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잡으러 간다” 3년만에 금리 올린 파월…긴축 시대 개막

긴축 첫발 뗀 , 금리 0.25%P 인상6회 추가 인상 시사한은의 계산도 복잡해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월16일(현지시간) 3년3개월 만에 0.25%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하며 ‘양적긴축’에 시동을 걸었다. 올해 남은 6번의 회의 때마다 매번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도 밝혔다.
연준은 이날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낸 성명에서 현재 0.00~0.25%인 기준금리를 0.25∼0.50%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FOMC 위원들은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를 통해 올해 말 금리 수준을 1.875%로 전망했다. 위원 16명 중에 올해 기준금리 7회 인상(1.75%~2.00%)을 예상한 위원이 5명으로 가장 많았고, 8회 이상 인상을 전망한 위원도 7명이었다. 향후 회의 때 금리 인상 폭이 0.25%포인트가 아닌 0.5%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정례회의가 열리는 오는 5월부터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를 시작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다가오는 한 회의에서 대차대조표 축소 시작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5월 회의에서 양적긴축 절차가 시작될 수 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특히 “(양적긴축의) 프레임워크는 매우 비슷하겠지만, 지난번보다 더 빠르게 시작되고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준이 양적 긴축에 속도를 내는 것은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불확실성까지 더해진 상황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연준은 이날 올해 미국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2.6%에서 4.3%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파월 의장은 “우리 위원회는 물가안정을 복원하기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의무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면서 “그렇게 하기 위한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다만 “우리의 물가안정 목표인 2%로 돌아오는 데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의 물가와 경기 사이의 균형점 찾기 위한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도 시작돼

‘일단 밀린 숙제(물가안정)를 빨리 끝내겠다.’ 3년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린 미 연준이 시장에 전한 메시지다. 긴축의 가속 페달을 짧고 굵게 밟아 ‘물가 잡으러 간다’는 신호를 분명히 했다. 연준이 ‘인플레 파이터’의 본색을 드러내며, 물가와 경기 사이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도 시작됐다.

연준은 3월15~16일(현지시간) FOMC를 열고 연(年) 0~0.25%인 기준금리를 연 0.25~0.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금리를 올린 건 201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간 이어진 ‘제로(0) 금리’ 시대도 막을 내리게 됐다.

긴축의 첫발을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으로 뗀 건 예상대로였다. 치솟는 물가 속 실기(失期) 논란을 의식한 듯, 향후 긴축 강도는 예상보다 셌다. 이날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dot-plot)에 따르면 FOMC 위원들이 예상한 올해 말 기준금리는 연 1.9%(중윗값)다. 올해 남은 6차례 회의에서 금리를 계속 올리겠다는 의미다. ‘빅 스텝(0.5%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열어놨다.

자료:미국연방준비제도(FED),한국은행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리를 더 빨리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말 금리 예측 수준은 연 2.75%다. 내년에도 3~4차례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준금리를 9차례 올렸던 2015~18년에 비해 상당히 빠른 속도로, 2004~2006년 17차례 연속 올렸던 것에 더 가깝다”고 보도했다.

돈줄을 죄려 ‘양적 긴축(QT)’도 병행한다. 양적 긴축은 연준이 채권을 사들여서 돈을 시중에 푸는 것(양적 완화)과 반대로 채권을 팔아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하는 것이다. 연준의 보유 자산은 8조9000억 달러로, 코로나19 이후 2년 새 두 배로 불어났다. 파월은 “5월 회의에서 대차대조표(자산) 축소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매파(통화 긴축) 본색을 제대로 드러낸 것이다.

연준의 공격적 긴축에는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가 깔려있다. 2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7.9% 급등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석 달 연속 7%를 웃돌고 있다. 같은 달 생산자물가지수(PPI)도 1년 전보다 10% 뛰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유가가 치솟으며 ‘오일 쇼크’ 트라우마까지 불러일으켰다.

