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선후보가 꿈꾸는 나라

이재명 기회의 나라와 윤석열 새로운 나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유교의 기본 경전인 사서삼경(四書三經) 중 하나인 『대학(大學)』의 마지막 장(章)은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에 관한 것이다. 결국 『대학』이 가르치고자 하는 것은 평천하(平天下)이다.

『대학』에 나오는 수기치인(修己治人)하는 8가지 조목(八條目)인 격물(格物), 치지(致知),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에서 그 최종목표는 ‘평천하’를 위한 것이다. 평천하(平天下)! ‘평평할 평(平)’자가 있어서 이 말이 꽤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 ‘천하를 정복한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치국평천하’ 장의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른바 평천하가 그 나라를 다스리는 데 있다는 것은 윗사람이 부모에게 효도하면(老老) 백성에게서 효가 일어나고(興孝), 윗사람이 웃어른을 제대로 모시면(長長) 백성에게서 공경함이 일어나고(興悌), 윗사람이 홀로된 사람을 불쌍히 여기면(恤孤) 백성이 배신하지 않는다(不倍). 이러한 까닭에 군자는 혈구(絜矩)의 도(道)가 있다.”

잘 알다시피 유가(儒家)에서는 천자의 정당성을 하늘의 명령이라는 천명(天命)에서 찾는다. 하지만 이 문장 어디에도 천명은 없고 백성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의미로 ‘흥(興)’자를 쓰고, 백성의 마음이 돌아선다는 의미로 ‘배반할 배(倍)’자를 쓰고 있다. 말하자면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천명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과 진배없다.

그렇다면 백성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치국평천하’ 장의 첫 구절에서는 노노(老老), 장장(長長), 휼고(恤孤)하는 군자에게는 혈구(絜矩)의 도(道)가 있다고 했다. 그래야 백성은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를 어떻게 판단하는 것일까, “(네가) 윗사람에게 싫어하던 것으로 (너의) 아랫사람을 부리지 말며, (네가) 아랫사람에게 싫어했던 것으로 (너의) 윗사람을 섬기지 말며, 앞사람에게 싫어했던 것으로 뒷사람에게 부가하지 말며 뒷사람에게 싫어했던 것으로 앞사람을 따르지 말며, 오른쪽에게 싫어했던 것으로 왼쪽과 교류하지 말며, 왼쪽에게 싫어했던 것으로 오른쪽과 교류하지 말라. 이를 일러 ‘혈구의 도(絜矩之道)’라고 하는 것이다.”

참으로 구체적인 설명이 아닐 수 없다. 백성의 마음을 어떻게 알겠는가. 자기 마음으로 미루어보는 수밖에 없다. 군주가 싫어했던 것은 당연히 백성도 싫은 것이니 군주가 싫은 것을 백성에게 강요하지 말라는 것이 ‘혈구지도’의 의미이다.

17세기 영국의 철학자 겸 정치학자 홉스(Thomas Hobbes, 1588~1679)는 교황청의 권위를 벗어버린 영국 황실의 정당성을 구하기 위해 ‘사회계약설’을 주창했다. 간단하게 말해 사회계약설은 정치사회 성립의 근거를 평등하고, 이성적인 개인 간의 계약에서 구하려는 정치이론으로서 사회나 국가는 본디 개인이 주체적 의지로 계약을 맺어 형성하였다고 하는 학설이다.

홉스에 따르면, 인간은 모두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권리를 자연권으로 가지고 있다. 그래서 모두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이 악은 아니지만 그렇게 되면 사회는 필연적으로 ‘만인 대 만인의 투쟁’ 상태에 돌입하게 된다. 그래서 안녕을 위해 자신의 주권을 모두 군주에게 위탁하는 것이 사회의 존립 근거라는 것이다. 백성은 자신의 안녕을 군주에게 맡기는 대신 군주의 명령과 군주가 제정하는 법에 복종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계약은 함부로 파기할 수 없는 절대적 권한을 가지게 된다.

이재명 정부가 선도해 대대적 투자기회 총량 늘려 재도약·지속성장

윤석열 국민 개인의 자유·창의 중시공정과 신뢰 흐르는 나라 만들 것

전례 없는 큰 변화에 직면한 대한민국호(號)가 차기 대통령 임기 5년을 재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한자리에서 입을 모았다. ‘20대 대선, 대한민국의 미래를 묻다’라는 주제로 11월24일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싱크탱크 ‘리셋 코리아(Reset Korea)’가 토론을 주관한 ‘2021 중앙포럼’ 기조 발제에서다.

이 후보는 “기후위기에 따른 에너지 전환, 디지털 대전환, 그리고 앞으로 맞이하게 될 주기적인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며 “지금의 이 전환적인 위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만들어 성장을 회복하고 세계 경제를 선도하는 국가로 나아가는 ‘전환 성장’ 정책을 집중적으로 관심을 갖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도 “우리는 지금 거대하고 빠른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그 변화의 불확실성 속에는 우리가 재도약할 기회가 숨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 거대한 변화의 도전에 당당하게 맞서서 변화를 선도하고 이끌어가는 대한민국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에 대해 비슷한 인식을 드러낸 모양새이지만, 두 후보는 각각 정부의 역할과 개인 창의에 방점을 두는 등 해법이나 각론에선 차이를 드러냈다.

