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守岩칼럼>정치변화의 갈증 반영한 사전투표 역대 최고와 대혼란

사전투표율 역대 최고 기록했지만 선관위, 확진자 부실 관리로 대혼란 자초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투표율이 36.9%로 최종 집계됐다. 사전투표 둘째날인 3월5일 오후 1시를 기준으로 종전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이번 사전투표의 투표율은 오후 3시쯤 30%를 돌파해, 마감 1시간을 앞두고 30% 중후반대를 바라보고 있다.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4일) 오전 6시부터 시작된 사전투표에서 현재까지 선거인 4419만7692명 가운데 1533만2972명이 투표를 마쳐 이같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같은 시간대와 비교하면 지난 2017년 19대 대선(24.34%)보다 10.35%포인트, 2020년 총선(24.95%)보다는 9.74%포인트 각각 높은 수치다.

지역별로는 전남(49.48%)이 가장 높았고, 전북(46.39%)과 광주광역시(45.72%) 등이 뒤를 이었다. 투표율이 가장 낮은 곳은 경기도(31.33%)였고, 대구(31.74%), 인천(31.86%) 순이었다. 이 시간부터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도 일반 선거인과 동선이 분리된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 단, 방역 당국의 외출 허용 시각인 오후 5시부터 오후 6시 전까지 사전투표소에 도착해야 한다.

투표함이 소쿠리·라면박스·봉지선관위가 부른 선거관리 대란

3월5일 실시한 코로나 확진·격리자 사전투표 과정에서 기표 투표용지를 선거인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큰 혼란이 일었다. 확진·격리자들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는 대신 선거 사무원들이 투표용지를 수거하면서 일부 유권자는 “직접·비밀투표 원칙에 위배된다”고 항의했다. 일부 투표소에선 바구니 등에 투표용지를 담아 운반하면서 “학교 반장, 동네 이장 선거도 이렇게 하지 않는다”는 반발이 이어졌다. 여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항의 방문했다. 선관위는 “투표 관리에 미흡함이 있었지만 부정 소지는 절대 없다”며 7일 긴급 회의를 열어 9일 본투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이번 논란에 대해 “유감”이라며 “선관위가 경위를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확진·격리자들은 5일 오후 5시부터 외출 허가를 받고, 전국 사전 투표소를 찾아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했다. 일부 투표소에선 참관인이 없는 상황에서 선거 사무원이 확진자가 기표한 투표용지를 비닐봉지나 라면 상자, 소쿠리 등에 담아 운반하고, 이미 기표한 투표용지를 내주는 일도 있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성명을 내고 “직접·비밀투표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무시한 사태”라고 했다.

이번 사전투표율은 총선거인 4419만7692명 가운데 1632만3602명이 참여해 역대 최고치인 36.93%를 기록했다. 그러나 확진·격리자 투표 관리 부실 사태로 중앙선관위의 선거 관리 역량과 공정성에 대해 불신이 커지고 있다

제20대 대선 코로나 확진·격리자 사전투표가 실시된 3월5일 선관위의 준비 부족과 부실 관리로 전국 곳곳서 큰 혼란이 벌어졌다. 투표용지를 소쿠리 등으로 운반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포착됐다(위). 일부 투표소에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아래 오른쪽),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이름 옆에 이미 기표가 된 투표용지(아래 왼쪽)가 유권자에게 배부되기도 했다

여야(與野)는 “예견된 참사”라며 중앙선관위를 항의 방문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9일 본투표에선 혼선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조치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사전 투표 부정 의혹을 가진 보수층에 대한 분열책 아닌가 싶다. 압도적으로 이겨놓고 따지자”고 했다. 여야는 선거 부정 의혹은 제기하지 않았지만,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갈릴 경우 확진·격리자 사전 투표 문제가 시빗거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선관위는 5일 투표에 참여한 확진·격리자 사전 투표율을 따로 집계하지 않는 등 정확한 규모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선은 투표 결과에 따라 정당의 지지기반 재편되는 중대한 선거

20대 대선 사전투표 첫날인 4일 투표율이 17.6%로 최종 집계됐다. 이는 사전투표가 전국 단위 선거에 처음 적용된 2014년 6월 지방선거 이후 동시간대 기준 가장 높은 수치다. 2017년 5월 19대 대선 때 사전투표 첫날 같은 시간 투표율은 11.7%였다. 보수진영 일각에서 사전투표 거부운동을 벌이는 분위기까지 감안하면 투표율 상승은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추세가 9일 본투표까지 이어질 경우 최종 투표율은 19대 대선 투표율(77.2%)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투표율 상승은 막판에 요동치고 있는 대선 구도와 무관치 않다. 사전투표 직전에 이뤄진 야권 후보 단일화로 4파전 구도는 3파전으로 급변했다. 박빙의 접전을 벌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측은 지지층 결집에 승부를 걸고 있다. 진영 대결 양상이 뚜렷해지면서 유권자들의 관심도 높아졌을 것이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서 사전투표율도 높지 않을 것이라는 당초 예측이 빗나간 이유다.

실제로 투표가 시작되면서 후보들의 공방은 더욱 치열해졌다. 이 후보는 “정권교체를 넘어 정치교체”를 주장했고, 윤 후보는 “정권교체 없이 정치교체가 되겠나”라고 했다. 두 후보의 지향점은 달라 보이지만 현 정치행태를 바꿔야 한다는 민의(民意)에 부응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도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소에서 길게 줄을 선 것은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이다. 정치가 더는 경제·사회 발전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뼛속부터 바뀌기를 바라는 열망이 담겼을 것이다. 각 후보 측은 진영 대결 이면에 깔린 이 같은 민의를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대선은 투표 결과에 따라 정당 지지기반이 재편되는 중대한 선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구태 정치의 틀을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3월4~5일 실시된 사전투표에 이어 9일 본투표에서도 투표 열기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투표 참여도가 높을수록 새로운 정치에 대한 유권자의 갈망을 정치권이 외면하기는 더욱 힘들게 될 것이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