연준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의 2.6%에서 4.3%로 올려 잡았다. 파월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단기적으로 물가 추가 상승 압력을 만들고 경제 활동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강력한 긴축으로의 태세 전환을 ‘물가 위험에 대한 대굴복(the Great Capitulation)’으로 평가(뱅크오브아메리카)하는 이유다.

자료:미국연방준비제도(FED),한국은행

문제는 연준이 물가의 고삐를 세게 쥐면서 경기 연착륙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데 있다. 파월이 “미국 경제가 여전히 강하다”고 강조했지만, 연준은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1.2%포인트 낮춘 2.8%로 예상했다. 경제 엔진이 식어가는 데 강력한 긴축 모드에 돌입하면 경기 둔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물가 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최근 펀드매니저 서베이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지난 2월 30%에서 62%로 배로 뛰었다. 시모나 모쿠타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자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너무 공격적인 것 같다”며 “경제가 어떻게 움직일지 불확실한데, (전망대로) 금리를 올릴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물가와 경기 사이의 아슬아슬한 시소게임이 시작되며 연준의 정책 딜레마도 커지게 됐다.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긴축 강도를 완화하면 물가가 날뛸 수 있고, 물가를 잡으면 불황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자료:미국연방준비제도(FED),한국은행

이런 우려에도 금융 시장에는 일단 안도감이 퍼졌다. 금리 인상이란 첫 단추를 끼우며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16일 미국 뉴욕증시에서 나스닥 지수는 3.77% 급등했고 S&P 500(2.24%)과 다우지수(1.55%)도 일제히 올랐다. 17일 아시아 주요 증시도 상승세로 마감했다. 코스피는 1.33% 올랐고 일본 닛케이(3.46%)와 중국 상하이 지수(1.4%)도 상승했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며 원화 가치는 올랐다. 이날 원화값은 전날보다 21.4원 오른(환율 하락) 달러당 1214.3원에 마감했다. 2020년 3월 27일 이후 2년 만의 최대 오름폭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채권전략팀장은 “Fed가 금리 인상 사이클의 종료 지점으로 여겨지는 중립금리를 기존 2.5%에서 2.4%로 낮췄다”며 “일단 인플레이션 파이팅에 집중하겠지만, 물가 안정화 신호가 나타나면 금리 인상을 멈추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시장이 안도하는 지점이다.

  • 우크라이나 사태가 물가 더 올려

연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국제 유가 급등 등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고조시키고 있어 미국 경제에 부담을 드리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연준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석 달 전 2.6%에서 4.3%로 크게 올렸다. 연준의 물가 목표치 2%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올해 성장률 예상치는 기존 4%에서 2.8%로 하향했다.

파월 의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유와 원자재 가격 오름세가 인플레이션에 단기적 상승 부담을 주고 있다며 “높은 물가는 음식, 주거 등 필수 재화의 높은 가격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다만 전쟁 장기화로 내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 상황이 미국과 세계 경제에 미칠 경제적 영향은 매우 불확실하다. 내년에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특별히 올라가진 않았다”고 평가했다.

  • 美연준의 긴축 기조에 한국은행의 계산도 복잡해져

미국이 긴축에 속도를 올리며 한국은행의 계산도 복잡해지게 됐다. 연준의 이번 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상단 기준) 차이는 0.75%포인트로 좁혀졌다. 한은이 현재 연 1.25%인 기준금리를 올해 2~3차례 추가 인상하더라도, 미국이 올해 말까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1.75~2.0% 수준까지 올린다면 금리 역전 현상까지 발생할 수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은 오는 5월과 8월에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본다”며 “연말에 기준금리가 미국 우위로 역전되더라도 금리 격차가 작아 자금 유출 우려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의 속도가 빨라지며 대출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를 한국이 따라갈 경우 전국 가계의 이자부담 증가액이 연간 39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금융 부채가 있는 가구당 연 340만원씩 이자를 더 내야 한다.

수암(守岩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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