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守岩칼럼> 승자독식·패자전몰의 ‘오징어 게임’ 대선

선거에 지면 수사도 위태롭다 승자독식의 대권경쟁2030 잡기·중도 확장에 사활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요즘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오징어 게임’ 화면에 등장하는 선혈이 낭자한 잔혹극은 물론 신자유주의적 우승열패, 약육강식, 승자독식을 형상화하고 있다. ‘쩐(錢)의 전쟁’에서 패배하여 사회적 낙오자가 된 약자들은, 그래도 승자의 대열에 합류해보려는 일념으로, 지푸라기라도 붙잡으려는 심정으로 승산이 거의 없는 살인적 게임에 합류하여 그 비참한 죽음으로 지배자들에게 가학적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456명의 현대판 검투사와 그 살인 장면을 눈요깃감으로 삼는 6명의 VIP로 나누어진 극중의 소사회는 틀림없이 “1%에 의한, 1%를 위한” 신자유주의 사회의 어떤 극단적 형태를 비유적으로 보여준다. 이 드라마의 이러한 상징성은 2008년 대공황 이후 신자유주의 비판에 충분히 익숙해진 전세계 시청자들에게는 매우 쉽고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이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치열한 생존경쟁을 하다 짊어진 큰 빚을 갚기 위해 목숨까지 걸고 ‘오징어 게임’이라는 살인게임에 기꺼히 자신들을 내던진다.  

그 이면에는 갈수록 도를 더해가는 부익부 빈익빈 등 자본주의의 병폐와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풍자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웃픈’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처럼 이 드라마는 자본주의 사회의 한 단면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같은 대선 본선 경쟁

2022년 3월9일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선거 본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여당과 제1야당 대선 후보가 최종 선출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후보가 공교롭게도 사법 수사 대상의 리스크를 안고 출발했다. 이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경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은 당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여 여부를 놓고 페이스북에 “사상 최초로 검찰이 주도하는 비리 의혹 대선에는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여야 대선 주자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이유로 이번 대선 레이스에서 추가로 역할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법조계에서도 홍 의원이 이번 대선을 ‘검찰이 주도하는 비리 의혹 대선’이라고 언급한 것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 후보 모두가 ‘대장동’과 ‘고발 사주’ 의혹으로 대표되는 본인 및 주변 측근에 대한 수사와 재판 등 사법 리스크가 대선의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두 후보 모두 수사 대상인 만큼 선거에서 진 후보는 수사·재판에서도 불리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승자독식, 패자전몰(敗者全歿)의 ‘오징어 게임’ 대선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법조인 양강 구도비주류 VS 비주류

윤석열 후보가 11월5일 국민의 힘 대선 후보로 선출됨으로써 2022년 대선은 2017년 19대 대선에 이어 법조인들이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19대 대선에선 문재인 대통령과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1·2위를 다퉜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기성 정치세력에 비해 ‘비주류’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후보는 1986년 사법고시에 최종 합격한 뒤 인권변호사로 나서며 3년 뒤 성남시청 앞에 변호사 사무소를 열었다. 2004년 이 후보는 성남시립병원 설립 운동에 나섰다가 무산되자 직접 정치에 뛰어들었다.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등 지방 행정을 이끈 경험이 풍부하지만 여의도의 중앙 정치, 국회의원 경험은 전혀 없다.

윤 후보는 정치 참여를 선언한 지 겨우 130여일 된 정치 신인이다. 경력 대부분이 검찰로 채워져 있는 윤 후보는 검찰 내에서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로 꼽힌다. 윤 후보는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의 수사팀장을 맡았지만, 검찰 수뇌부와 마찰과 항명 파동 끝에 좌천당했다. 그러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으로 합류하면서 재기(再起)에 성공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돼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 적폐청산 수사를 성공시켜 검찰총장까지 임명됐다. 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문재인 정부 인사를 겨냥한 수사로 정권과 갈등이 시작됐고, 결국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 사태까지 발생했다. 결국 스스로 검찰총장직을 내려놓고 여당에 맞서 제1야당의 대선후보로까지 발돋움했다.

