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守岩칼럼>국민연금 개혁의 골든타임과 바람직한 개혁 방향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전국민 100만원 연금 프로젝트 추진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1월3일 “모든 국민이 1개월 이상 가입하고 최소 10년 이상 가입해 100만원 이상의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전국민 1-10-100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이 모든 국민과 세대에게 든든한 연금이 되겠다는 궁극적인 목표도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전국민 1-10-100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연금개혁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활성화되도록 적극 지원하고 취약계층의 사각지대 해소에도 최선을 다하며 ▲‘더불어 일하고 싶은 조직’이 되기 위해 ‘소통 붐’을 일으키고 자긍심을 갖고 일할 맛 나는 공단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김 이사장은 이날 2022년 신년사를 통해 올해의 국민연금 중점 추진방향으로 ▲모든 국민, 모든 세대에게 든든한 국민연금 ▲기금 1000조(兆)시대로의 도약과 지속성장 ▲선도적인 ESG 경영 실천을 제시하며 이같이 밝혔다.

김 이사장은 “기금 1000조원 도약 시대를 주도할 운용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금 성장기를 고려해 투자처 다변화를 모색해 수익률을 키워나가고 선제적 위험관리 패러다임 구축을 통해 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10월말 기준 국민연금의 기금은 917조8000억원 가량이다. 금년 연금으로 유입된 자금과 지난해 같은 수익률을 고려하면 올 상반기 기금 1000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김 이사장은 또 제5차 재정계산을 앞두고 연금개혁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활성화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법은 5년마다 재정추계를 하도록 규정하는데, 다음 재정추계는 2023년에 이뤄진다. 그러면서 “기금 1000조 시대로의 도약과 지속성장을 주도할 운용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적 연기금으로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착과 활성화를 위해 한국형 K-ESG를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고갈 전망에도 개혁 미뤄대선후보들 실천공약 내놓아야

2057년 1월3일, 1992년생 박소연씨(가명)가 만 65세가 되어 국민연금을 청구했다. 소연씨는 국민연금을 과연 받을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을 하는 이유는 2018년 발표된 4차 국민연금 재정재계산에서 국민연금 기금이 2057년에 고갈될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된다고 해서 국민연금을 반드시 못 받게 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적립기금이 사실상 소진된 상태이지만 연금을 받고 있다. 이는 이런 유럽 국가들이 이미 연금개혁을 했고, 노년부양비가 비교적 건전하기 때문이다. 덜 받고 더 내는 연금개혁을 통해 받는 연금액을 부담한 연금보험료 수준으로 조정했다. 적립기금이 없는 상태에서 연금을 계속 지급하자면, 노년세대에게 매년 지급할 연금액만큼을 근로세대에게 연금보험료를 부담해 조달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자면 생산인구 대비 노년인구의 비율인 노년부양비가 근로세대가 부담되지 않을 정도로 높지 않아야 한다. 2020년 현재, 연금개혁을 한 유럽 국가의 노년부양비는 독일 33.7%, 스웨덴 32.7%, 영국 29.3%, 프랑스 33.8%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현세대에게 유리한 구조이다. 부담하는 연금보험료의 원리금 합계보다 1.88배 정도 높은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적게 부담하고 많이 받는 연금구조에서의 적립기금은 언젠가 고갈될 수밖에 없다. 연금보험료 납입자가 연금 수급자보다 많은 기간에는 적립기금이 늘어나지만, 인구 고령화로 그 숫자가 역전되면 적립기금이 줄다가 마침내 고갈된다. 2021년 10월말 기준 국민연금 기금은 918조원이지만, 재정전망에 따르면 2041년을 정점으로 1778조원까지 증가한 이후 감소해 2057년이 되면 고갈된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2057년쯤의 노년부양비가 85% 정도로 유럽 국가들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다는 점이다. 현재 9% 수준인 연금보험료율을 27%로 3배 높여야 1992년생 박소연씨에게 연금을 지급할 수 있는데 27%는 부담 가능한 수준을 넘어선다.

