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 긴축은 천천히…” 공포 달랜 파월 美연준 의장

풀린돈 흡수는 올 후반부터금리인상 등 물가잡기는 총력전투트랙전략에 뉴욕 증시 급반등

“대차대조표(B/S) 축소는 올해 후반 정도에 허용할 수도 있다.”

1월11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재임 인준을 위한 상원 청문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금리 인상 등을 서두르며 긴축의 기조를 유지하되, 시장에 풀린 돈을 흡수하는 ‘양적 긴축(QT·Quantitative Tightening)’의 속도는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긴축적 통화정책의 의지를 재확인하면서도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운 ‘영리한 파월씨’의 묘수 덕에 하락세를 거듭하던 뉴욕 증시가 반등하는 등 시장은 안정을 찾았다. 전날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막겠다”며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한 파월의 변신이 긴장했던 시장 달래기에 일단 성공한 모양새다.

사실 파월 측은 최근 ‘강성 발언’을 쏟아냈다. 1월5일 공개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일부 위원이 “첫 기준금리 인상 후 조기에 대차대조표 규모를 줄이기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 확인되며 시장은 긴장 모드로 접어들었다. 골드만삭스는 양적 긴축 시작 시점을 오는 12월에서 7월로 앞당겨 전망하기도 했다.

1월11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자신의 재임 인준을 위해 미국 상원에서 열린 청문회에 참석했다.

하지만 이날 청문회에서 파월은 유연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올해 후반 언젠가부터는 대차대조표 축소를 허용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는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 중 하나”라고 말했다. Fed가 돈줄 죄기의 속도를 올리는 상황에서 양적 긴축 시점을 에둘러서라도 밝히며 시장이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준 셈이다.

파월이 ‘긴축 정책 지속’과 ‘양적 긴축 속도 조절’이란 ‘투 트랙’ 전략을 들고나오자 시장은 일단 안도한 분위기다. 시장에 풀린 돈을 흡수하는 ‘강경책’의 속도를 늦추겠다는 그의 신호에 ‘긴축 발작’을 겪던 주식시장 등은 한숨을 돌렸다. 실제 올해 들어 내리막길을 걷던 S&P500(0.92%), 다우존스(0.51%), 나스닥(1.41%) 등 뉴욕 증시는 이날 일제히 반등했다.

파월은 시장의 돈을 빨아들이는 양적 긴축에는 천천히 나서겠지만,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망설이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당초 예상보다 긴 시간 동안 높은 수준으로 진행돼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할 상황이 온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을 억누르기 위해 사용 가능한 도구를 쓰겠다”고 말했다.청문회 하루 전 공개한 발언에서 “더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하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밝히며 ‘인플레 파이터’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연임 ‘출사표’를 재확인한 셈이다. 참고로 시장은 Fed가 올해 3~4차례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본다. 실제 골드만삭스는 올해 Fed의 기준금리 인상 횟수 네 차례로 전망했고,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인플레이션이 Fed의 생각보다 더 나쁜 상황이면, 생각보다 더 많이 금리를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파월이 유연한 모습을 보이며 시장을 달랬지만, 높은 인플레 압력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기본적인 생각엔 변함이 없는 듯 보인다. 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국 경제에 필요한 것은 가격 안정이고,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완전고용을 달성하는 데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물가 안정 없이는 최대 고용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억제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치약·샴푸·세제 10%생필품까지 줄줄이 오른다

전방위 물가 상승에 사재기라도 해야할 판환율 오르며 원부자재값 상승

“이젠 치약 하나도 기본 4000원씩 하네요. 정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나 봅니다.” 1월12일 한 주부 커뮤니티에 이 글이 오르자 금세 댓글 10여 개가 달렸다. “오늘 마트에서 휴지랑 생필품 몇 개 샀는데 6만원 넘게 깨졌다” “더 오르기 전에 사재기라도 해야 할 판” “한 달에 두 번만 장 봐도 살림이 휘청한다” 같은 내용이었다.

