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세계 5강 도약” VS 尹 “민간주도 경제”

대선 정책·비전 대결 본격화구체적 방안은 없이 구호만 요란

여야(與野) 대선 후보들이 1월11일 대한민국 미래 청사진을 경쟁적으로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정책 대결에 나섰다. 20대 대선 분기점이 될 설명절을 앞두고 ‘준비된 차기 지도자’로서 이미지를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구호만 외칠 뿐 구체적 방안을 내놓지 못하거나 대규모 재정 투입이 불가피한 정책을 발표하며 인기영합적 행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이 직면한 도전 과제로 ‘코로나19’, ‘저성장·저출생·양극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위기’ 등을 꼽고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윤 후보는 아이를 낳으면 1년간 매달 100만원의 ‘부모급여’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1년에 출생하는 숫자가 26만명 정도인데 (아이 1명당) 1200만원씩 하면 그렇게 큰 금액이 들어가지 않고, 자녀 출산에 관한 경제적 부담에서 해방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정양육수당과 아동수당, 육아휴직 급여 등 기존의 복지제도를 어떻게 개편할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윤 후보는 코로나19 위기로 큰 타격을 받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돕기 위한 ‘임대료 나눔제’도 약속했다. 임대료를 임대인, 임차인, 국가가 3분의 1씩 나누어 분담하는 방안으로 재원 규모는 50조원으로 추산했다. 코로나 이후의 상황에 장기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포스트 코로나 대응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도 했다. 윤 후보는 “고질적인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 경제는 정부 중심이 아니라 민간 중심으로 변해야 한다”며 “잠재성장률을 2%에서 4%로 2배 올리겠다”고 밝혔다. 민간영역을 어떻게 활성화할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이날 산업·국토·과학기술·교육 등 이른바 ‘4대 대전환’을 통해 세계 5강의 경제대국을 이룩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후보는 민간을 앞세운 윤 후보와 달리 “정부의 대대적인 선행투자를 통해 민간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유인하고 경제성장을 끌어내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운전대를 잡고 성장을 이끌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 전문가 재정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

이 후보는 최근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공약을 내놓았지만 사회안전망인 건보 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이·윤 후보 모두 국가 재정에는 관심이 없고 표를 얻기 위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며 “윤 후보에게는 보수의 정체성이 안 보이고, 이 후보에게도 중도나 진보적 철학이 부족해 두 후보 간 이념적 어젠다 차이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에너지·디지털 대전환‘5·5·5 이재노믹스청사진 제시

이재명 신경제 비전선포식, 산업·국토·과학기술·교육 ‘4대 전환공공 개혁’·‘금융 개혁통해 뒷받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산업·국토·과학기술·교육 ‘4대 대전환’을 통한 G5(세계 5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한 ‘이재명 신경제 비전’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공공개혁’과 ‘금융개혁’ 2가지 과제를 제시하고 4대 대전환을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종합주가지수(코스피) 5000, 5대 강국 진입, 국민소득 5만달러 등 ‘5·5·5 이재노믹스’의 청사진을 제시한 셈이다.
이 후보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신경제 비전’ 선포식에서 “지금 우리는 에너지 전환, 디지털 전환, 그리고 최근에는 코로나 팬데믹(대유행)까지 동시에 맞으며 역사적 대전환 시대를 살고 있다. 지금이 대전환의 골든타임”이라고 말하며 이 같은 구상을 밝혔다. 먼저 135조원 규모 물적·제도적·인적 디지털 인프라 투자를 통해 200만개의 새 일자리를 만들고 디지털 인재도 양성하겠다고 했다.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의 전산업 분야로의 확장, 안심데이터 도입 등 디지털 먹거리를 더욱 다양화하겠다고도 했다. 이 후보는 “고구려 기병처럼 디지털 산업 영토, 기술 영토, 글로벌 영토 확장 기회를 선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풍력·태양에너지 등 재생에너지를 운반하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건설해 기후위기에 대응함과 동시에 신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기후대응기금 확충과 기후에너지부 신설 등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을 정부 차원에서 뒷받침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더불어 기존 제조업의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고, 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 창업 활성화를 위한 중소·벤처기업 모태펀드와 기술 보증 확대 등도 내걸었다. 법률·회계·건축·금융 등 지식서비스업 발전과 세계 1등 수출 제품 100개 이상 확대 및 메타버스 무역 플랫폼 구축 등도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월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경제 비전 선포식을 열고 ‘세계 5강 국가 도약’을 위한 청사진을 발표하고 있다.

