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숙적 이해찬·김종인 ‘마지막 승부’…‘두 올드보이’의 대결

33년 숙적 이해찬·김종인 마지막 승부두 올드보이의 대결

여야 대선 선대위 총괄지휘막후실세 VS 사령관, 대선 막후대결 가시화

수암(守岩) 문윤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더불어민주당이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본부장급 인선을 12월2일 발표하면서 ‘이재명 선대위’ 구성이 마무리됐다. 이번 인선은 조직 슬림화와 통합, 실무형 선대위로의 재구성에 방점을 둔 것으로 풀이 된다.

이재명 대선후보는 기존 16개 본부를 6개 본부로 줄이고 본부장에 이재명계, 이낙연계, 정세균계 인사를 적절히 배분하면서 각 인사의 장점을 살린 실무형 선대위로 재편했다. 여기에 외부인사로는 39세 선대위원장(‘영입인재 1호’ 조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사생활 문제로 자진 사퇴), PD 출신 홍보본부장, 고등학생 지역 선대위원장 등 다소 파격적인 인선을 통해 조직 내 활력을 더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총무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 정책본부장, 조직본부장, 총괄상황실장 등 본부장급 추가 인선을 발표했다.
선대위 살림을 꾸리는 총무본부장은 이 후보의 최측근인 김영진 사무총장이 겸임하기로 했다. 대선 공약을 총괄하는 정책본부장 자리에는 이재명 경선 캠프에서 정책을 담당했던 윤후덕 의원이, 조직본부장에는 정세균계 핵심인 이원욱 의원이 임명됐다.

이 후보 측 김병욱 의원은 경선 캠프에서 맡았던 직능본부장을 그대로 맡게 됐고, 대선 판세를 분석하는 종합상황실장에는 3선 중진인 정세균계 서영교 의원이 맡는다. 이에 따라 이 후보는 앞서 임명한 강훈식 전략기획본부장, 이날 영입한 김영희 전 MBC 부사장이 맡는 홍보본부장까지 포함한 6개 본부로 선대위를 재편했다. 기존 16개 본부에서 조직 규모를 대폭 축소해 슬림화하고, 실무형 선대위를 구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후보는 “당내 여러 의원께서 백의종군(白衣從軍), 선당후사(先黨後私)한 덕분에 이렇게 슬림하고 기민한 선대위 체제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며 “국민이 요구하는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서 작게라도 신속하게 실천해내서 성과를 축적해가는 민주당 선대위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6본부 외에 캠프의 주요 조직인 비서실, 공보단, 정무실 등에 ‘친이낙연’, ‘친문’ 인사를 배치하면서 당내 계파 간 통합도 염두에 뒀다. 앞서 후보를 보좌하는 비서실장에 이낙연 전 대표의 측근인 오영훈 의원을, 언론 접촉을 총괄하는 공보단장에는 이낙연 캠프에서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박광온 의원을 임명했다. 정무실장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인 윤건영 의원을 배치하는 등 각 계파의 통합에도 신경 썼다.

김영진 총무본부장은 “이 단위 외에 다른 조직은 없다. 과거 ‘광흥창팀’ 등 비선 조직 역시 없다”며 “각 본부의 역할과 내용을 갖고 이 후보가 상임선대위원장이랑 의사결정하고 신속하게 집행하는 체제로 기민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국민의힘도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총괄 선거대책위원장 ‘원톱’으로 하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가 12월6일 공식 출범하면서 선대위 구성과 캠페인 노선에서 중도 색채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병준·이준석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각각 정책과 홍보를 총괄하면서 출신 정당이나 캠프와 관계없이 다양한 인물이 모이는 ‘통합’에 방점을 둔 모습이다.

김 총괄 선대위원장의 선대위 합류를 계기로 김 위원장을 따르는 중도 성향 인사들도 선대위에 참여한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의 입당이 대표적이다. 윤 후보 경선 캠프에서 비전전략실장을 맡았던 김근식 경남대 교수와 정태근 전 의원도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도 합류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12월5일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에 노재승씨와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 등을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유세차 연설로 온라인에서 유명세를 탔던 30대의 노 선대위원장은 그러나 각종 발언 논란에 휩싸여 9일 자진 사퇴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선대위 출범식을 앞두고 최고위원회의에서 선대위 추가 인선을 확정했다. 선대위를 지휘할 김 총괄선대위원장 아래 김병준·이준석 상임선대위원장이 이름을 올렸다. 공동선대위원장으로는 이날 추가로 인선된 ‘호남 4선’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 이수정 경기대 교수, 김기현 원내대표, 김도읍·조경태 의원, 스트류커바 디나 라파보 대표 등이 이름을 올렸다.

총괄선대위원장 직속의 총괄상황본부 본부장으로는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임명됐다. 정책총괄본부는 원희룡 전 제주시사, 조직총괄본부는 주호영 의원, 직능총괄본부는 김상훈·임이자 의원, 총괄특보단은 권영세 의원, 홍보미디어총괄본부는 이준석 대표(상임선대위원장), 종합지원총괄본부는 권성동 사무총장이 각각 수장을 맡는다. 윤 후보 직속기구로 새로 만들어진 ‘후보특별고문’ 자리는 호남 출신 김동철 전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임명됐다. 역시 후보 직속인 ‘약자와의 동행 위원회’, ‘내일을 생각하는 청년위원회’ 위원장은 윤 후보가 직접 맡는다.