우리나라가 적립기금 없이도 연금을 지급하자면 인구 부양구조가 낮아야 하는데, 세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저출산으로 2070년쯤의 노년부양비는 100% 수준(노년세대 1명을 근로세대 1명이 부양)이 돼 지속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높은 노년부양비 때문에 유럽 국가와 같이 적립기금이 없는 상태에서는 지속 불가능하고, 적립기금이 유지될 수 있도록 가능한 조기에 연금개혁을 해야 한다. 미래 연금재정 위기가 명확함에도 연금개혁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연금개혁은 인기가 없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덜 받고 더 내는 연금개혁을 좋아할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더욱이 일부 위정자들은 이러한 연금재정 위기 가능성조차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막연히 그때 가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자위하고 있다.

이번 대선과정에서도 연금개혁 공약은 별로 인기가 없다. 차기 정부는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직역(職域)연금의 수급부담 구조 균형화를 위한 연금보험료율과 연금지급률 조정과 함께,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대비한 지급개시연령 조정 및 이에 연동된 60세 정년도 단계적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또한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의 형평성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대선 후보가 구체적인 개혁방안을 내놓지 않더라도 ‘국민합의로 연금개혁을 반드시 하겠다’는 약속은 해야 한다.

MZ세대와 함께하는 국민연금 개혁

미래세대인 청년들이 국민연금을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는 소식을 언론을 통해 접했으나 실제 분위기는 더욱 냉랭하면서도 진지하다. 청년들은 “코로나19로 하루 버티기도 힘든데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야 하는가”부터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싶은 사람만 하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까지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청년들은 1년 반 이상 이어지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불안정한 소득과 고용에 더욱 노출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5월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청년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청년 임시고용은 33.5%로 전년 동월 대비 1.4%p 늘어났으며 첫 직장의 임금 수준은 73.3%가 200만원 미만이다. 또한 최근 고용노동부는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처한 플랫폼 종사자의 55.2%가 20~30대라고 추산했다. 고도성장 시대가 쇠퇴하고 과거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고용 형태가 확산되며, ‘MZ 세대’로 불리는 청년들은 마치 오징어게임 같이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아마도 청년들은 국민연금에 대해 “내가 과연 노후에 연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를 가장 걱정할 것이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국민연금 기금이 머지않아 고갈될 것이라는 소식이 퍼지고, 또다시 제도 불신이 커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민연금은 5년마다 재정계산을 통해 장기적인 재정 상태를 점검하고 있으며, 2019년과 2020년에 10% 내외의 기금 운용 수익률을 기록했다. 아울러 20~30대가 다수 혜택을 받는 출산·군복무 크레딧 등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 결코 충분치 않다. 청년들이 국민연금에 대해 갖는 부정적 인식을 만회하기 위해 더욱 큰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단순히 형식적으로 청년들을 만나 의견을 듣는 것을 넘어, 이들이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채널이 마련돼야 한다. 대표적인 예로 2018~2019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내 설치된 ‘국민연금개혁과 노후소득보장특별위원회’는 청년 위원이 참여하여 의견을 적극 개진한 바 있다.

2022년에 추진되는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기점으로 본격화될 연금 개혁 논의에서도 청년들의 역할은 증대될 것이다. 단순히 청년들의 목소리가 고려된 연금 개혁안을 도출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

다. 청년들이 우리나라 사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주체로서 정책 결정, 조정과정에 참여하여 당면 과제를 들여다보는 계기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청년들은 사회적 협의와 소통에 참여하여 국민연금을 둘러싼 불신 및 갈등에 직접 맞닥뜨려야 한다. 이는 대다수가 비청년으로 구성된 국민연금 전문가와 충분한 정보, 인식을 교환하지 못한 데 일부 기인한다. 지속해서 만나고 소통하여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고, 근본적인 연금 개혁을 이뤄낼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

청년들은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고 있으나 언젠가 국민연금을 받게 될 부모세대가 된다. 청년으로 불리는 나 자신의 정체성은 고정되지 않고 향후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 노동자나 고용주, 혹은 한 분야의 전문가 등으로 변화할 것이다. 청년으로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 참여하면서도 청년으로서만 나서기에 국민연금을 둘러싼 현실과 미래는 결코 녹록지 않다. 따라서 세대 간 연대와 사회적 책임, 공익(公益) 가치 또한 주머니 한쪽에 넣어두고 언제든 꺼낼 준비를 해야 한다.

국민연금 개혁의 방향과 고려사항

국민연금제도는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가입자와 수급자가 꾸준히 늘어나 우리 사회의 중심 노후보장 제도로 정착했지만, 고도성장의 시대에 산업역군으로 불리던 현세대 노인들의 빈곤은 여전히 심각하고, 지금 일하는 세대가 노인이 될 때 안정된 노후를 보낼 수 있을지 역시 불확실하다.  그렇다면 보다 확실한 노후 안정을 위해서는 어떤 개혁이 필요할까.

