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 90%까지 대출… ‘규제 사각지대’ 있다

P2P 업체가 대출 규제의 틈새시장으로 주목받고 있어

올 하반기 이사를 계획하고 있는 직장인 A씨는 최근 인터넷에서 LTV(담보인정비율) 85~9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는 P2P(개인 간 금융) 업체 광고글을 보고 깜짝 놀랐다. LTV란 은행이 집값의 몇%까지 담보대출을 해주는지에 대한 비율로,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70% 이내로 제한된다. 그런데 P2P 업체에선 이 비율을 초과한 추가 금액도 대출해준다는 것이다. A씨는 “P2P 대출금리가 연 8~10% 정도로 은행보다는 높지만, 대출금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용해볼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대출 희망자와 개인투자자를 연결해주는 P2P 업체가 대출 규제의 틈새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1·2금융권과 달리 LTV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금리도 연 8~10% 수준으로 저축은행 대출 수준이다. 그렇다 보니 기존 금융권에서 대출 한도가 부족한 차주들이 P2P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온라인투자연계업 중앙기록관리기관에 따르면 최근 6개월 사이 P2P 업체의 대출 잔액은 6892억원에서 1조2158억원으로 76%(5266억원)나 늘었다. 이 중 70%가 주택대출이다.

  • 정부, 가계대출 조이자 틈새 P2P 대출로금리 8~10%, 저축은행 수준

P2P 업계는 2021년 하반기 시작된 정부 가계대출 규제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일종의 대출 ‘풍선효과’(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현상)가 나타나는 것이다. 금융 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총량 증가 목표치를 2021년 대비 4~5% 수준으로 잡고 각종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총대출금이 2억원을 넘으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은행권 대출을 규제했고, 오는 7월부터는 1억원 이상 대출까지 규제가 확대된다. 2금융권 DSR 기준도 연초부터 대폭 강화됐다. 보험·카드업권 DSR은 기존 70%에서 50%로, 캐피털·저축은행은 90%에서 65%로 각각 높아졌다.

대출 규제로 1·2금융권에서 원하는 만큼 대출을 받지 못한 고객들은 P2P 업체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작년 8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 시행으로 당국에 등록한 P2P 업체만 영업할 수 있게 되면서 P2P 대출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 점도 이런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온투업법 시행으로 한때 200개를 넘었던 P2P 업체는 37개로 정리됐다.

  • 잔액 12000억원으로 반년새 76% 폭증P2P 거쳐 사업자대출로 갈아타기도 성행

P2P 업계는 주택시장 과열 방지라는 정부 정책에 부응하는 한편 업계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해 자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15억원 초과 고가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이나 신규 주택 구입 목적의 대출은 취급하지 않기로 P2P 협회 차원에서 결의한 것이다.

하지만 강제력이 없다 보니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내 집 마련을 위한 P2P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 대출을 알선하는 상담사가 적지 않은 것이다. 예컨대 요즘 1·2금융권에서는 대출 한도를 늘리기 위해 사업자대출을 받는 편법이 유행하고 있는데, 사업자대출을 신청할 수 있는 시기(등기 후 3개월)까지 P2P 대출을 잠시 빌려 쓰도록 설계해주는 것이다. 최근 P2P 대출 상담을 받았다는 30대 무주택자는 “대출 모집인이 P2P 업체에서 연 8.8%로 1억~2억원 정도를 대출받은 뒤 3개월 후에 5%대 2금융권 사업자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귀띔해줬다”고 했다.

  • P2P 대출 규제에 신중한 당국부실화땐 개인 투자자들 큰 피해

P2P 대출이 연체되거나 부실화되면 개인 투자자 손실로 직결된다. 이 때문에 당국도 P2P 대출이 급증하는 동향을 면밀히 분석하고는 있지만, LTV·DSR 규제 적용 등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작년 8월 제도권에 편입돼 이제야 안정화되고 있는 P2P 시장이 자칫 고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등록 P2P 업체 중 3분의 2가 담보 평가가 쉬운 주택대출 사업만 하고 있다. 이 업체들은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영업에 직격탄을 맞게 된다. 임채율 온라인투자연계금융협회 회장은 “고금리 캐피털·저축은행 대출을 싼 P2P 대출로 갈아타게 해주는 순기능 사례도 많다”며 “일각에서 대출 규제의 사각지대로 악용하지 못하도록 협회 차원에서 자정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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