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에 혼탁한 네거티브와 후보 단일화 변수…국민은 짜증난다

후보욕설, 후보배우자 통화유포, 무속인 논란관음증 대선으로 비호감 부채질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네거티브 대선정국이 단순 공방을 넘어 ‘관음증(觀音症) 대결’로 추락하고 있다. 대선후보·배우자의 통화녹음이 공개된 뒤, 이에 대한 공방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어서다. 역대 대선에서 봐왔던 시대정신 논쟁은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다음 세대를 위한 거대 담론(談論)은 이른바 ‘소확행’ 공약. ‘심쿵’ 공약이라는 이름으로 쏟아 내는 ‘세금 퍼주기 경쟁’에 밀려 자취를 감췄다. 대선을 불과 40여일 앞둔 시점치고는 전례 없이 기이한 풍경이다.

본격적인 녹취록 정국은 1월15일 MBC 스트레이트가 ‘김건희씨 통화녹음’을 보도하면서 촉발됐다. 공영방송이 유튜버(서울의소리)와 김씨의 사적인 통화녹음을 보도하는 데 대한 비판 여론도 있었지만, 더불어민주당 스피커들은 “지상파 시청률 50%. 이번 일요일 이거 한번 해봅시다”(정철 선대위 메시지총괄)라며 지지자들의 시청을 독려했다. 19일엔 이해찬 전 대표까지 나서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만 보이지 않는다. 이런 대선은 처음 본다”며 공세에 동참했다.

김씨 통화녹음 파일 방송에 “사적 대화”라며 펄쩍 뛰었던 국민의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굿바이, 이재명』의 저자 장영하 변호사가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욕설 녹음파일을 추가 공개하며 응수했다. 이 후보가 형인 고(故) 이재선씨 및 이씨의 부인과 나눈 통화라는 점에서 이 역시 사적 통화에 해당한다. 국민의힘 선대본부는 “장 변호사 개인 자격의 발표”라며 거리를 뒀지만, 장 변호사가 당 ‘이재명 검증특위’ 부위원장이라는 점에서 거리 두기가 모순이란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관음증 정국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추가 공방이 확산하고 있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19일 “김건희씨가 이명수씨(통화녹음 당사자)와 초면에 누운 상태로 세 시간 동안 있었다고 하더라”고 주장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형사고발 방침을 밝혔다. 열린공감TV의 김씨 녹취록 추가 공개를 둘러싼 가처분 소송 역시 이날 열렸다. 이재명 후보의 욕설 녹음을 두고는 “AI 딥페이크 음성파일을 제작 중이란 제보를 받았다”(김어준씨), “욕설이 심해 AI가 버티지 못한다”(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는 네거티브 공방이 벌어졌다.

김건희·무속인의 선대위 막후 영향력 행사는 부적절

이런 와중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선거대책본부에 ‘건진법사’라는 무속인 전모씨가 고문이란 직함으로 활동해온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전씨는 명목상으로는 인재영입 업무를 맡고 있지만, 실제로는 윤 후보의 메시지나 일정, 인사 등 선대본부 업무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게 세계일보 보도다. 이 보도에 따르면 전씨로 인해 이미 조율이 끝난 윤 후보의 동선과 메시지가 뒤집히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전씨는 선대본부에 합류하기 전 서울 강남에 법당을 차리고 신점, 누름굿(신내림을 막는 굿) 등 무속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전씨는) 캠프 때 몇 번 왔다 갔다 한 게 전부”라며 관련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했지만, 윤 후보 주변에 무속인이 있다는 의혹은 이미 여러 번 불거졌다. 윤 후보는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손바닥 가운데 ‘왕(王)’ 자가 적힌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돼 주술·무속 논쟁이 벌어졌다. 윤 후보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무속인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MBC 보도를 통해 공개된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 통화 녹취록에도 이와 같은 의혹을 부채질하는 대목이 있다. 김씨가 줄리 의혹과 관련해 “내가 영적인 사람”이라고 말한 대목은 무속인과의 교감(交感)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녹취록에는 김씨의 부적절한 선거운동 관여 사실도 드러난다. 김씨는 통화한 기자에게 수차례 윤 후보 선거 캠프로 영입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캠프가 엉망이야. 그래서 재정비를 해야 돼”라고 말했다. 캠프에서 아무런 직책도 맡지 않고 있는 김씨가 무슨 자격으로 선거 캠프 인사에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세계일보 보도로 윤석열 선거 캠프 내 네트워크본부는 해산됐지만 무속인과 김씨는 윤 후보의 검찰총장직 사퇴와 대선 출마, 선거운동 전반에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해온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게다가 국민의힘 선대위에서 “사실무근”이라며 “기사를 내려달라”고 요청한 경향신문의 1월22일 단독보도 “김건희 무속중독 논란, 핵심은 ‘비선권력’이다”는 제목만 봐도 사실 여부를 떠나 ‘최순실 국정논단’ 사건을 연상케 한다.