두 후보 모두 법조인 출신으로 각각 성남시장, 검찰총장 재직 시절 일로 수사를 받는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유력 여야 후보 모두 수사 대상이긴 이번 대선이 처음이다. 따라서 법조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수사 과정과 재판 결과 등 사법 처리 과정 하나하나가 대선 국면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대장동 윗선의혹 이재명, 정면돌파 할 수 있을까

야권은 여권의 이재명 후보를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의 최종 책임자 ‘윗선’으로 지목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현재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을 주도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을 민간 사업자인 화천대유 등에 특혜를 주며 공사에 ‘651억원+α’ 만큼의 손실을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구속기소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사업을 함께 주도했던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등도 같은 배임 혐의 등으로 11월4일 구속됐다.

검찰이 대장동 도시개발사업 최종 결정권자였던 이 후보에 대한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선거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다만 검찰이 현재까진 이 후보에 대한 수사에 소극적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 전 본부장의 첫 재판이 11월10일 시작되면서 재판에서 구체적인 진상이 드러날지도 주목된다.

이 후보는 황무성 전 성남도공 초대 사장에 대한 사퇴 강요 의혹과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한 변호사비 대납 의혹으로도 고발된 상태로 검찰이 별도로 수사하고 있다. 이 후보는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하면서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해 거꾸로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수처·검찰 동시에 겨누는 윤석열패소한 재판도 뒤집어야

윤 후보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 모두의 타깃이 되고 있다. 공수처는 윤 후보와 관련해 고발 사주 의혹, 옵티머스 펀드 사기 부실 수사 의혹 그리고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 수사 방해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공수처는 특히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최근 핵심 인물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과 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잇달아 소환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손 검사에 대한 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는 등 수사 성과가 나지 않는 상황이라 윤 후보에 대한 수사도 부담스러워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에선 윤 후보 주변 인물들에 대한 수사가 한창이다. 검찰은 윤 후보 부인인 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건, 측근으로 꼽히는 윤대진 검사장의 친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스폰서 의혹’ 등을 수사 중이다. 윤 전 총장 역시 의혹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윤 후보 관련 재판도 변수다. 검찰총장 재직시절 법무부로부터 받았던 정직 2개월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이 대표적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2월 윤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법무부 징계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지만, 지난 10월 1심 본안 재판에서는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는 윤 후보의 검찰총장 시절 직무 수행에 대한 평가와 직결되는 것이어서 항소심 등 향후 재판 결과가 주목된다.

윤 후보 장모 최모씨의 요양병원 불법 개설 사건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최씨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그밖에 윤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검찰이 처리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관련 혐의 수사에 대한 상고심 판결도 관심사다. 특히 이 사건은 대선 전인 내년 2월 선고될 것이 유력하다.

윤석열 제안한 세트 특검여당 수용 여부가 쟁점

이재명·윤석열 두 대선 후보의 사법 리스크가 특검에 의해 가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 후보는 11월5일 ‘SBS 8시 뉴스’ 인터뷰에서 “여권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 2개를 모두 특검하자고 한다면 반대하지 않는다”며 세트 특검을 제안했다. 이 후보 측도 6일 ‘JTBC 뉴스룸’ 토론에서 “뜬금없지만 논의할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와 관련, 신율 명지대 교수는 “윤 후보가 특검을 제안했기 때문에 두 의혹의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공을 넘겨받은 여당이 이를 받아들이는 지가 새로운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두 후보에 대한 수사 영향에 대해서는 “두 사안 모두 중차대한 사안은 맞지만, 두 사안을 받아들이는 국민이 느끼는 박탈감 등 온도 차이는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권력을 잡은 측에서 의도하지 않더라도 대선 결과가 수사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 사건도 정권이 바뀐 뒤 사건 관계자들이 진술을 번복하거나 수사에 더 협조하는 자세를 보여 수사 결과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 2030 잡기·중도 확장 사활비호감도 높고 도덕성 약점