당내 경선에 참여했던 후보 캠프 소속 인사들이 합류한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선대위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으로는 홍준표 의원 캠프 총괄본부장이었던 강석호 전 의원이, 청년본부엔 홍 의원 캠프 대변인이었던 여명 서울시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이기인 성남시의원이 나란히 임명됐다.

공동 직능총괄본부장엔 김상훈·임이자 의원이 지명됐다. 김종인 위원장 지휘를 받아 선거캠페인 실무를 총괄할 총괄상황본부장은 임태희 전 의원이 맡았다. 이철규 의원은 총괄상황본부 종합상황실장, 김근식 교수는 전략기획실장에 거론된다.

선대위는 김종인 위원장이 ‘원톱’을 맡고 이준석·김병준 상임 선대위원장이 각각 홍보와 정책 분야를 담당한다.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는 후보 직속 새시대준비위를 이끈다. 김 전 대표는 중도·외연 확장과 야권 연합, 집권 후 정치 기반 조성 작업에 주력할 방침이다.

윤석열 후보는 비서실 안에 정책실을 신설했다. 강석훈 전 의원이 비서실 내 정책실장을, 김현숙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과 이상민 변호사, 박성훈 부산시 경제특보가 비서실 내 정책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이준석 대표가 추천한 사무처 당직자 출신 황규환 전 상근부대변인은 선대위 대변인으로 지명됐다.

윤 후보는 중산층·서민경제위원회도 신설해 초선 홍석준 의원을 위원장에 임명키로 했다. 경선 때 홍준표 의원 캠프 대변인을 지낸 여명 서울시의원, 윤 후보 캠프 청년특보를 지낸 시사평론가 장예찬씨는 공동청년본부장으로 호흡을 맞춘다.

與野 대선 선대위 총괄지휘 이해찬·김종인 막후대결 가시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 대통령 선거일까지 당무 전반을 통합 조절하며 총괄하게 될 것”이라고 대선 컨트롤타워로서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직 수락을 12월3일 발표함으로써 김종인 ‘원톱’ 체제가 확립됐다.

민주당에서는 선대위 상임고문을 맡은 이해찬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서 이재명 후보를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해찬·김종인 두 ‘올드 보이’의 대결이 점차 가시화 되고 있다.

2020년 6월3일 김종인(오른쪽)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취임인사를 하고 있다

두 거대 정당 모두 선거 컨트롤타워가 절실한 상황에서 대선 승리의 경험이 풍부한 김 총괄위원장이 선거 전면에 나섰고 이 전 대표도 ‘막후실세’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에선 “이번에도 상왕 대결이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1988년 서울 관악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첫 대결을 펼쳤던 두 사람이 이번 대선에서도 ‘킹메이커’로 맞붙는다면 33년 숙적의 사실상 ‘마지막 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를 넘나들며 비대위원장, 선대위원장을 맡아 강한 리더십을 보였던 김 위원장이 이번에도 총괄 선대위원장에 올라 본인 주도의 선대위를 운영하게 됐다. 앞서 김 위원장이 윤 후보 주변 인사들을 “파리 떼”로 지목하면서 “허수아비 노릇을 할 순 없다”고 한 만큼 선대위에서 중진들의 입지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되자 “이해찬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왔다. 현재 선대위 상임고문이라는 ‘명예직’에 있는 이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 실권(實權)을 쥐고 ‘김종인 카드’에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각 계파를 안배한 ‘매머드급 선대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해찬 등판론’에 힘을 싣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외부로는 김종인 위원장의 전략에 대응하면서, 내부에선 강력한 카리스마로 현역 의원을 지휘할 거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했다. 이 후보가 이 전 대표와 만나 ‘구원투수’ 역할을 요청할 것이란 보도가 잇따랐다.

‘올드 보이’의 등판이 가시화하면서 두 사람의 33년 인연도 재조명되고 있다. 김 위원장과 이 전 대표는 1988년 13대 총선에서 서울 관악을에 나란히 출마했다. 민주정의당 비례대표를 두 번 지낸 김 위원장이 지역구에 첫 도전장을 낸 선거였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평화민주당의 띠동갑 36세 ‘정치 신인’이던 이 전 대표에게 패했다. 이 전 대표는 이때부터 20대 국회까지 7선을 했다.

김 위원장은 이후 비례대표를 세 번 더 하며 다른 길을 걸었다. 두 사람이 한 정당에서 만난 건 2016년 문재인 당시 대표가 이끌던 새정치민주연합이었다. 하지만 민주당 선대위원장으로 공천 전권을 받은 김 전 위원장은 이 전 대표를 공천 배제(컷오프)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 전 대표는 이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세종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이 전 대표는 2018년 민주당 대표에 올라 2020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2017년 3월 민주당을 탈당한 김 위원장은 다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맡아 지난 4월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했다.

여야 내부에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상왕’ 소리를 듣는 이들의 복귀를 달갑지 않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여의도 경험이 없는 이른바 ‘0선’ 후보들의 대결이 노(老)정객들의 대리전 양상으로 변질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도 “후보들에게 조명이 집중돼야 하는데 상왕들의 파워게임으로 국민 시선이 분산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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