먼저 기조연설에 나선 이 후보는 “대한민국은 이제 질적으로 변화된 세상을 준비해야 된다”며 자신의 주력 상품인 ‘전환 성장’과 ‘공정 성장’을 두 가지 길로 제시했다. 현 위기상황의 원인으로 ‘기회 부족’을 꼽은 이 후보는 “결국 기회 총량을 늘려야 한다. 기회 총량을 늘리는 길은 바로 성장을 회복하고, 지속적 성장을 추구해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전환 성장’과 관련해선 대공황시대 뉴딜정책과 미국 바이든 정부의 투자 확대를 예로 들며 “전환적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정부의 선도적이고 대대적인 과감한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또 ‘공정 성장’에 관해선 “구성원들이 의욕을 가지고 열성을 다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성장의 길”이라며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규칙을 만드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했다.

반면 윤 후보는 ‘개인의 자유와 창의’를 미래 대한민국의 키워드(key word)로 제시했다. “불확실성이 가득한 미래를 기회의 창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유와 창의가 중요하다”며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분야에서 개인의 자유를 증진하고 창의가 구현되는 그런 나라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를 구속하고 상상력을 제한하는 모든 관행과 법 제도를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윤 후보는 “경제가 추락하고 공정과 상식, 양심이 사라진 땅에는 국민을 현혹하는 포퓰리즘만 독버섯처럼 자라나게 돼 있다”며 여권(與圈)에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공정과 신뢰가 흐르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누구나 잘못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국민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되는 법치의 원칙이 확고하게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주제는 경제 분야였다. 이런 정책 비전 경쟁은 더욱 빈번해져야 한다. 두 후보가 겨룰 분야는 차고도 넘친다. 양극화와 일자리·복지·부동산은 물론이고 디지털 전환,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미·중(美中) 패권경쟁 시대의 외교안보까지 넓디넓다. 비전 제시에서 더 나아가 구체적 이행방안까지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여와 야, 보수와 진보의 경계를 초월해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협력하는 선거의 경쟁 구도가 돼야 한다.

철학과 비전 없는 경제 공약표만 노린 3공약으로 유권자 혼란

그런데 두 대선 후보가 쏟아내는 경제 공약이 산으로 가고 있다. 핵심 공약을 하루아침에 번복하는가 하면, 경제 근간을 뒤흔들 정책을 숙고(熟考) 없이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 재원 마련 방법, 경제적 득실 등 공약이 갖춰야 할 핵심 요건을 구비하지 못한 포퓰리즘(3無 공약)이라고 지적한다. 대선을 앞두고 선심성 공약 논란은 늘 있었지만 이번 만큼 극심했던 적은 드물다는 분석이다.

유권자는 혼란스럽다. 대선 후보들이 코로나 사태 이후 격랑 속에 놓인 대한민국 경제를 어떤 식으로 이끌어가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서다.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유력 대선 주자들이 내놓고 있는 경제 공약은 실현 가능성과 재원 마련 등에서 뭇매를 맞으며 흔들리고 있다.

이재명 후보의 대표 공약은 ‘기본 시리즈’다.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꾸준히 기본소득을 통한 경제 활성화, 기본주택 도입 등을 강조했다. 기본소득의 경우 2023년부터 연간 청년 125만원·전국민 25만원 지급을 시작으로, 임기 중에 청년 200만원·전국민 100만원으로 확대한다는 게 골자이다. 재원은 국토보유세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혀왔다.
야당 등을 중심으로 실효성과 재원 마련의 현실성 등을 들어 비판이 거셌지만, 그때마다 이 후보는 강하게 반박해왔다. 하지만 12월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이 후보 스스로 “국민 의사에 반해 강행하지 않겠다”며 제1 경제 공약의 선회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석열 후보는 대략적인 내용을 요약한 1차 공약집을 내놨지만 사실상 목차 수준이다. 윤 후보는 공약집에서 당선 즉시 ‘자영업자·소상공인 43조원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윤 후보는 최근 세제 정책과 관련된 공약성 언급을 내놨다.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시사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되면 중장기적으로 아예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에 대해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경제학자들은 이같은 발언이 세제 체계에 대한 무지에서 온다고 지적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과세 체계를 보면 본원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는 표현이 있다. 저런 발언은 스스로 준비가 안 돼 있다는 말밖에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분야에서도 여야가 각각 250만채에 달하는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목표치는 제시했지만, 이에 필요한 구체적인 재원 규모나 조달 방안 등은 제시하지 못한 상태이다.

다투되 싸우지 않는 원효대사의 화쟁 정신으로 정책경쟁 기대

2021 중앙포럼에서 두 후보의 기조 발제에 앞서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은 개회사에서 “한국 사회의 세대·지역·계층 갈등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폭발 직전의 상태”라며 ‘중산층 강화’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이어 “혁신 기업의 창업과 기존 기업의 도약을 촉진하는 대담한 경제 정책, 산업 정책이 나와야 한다. 전면적인 국가 개조 작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홍 회장은 두 후보를 향해선 “과거를 불문하고 유능한 인재를 과감하게 등용해야 한다” “‘다투되 싸우지 않는’ 원효대사의 화쟁(和諍) 정신으로, 치열하지만 선의가 넘치는 정책경쟁을 펼쳐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환영사에서 “기업의 경제활동은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며 “대한민국이 부강한 국가가 될 수 있도록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기업가 정신이 존중받는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환영사를 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향후 5년은 패러다임 대전환기로 승자와 패자의 향방이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라며 “시대 전환기에 맞게 국가 차원의 글로벌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의 공약과 정책은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대폭 수용하고 서로 간 검증을 통해 진정한 정책대결이 벌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앞으로 두 후보의 관심과 에너지가 실현 가능한 비전과 정책에 쏠려야 할 것이다.

두 후보는 국민의 마음을 어떻게 알고 얻을 것인가. 자기 마음으로 미루어 알아보는 수밖에 없다. 대선주자들은 『대학』의 마지막 장 ‘치국평천하’의 가르침을 늘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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