사법 리스크 외에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는 2030세대와 중도층으로부터 ‘비호감’ 이미지가 각인된 점 역시 양측 모두 풀어야 할 과제다. 두 후보의 지지율 취약층인 청년층은 2022년 대선 캐스팅보트 세대로 꼽힌다. 두 후보는 이를 의식한 듯 여야 본선 대진표가 확정된 이후 첫 주말 나란히 청년층을 겨냥한 정책 행보에 나섰다.
정치평론가들은 2022년 대선은 어느 때보다 청년층과 중도층을 겨냥한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선 이 후보는 최대 현안인 부동산정책과 청년실업 문제에서 문재인정부와 차별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는 다른 후보에 비해 집권당의 단순한 정권 재창출이 아니라 정책에 있어서 차별성이 있어야 하고 정책적인 솔루션을 통해 중도층을 껴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지난 6일 서울 동대문구 청년공유주택에서 청년들과 간담회를 갖고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대규모 공공주택 공급계획을 갖고 있다”며 “우리 사회 가장 취약한 계층인 청년들에게 우선 (공공주택) 포션을 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또 “대규모 택지개발로 기본주택과 ‘누구나주택’을 공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도 같은 날 오후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2021 대한민국 청년의 날’ 기념식을 찾아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여러분께 참 미안하다”며 “신명 나게 젊음을 바칠 일자리를 만들고 기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 집 걱정하지 않고 일과 공부에 매진하며 편히 쉴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는 ‘반문(반문재인)’이란 반사체 역할을 넘어 국정 운영 비전을 보여주는 부분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당내 지지층에 대한 장악력은 장점이지만 외연 확장성은 우려되고 있다. 경선 결과에서 보듯이 2030을 필두로 한 민심보다는 당심이 앞서서 이겼다는 측면에서 민심을 어떻게 확보하고 젊은 사람들한테 중도확장성이 있을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약점이다.

후보 본인의 ‘말 리스크’는 공통 대목이다. 이 후보의 경우 논쟁거리를 자꾸 던지는데, 인지도가 낮은 정치인에게는 좋은 전략이지만 이 후보 같은 경우 그로 인해 여론이 양쪽으로 갈라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렇게 되면 중도층은 갈 데가 없어진다. 윤 후보의 경우 후보 개인이 아니라 캠프 차원에서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고 한 전문가는 조언했다. 그에 따르면 경선 과정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는데, 향후 국민 공감과 무관한 자충수 발언들, 여성이나 청년 등 특정 계층을 향한 발언들이 치명타가 될 수 있고 선거까지 몇 개월 남지 않았는데 언론 뒤에 숨을 수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여야 모두 경선 후유증 몸살원팀이뤄야 승리 가능성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경선에서 맞붙었던 홍준표 의원을 향해 “정권교체를 위한 깐부(친한 친구짝꿍, 동반자를 뜻하는 은어·속어)”라며 손을 내밀었으나, 홍 의원이 “경선 흥행 성공으로 역할이 종료됐다”고 사실상 뿌리쳤다. 홍 의원이 본선에서 역할을 맡지 않겠다고 선을 그으며 ‘원팀’ 기조가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여권 일각에서 “딴살림을 차리겠다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을 정도로 홍 의원 발언은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그러나 홍 의원은 경선 승복을 약속한 만큼 윤석열 선거대책위원회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11월5일 발표된 한국갤럽조사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이 57%에 달했다. 국민의힘이 원팀을 구성할 수 있느냐 여부가 곧 정권교체의 시금석이다. 윤 후보도 더 낮은 자세로 홍 의원을 포용하고 조력을 끌어내야 한다. 국민의힘 경선 결과에 불만을 쏟아내며 대거 탈당하는 20∼40대 당원을 붙잡기 위해서라도 홍 의원을 껴안는 게 중요하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추대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지만, 그것보다 더 시급한 것이 20∼40대 남성의 열성적 지지를 받은 홍 의원 포용이다.

‘원팀’ 기조가 흔들리는 건 민주당 역시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이재명 후보의 경쟁상대였던 이낙연 전 대표의 선대본부장이었던 설훈 의원은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도 이 후보 면전에서 여야 후보들을 겨냥해 “다 고만고만한 약점이 있고 고만고만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화학적 결합의 길이 멀었다는 얘기다.

이번 3·9대선에선 여야 간 초접전 양상이다. 단일대오를 형성하지 못한 진영이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잊지 말고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뭉치고 화합해야 한다. 대선 후보와 경선 패배자가 갈라선다면 승리의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 작은 표차의 패배를 인정하는 건 쉽지 않지만, 깨끗한 승복과 협력은 향후 정치적 재기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승자가 패자를 포용하고 패자가 깨끗이 협력하는 문화가 자리 잡혀야 민주주의도 공고해진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