박근혜정부를 나락으로 밀어 넣었던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은 그가 국민 앞에 공개되지 않은 ‘비선 실세’라는 데서 시작됐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장막 뒤에 숨어서 사사로이 국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이 결코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왼쪽부터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대선후보

바람 부는 후보 단일화안철수의 선택은?

야권후보 단일화 바람이 불고 있다. 바람의 진원지는 지지율, 그리고 안철수다. 연초까지만 해도 한 자릿수에 머물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두 자릿수를 돌파하면서 선거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맞서는 야권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여부는 대선 막판 초미의 관심사이자 최대 변수로 떠오른 모습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단일화는 대선 승리를 가져오기도 했지만, 또 그러지 못하기도 했다. 1997년 김대중·김종필 후보의 DJP 연합은 태풍이었고,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는 대역전 드라마를 썼다. 반면 2012년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과정은 실패로 남았다.
이번 대선에서는 과연 어떨까. 변수는 차고 넘친다. 지지율은 매주 출렁인다. 대선은 40여일 남았다. 투표용지에 단일화 후보만을 올리려면 시간이 촉박하다. 무엇보다 상대가 단일화에 산전수전 다 겪은 ‘대선 삼수생’ 안철수다. 그에게는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처음엔 앞서다 낭패를 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단일화가 성공하려면 ‘단일화+알파’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단순히 ‘1+1’이라는 산술적 결합이 아닌 단일화와 함께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비전과 정책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윤석열·안철수 후보는 자강론을 강조하지만 선대위에서는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매우 신중하게 서로의 입장과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밑그림을 그리며 퍼즐을 맞춰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대선에서 안 후보에게는 크게 4개의 길이 있다. 바로 ①1997년 DJP 연합 ②2002년 노무현·정몽준 ③2012년 문재인·안철수 ④2017년 안철수의 길 등이다. 안 후보가 2012년처럼 철수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그동안 따라붙은 ‘철수 정치’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일방적으로 철수하는 ③시나리오를 택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렇다면 선택지는 둘 중 하나다. 완주하거나, 단일화에 임하는 것이다. 독자적으로 완주하려면 지금 지지율로는 힘에 부친다. 연초부터 1월20일까지 나온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현재 선거 구도는 ‘2강(强) 1중(中)’으로 해석된다. 이·윤 양강 후보 누구도 안정적인 40%대 지지율엔 못미치지만, 30%대 지지율은 꾸준히 얻고 있다. 반면 안 후보는 아직 10%대 지지율에 그친다.

안 후보 측에서는 3강 체제의 고비를 ‘지지율 15%’로 본다. 이태규 국민의당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3강은 ‘3대 3대 3’의 지지율 균등일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기세와 추세”라면서 “그 기준점을 15%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지지율이 15%로 올랐다는 건 양강 구도가 흔들리고 중대한 조정기가 왔다는 뜻이다. 출렁거림이 굉장하다는 것”이라면서 “그 고비만 넘기면 쭉 오를 것”이라고 했다.

실제 안 후보가 지지율 15% 이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면 대선 구도는 더 역동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윤 후보가 다자 구도의 길을 걷는 것을 제어하고 어떤 식으로든 단일화에 임하게 할 여지를 키울 수 있다. 또 지지율 15%는 반사이익이 아니라 중도층 등 새로운 지지층을 흡수한다고 해석할 여지를 준다. 이 본부장은 “중요한 과제는 반사효과가 아니라 안철수의 진면목에 의해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이라고 했다.

지지율 15%는 다른 의미도 가진다. 공직선거법상 득표율이 15% 이상이면 선거비용 100%를, 10~15%일 경우 절반을 보전받는다. 대선에는 막대한 돈이 든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당이 안 후보에게 쓴 비용은 460억원에 달한다. 당시 득표율 21%로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받았지만, 지금은 100% 확신할 수 없다. 대선 직후 곧 지방선거가 있다. 선거비용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하면 지방선거는 험난할 수밖에 없다. 거꾸로 선거비용을 다 보전받을 만큼의 지지율을 꾸준히 얻는다면, 설사 완주해 패배하더라도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안 후보의 지지율 15% 돌파는 단일화 여부는 물론 그 방식도 결정할 수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윤 후보 지지율이 30%대에 있고 안 후보가 10% 밑이면 협상할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윤 후보가 20%대에 있는데 안 후보가 10%를 넘기면 경선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향후 대선 변수는 중도층 표심과 야권후보 단일화거대담론·비전 경쟁을

