됐다. 지난 3월3일 미쉐린 그룹측은 숄레(Cholet), 몽소-레-민(Monceau-les-Mines) 등 프랑스 일부 공장의 운영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르몽드의 보도에 따르면, 미쉐린 측은 카르본 주요 생산국인 중국에서 대체 수입처를 발굴 중이다.

  • 부동산 시장 및 가계구매력에 영향

프랑스 경제전문지 ‘레제코’에 따르면, 러-우크라이나 사태의 여파는 부동산 및 소비재 시장에서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 부동산서비스연구소(Imsi)는 러-우크라이나 사태 이전에 매우 활발했던 프랑스 부동산 시장이 사태 발발 이후 급작스럽게 침체됐다고 밝혔다. 부동산 중개업소 방문이 급격하게 취소되거나 줄었고 불발되는 매매 계약도 크게 늘었다. 부동산 관련 종사자들에 따르면, 러-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부동산 가격의 전반적인 하락과 이자율 상승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고민이 깊어지면서 부동산 매매에 신중을 기하는 프랑스인들이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에서는 부동산이 안전한 자산으로 분류되었지만 전쟁 위기에서는 불안정한 자산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파괴된 우크라이나 도시들을 보며 부동산을 매우 불안정한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또한 에너지 가격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 심각해질수록 가계구매력 하락으로 이어져 이 또한 시장에 큰 위기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간지 ‘퀘스트 프랑스(Quest France)’는 3월8일 프랑스 경제전문가 라파엘 보루망(Raphael Boroumand)과의 인터뷰를 인용,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세계적인 곡물 수출국인 만큼 곡물 가격의 대대적인 상승으로 파스타와 바게트 빵 등의 식품 가격이 대폭 인상될 것이며 이에 농산물 및 식품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일 것으로 보도했다. 전쟁이 길어지면 유통기업들의 전략에 따라 소비자가격의 상승으로도 이어질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체감되기까지는 몇 달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르몽드에 따르면, 프랑스 중앙은행장 가르니에씨는 프랑스 경제가 ‘스테그플레이션’이 아닌 ‘슬로우 플레이션’으로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테그플레이션은 경제적 불황 속에서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상태로, 사태 초기부터 다양한 경제 전문가들이 거론해온 상황이다. 가르니에씨는 이와 달리 프랑스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나 성장속도가 다소 약해지는 상황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월부터 프랑스 경제가 포스트 코로나19로 크게 재활성화 되고 있어 향후 프랑스 경제 또한 비교적 긍정적으로 전망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제정세는 한치 앞을 알 수 없이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최악의 경우 유럽 내 팬데믹이 다시 유행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르펜 등 극우 후보들 친러 성향에 반사이익우크라 사태 피스메이커로 존재감 과시

  • 극우 후보의 친러시아 성향, 마크롱은 반사이익

마크롱의 높은 지지율 중 일부는 경쟁 후보들의 악재에서 비롯했다. 2017년 결선 투표에서 마크롱과 맞붙은 극우 성향의 르펜 후보가 친(親)러시아 성향이라는 점이 대표적이다. 르펜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동경해왔다. 러시아의 크름(러시아식 표기 크림)반도 병합 때도 푸틴을 옹호했고, 2017년 대선 직전 러시아 모스크바로 날아가 푸틴 대통령과 깜짝 회동을 벌이기도 했다. 또 러시아 은행에 대선 자금으로 쓸 3000만달러를 대출해 구설에도 올랐다.

극우 성향의 전직 언론인 ‘프랑스의 트럼프’로 통하는 극우파 에릭 제무르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친러 인사로 선거 유세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적다고 점쳤다. 동시에 침공설을 제기하는 미국을 맹비난했다. 이들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르펜은 우크라이나가 침공당한 뒤 성명을 내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반대하는 입장은 변함이 없지만 러시아의 침공은 그 어떤 변명도 없이 단죄돼야 한다”며 “러시아에 즉각적인 군사 작전 중단을 요구한다”고 했다. 제무르도 선거 유세를 이어가며 한 강연에서 “러시아의 군사 개입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2월7일(현지시간) 모스크바를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외교적 협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화가 유럽 대륙의 진정한 안정과 안보를 허용해줄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영국의 유력일간지 ‘가디언’은 이 두 후보의 친러 성향이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에서 지지율을 깎아 먹는 요인이 되었다고 짚었다. 마크롱 대통령의 최측근인 클레망 본 외교부 유럽 담당 장관은 “르펜과 제무르 모두 일관되지도 않으며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마크롱은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피스메이커’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프랑스가 EU 순회 의장국이라는 점을 활용해 중재 노력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전 유엔주재 프랑스 대사인 제라르 아로는 “마크롱은 평화적인 해법을 찾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유일한 서방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 최대 약점은 주피터이미지인간적 면모 강조에 노력

지금에서야 마크롱이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해결사’ 이미지를 자처하고 있지만 한때 그의 별명은 로마의 최고신 ‘주피터’였다. 취임 초기 권위주의와 불통 이미지가 지배적이었다. 2018년에는 유류세 인상 방침이 반발을 불러 노란조끼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당시 8주간 시위가 이어지면서 마크롱 지지율은 20% 초반대까지 추락했다.

마크롱의 성향이 프랑스 정치시스템에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다른 유럽 나라와 달리 대통령제인 프랑스는 대통령 한 사람의 권한이 막대하다. 여기에 마크롱의 독단적 성향이 더해져 권위주의가 증폭된다는 설명이다.
빈센트 마르티니 니스대학교 정치학 교수는 “서구 국가 중 프랑스 대통령만큼 정치인 한 명에게 권력이 집중된 정치 시스템은 없다”며 “마크롱 집권 5년간, 특히 노란조끼 사태 당시 대통령제에 대한 의구심이 훨씬 더 표면화됐고, 이 체제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마크롱이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권위주의 이미지를 최대한 지워야 한다고 제언한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정치 평론가인 장 가리제는 “마크롱의 목표는 그가 가진 권위와 무관하게 본인이 선량한 지도자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마크롱 본인도 스스로 이를 잘 알고 있는 듯 보인다고 전했다. 2021년말 엘리제궁에서 사전 녹화 인터뷰를 2시간 동안 한 뒤 황금시간대인 오후 9시부터 전파를 타게 한 것도 재선 전략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NYT는 “선거가 다가오면서 주피터 이미지가 정치적 짐이 된 마크롱이 당시 인터뷰에서 본인이 매우 인간적인 사람이라고 언급하며 이미지 메이킹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수암(守岩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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