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S공포’ 급속 확산…한국경제 체질 변화 시급

코로나·우크라 전쟁 경제 충격파IMF·WB, 올해 한국성장률 하향

국제통화기금(IMF)이 2022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지난 1월(3.0%) 전망에서 0.5%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반면 소비자물가는 3.1%에서 4.0%로 높여잡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더해진 여파다.

‘저성장, 고물가’ 추세는 한국의 상황만은 아니다. IMF는 세계경제성장률도 3.6%로 하향 전망했다. 앞서 세계은행(WB)도 올해 세계경제성장률을 4.1%에서 3.2%로 수정했다. 전 세계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급등) 공포’, 이른바 ‘S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한국 경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IMF는 4월19일(현지시간) 세계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세계경제 전망치도 지난 1월(4.4%) 대비 0.8%포인트 낮춰잡았다. IMF는 성장률 하향 조정의 이유로 ▲전쟁, ▲긴축적 통화·재정 정책, ▲중국의 성장둔화, ▲코로나19 영향 등을 꼽았다. IMF는 “전쟁 악화로 공급망이 훼손되고 물가가 상승하는 등 직접 효과뿐 아니라 러시아의 채무 불이행에 따른 대차대조표 위험 등 간접효과도 확대되고 있다”며 “유가·식품가 폭등, 난민에 따른 사회적 불안, 코로나 재확산, 중국의 성장둔화 장기화, 금리 인상 및 부채부담 증가 등 리스크로 상존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IMF는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긍정적 평가도 보였다. IMF는 “전쟁의 영향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주요 선진국 대비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전쟁 이후 인플레이션 압력이 증대되는 와중에 한국은 상대적으로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IMF는 이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별 상황에 맞는 유연한 재정·통화정책 추진을 권고했다. 부채관리를 위한 코로나19 지원 축소는 신중을 요구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재정건전성 확보를 주문했다.

  • 공급망 차질에 곡물가격 급등저성장 고물가 추세 계속 확산

물가는 전 세계적으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곡물 가격 상승이 기름을 부은 격이다. 전쟁이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당분간 옥수수를 비롯한 주요 곡물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IMF는 이번 전망에서 올해 선진국과 신흥국의 물가가 각각 5.7%(+1.8%포인트), 8.7%(+2.8%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해 초부터 스태그플레이션(경제불황과 물가상승 동시발생)이 진행 중이라고 볼 수 있는 상황인데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최근 이같은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며 “지난해 낮은 성장률에 대한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국민 체감은 훨씬 더 낮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韓銀, 현대경제등도 성장률 전망치 수정 시사엔화도 13거래일 연속 하락세

IMF뿐만 아니라 주요 기관들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성장률 전망치 수정을 시사했다. 주상영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 직무대행은 지난 4월14일 “올해 물가 상승률은 4% 또는 그에 근접한 수준으로 오르고, 경제성장률은 적어도 2% 중후반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당초 3% 성장을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7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낮췄다. 기존 전망치에서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수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한국 경제는 지난해와 비교해 성장률이 둔화할 것”이라며 “경기 흐름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개선세가 약화하는 ‘상고하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은 3%대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현재까지 정부가 내놓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3.1%다. 세계적인 공급 부족과 원자재 가격 급등, 전쟁 장기화 등 대외 요인에다 물가 상승 등이 겹치면서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중·일) 거시경제조사기구(AMRO)는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전망하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는 “단기적으로 성장률 숫자 끌어올리기에 급급하다 보면 효과없이 재정만 낭비하는 꼴이 된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산업 구조조정을 통한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불안한 세계경제 속에서 엔화 가치가 19일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1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달러화 대비 엔화의 가치는 전날까지 1971년 이후 최장인 12일 연속 하락했고, 이날 한때는 달러당 127.2220엔을 기록해 2002년 5월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이창용 韓銀총재 후보자 “인기 없더라도 금리 시그널 통해 물가관리 전념

통화정잭 완화 정도 속도 조절성장모멘텀 훼손 안되게 유의가계부채, 금리정책만으로 한계대출규제 완화 점진 추진 바람직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4월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금리정책을 통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다방면에서 면밀히 조율하기 위해 소통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대내외 역량도 강화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이 후보자는 “성장 모멘텀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도 물가안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한 속도로 조정하고, 이를 통해 가계부채 연착륙 등 금융안정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최근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물가 상승 국면에 대해 이 후보자는 향후 1~2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그동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전 세계에 풀린 유동성이 미치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드디어 오기 시작한 상황”이라며 “소비자물가는 원자재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상당 기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의 물가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 요청에 “경기가 크게 둔화하면 그때그때 조율하겠지만, 물가 상승 심리(기대인플레이션)가 올라가고 있어 인기는 없더라도 시그널을 줘 더 크게 오르지 않도록 전념하겠다”고 답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4월19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금리 상승을 통해 (물가를) 잡으려고 시그널을 미리 주지 않으면 기대인플레이션이 더 올라갈 수 있다”며 “선제적으로 금리 시그널을 줘서 기대심리를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지금까지는 맞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빅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앞으로 물가가 얼마나 빨리 올라갈지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부동산과도 관련돼 있어 금리로 시그널을 주는 건 중요하지만 한은의 금리정책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가계부채가 1~2년 사이 증가한 게 아니라 7~8년 꾸준히 증가한 만큼 범정부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구조·재정·취약계층 문제 등을 고려해 종합적 솔루션(해법)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이 후보자는 민주당 김태년 의원의 ‘차기 정부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대출 규제 완화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가 가계부채에 대한 영향’ 관련 질의에 “새 정부의 LTV 완화 정책은 첫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에 한정되기 때문에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나머지는 부동산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게 원칙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수홍 의원이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것으로 보는가’ 질문에는 “실패라는 용어는 너무 강하다”며 “세제를 통해 특정 지역의 부동산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전제가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부동산 정책의 목표는 서민의 주택 안정과 주택 공급”이라며 “강남 지역의 안정화를 정책 목표로 삼으면 부작용이 너무 크다”고 덧붙였다.

 

이날 청문회는 물가와 금리정책 등의 사안을 중심으로 정책 질의가 주로 이뤄지는 분위기였다. 다만, 국민의힘 서일준 의원은 “문재인 정권의 ‘마지막 알박기 인사’라는 지적이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과 사전협의 없이 이 후보자를 지명한 것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많은 부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위원들이 제 전문성이 충분한지 판단해주면 결과에 따르겠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정부와의 소통 노력도 강조했다. 그는 “정부와는 건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경제정책 전반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소통하고 조율하겠다”고 말했다. 한은 조직의 문제점 및 개선 방향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의 질문에는 “내부적으로 경쟁이 필요하고, 본인들이 한 역할에 대해 직급과 관계없이 명확한 크레딧을 받음으로써 더 열심히 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기재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표결 없이 채택했다.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 측과 사전협의 없이 이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3월말 만찬을 계기로 갈등이 봉합됐다. 한은 총재의 임기는 4년으로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수암(守岩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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