과거 대선에서도 네거티브가 매번 등장했지만, 이번처럼 후보와 가족의 사생활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킨 적은 없었다. 2007년 대선에서 BBK 의혹이, 2012년 대선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태민 목사의 사생활 의혹이 거론됐지만 대선의 중심 어젠다는 ‘경제민주화’ 같은 거대 담론이었다. 비정상적 상황임을 인지한 듯 최근 양당이 상대를 향해 “진흙탕 선거로 몰고 가려 한다”(안민석 민주당 의원), “오로지 거짓 의혹 확산에만 주력한다”(이양수 국민의힘 의원)며 ‘네거티브 정당’ 딱지를 붙이는 모습도 이율배반적이다.

관음증 정국의 첫째 원인으로는 양당 후보들의 높은 비호감도가 꼽힌다. 1월7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지지율 36%)의 호감도는 36%(비호감도 58%), 윤석열 후보(지지율 26%)의 호감도는 25%(비호감도 68%)였다. 2017년 4월7일 같은 조사에서 지지율 38%의 문재인 후보 호감도가 48%, 지지율 33%였던 안철수 후보 호감도가 58%를 기록한 것과는 정반대 수준으로 비호감도가 압도적이다. 박성민 대표는 “두 후보 모두 좋아해서 찍는 팬덤은 부족하고, 필요해서 찍는 비전은 부족하니 상대가 싫어서 찍는 표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네거티브가 강조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역량 문제도 원인으로 거론된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두 후보 모두 공약이 많이 나왔는데 정작 핵심 공약이 뭔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슈를 제기하더라도 유권자들이 후보에게 자격·능력·경력에 대해 의심하고 있다. 과거 ‘노무현의 특권과 차별없는 세상’ ‘김영삼의 ’신한국·문민정부’ 같은 비전은 후보와의 일체감이 있었는데 이번 대선에선 그렇지 않다. 그 취약점을 한탕주의(네거티브)가 파고드는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해석이다.

이번 대선은 변동폭이 유독 심한 ‘유동성 장세’다. 남은 40여일 사이에도 얼마든지 판세가 요동칠 수 있다. 그중 주요 변수는 네거티브 폭로전 외에도 윤석열-안철수의 야권후보 단일화다

윤 후보 측에서는 향후 선거 국면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만큼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물밑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은 ‘안 후보가 받을 수 있는 단일화’다. 이에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전 국민의당과의 합당에 적극적이었던 주호영 의원이 나서 밑그림을 그리고 있고, 국민의당에서는 이태규 본부장이 컨틴전시 플랜을 극비 속에 준비 중이라고 전해진다.

윤 후보 측이 준비하고 있는 그림은 ‘1997년+2002년 단일화’의 조합이다. 내용적으로는 1997년 DJP 연합의 ‘공동정부’에 플러스 알파를, 형식적으로는 2002년의 여론조사 방식을 조합한다는 것이다. 핵심은 플러스 알파다. 플러스 알파에는 안 후보의 핵심 공약인 ‘초격차 과학기술 중심의 국가’와 ‘국민정부’라는 두 키워드에 녹아있다.

안 후보는 누구보다 대의명분을 중시하는 정치인이다. 안 후보가 지지율에 구애받지 않고 단일화에 임하려면 명분이 중요하다. 정권교체라는 대의에 더해 ‘안철수의 비전’이 다음 정부에 담겨야 한다. 안 후보는 5·5·5 공약(5개 초격차 기술·5개 글로벌 기업·5대 경제 강국)으로 대표되는 ‘초격차 과학기술 중심의 국가’를 앞세우고 있다. 동시에 안 후보는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내려놓는 정치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윤 후보가 이런 기조를 다음 정부의 핵심 기치로 삼겠다고 하면 확실한 단일화의 명분을 챙길 수 있다. 안 후보는 권력 나눠먹기로 단일화 과정이 비춰지는 것은 절대적으로 피할 것이 틀림없다. 양측의 단일화 논의 사정에 밝은 한 야권 관계자는 “단일화 정국이 펼쳐지면 ‘주호영-이태규 라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논의가 진행될 수 있게 양측 모두 만반의 준비는 하고 있는 걸로 안다”고 했다.

국민에게 짜증만 유발하는 관음증·네거티브 전략이나 후보 단일화로 과연 표심(票心)을 얼마나 살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현명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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