국토 대전환 방법으로는 ‘5극 3특’ 체제를 제시했다. 전국을 동남권(경남·부산·울산), 대경권(대구·경북), 중부권(세종·대전·충청), 호남권(광주·전남), 수도권 등 5대 메가시티로 재편함과 동시에 새만금·전북 특별 권역, 강원평화특별권역, 제주특별자치도 3곳의 특화발전 구상이다. 이 후보는 “직업, 문화, 교육 여건 때문에 더는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일이 없게 해야 지역 발전은 물론, 국민경제 전체의 성장도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여기에 고속철도 중심의 교통체계, 광주∼대구 달빛내륙철도 조기 추진, 수도권과 부산 등 대도시 도심 철도 구간 및 주요 고속도로 지하화 등도 약속했다. 과학 대전환 과제로는 인공지능·양자기술·우주항공 등 10대 미래전략기술의 육성계획을 밝혔다. 교육 대전환에는 교육과정 유연화와 지역대학 혁신체제 구축, 산업·경제·주거·연구·학습이 가능한 대학도시 건설, 온라인 중심 대학교육 확대 등이 포함됐다.

이 후보는 4대 대전환을 진행하기 위해선 우선 공공개혁과 금융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기 정부 투자를 통한 기업 육성, 민간자본 조달, 회수 등으로 이어지는 스타트업 생태계와도 맥이 닿는 대목이다. 이 후보는 “정부의 대대적 선행투자를 통해 민간 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유인하고 경제성장을 끌어내겠다”며 “대한민국을 기업하기 좋은 ‘규제프리 국가’, 혁신의 자유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세계 5강에 걸맞은 유능한 정부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주가조작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모자회사 쪼개기 상장에 따른 소액투자자 피해 방지 등 자본시장 투명화도 약속했다.

윤석열 아이 낳으면 1년간 월 100만원임대료 나눔제 도입

미래 비전위한 재정정책 발표저생산·저출생·양극화 극복 공약아동·가족·인구 다룰 부처 신설 계획임대인·임차인·정부가 3분의1씩 부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1월1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와 저성장·저출생·양극화 문제 극복을 위한 대대적인 재정정책을 발표했다. 자영업자 임대료 나눔제, 음압병실·중증외상센터·분만실 설치 등 필수 의료분야 공공정책 수가(酬價) 신설, 월 100만원의 신생아 부모급여 지급 등이 골자다. 앞서 내놓은 ‘사병 월급 200만원 인상’에 이어 대규모 재정 투입이 필요한 공약을 잇따라 발표한 것이지만, 정작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선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당내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포퓰리스트”라고 비판해온 윤 후보가 대규모 재정 투입이 불가피한 공약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정책 방향이 차별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성동구 폐공장을 리모델링한 문화공간에서 ‘진심·변화·책임’을 주제로 한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50년간 염색공장과 자동차공업사로 사용되다가 도시재생과 함께 2030세대의 창의력을 통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성장이 멈추면서 쇠락했던 공장이 관광 명소로 변신했듯,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취지를 부각하려 했다는 것이 선대본부 측 설명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1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동 할아버지공장 카페에서 ‘진심, 변화, 책임’을 키워드로한 신년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 후보가 내놓은 ‘3분의 1’ 임대료 나눔제는 임대인·임차인·정부가 3분의 1씩 임대료를 나눠서 분담하는 정책으로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다. 임대인은 분담한 3분의 1의 임대료 중 20%는 세액 공제로 돌려받는다. 삭감된 임대료로 인한 손실은 코로나19 종식 후 세액공제 등의 형태로 정부가 추가로 분담한다. 임차인은 남은 임대료 3분의 1과 공과금을 은행의 대출을 받아 납부하며 대출금의 절반은 정부가 낸다. 윤 후보는 재원 규모에 대해 “3∼5년 정도 순차적으로 재정부담이 들어간다. 50조원 정도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필수의료 국가책임제는 음압병실·중환자실·중증외상센터·분만실 등 국민 생명에 직결되는 시설 확충과 인건비 지원을 위해 공공정책 수가를 별도로 신설해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윤 후보는 “공공정책 수가를 별도로 신설해 더 큰 의료적 재앙이 닥치더라도 중환자실, 응급실이 부족해 국민이 발을 동동 구르며 피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윤 후보는 또 ”성장률 상승과 출생률의 증가, 소득분배의 개선이 선순환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저출생 문제 해법으로 신생아 1인당 1년 동안 월 100만원씩 지급하는 부모급여 신설 방안을 밝혔는데, 윤 후보 구상에 따르면 1년에 3조1200억원 가량이 필요하다.

윤 후보는 인구·아동·가족 등 사회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다만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한 대안은 아니라는 취지로 답했다. 윤 후보는 사회안전망 구축을 강조하며 “양극화나 취약계층을 낳게 한 경우 튼튼한 안전망을 선별적이든 보편적이든 구축하는 것이 맞다”며 “시장경제 체제와 양립을 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대북 정책 등과 관련해 문재인정부를 비판할 때도 최대한 차분한 말투를 유지하려는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윤 후보는 이날 극초음속미사일로 추정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선제타격밖에는 막을 방법이 없다”며 “북한의 핵 고도화 과정을 어떤 식으로든 중단시켜야 한다. 현실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단히 심각한 인식 수준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며 “선제 타격이라는 것이 곧바로 전쟁으로 이어진다. 선제공격을 해서 전쟁술에 의한 평화를 거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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