첫째, 무엇보다 국민연금의 보장성 강화가 필요하다.

국민들에게 국민연금이 핵심 노후대책으로 확실하게 자리잡기 위해서는 소득대체율 하락을 멈추어야 한다. 국민연금은 2007년 이후 소득대체율이 매년 0.5% 포인트씩 떨어지고 있다. 문제는 지금도 소득대체율이 매년 떨어지면서 미래에 국민연금을 받는 이들의 연금액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제도발전위원회 추계에 따르면 2050년에 노인 중 국민연금을 받는 노인의 비율은 대폭 늘어나지만, 노령연금의 실질 소득대체율은 25% 미만이다. 물론 노후에 충분한 국민연금을 확보하는 이들도 있지만, 220만원을 평균 소득으로 보면 국민연금 급여액은 평균 55만원 이하에 머무른다.

소득대체율 인하는 저소득자, 그리고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들의 연금 급여의 안정성을 해친다. 소득대체율이 계속 내려간다면 국민연금에 가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 미래에 가입할 사람들의 연금액은 더 많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연금액 계산의 기본인 소득대체율을 더 이상 낮추지 않는 것은 국민연금의 보장수준을 유지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특히, 미래의 국민연금 급여는 보장된 권리이므로 그 수준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연금 수급자가 적정 노후소득 보장을 포기하고 각자 도생을 도모한다면, 한국이 복지국가로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은 헛된 꿈일 것이다.

둘째, 안정된 노후보장을 위한 또 하나의 핵심과제는 국민연금 가입의 사각지대 해소이다.

충분한 연금가입 기간을 확보해야 적절한 수준의 연금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의 국민연금 가입 확대는 연금제도 정상화를 위한 핵심과제이다. 경제 활동을 하는 노동자의 국민연금 가입은 의무화되어 있고, 보험료 납부는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용자와 노동자 스스로가 나눠지는 책임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일하는 이들 중 상당수가 비전형적인 고용 형태로 일하고 있다는 이유로, 소기업에서 일을 한다는 이유로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사회보험 운영의 기본인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들로 볼 수 밖에 없다. 파견 노동자들에 대해, 그리고 자영자로 위장된 특수고용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해 이들의 노동력을 사용함으로써 수익을 확보하는 사실상의 사용자들이 노동력 사용에 따르는 노후보장 기여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사회보험 가입 구조의 재편이 필요하다. 특수한 형태의 노동자의 경우, 임금이 아닌 소득에 대한 보험료 부과, 임금비용이 아닌 사업수익에 대한 보험료 부과, 그리고 사업장이 아닌 개별 가입자 중심의 접근 등이 그 예이다.

물론 연금제도 이전에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은 사실상 사용자 지위와 노동자 지위의 인정, 그리고 이에 따른 인간 노동력 사용에 대한 다양한 책임에 관한 노동법의 재정비일 것이다. 가장 취약한 노동자들이 자영자처럼 취급되어 두 배의 보험료를 내는 대신, 사용자들이 노동자에 대한 책임을 다할 때 국민연금제도는 비로소 사회연대적 노후보장제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또한 사각지대 해소 차원에서 저임금노동자와 영세사업장 고용주의 보험료를 지원하는 두루누리사업과 실업크레딧 등의 대상 범위를 늘리는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  역시 필요하다.

셋째, 부담능력을 고려한 연금재정의 점진적 확충이 필요하다. 이는 저소득층의 부담을 줄이고 고소득층의 부담을 늘리는 방식으로 연금재정의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사실 가장 어려운 과제이다. 미래에 보험료율을 점진적으로 높이되, 소득계층 간 부담능력의 차이를 고려하는 보험료 부과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민연금 재원은 일정한 수준(상한선) 이하 소득에 9% 보험료를 같은 비율로 부과하는 보험료 수입이 전부이다. 모든 계층이 같은 비율의 보험료를 낸다는 점에서 사실상 저소득층에게 부담이 더 크다. 이에 보험료를 부과할 때 일정 소득까지는 공제를 적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저임금 노동자들의 국민연금 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재정조달 방식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국민연금제도는 재정적으로 더 안정적이고 공평한 제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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