지난 연말 식품 물가 상승이 서민 밥상을 덮친 데 이어, 올해 들어 치약·샴푸·화장품 같은 생필품 가격까지 줄줄이 뛰면서 생활 물가 상승세가 전방위로 번지고 있다. 최근 환율이 오르며 수입물가지수가 잇따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주요 원·부자재 가격이 치솟자 생필품 가격도 같이 뛰고 있는 것이다. “가격이 오르지 않는 품목을 찾는 게 더 빠를 지경”이라는 말이 소비자 사이에서 나올 정도다.

 

  • 둑 터진 듯 덮친 생활물가 상승

애경산업은 1월1일부터 샴푸·세제·섬유유연제·생리대 같은 주요 생활용품 출고 가격을 평균 10% 올렸다. 출고가가 오르자 각 유통업체도 이를 반영해 소비자 가격을 인상했다. 한 대형 마트 기준 ‘리큐 진한겔 세탁세제’는 1만1900원에서 1만3900원으로 2000원(17%), ‘르샤트라 섬유유연제’는 7900원에서 8900원으로 1000원(13%) 올랐다. 회사 관계자는 “대형 마트, 백화점, 편의점 같은 주요 유통 채널 모두에서 주력 제품 가격을 함께 인상한 것은 10여 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LG생활건강도 편의점에서 파는 생활용품 36종의 가격을 1월부터 올렸다. 페리오 치약(46cm 쿨민트 치약 100g) 가격은 기존 3500원에서 3900원으로 11.4%, 세탁 세제 테크(750g)는 4800원에서 5500원으로 14.6% 올랐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샴푸와 보디워시 같은 생활용품 가격을 이달 말 인상할 예정이다. 이 업체들은 “각종 원·부자재 가격과 인건비, 물류비까지 계속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LG생활건강에 따르면, 세제와 비누에 들어가는 팜 스테아린 오일 가격은 2019년 말 t당 527달러에서 작년 3분기 1091달러로 2년 만에 배로 뛰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대부분 생활용품은 재료비 비율이 높기 때문에 원·부자재 가격 급등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직장인이 가장 많이 찾는 기호식품 중 하나인 커피 값은 도미노 인상 조짐이다. 스타벅스코리아는 1월13일부터 카페 아메리카노와 카페 라떼, 카푸치노 같은 제품 23종을 400원씩, 캐러멜마키아또 같은 제품 15종은 300원씩 올린다. 동서식품도 커피 제품 출고 가격을 14일부터 평균 7.3%씩 올리기로 했다. 맥심 모카골드 커피믹스 1.2㎏ 제품은 1만1310원에서 1만2140원으로, 맥심 카누 아메리카노 90g 제품은 1만4650원에서 1만5720원으로 7.3%씩 가격이 오른다.

편의점 맥주 값도 올랐다. 수입 맥주 1위 업체 하이네켄 코리아는 4캔에 1만원씩 하던 프로모션 제품 가격을 1만1000원으로 올렸다. 수제 맥주업계 1위 제주맥주도 오는 2월 1일부터 제품 6종의 공급가를 10%씩 올린다. 여기에 정부는 오는 4월부터 맥주와 막걸리에 붙는 주세를 각각 2.49%, 2.38% 인상하기로 했다. 올해 4월부터는 500mℓ 맥주 2캔을 사면 세금을 20.8원 더 내야 한다.

  • 달러가 뛰니, 계속 오른다

최근 미국이 긴축 정책으로 전환하면서 원화 가치가 떨어진 것도 물가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대두 같은 수입산 원재료 가격이 계속 뛰면서 식품업체 CJ제일제당과 대상은 자사 브랜드의 고추장·된장·쌈장 같은 장류 가격 인상도 검토하고 있다. 앞서 국내 간장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샘표는 2021년 말 간장 17종의 출고가를 8%가량 올렸다.

수입 화장품 가격도 뛰고 있다. 미국 화장품업체 에스티로더그룹은 1월1일부터 색조 화장품 브랜드 ‘맥’ 3만원대 립스틱 제품과 ‘더블웨어 파운데이션’ 가격을 1000원씩 인상했다. 향수 브랜드 ‘조말론 런던’은 100mL와 50mL 제품을 가격을 각각 4000원, 2000원 올렸다.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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